오랫만에 그림자선단과 관련된 기사 내용이 WSJ Video에 올라와 가져와본다.
| https://www.wsj.com/video/series/news-explainers/the-us-crackdown-strangling-the-illicit-network-of-dark-fleet-tankers/936E911E-4A1B-4E7D-90A5-8114BE12D951?mod=WSJvidctr_editorpicks_pos0 |
그림자선단이 사라지면, 탱커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 노후 탱커, 제재, 교체수요, 조선 발주까지 한 번에 보기
최근 몇 년간 해운·조선 시장에서 다크 플릿(dark fleet), 그림자선단(shadow fleet), 노후 탱커 스크랩 증가, Suezmax 리세일 고가 거래가 동시에 회자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제재·안보 이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탱커 해운 수급과 조선 발주 사이클을 동시에 흔드는 요인들이다.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전 세계 탱커 수급은 “수요(톤마일)” vs “유효선복(실제 운항 가능한 공급)”의 싸움이다.
그림자선단은 고령 탱커가 몰려 있는, 거대한 비정상 공급 풀이다.
제재 강화·나포·보험·서비스 차단으로 이 풀이 줄어들면, 유효선복이 줄어 운임이 올라간다.
여기에 노후 탱커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 탱커 신조 발주와 조선·엔진 수주 호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논리를 차례로 정리한다.
1. 탱커 시장의 기본 구조
탱커 시장은 크게 두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원유 탱커(Dirty, Crude): VLCC, Suezmax, Aframax 등. 산유국에서 원유를 싣고 정유공장·수요국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제품 탱커(Clean, Product): 휘발유·경유·나프타 등 정제제품을 운반한다.
수급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개념만 잡으면 된다.
1) 수요: 톤마일(ton-mile)
톤(물동량) × 마일(항해거리)
같은 1억 톤이라도 더 멀리 운반하면 더 많은 탱커가 필요하다.
전쟁·제재·수역 회피로 항로가 길어지면, 톤마일 수요가 증가한다.
UNCTAD는 Review of Maritime Transport 2024에서 수에즈·홍해 리스크로 인한 우회 항해 때문에 평균 항해 거리가 늘면서 글로벌 선박 수요(톤마일)가 약 3% 증가했다고 추정한다.
출처: UNCTAD, Review of Maritime Transport 2024
(https://unctad.org/system/files/official-document/rmt2024_en.pdf)
2) 공급: 유효선복(effective supply)
단순히 “탱커가 몇 척 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운항 가능한 용량 × 가동률 × 회전율이 중요하다.선령이 높을수록, 규제·제재가 강할수록, 보험·정비·항만 제한 등으로 실제 가동 가능한 선복이 줄어든다.
정리하면, 탱커 운임은
수요(톤마일) vs 유효선복(실질 공급)
의 균형에서 결정된다.
2. 그림자선단(shadow fleet)의 정체와 규모
2-1. 그림자선단의 특징
그림자선단은 대략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탱커 집단이다.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 제재 대상국의 원유·정제제품을 운반
소유 구조가 불투명한 SPC·페이퍼컴퍼니
깃발(flag)과 선박명, AIS(위치 송신기)를 자주 바꾸거나 끄고 운항
서방 P&I 보험 없이 운항하거나, 보험이 불완전한 상태
평균 선령이 높고, 20년 이상 고령선 비중이 매우 높음
S&P Global 기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그림자선단은 **약 978척, 1억 2,700만 DWT로 세계 오일 탱커 선복의 약 19%**에 달한다.
출처: World Ports Organization,
“Shadow Fleet Grows to Sustain Sanctioned Oil Trade”
(https://www.worldports.org/shadow-fleet-grows-to-sustain-sanctioned-oil-trade/)
또 다른 분석에서는 **운항 중인 오일·제품 탱커의 약 17%**를 그림자선단으로 본다.
출처: EU Today,
“Russia’s ‘shadow fleet’ rises to 17% of global tankers…”
(https://eutoday.net/russias-shadow-fleet-rises-to-17-of-global-tankers/)
결국 그림자선단은
규모가 크고
선령이 매우 높고
제재 리스크가 높은 탱커 집단
이라는 점이 본질이다.
2-2. 그림자선단의 역할
WSJ는 1,400척 이상의 노후 탱커로 구성된 다크 플릿이 세계 원유 흐름의 약 6~7%를 처리한다고 설명한다.
출처: Wall Street Journal,
“A Shadow Fleet Smuggles Illicit Oil Across the High Seas. This Is How It Works.”
