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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7일 월요일

생각정리 342 (* LPS, Where Does Value Accrue in the AI Era?)

 

AI가 만든 부가가치는 결국 어디로 가는가


지능의 디플레이션과 물리적 희소성


AI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제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가.

현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시기다. AI 산업 전체가 너무 early stage라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Frontier LLM, Application Software, 반도체, Cloud, Data Center, 전력 인프라까지 가치사슬 대부분의 기업이 동시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GS
앞으로 몇년간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ToKen usage

OpenAI CODEX 사용량 폭증

그러나 모든 산업이 그렇듯 성장의 초기 단계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산업이 Mature Stage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히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기술은 확산되고 경쟁자는 늘어나며, 차별화됐던 기능은 표준화된다.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가격결정력을 좌우하는 것은 누가 가장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누가 가장 희소하고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을 통제하고 있는가가 된다.

나는 AI 산업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지능은 시간이 갈수록 풍부해지지만, 그 지능을 현실 세계에서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자원은 같은 속도로 늘어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장기적으로 AI 산업에서 발생하는 Economic Rent의 상당 부분이 어디에 귀속되는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1. Intelligence의 희소성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생성형 AI 산업의 초기에 가장 희소했던 것은 당연히 Intelligence였다.

Bloomberg & Axios

GPT-4 수준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였고, 막대한 GPU와 데이터, 연구인력, 자본을 확보한 Frontier Lab만이 최상위 수준의 모델을 제공할 수 있었다. Intelligence 자체가 희소했기 때문에 모델 공급자가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AI 산업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이 희소성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최상위 모델 간 성능격차는 점차 좁아지고 있으며, Open-weight Model의 성능 역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Distillation, Fine-tuning, Quantization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거대한 Frontier Model에서만 가능했던 작업의 상당 부분을 훨씬 작은 모델이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있다.

Brady Wang (@BradyWang10) / X

동일한 성능 수준을 얻기 위해 필요한 추론비용은 불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는 AI 산업이 장기적으로 Intelligence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이 아니다. 실제 경제활동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특정 업무를 충분히 정확하게, 안정적으로, 그리고 가장 낮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더 중요하다.

최첨단 Reasoning이나 Scientific Discovery에서는 Frontier Intelligence의 프리미엄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에서 소비되는 AI Workload의 상당 부분이 그렇게 높은 Intelligence를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모델 산업의 경쟁축은 시간이 갈수록

Absolute Intelligence → Price / Performance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Intelligence의 품질은 올라가면서 가격은 내려간다.

쉽게 말하면 지능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2. AI의 가치는 모델에서 실행으로 이동한다


그렇다고 모델이 저렴해지는 것이 AI 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Chatbot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 경제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AI가 실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데이터와 연결되고, 판단을 내리고, 다른 Software를 조작하고, Workflow를 실행해 현실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즉 AI의 가치사슬은 점차

Model → Reasoning → Agent → Tool Use → Workflow → Action

으로 확장된다.

Palantir가 Ontology와 FDE를 통해 일찍부터 집중했던 영역도 여기에 있다. 기업 내부의 복잡한 데이터와 업무관계를 구조화하고 AI가 이를 이해한 뒤 실제 업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t9kLTJfIn8

그러나 AI Agent가 발전하면 이런 실행능력은 점점 더 많은 Platform으로 확산된다.

Frontier Lab은 Model에서 Agent와 Application으로 내려오고, Microsoft·Amazon·Google 같은 CSP는 Cloud와 Data에서 출발해 AI Platform과 Agent로 올라간다. Data Platform과 Enterprise Software 업체 역시 같은 시장으로 진입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Intelligence 자체가 희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Ontology, Agent Framework, RAG, Workflow Orchestration 역시 하나씩 보편화된다.

AI 산업의 상위 Layer에서는 더 많은 경쟁자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질문은 다시 아래로 이동한다.

모델과 Software가 점점 풍부해진다면, 그 모든 AI가 반드시 필요로 하지만 쉽게 늘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3. 결국 모든 AI는 물리적 세계 위에서 작동한다


AI는 Software처럼 보이지만 그 생산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물리적이다.

모델이 작동하려면 Compute가 필요하다.

Compute에는 GPU와 CPU, HBM과 Networking이 필요하다.

그 Hardware를 운영하려면 Data Center가 필요하다.

Data Center에는 다시 전력, 변전설비, 냉각, 광통신망과 토지가 필요하다.

전체 구조를 아래로 내려가 보면 다음과 같다.

Model
→ Agent / Application
→ Cloud
→ Accelerator
→ Data Center
→ Power
→ Grid Connection
→ Land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각 Layer의 공급탄력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Software는 거의 즉시 복제할 수 있다.

Model 역시 한 번 개발되고 나면 수많은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다.

GPU 생산은 훨씬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Fab, Packaging, HBM Capacity를 증설할 수 있다.

반면 수백 MW에서 수 GW의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 계통접속을 만들고 대규모 데이터센터 Campus를 건설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속도와 물리적 인프라의 건설속도 사이에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희소성의 중심이 AI Stack 아래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긴다.

4. Power보다 더 중요한 것은 Time-to-Power다


최근 Hyperscaler들의 투자 규모를 보면 AI 산업이 이미 물리적 제약과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icrosoft, Alphabet, Amazon 등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Computing Capacity를 증설하고 있다. 동시에 일부 기업들은 수요가 현재 확보된 Capacity를 초과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병목을 단순히 전력 부족이라고 표현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미국 전체에 발전설비가 충분하다고 해서 특정 지역의 데이터센터가 그 전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 Factory 하나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Generation
→ Transmission
→ Grid Interconnection
→ Substation
→ Distribution
→ Cooling
→ Data Center Shell
→ Compute

전체가 연결되어야 한다.

그중 하나라도 준비되지 않으면 수십만 개의 GPU가 존재하더라도 Revenue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래서 AI 시대의 진짜 희소자원은 단순한 Power가 아니다.

필요한 시점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Power다.

이것을 조금 더 넓게 표현하면 Time-to-Power, 궁극적으로는 Time-to-Compute라고 할 수 있다.

2028년에 사용할 수 있는 1GW와 2033년에 사용할 수 있는 1GW는 동일한 1GW가 아니다.

AI 기술이 6개월 단위로 발전하고 기업들의 시장선점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5년 먼저 확보된 Capacity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

따라서 앞으로 AI Infrastructure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때는 단순한 MW나 GW보다 MW Available Date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5. Land, Power, Shell이 새로운 전략자원이 되는 이유


NVIDIA의 최근 움직임은 이런 변화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Jensen Huang은 AI Factory 구축에 필요한 새로운 전략자원으로 Land, Power and Shell, 즉 LPS를 이야기하고 있다.

Jensen Huang on X: "Securing the Infrastructure of Intelligence" / X


여기서 Land는 단순한 토지가 아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수 있고 전력과 Fiber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부지다.