(https://www.wsj.com/business/logistics/a-shadow-fleet-smuggles-illicit-oil-across-the-high-seas-eb8c9954)
요약하면,
제재 이후에도 제재 대상국의 원유·제품 수출을 유지시키는 “비정상적인 완충 공급” 역할을 해왔고,
원래라면 스크랩됐어야 할 고령 탱커들이 그림자선단으로 흘러 들어가며 비정상적으로 오래 살아남았다는 의미이다.
3. 2025~2026년 변화: 단속 강화와 스크랩 급증
최근 1~2년 사이 그림자선단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3-1. 미국·서방의 직접 단속 강화
미국은 특수부대를 동원해 제재 회피 의심 탱커를 실제로 나포·억류한 사례들이 보도되고 있다.
제재는 개별 선박 지정에서 나아가, 보험·금융·항만 입항·서비스 제공 등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선주 입장에서 유지비용 + 리스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이다.
3-2. 고령 탱커 스크랩(해체) 급증
Lloyd’s List와 World Ports Organization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선박 해체 물량은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노후 벌크선
그림자선단 탱커
구형 가스선
이 주요 해체 대상이었다.
출처: World Ports Organization,
“Global Ship Scrapping Volume Surges 65% in 2025: Three Ship Types Become Main Force”
(https://www.worldports.org/global-ship-scrapping-volume-surges-65-in-2025-three-ship-types-become-main-force/)
즉, 그동안 그림자선단으로 “연명”하던 노후 탱커들이
다시 스크랩 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3-3. 의미: 그림자선단의 “정책적·경제적 퇴출” 시작
고령 탱커는 제재·안전 기준이 강화될수록
보험 비용 상승
정비·부품 비용 상승
항만 입항 제한
사고·오염 리스크 증가
에 직면한다. 여기에 나포·억류 리스크까지 얹히면,
선주에게 “계속 운항” vs “버리고 나간다(스크랩·방치)” 사이의 선택에서 후자가 점점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즉, 그림자선단은 서서히 정책 + 경제 논리에 의해
전 세계 탱커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한 단계로 볼 수 있다.
4. 2026~2027년 탱커 수급 베이스라인과 그림자선단 퇴출의 충격
탱커 수급의 베이스라인은 BIMCO 전망을 중립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출처: BIMCO, “Tanker Shipping Market Overview & Outlook”
(https://www.worldports.org/bimco-tanker-shipping-market-overview-outlook-2/)요약: Safety4Sea,
“BIMCO: Product tanker supply/demand balance to weaken”
(https://safety4sea.com/bimco-product-tanker-supply-demand-balance-to-weaken/)
4-1. 원유(크루드) 탱커
수요(톤마일)
2026년: +1~2% 성장
2027년: 0~1% 성장
공급(선대)
2026년: +1.5% 증가
2027년: +3.5% 증가
따라서,
2026년: 수요·공급 증가율이 유사해 대체로 균형권
2027년: 선박 인도가 늘어나며 공급 우위, 약세 압력 확대
라는 구조이다.
4-2. 제품 탱커
수요: 2026·2027년 모두 +0.5~1.5% 수준
공급: 2026·2027년 모두 +5.5% 수준
베이스라인만 놓고 보면,
제품 탱커는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보다 훨씬 빠른, 공급 과잉 구간이다.
4-3. 여기에 “그림자선단 실질 퇴출”을 더하면?
앞에서 본 것처럼 그림자선단 규모는
**전 세계 오일 탱커 선복의 약 17~19%**로 추정된다.
출처:
이 중 X%가 실질적으로 운항 불능 상태가 되면,
전 세계 탱커 기준 유효선복은 대략 **(17~19%)×X%**만큼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단순 근사).
예를 들어 17%를 기준으로 보면,
10% 제거 → 전체 탱커 선복의 약 1.7% 감소
25% 제거 → 약 4.25% 감소
50% 제거 → 약 8.5% 감소
이 충격을 BIMCO 베이스라인과 겹쳐 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온다.
원유 탱커(Dirty)
2026년은 원래 균형권이므로,
유효선복이 2~3%만 줄어도 수급이 구조적으로 타이트해질 수 있다.
4~5% 이상 줄면 강한 타이트 구간에 진입한다고 볼 수 있다.
제품 탱커(Clean)
베이스라인 공급 증가가 연간 **+5.5%**로 매우 크기 때문에,
1~2% 수준의 제거는 약세 완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다만 제거 규모가 커지고(예: 25~50%), 동시에 우회 항로 증가로 톤마일이 늘어나는 방향이라면
생각보다 빠르게 균형 쪽으로 회복될 여지도 있다.
핵심은,
원유 탱커 시장은 2026년에 “조금만 공급이 줄어도”
운임이 비선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구조이고,
그림자선단은 그 공급을 한 번에 줄일 수 있는 레버라는 점이다.