Power 역시 발전소의 명목상 발전용량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계통에 연결된 전력이다.

Shell은 GPU 서버가 들어갈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건물과 기본적인 전기·기계 인프라를 의미한다.

즉 LPS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Power-ready Land + Grid Connection + Data Center Shell

에 가깝다.

NVIDIA가 SB Energy와 함께 오하이오 PORTS-Pike의 대규모 AI Factory Capacity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부지와 전력을 먼저 확보하고, 그 안의 Computing System은 기술 발전에 맞춰 계속 교체하는 구조다.

Jensen Huang on X: "Securing the Infrastructure of Intelligence" / X


이 구조의 경제성은 상당히 흥미롭다.

GPU의 경제적 수명은 상대적으로 짧다.

오늘의 최첨단 GPU는 몇 년 뒤 새로운 Architecture로 교체된다.

하지만 제대로 확보된 Power와 Grid Connection, Data Center Campus는 훨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오늘 Blackwell이 들어갔던 Data Hall에 다음 세대 GPU가 들어가고, 그 다음 세대의 Accelerator가 다시 들어갈 수 있다.

Silicon은 계속 교체되지만 Energized Site는 남는다.

결국 장기적인 AI Factory의 핵심 자산은 특정 세대의 GPU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Compute를 계속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일 수 있다.

6. AI 시대에는 자본조달 능력 역시 인프라가 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희소자원이 있다.

Capital이다.

수 GW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발전·송전 Infrastructure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며, 실제 Revenue가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보다

대규모 자본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오랫동안 조달할 수 있는 기업

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Hyperscaler가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Microsoft, Amazon, Google은 단순한 Cloud Software 기업이 아니다.

이들은 거대한 Balance Sheet를 기반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장기 전력계약을 맺으며, Data Center를 건설하고, Network를 깔고, GPU와 자체 ASIC을 구매한다.

그 위에 Storage, Database, AI Platform과 Application을 올리고 이미 확보한 수많은 기업고객에게 Compute를 판매한다.

즉 CSP는

Capital + Land + Power + Compute + Network + Data + Customer

를 하나의 Stack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업자다.

AI Model은 바뀔 수 있다.

오늘 OpenAI를 쓰던 고객이 내일 Anthropic을 사용할 수도 있고, 향후에는 Open-weight Model이나 자체 Fine-tuned Model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모델을 선택하더라도 대규모 Training과 Inference에는 결국 Computing Infrastructure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모델 공급자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모든 모델의 수요가 합쳐지는 Aggregate Compute Layer의 전략적 중요성은 커질 수 있다.

7. 더 효율적인 AI가 오히려 더 많은 Compute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직관에 반하는 하나의 중요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AI Model의 효율이 개선되면 Compute 수요가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단위의 Intelligence를 생산하는 비용이 낮아지면 AI를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영역이 훨씬 넓어진다.

예를 들어 동일한 업무를 처리하는 AI 비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AI 사용량이 그대로라면 Compute Demand는 감소한다.

하지만 가격 하락으로 사용 가능한 업무가 열 배로 확대된다면 전체 Compute Consumption은 오히려 크게 증가한다.

AI가 Chatbot에 머물러 있을 때 Compute는 사람이 질문하는 순간에만 사용된다.

하지만 Agent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AI는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도 Code를 작성하고, Research를 수행하고, 고객을 응대하고, Supply Chain을 최적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새로운 작업을 생성한다.

즉

Cost per Intelligence ↓
→ AI Use Cases ↑
→ Intelligence Consumption ↑
→ Aggregate Compute Demand ↑

라는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자동차의 연비가 좋아졌다고 반드시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듯, Intelligence의 가격 하락이 반드시 Compute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경제 전체에 확산되는 Mature Stage에서는 한 단위의 Compute 효율은 높아지면서 동시에 총 Compute Consumption은 훨씬 커지는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8. 그렇다면 AI가 만든 부가가치는 어디에 쌓이는가


여기까지 오면 AI 산업의 장기적인 Value Capture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지대는 반드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기업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수요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면서 공급은 빠르게 늘릴 수 없는 지점을 통제하는 기업에게 귀속된다.

산업 초기에 그 지점은 Frontier Intelligence였다.

이후 NVIDIA GPU와 HBM, Advanced Packaging, Networking이 중요한 병목으로 부상했다.

앞으로 Compute Supply가 계속 확대된다면 희소성은 Data Center와 Power Infrastructure 쪽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Model
→ Application
→ Compute
→ Data Center
→ Power
→ Grid Connection
→ Energized Land

여기서 핵심은 어느 특정 Layer가 영원히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 아니다.

병목은 이동한다.

어느 시기에는 GPU가 부족하고, 어느 시기에는 Transformer가 부족하며, 또 다른 시기에는 Gas Turbine이나 Substation이 부족할 수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전력보다 Grid Connection이 더 희소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주민 동의와 인허가가 가장 큰 제약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가격결정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재 가장 높은 Growth를 기록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AI Value Chain에서 공급곡선이 가장 가파른 지점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그곳에서 Scarcity Rent가 발생한다.

9. AI Mature Stage에서 나타날 두 개의 가격세계


이 구조는 AI가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과도 연결된다.

AI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Mature Stage에 들어가면 서로 반대 방향의 가격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쪽에서는 Digital Deflation이 나타난다.

Coding, Translation, Research, Design, Accounting, Customer Service와 같은 지식노동의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동일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Intelligence와 Labor의 비용이 낮아진다.

Software를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분석의 비용이 떨어지며, 과거에는 고도로 숙련된 사람이 장시간 수행해야 했던 업무를 AI가 훨씬 낮은 비용으로 수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제의 Digital Layer에서는 강한 Deflationary Force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 세계는 다르다.

전력망은 API처럼 즉시 확장할 수 없다.

발전소와 변전소, 데이터센터를 Copy & Paste할 수도 없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라도 공급을 늘리는 데 수년이 필요한 자원에는 계속해서 Scarcity Premium이 붙는다.

따라서 AI 시대의 경제는 다음과 같은 이중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Intelligence는 싸지고 Physical Scarcity는 비싸진다.

풍부해지는 것의 가격은 내려간다.

희소하게 남는 것의 가격은 올라간다.

AI가 만들어내는 Digital Output의 한계비용이 계속 낮아지는 동시에, 그 Digital Output을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력·계통접속·데이터센터와 같은 Physical Assets의 경제적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10. 생산성 혁명 이후의 자산가격


여기에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변화까지 더하면 더욱 흥미로운 그림이 만들어진다.

장기적으로 AI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의 적응속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AI를 도입해 더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일부 직종에서는 고용과 임금의 조정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생산성의 과실이 자본소유자와 AI Infrastructure 소유자에게 더 많이 귀속될 경우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재교육, 이전지출, 사회보장, 노동시장 지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이 Digital Goods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힘으로 작용하는 한편, 확대되는 재정과 자본축적은 공급이 제한된 실물자산의 명목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장기적인 자산시장은 단순히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Digital Deflation + Physical Asset Inflation

이라는 조합이 더 중요한 프레임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희소성이다


AI 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장 뛰어난 Model과 가장 강력한 Agent를 찾으려 한다.

물론 기술의 우위는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이 성숙한 뒤 누가 가장 많은 경제적 가치를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부가가치는 풍부해진 곳이 아니라 희소성이 남아 있는 곳에 쌓인다.

AI가 발전할수록 Intelligence는 점점 싸지고 접근하기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

Open-weight와 Closed-weight Model은 경쟁하고, Agent와 Application은 확산되며, Software Layer에서는 지속적인 가격경쟁과 기능의 상향평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Intelligence가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Compute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Compute는 토지 위의 Data Center 안에 설치되어 전력망에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AI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가장 Digital한 기술이 가장 Physical한 Infrastructure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장기적인 AI 산업의 핵심 수혜자는 단순히 AI Model을 만드는 기업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대규모 Compute를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CSP, AI Factory를 소유하는 Data Center 사업자, 발전과 전력을 제공하는 사업자, 송배전과 전력기기를 공급하는 기업, 그리고 이미 계통접속과 인허가가 끝난 Powered Site를 확보한 자산 소유자까지 하나의 거대한 AI Infrastructure Value Chain을 형성한다.

이 가운데 누가 가장 많은 가치를 가져갈지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수요가 급증할 때 누가 공급을 가장 늦게 늘릴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이동할 것이다.

초기에는 Intelligence였다.

그 다음은 GPU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전력, Grid Connection, Data Center Capacity와 Energized Land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찾아야 하는 것도 단순한 AI 산업의 승자가 아니다.

다음 단계의 병목을 소유한 기업이다.

결국 AI 시대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특정 Model도, 특정 GPU도 아닐 수 있다.

다른 기업이 몇 년을 기다려야 확보할 Capacity를 이미 가지고 있고, 원하는 순간 그것을 Revenue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

필요한 시점에 Intelligence를 생산할 수 있는 물리적 권리, 즉 Time-to-Compute.

지능은 앞으로 놀라울 정도로 풍부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풍부한 지능을 생산하기 위해 모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좁은 문이 남아 있다면, AI가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결국 그 문을 소유한 사업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인프라계층으로 포지션을 점차 옮겨야 하는 시점이 언젠간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먼 미래에)


#글을 마치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 당연한 흐름이다.

Alphabet, Meta, Microsoft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은 자체 LLM 경쟁에만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ROIC를 확보할 수 있는 AI Data Center와 Cloud Infrastructure에 더 많은 자본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동시에 CSP들은 FDE와 Application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 서로 다른 Layer에서 사업하던 기업들이 이제 위아래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NVIDIA 역시 단순한 GPU Chip 공급자를 넘어, AI Infrastructure의 자본과 Capacity를 연결하는 일종의 AI Federal Bank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적인 흐름은 결국 공급이 제한적이고 비탄력적인 Physical Infrastructure Layer로 사업의 무게중심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돈의 흐름도 AI 산업의 가장 아래단, 즉 Infrastructure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일까?

이들 역시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AI가 만들어낼 막대한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결국 가장 희소하고, 가장 늦게 증설되며, 모두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물리적 병목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끝

생각정리 341 (* 소부장, Where Does Value Accrue in the AI Era?)

AI 시대, 반도체 소부장의 진짜 해자는 어디에 있는가


가끔 주변에서 먼저 연락이 와 특정 종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최근에는 유독 반도체 장비와 소재, 이른바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Capex가 증가하면 결국 관련 기업의 실적도 따라올 것이라는 관점에서 소부장을 바라봤다.

그런데 최근 AI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기업을 보는 기준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메모리 업황이 좋으냐 나쁘냐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이 질문으로 바라보면 같은 반도체 소부장 안에서도 기업마다 장기적인 경쟁우위의 방향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1. 좋은 반도체 업황과 좋은 장기투자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현재 반도체 업황을 놓고 보면 소부장에 긍정적인 근거는 충분하다.

AI 서버의 확산은 HBM과 선단 DRAM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고, 미세공정과 Advanced Packaging의 난도가 높아질수록 공정 수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식각, 증착, 계측, 검사 등 여러 장비의 Wafer Fab Equipment Intensity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KLA는 EUV, HBM, Advanced Packaging과 선단공정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Process Control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Lam Research 역시 AI가 요구하는 반도체 성능이 높아질수록 제조 과정의 복잡도가 증가하며 장비 수요가 확대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인과관계는 명확하다.

AI 수요 증가 → 반도체 성능 요구 상승 → 제조 난도 상승 → Capex 및 공정 투자 증가 → 장비·소재 수요 증가

이 흐름만 보면 반도체 소부장은 AI 시대의 명확한 수혜 산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생각한다면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AI는 단순히 반도체 수요를 증가시키는 기술이 아니다. 동시에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고 수율을 개선하는 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이미 제조 과정에서 머신러닝과 AI를 Fault Detection, Advanced Equipment Control, Advanced Process Control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과 공정 변동성 감소를 위한 Digital Manufacturing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설계·공정·장비·품질 데이터를 연결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공정과 장비 운영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Semiconductor AI Factory를 구축하고 있다.

AI가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반도체를 더 많이 필요하게 만드는 Demand Effect이고, 다른 하나는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식과 의사결정의 구조를 바꾸는 Productivity Effect이다.

소부장 투자에서는 후자의 영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 앞으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보다 데이터가 위치한 곳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매일 막대한 데이터가 발생한다.

어떤 Wafer가 어떤 장비를 통과했는지, Chamber 내부의 Pressure와 Temperature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Recipe를 변경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최종적으로 어느 Die에서 Defect가 발생했고 Yield가 어떻게 변했는지 수많은 데이터가 끊임없이 쌓인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이 데이터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Data Ownership이 아니라 Data Access, Causal Observability, Actuation Authority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세 가지이다.

무엇이 발생했는지를 볼 수 있는가.
왜 발생했는지를 추론할 수 있는가.
그리고 실제 공정을 움직일 수 있는가.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회사는 여기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TSMC나 삼성전자 같은 Fab Owner는 공장 전체의 데이터를 볼 수 있다.

노광 공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이후 식각과 증착 공정을 거쳐 최종 수율이 어떻게 나왔는지 Cross-process Data를 연결할 수 있다. 장비 한 대가 아니라 전체 제조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반면 ASML과 같은 장비회사는 Fab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장비 내부를 훨씬 깊게 볼 수 있다.

ASML은 한 대의 노광 시스템에 10만 개가 넘는 Actuator와 Sensor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장비 내부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Overlay와 Alignment를 조정하고, 장비 상태를 진단하며 Predictive Maintenance를 수행할 수 있다.

2026.07.15 ASML

Lam Research 역시 장비에서 초당 수천 개의 Data Point를 수집하고 이를 Equipment Intelligence와 결합해 Chamber Drift, Fleet Matching, Excursion 등을 관리하고 있다.