5. 노후 탱커 선대와 교체 발주 수요
5-1. 노후선 비중이 높은 탱커
선령 구조를 보면, 특히 VLCC, Suezmax, 일부 벌크선은
15년 이상 노후선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 여러 리포트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제재와 그림자선단 덕분에 원래였으면 폐선될 배들이
제재 회피용·그림자선단으로 흘러 들어가며 연명해 왔기 때문이다.2025년 해체량 급증은 이 연명 구간이 끝나고,
다시 정상적인 스크랩 사이클로 돌아오는 첫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출처: World Ports / Lloyd’s List
(https://www.worldports.org/global-ship-scrapping-volume-surges-65-in-2025-three-ship-types-become-main-force/)
노후선 대비 교체 발주가 아직 전체의 약 8%만 진행됐고,
92%의 교체 업사이드가 남아 있다는 관점은,
이 선령 구조와 제재 환경을 함께 놓고 보면 상당히 일관성 있는 해석이다.
5-2. 엔진·조선소 슬롯 병목
최근 몇 년간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선행되면서
대형 조선소 슬롯과 대형 엔진 생산능력이 한 번 크게 묶였던 경험이 있다.
이제 탱커·벌크 등 중대형·중소형 엔진은
노후선 교체 수요가 본격화될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조선·엔진사 입장에서는,
이미 올라와 있는 ASP + 엔진 프리미엄 위에서
교체 발주 물량까지 더해질 수 있는 구조이다.
결국,
그림자선단 퇴출 → 노후 탱커 스크랩 가속 → 교체 발주 증가 →
조선·엔진 수주 사이클 2차 상승
이라는 경로가 충분히 성립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6. Suezmax 리세일 고가 거래의 의미
최근 대한조선(대선/DH Shipbuilding)에서 건조 중인 Suezmax 탱커 2척이
**척당 9,700만달러(97M)**에 리세일로 거래된 사례가 있다.
출처: World Ports Organization,
“Atlas Maritime and Emf sell two suezmax to Okeanis Eco Tankers: record price of 97 million each”
(https://www.worldports.org/atlas-maritime-and-emf-sell-two-suezmax-to-okeanis-eco-tankers-record-price-of-97-million-each/)
같은 시기 시장에서 언급되는 Suezmax 신조선가는
약 8,300만~8,600만달러 수준이다(여러 기업 발표·시장 자료 종합).
즉,
신조선가 < 리세일 가격이라는 구조가 나타났고,
이는 곧 즉시 인도 가능한 탱커 선박이 부족하고,
향후 탱커 운임·시장 환경에 대한 기대가 높으며,
조선소 슬롯이 타이트하다는 사실을
가격이 직접 말해주고 있는 사례이다.
7. 결론: 그림자선단이 제거될수록, 탱커·조선 시장에 생길 변화
모든 내용을 통합하면, 핵심 정리는 다음과 같다.
그림자선단은 전 세계 오일 탱커 선복의 17~19%를 차지하는 거대한 비정상 공급 풀이다.
이 선단은 선령 20년 이상 고령선 비중이 매우 높고,
제재·규제 강화에 따라 유지비용과 리스크가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2025년 선박 해체량이 전년 대비 65% 증가하면서,
그림자선단 탱커를 포함한 노후 선박들이 실제로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했다.BIMCO 기준 2026년 원유 탱커 수급은 원래 “대체로 균형”,
2027년에는 공급 증가로 약세가 예상된다.이 상황에서 그림자선단의 10~25%만 실질 제거되어도,
유효선복은 대략 2~5% 줄어들며 2026년 원유 탱커 수급은 구조적으로 타이트해질 수 있다.탱커는 노후선 비중이 높은 선종이고,
지금까지의 교체 발주는 전체 잠재 교체 수요의 일부(예: 8%) 수준이므로,
남아 있는 90%대 교체 업사이드는 중장기 발주·수주 파이프라인을 지지할 수 있다.대한조선 Suezmax 9,700만달러 리세일 사례는,
이미 시장이 선박·슬롯 부족과 향후 운임 강세 기대를 가격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림자선단이 해운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제거될수록,
원유 탱커·Suezmax·VLCC를 비롯한 탱커 신조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노후선 교체 발주 수요까지 겹쳐 탱커 시장과 조선·엔진 업황이
중장기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결론에는 조건이 있다.
제재·단속이 원유·제품 수출 물량을 크게 줄이지 않고
주로 “비정상 공급(그림자선단) 퇴출 + 항로 우회(톤마일 증가)” 방향으로 작동할 때,
이 시나리오가 가장 강하게 현실화된다.
이 조건이 충족되는 한,
그림자선단 퇴출 → 탱커 유효선복 감소 → 운임 상승 → 교체 발주 확대 → 조선·엔진 수주 증가
라는 연결 고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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