2026.07.29 Lam Research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을 단순히 “제조사와 장비사 중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는가”의 문제로만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가치 있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데이터를 이용해 현실세계에 다시 영향을 줄 수 있는가이다.


3.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Closed Loop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반적인 지식의 희소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특정 장비를 수년간 다뤄본 엔지니어만 알고 있던 Troubleshooting 경험이나 Failure Case, Recipe 설정 방식이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LLM과 AI Agent가 발전하면 이런 Codifiable Knowledge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정리되고 검색되며 조직 내부에서 공유될 수 있다.

특정 엔지니어 한 명의 머릿속에 존재하던 노하우의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장비회사의 해자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도 가능하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현실을 직접 관측할 수 없다면 행동할 수 없다. 장비 내부에서 실제 플라즈마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Nanometer 단위의 Overlay Error가 발생했는지, Chamber 안에서 어떤 물리적 변화가 있었는지는 결국 Sensor와 Metrology가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AI의 판단을 실제 결과로 연결하려면 Actuator가 필요하다.

Recipe를 변경하고, Laser를 조정하고, Gas Flow와 Pressure를 통제하고, 공정 조건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행동이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를 다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가장 강력한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Observe → Decide → Act → Verify → Learn

이것이 Closed Loop이다.

AI 이전에는 이 Loop의 중간 단계 상당 부분을 인간 엔지니어가 담당했다.

앞으로는 점차 AI와 Software가 그 영역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AI 시대의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질문 역시 달라진다.

AI가 계속 발전할수록 어느 기업의 시스템 안에 더 많은 행동과 결과가 축적되는가?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그 기업은 행동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가?

데이터가 많다는 것과 좋은 데이터가 많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수백만 개의 데이터가 있어도 무엇이 Yield를 개선했는지 알 수 없다면 경제적 가치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특정 공정의 결과를 결정하는 물리변수를 독점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다면 데이터의 양이 훨씬 적더라도 가치가 크다.

AI 시대의 진짜 희소자원은 데이터 그 자체보다 Closed Loop의 지배권일 가능성이 높다.


4. 이 관점에서 보면 소부장 안에서도 기업의 가치가 크게 갈린다


여기에서 소부장을 하나의 업종으로 묶어 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같은 반도체 장비기업이라 하더라도 AI가 경쟁우위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ASML과 같은 기업은 자신의 장비 안에서 발생하는 Sensor Data를 직접 확인하고 장비를 제어할 수 있다. Installed Base가 확대될수록 더 많은 Failure Case와 장비 운영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다시 Software와 장비 성능 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

장비 판매 → 데이터 축적 → 알고리즘 개선 → 장비 성능 향상 → Installed Base 확대 → 추가 데이터 축적

일종의 Physical Data Flywheel이 만들어진다.

KLA도 흥미롭다.

KLA가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Wafer에 존재하는 Defect와 Process Variation을 측정하는 것이다. AI가 공정을 최적화하려면 먼저 결과가 좋아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Measurement와 Verification의 중요성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2026.07.28 KLA

AI가 발전할수록 판단 능력이 Commodity화되더라도 현실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능력은 Commodity화되지 않을 수 있다.

Lam Research와 Applied Materials처럼 Process Chamber 내부에서 직접 Wafer를 가공하는 장비기업도 비슷하다. Sensor와 Software, Process Control을 장비 자체에 깊게 결합할수록 AI는 이들의 경쟁우위를 약화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기술이 될 수 있다.

2026.08.13 Applied materials

반대로 경쟁우위의 상당 부분이 엔지니어의 경험과 고객사와의 정보 비대칭에 의존했던 장비기업은 다르게 봐야 한다.

고객사가 AI를 이용해 공정을 더 잘 이해하고 Troubleshooting 능력을 내부화할수록 과거 장비업체가 가지고 있던 Know-how의 일부가 고객에게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업체는 여기에서 또 다른 위치에 있다.

많은 소재기업은 제품이 Fab 내부에서 사용되지만 사용 이후 발생하는 Real-time Process Data에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 결국 최종적인 Yield와 Defect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 것은 제조사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은 제조사의 AI 역량이 높아질수록 소재의 성능 차이가 더 정확하게 측정되고 비교되면서 오히려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특정 소재가 고객과 Joint Development 형태로 개발되고, Recipe와 소재 조성 자체가 공정 최적화의 일부로 결합되며 쉽게 Second Source로 전환할 수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소재에서도 중요한 것은 동일하다.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인가, 아니면 고객의 Closed Loop 일부를 지배하는 회사인가.


5. AI는 장비산업의 해자를 없애기보다 ‘해자의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강한 반론이 하나 존재한다.

반도체 공정의 난도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장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반론이 상당히 타당하다고 본다.

High-NA EUV, Gate-All-Around, HBM, Advanced Packaging처럼 제조 난도가 올라갈수록 개별 장비의 기술적 복잡성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런 영역에서는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제조사가 장비회사의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AI가 지식을 Commodity화한다고 해서 물리학까지 Commodity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발전 → 장비사 해자 약화라는 단순한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양극화이다.

이미 독점적인 Sensor, Metrology, Control Point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AI를 이용해 기존 경쟁우위를 더 빠르게 강화한다.

반대로 공정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Hardware 자체의 기술적 진입장벽도 높지 않으며, 서비스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사람의 경험에 의존했던 기업은 고객사의 AI 역량이 높아질수록 정보 비대칭이 사라진다.

AI는 모든 소부장 기업의 해자를 낮추는 기술이 아니다.

강한 해자는 증폭시키고, 약한 해자는 더 빠르게 드러내는 기술에 가깝다.

그래서 앞으로 반도체 소부장 기업 사이의 Valuation Multiple 역시 단순히 시장점유율과 성장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10%의 성장을 하더라도 하나는 고객 Capex가 증가했기 때문에 발생한 성장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Closed Loop가 강화되면서 고객의 Switching Cost와 자신의 데이터 자산이 동시에 증가하는 성장일 수 있다.

두 성장의 질은 전혀 다르다.


6.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기업을 볼 것 같다


앞으로 반도체 소부장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지표가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Capex 증가율은 아닐 것 같다.

그보다 다음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첫째, 이 기업은 자신만 볼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고객에게 받은 데이터가 아니라 제품 자체에서 독점적으로 생성되는 Sensor, Metrology, Failure Data가 존재하는지를 본다.

둘째, 그 데이터는 결과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데이터가 많아도 Yield와 Productivity를 결정하는 핵심 원인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가치가 제한적이다.

셋째, 관측만 하는가 아니면 행동까지 할 수 있는가.

AI가 분석한 결과를 실제 장비와 공정 제어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넷째, 결과를 다시 검증할 수 있는가.

자신이 수행한 행동이 실제 Yield, Throughput, Reliability를 얼마나 개선했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Installed Base가 증가할수록 경쟁우위도 함께 증가하는가.

한 고객과 한 장비에서 학습한 데이터를 다른 장비와 다른 고객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데이터는 누적적인 자산이 된다.

마지막 질문은 가장 단순하다.

AI가 지금보다 열 배 더 좋아졌을 때 이 회사는 고객에게 더 중요해질 것인가, 덜 중요해질 것인가.

나는 이것이 앞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해자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7.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의 귀속성’이다


AI 시대의 희소자원은 점차 지능 그 자체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델의 성능은 계속 개선될 것이고 추론비용도 장기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축적해왔던 수많은 지식과 경험 역시 점차 검색되고 복제되고 이전 가능한 형태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지능을 현실세계의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를 다시 관측하고 학습할 수 있는가.

반도체 제조업은 이 질문을 생각하기에 매우 좋은 산업이다.

TSMC와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는 Fab 전체를 관통하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ASML은 Lithography라는 특정 영역에서 매우 깊은 Sensor와 Control Data를 가지고 있다.

KLA는 공정의 결과를 판단하는 Measurement와 Verification 지점을 장악하고 있다.

Lam과 Applied Materials는 Wafer가 실제로 변화하는 Process Chamber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어떤 장비와 소재기업은 고객의 Closed Loop 바깥에 위치한다.

AI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산업에 속했느냐가 아니라 이 Loop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도체 업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모든 소부장 기업을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Capex가 대부분의 기업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고객이 성장해서 함께 성장한 기업과, 시간이 흐를수록 고객에게 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기업 사이의 차이이다.

장기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분기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을 볼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던질 질문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AI가 계속 발전할수록 이 산업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그리고 그 답이 지속적으로 같은 기업을 가리킨다면,

아마 그곳에 우리가 찾는 장기적인 경쟁우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자료



#글을 마치며


남의 장비와 기술을 뒤로 몰래 가져다 쓰는 것도 모자라 경쟁사 엔지니어까지 몰래 데려와 필요한 기술만 빼낸 뒤 내치는 행태. 정작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대외적으로 깎아내리면서, 실체조차 불분명한 자신들의 기술력은 한껏 부풀려 치켜세운다.

이런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이제는 그만했으면 한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데.

아… 또 냉소적인.. 나쁜 버릇.. 

=끝

2026년 8월 10일 월요일

생각정리 337 (* MLCC)

그간 여기저기 흩뿌려놨던 MLCC 관련 자료를 긁어모아 하나로 엮어서 정리해본다.

생각정리 335 (* Stateful AI Factory, Memory, MLCC) 
생각정리 331 (* CY 2Q26 Review.  Memory, Passive Components)
MLCC (Feat, 삼성전기, 무라타)

생각정리 268 (* AI Components Up-cycle -1)
생각정리 269 (* AI Components Up-cycle -2)
생각정리 270 (* AI Components Up-cycle -3)
생각정리 271 (* AI Components Up-cycle -4)
생각정리 280 (* AI Components Up-cycle -5)

AI Agent 시대, 왜 고용량·저임피던스 MLCC가 중요해지는가


기준일: 2026년 8월 11일


들어가며: AI가 발전할수록 왜 작은 세라믹 부품이 중요해지는가


AI와 MLCC는 처음 보면 서로 관계가 없는 산업처럼 보인다. AI는 GPU, HBM, 데이터센터처럼 거대한 컴퓨팅 시스템의 이야기이고, MLCC는 회로기판 위에 붙어 있는 손톱보다 훨씬 작은 수동부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전력 공급이라는 명확한 연결고리가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GPU와 AI ASIC은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한다. 연산량이 늘어나면 소비전력이 커지고, 특히 최근 AI 가속기는 매우 낮은 전압에서 큰 전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여기서 AI 가속기, Accelerator란 AI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반도체를 통칭한다. NVIDIA와 AMD의 GPU뿐 아니라 Google TPU, AWS Trainium, Microsoft Maia처럼 특정 AI 연산에 맞춰 설계된 ASIC도 포함된다.

더 중요한 것은 GPU가 전기를 일정한 속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순간에는 많은 연산회로가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전류 요구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다른 순간에는 다시 감소한다. 즉 AI 반도체는 단순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장치가 아니라 매우 큰 전류를 아주 빠르게 변화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AI Agent 시대에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기존 AI가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한 번 답하는 비교적 짧은 작업이었다면, Agent는 하나의 목적을 처리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추론하고, 외부 도구를 사용하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다시 연산한다.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재검색과 검증도 반복한다.

이전글에서 정리했듯 AI의 발전은 Stateless AI에서 Stateful AI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질문 한 번에 답변 한 번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간에서 수일 동안 Context와 State를 유지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과정에서는 GPU만 계속 작동하지 않는다.

GPU 추론 → CPU 작업조정 → Tool·API 호출 → Memory·Storage 검색 → Network 통신 → GPU 재연산 → 결과 검증

순으로 CPU, GPU, Memory, Network, Storage가 서로 다른 시점에 활성화된다. 이에 따라 Agent 확산은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전력 사용의 시간적인 패턴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즉, Agent 확산을 단순 전력 소비 증가가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전력부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문제로 연결하고 있다.

결국 AI 데이터센터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GPU가 원하는 바로 그 순간에 필요한 만큼의 전류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 아주 짧은 시간의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가 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즉 적층세라믹콘덴서이다.




먼저 수요 추정의 핵심부터 보면


이번 분석에서는 NVIDIA, AMD, Google·AWS·Microsoft·Meta 등의 AI ASIC 출하량과 평균 소비전력을 연결해 2025~2030년 AI 가속기 관련 MLCC 수요를 추정했다.

다만 아래 수치는 데이터센터 전체의 모든 MLCC가 아니라 AI 가속기와 이를 구동하는 Compute Board·HBM·CPU·Network·Power Delivery를 중심으로 한 Core TAM이다. 별도의 Storage Rack, CPU 전용 Rack, 광통신장비와 외부 전력변환장치까지 포함하면 실제 AI 데이터센터 전체 수요는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서 Power-scaling 수요는 GPU와 ASIC 전력이 늘어난 만큼 MLCC 개수가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고 본 값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00µF급 고용량 MLCC 한 개가 여러 개의 소용량 MLCC를 대체하고, Low-ESL 제품과 Silicon Capacitor가 일부 기능을 통합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 Silicon Capacitor

따라서 2030년의 3,320억 개는 물리적 전력 증가를 그대로 반영한 상단값에 가깝다. 기술통합을 반영한 투자 Base Case는 2,700~3,000억 개, 금액으로는 20억~22억 달러 정도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본 추정에는 정확한 추정을 위해 TrendForce 전망수치는 사용하지 않았다. (*바보니까)




1. GPU의 전력 문제를 First Principle에서 생각해보자


전압, 전류, 전력은 무엇인가


전기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전압, 전류, 전력의 관계부터 볼 필요가 있다.

전압, Voltage는 전기를 밀어내는 힘이다. 물에 비유하면 수압에 가깝다.

전류, Current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전기가 흐르는지를 나타낸다. 수도관을 통해 단위시간당 지나가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단위는 Ampere, 즉 A이다.

전력, Power는 전자부품이 실제로 소비하는 에너지의 속도이다. 단위는 Watt, 즉 W이다.

세 변수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P = V × I

전력 P는 전압 V와 전류 I를 곱한 값이다.


예를 들어 GPU가 0.8V의 전압에서 1,000W를 소비한다고 가정해보자.

I = 1,000W ÷ 0.8V = 1,250A

GPU에는 1,250A라는 매우 큰 전류가 필요하다.

AI 반도체의 전원설계가 어려운 이유는 여기서 시작된다. 반도체의 동작전압은 낮아지는 반면 한 개의 Chip이 소비하는 전력은 계속 증가한다. 따라서 전력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전류가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

전압 하락 + 소비전력 증가 → 전류 급증

삼성전기는 AI 서버의 GPU와 CPU가 약 0.8V의 낮은 전압에서 수천 A의 전류를 사용할 수 있으며, AI 서버가 범용 서버보다 훨씬 많은 MLCC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삼성전기 AI Industry 대응전략)

즉 고성능 AI Processor는 본질적으로 저전압·대전류 장치이다.

여기서 Processor는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를 통칭한다. GPU, CPU, AI ASIC 등이 모두 포함된다.


GPU는 전류를 일정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GPU가 항상 1,250A를 일정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연산회로가 활성화되는가에 따라 전류가 짧은 시간 안에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GPU가 500A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복잡한 연산을 시작하면서 800A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300A의 전류 변화가 발생한다.

이처럼 전류 요구량이 계단처럼 갑자기 바뀌는 현상을 Current Step 또는 Step Load라고 한다.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나는 변화라는 의미에서 Current Transient, 과도전류라고도 부른다.

AMD의 공식 전원설계 문서도 Processor가 Switching Event, 즉 내부 연산회로가 켜지고 꺼지는 순간에 Dynamic Current를 요구하며, Core Rail의 Current Step이 커질수록 더 많은 Decoupling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AMD Current Step Load Assumptions)

여기서 Rail은 특정 전압을 사용하는 전원선이다. GPU 내부에서도 Core, Memory, I/O 등 기능별로 서로 다른 전압 Rail을 사용한다.

문제는 GPU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가 이러한 전류 변화에 즉시 반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VRM은 큰 물펌프, MLCC는 GPU 옆의 작은 물탱크이다


GPU에 필요한 낮은 전압을 만들어주는 장치를 VRM, Voltage Regulator Module이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전압조정모듈이다.

VRM은 서버에서 공급되는 비교적 높은 전압을 GPU가 사용하는 낮은 전압으로 바꾸고, GPU가 요구하는 전류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물에 비유하면 GPU에 물을 보내는 큰 펌프와 비슷하다.

그러나 GPU가 갑자기 수백 A의 전류를 더 요구한다고 해서 VRM이 같은 순간에 바로 출력을 높일 수는 없다. 전압변화를 감지하고 제어회로가 반응해 출력을 조절하기까지 매우 짧지만 분명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 GPU 전압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GPU 바로 가까이에 Capacitor, 커패시터를 배치한다.

커패시터는 전하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매우 빠르게 내보내는 부품이다. 배터리가 많은 에너지를 오랜 시간 공급하는 저장장치라면, GPU 주변의 커패시터는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극히 짧은 시간에 빠르게 충전하고 방전하는 작은 저장탱크에 가깝다.

첨부 원문에서도 Capacitor의 기본 역할을 전기를 저장했다가 IC가 필요로 할 때 빠르게 방출해 전원을 안정시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 과정은 다음과 같다.

GPU의 전류 요구 급증

→ VRM은 아직 완전히 반응하지 못함

→ GPU 바로 옆 MLCC가 저장해둔 전류를 먼저 공급

→ 이후 VRM이 필요한 출력을 지속적으로 공급

이렇게 Processor 주변에서 순간적인 전원변동을 흡수하는 역할을 Decoupling이라고 한다. 여기에 사용하는 커패시터를 Decoupling Capacitor라고 부른다.

따라서 MLCC는 단순히 전기를 저장하는 부품이 아니다.

VRM이 반응하지 못하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 GPU가 필요한 전류를 먼저 공급해주는 Local Energy Buffer, 즉 GPU 바로 옆의 초고속 전기 저장탱크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쉽다.




2. 정전용량이 크기만 하면 충분한가


정전용량은 전기를 얼마나 저장할 수 있는지를 뜻한다


커패시터가 얼마나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는지를 Capacitance, 정전용량이라고 한다. 단위는 Farad이며, MLCC에서는 보통 µF, 즉 마이크로패럿을 사용한다.

정전용량이 클수록 같은 전압에서 더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다.

Q = C × V

여기서 Q는 저장된 전하량, C는 정전용량, V는 커패시터 양단의 전압이다.

GPU가 갑자기 추가 전류를 요구했을 때 필요한 최소 정전용량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Cmin = (ΔI × Δt) ÷ ΔV

각 기호의 의미는 어렵지 않다.

  • ΔI는 추가로 필요한 전류이다.

  • Δt는 커패시터가 대신 전류를 공급해야 하는 시간이다.

  • ΔV는 허용할 수 있는 전압하락 폭이다.

예를 들어 GPU가 추가로 500A를 100ns 동안 요구하고, 허용할 수 있는 전압하락이 16mV라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100ns는 1억분의 10초이고, 16mV는 0.016V이다.

Cmin = (500A × 100ns) ÷ 0.016V = 0.003125F

0.003125F는 3.125mF, 또는 3,125µF이다.

100µF MLCC의 명목용량만 단순 비교하면 약 31개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것은 물리적 최소치를 단순화한 계산일 뿐이다.

실제 AI 서버에는 GPU Core뿐 아니라 HBM, CPU, NIC, DPU, NVLink Switch 등 서로 다른 전원 Rail이 다수 존재한다. 온도와 생산편차, 노화, DC Bias에 따른 용량 감소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모든 주파수의 전류변화를 100µF MLCC 하나가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로 다른 용량과 특성을 가진 많은 커패시터가 시간대별·주파수별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그래서 하나의 대형 커패시터 대신 여러 종류의 MLCC와 Polymer Capacitor, Silicon Capacitor를 함께 사용한다.


명목용량과 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은 다르다


제품표면에 100µF라고 표시되어 있어도 GPU 회로에서 실제로 100µF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BaTiO₃, 즉 티탄산바륨을 사용하는 고용량 MLCC는 직류전압이 인가되면 정전용량이 감소할 수 있다. 이를 DC Bias 특성이라고 한다.

온도, 사용기간, 생산편차도 실제 용량에 영향을 준다.

실제 유효 정전용량은 개념적으로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Ceff = Cnominal × DC Bias 계수 × 온도계수 × 노화계수 × 공차계수

Cnominal은 제품에 표시된 명목용량이고, Ceff는 실제 사용조건에서 남아 있는 유효용량이다.

예를 들어 명목용량은 100µF이지만, 동작전압과 고온환경에서 실제로 50µF만 남는다면 GPU 전원설계에서 의미가 있는 값은 100µF가 아니라 50µF이다.

따라서 AI용 MLCC에서는 단순히 “몇 µF 제품인가”보다 실제 전압과 온도에서 얼마나 많은 용량을 유지하는가가 중요하다.


3. 인덕턴스는 전류의 관성이다


정전용량이 충분하더라도 저장된 전류를 GPU가 원하는 속도로 꺼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Inductance, 인덕턴스이다.

인덕턴스는 가장 쉽게 말하면 전류가 갑자기 변하려 할 때 그 변화를 방해하는 성질이다.

저항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이 긴 관을 따라 흐르고 있을 때 유량을 갑자기 두 배로 늘리려고 해도 즉시 바뀌지 않는다. 이미 흐르고 있는 물이 기존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전류도 비슷하다. 배선에 인덕턴스가 존재하면 전류는 기존 흐름을 유지하려 하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저항한다.

인덕턴스로 발생하는 전압은 다음 관계를 가진다.

VL = L × (ΔI ÷ Δt)

L은 인덕턴스이고, ΔI ÷ Δt는 전류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를 뜻한다. 흔히 dI/dt라고 표현한다.

같은 300A의 변화라도 1초 동안 변하는 것과 1나노초 동안 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변화시간이 짧을수록 dI/dt가 커지고, 인덕턴스로 인한 전압변동도 커진다.

예를 들어 전류가 흐르는 전체 경로의 인덕턴스가 100pH이고 전류 변화속도가 1A/ns라고 가정해보자.

VL = 100pH × 1A/ns = 0.1V

0.8V로 작동하는 GPU에서 0.1V의 순간변동은 매우 큰 값이다.

따라서 AI GPU에서는 아주 작은 인덕턴스도 무시할 수 없다.




Loop는 전류가 나갔다 돌아오는 전체 경로이다


전류는 MLCC에서 GPU로 이동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다시 MLCC 쪽으로 돌아온다.

전류의 경로는 대략 다음과 같다.

MLCC의 +단자

→ Power Trace와 Via

→ GPU

→ Ground Plane과 Via

→ MLCC의 -단자

이렇게 전류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닫힌 경로를 Current Loop라고 한다.

여기서 PCB는 Printed Circuit Board, 즉 인쇄회로기판이다. PCB 위에서 전기가 수평으로 이동하는 금속배선을 Trace라고 하고, PCB의 서로 다른 층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금속통로를 Via라고 한다.

Ground는 전류가 다시 돌아오는 기준 경로이다. 일상적으로는 접지라고 번역되지만, 이 문맥에서는 전류의 귀환도로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쉽다.

MLCC와 GPU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전류가 나가는 경로와 돌아오는 경로가 넓게 벌어져 있으면 Loop의 면적이 커진다. 그러면 Loop Inductance, 즉 전체 왕복경로가 가진 인덕턴스도 증가한다.

Distance 감소 → Loop Area 감소 → Loop Inductance 감소

따라서 MLCC를 GPU 가까이에 배치하는 진짜 목적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전류가 이동하고 돌아오는 전체 Loop를 작게 만들어 기생 인덕턴스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메리츠증권

이 때문에 AI Processor용 커패시터는 PCB 표면에서 GPU 바로 아래로, 더 나아가 Package나 기판 내부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




4. 낮은 임피던스란 무엇인가


GPU 전원설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Impedance, 임피던스이다.

임피던스는 변화하는 전류가 흐르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낸다.

직류가 일정하게 흐르는 단순한 회로에서는 Resistance, 즉 저항이 중요하다. 그러나 GPU처럼 전류가 아주 빠르게 변하는 회로에서는 저항만으로 전기의 흐름을 설명할 수 없다.

실제 커패시터에는 다음 세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

Capacitance, C는 전기를 저장하는 능력이다.

ESR, Equivalent Series Resistance는 실제 MLCC 내부와 연결부가 가진 작은 저항이다.

ESL, Equivalent Series Inductance는 MLCC 내부전극, 외부단자, 납땜부와 Via 등이 가진 작은 인덕턴스이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 특정 주파수에서 전류가 얼마나 쉽게 흐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 임피던스이다.

GPU 전압변동도 개념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 전압변동 ≈ 인덕턴스 손실 + ESR 손실 + 정전용량 부족

조금 더 구체적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ΔVtotal ≈ Lloop × (ΔI ÷ Δt) + ESR × ΔI + (ΔI × Δt) ÷ Ceff

첫 번째 항은 전류가 너무 빠르게 변할 때 인덕턴스 때문에 발생하는 전압변동이다.

두 번째 항은 큰 전류가 실제 저항을 지나면서 생기는 즉각적인 전압손실이다.

세 번째 항은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하가 소모되면서 발생하는 전압하락이다.

따라서 GPU용 MLCC는 세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정전용량은 커야 하고, ESR은 낮아야 하며, ESL도 낮아야 한다.

이것이 AI 서버용 MLCC에서 High Capacitance와 Low Impedance가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이다.




주파수에 따라 중요한 특성이 달라진다


여기서 Frequency, 주파수는 전류와 전압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거나 반복되는지를 뜻한다.

전류변화가 느린 영역에서는 정전용량 C가 임피던스를 결정한다. 충분한 전하를 저장하고 있어야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전류를 공급할 수 있다.

중간 주파수에서는 ESR이 중요해진다. 큰 전류가 저항을 통과하면서 생기는 손실을 줄여야 한다.

매우 빠른 고주파 영역에서는 ESL이 성능을 좌우한다. 인덕턴스가 크면 MLCC가 전하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원하는 순간에 빠르게 꺼내주지 못한다.

MLCC가 커패시터로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다가, 어느 주파수 이상에서 인덕터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 지점을 Self-Resonant Frequency, 자기공진주파수라고 한다.

fSRF = 1 ÷ [2π × √(ESL × C)]

C만 크게 만들고 ESL을 줄이지 못하면 자기공진주파수가 낮아질 수 있다. 낮은 주파수에서는 유리하지만 높은 주파수에서는 커패시터 역할을 더 빨리 잃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AI 전원망에는 고용량 MLCC 하나만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용량과 공진주파수를 가진 커패시터를 조합한다.


Target Impedance는 허용 가능한 최대 임피던스이다


GPU 전력설계에서는 Target Impedance, 목표 임피던스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GPU가 순간적으로 전류를 크게 바꾸더라도 허용된 범위 안에서 전압을 유지하기 위해, 전원공급망의 임피던스가 얼마 이하로 낮아야 하는지를 뜻한다.

Ztarget = 허용 가능한 전압변동 ÷ 순간 전류변화

예를 들어 0.8V 전원에서 허용 가능한 전압변동이 16mV이고, GPU의 순간적인 전류증가가 500A라면 목표 임피던스는 다음과 같다.

Ztarget = 0.016V ÷ 500A = 32µΩ

Current Step이 1,000A로 두 배가 되면 목표 임피던스는 16µΩ으로 절반이 된다.

즉 GPU의 순간 전류요구가 커질수록 전원공급망은 더 낮은 임피던스를 가져야 한다.

AMD 역시 허용 가능한 Voltage Ripple과 Step Load를 기준으로 Target Impedance를 계산하고, MLCC가 작동하는 주파수 범위에서 PDN의 임피던스를 목표값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AMD Target Impedance)

여기서 PDN, Power Delivery Network는 VRM에서 PCB, Package, Processor와 Ground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전체 전력전달망이다.

MLCC 하나만 좋아서는 충분하지 않다. MLCC의 외부전극, 납땜부, Via, PCB 전원층과 배치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 경로의 임피던스가 낮아야 한다.


5. Agent 시대는 왜 이러한 특성을 더 요구하는가


AI 수요의 단위가 Query에서 Job으로 바뀐다


기존 AI 서비스에서는 사용자 한 명이 질문을 입력하면 모델이 답을 생성하고 작업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Agent는 다르다.

하나의 사용자 의도를 처리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연산을 반복한다.

Plan

→ Reasoning

→ Tool Call

→ Observation

→ Verification

→ Retry

→ State Update

여기서 State는 Agent가 업무를 수행하며 유지하는 현재 상태와 과거 정보를 의미한다. 무엇을 이미 수행했는지, 어떤 결과가 실패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Context는 모델이 현재 판단에 사용하는 문맥정보이다.

KV Cache는 AI가 이미 읽고 계산한 문맥을 다시 처음부터 계산하지 않도록 GPU Memory에 저장해두는 중간 계산결과이다.

기존의 Stateless AI가 짧은 질문과 답변을 처리했다면, Stateful Agent는 수시간 또는 수일 동안 작업상태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GPU HBM에는 Model Weight뿐 아니라 Active Context와 KV Cache가 함께 저장되고, Host DRAM과 SSD에는 더 장기적인 작업상태와 검색결과가 축적된다.

결국 AI 수요의 단위가 Query, 즉 질문 한 번에서 Job, 즉 업무 한 건으로 바뀐다.

전체 Agent Compute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Agent Compute ≈ 사용자 수 × 사용자당 업무 수 × 업무당 Step 수 × 동시 실행 Agent 수

Agent의 효율이 개선돼 한 Step당 비용이 낮아지더라도, 사용자 수와 업무 수, 동시 Agent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 전체 Compute 수요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Agent가 늘어나면 MLCC 수요가 증가하는 두 가지 경로


Agent 확산이 MLCC 수요로 연결되는 경로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Volume Effect, 즉 AI 서버와 AI Rack의 설치량 증가이다.

더 많은 비개발자가 Agent를 사용하고, 하나의 사용자가 여러 Agent를 동시에 실행하며, 한 업무가 수십~수백 번의 추론과 검증을 발생시키면 더 많은 GPU와 ASIC이 필요해진다.

More Agents → More Workload → More Accelerators → More AI Racks

두 번째는 Content Effect, 즉 가속기 한 개와 Rack 한 대에 들어가는 MLCC의 성능과 금액이 증가하는 효과이다.

더 많은 Agent를 처리하기 위해 GPU와 ASIC의 연산성능, HBM 용량, Network 대역폭이 커지면 소비전력과 전류도 증가한다. Current Step이 커지면 Target Impedance가 낮아지고, 더 높은 유효 정전용량과 더 낮은 ESL이 필요해진다.

Higher Processor Power + Lower Core Voltage

→ Higher Current and Current Step

→ Lower Target Impedance

→ Higher Effective Capacitance + Lower ESL + Closer Placement

따라서 Agent 사용량이 늘어난다고 GPU 한 개에 들어가는 MLCC 수가 직접 비례해 증가한다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보다 강한 수요경로는 가속기 설치량 증가와 가속기당 MLCC Value Content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변동과 GPU 주변 전류변동은 다르다


Agentic Inference에서는 GPU가 추론한 뒤 CPU가 작업을 조정하고, Network와 Storage가 데이터를 가져온 다음 GPU가 다시 연산한다.

이 과정에서 GPU, CPU, Memory, Network, Storage가 항상 동시에 최대출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점에 활성화되면서 동적인 전력패턴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 전체에서 나타나는 전력변동과 GPU Chip 주변에서 나타나는 전류변동은 서로 다른 시간축의 문제이다.

GPU 내부의 수 나노초에서 마이크로초 단위 변화는 Processor에 매우 가까운 On-die Capacitor, Silicon Capacitor와 MLCC가 처리한다.

메리츠증권 Silicon Capacitor 

수십 마이크로초에서 밀리초 수준의 변화는 MLCC, Polymer Capacitor와 VRM이 함께 처리한다.

Rack 전체에서 수십 밀리초에서 수초 동안 발생하는 Power Swing은 대용량 Capacitor, UPS와 BESS가 대응한다.

여기서 UPS는 정전이나 전압변동이 발생했을 때 전력을 유지하는 무정전전원장치이고, BESS는 배터리 기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이다.

NVIDIA가 Vera Rubin Rack에 대규모 Energy Buffer와 Power Smoothing을 적용하는 것은 Rack 차원의 전력변동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GPU 주변의 MLCC와는 다른 부품이지만, AI Workload의 빠른 전력변동 자체가 시스템 설계문제로 커지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NVIDIA Vera Rubin Platform)


6. MLCC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MLCC는 기본적으로 세라믹 유전체와 금속전극을 수백 층 쌓아 만든 부품이다.

일반적인 커패시터는 두 개의 전극판 사이에 절연체가 들어간 구조이다. 이 절연체를 Dielectric, 유전체라고 한다.

유전체는 전류를 그대로 통과시키지는 않지만, 내부의 전하분포가 외부 전기장에 반응해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한다.

MLCC에는 주로 BaTiO₃, 티탄산바륨이라는 세라믹이 사용된다. BaTiO₃는 외부 전기장에 잘 반응하는 높은 유전율을 가지고 있어 작은 공간에 많은 전하를 저장하는 데 유리하다.

내부에는 얇은 Ni, 즉 니켈 전극이 반복적으로 들어간다. 유전체층과 내부전극층을 수백 번 쌓은 뒤 양쪽 외부전극에 번갈아 연결하면 작은 커패시터들이 병렬로 연결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첨부 원문에서도 MLCC를 BaTiO₃ 기반 유전체층, Ni 내부전극과 외부전극으로 구성된 다층부품으로 설명하고 있다.

MLCC의 정전용량은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C ≈ ε₀ × εᵣ × (A ÷ d) × N

ε₀는 진공에서의 기본 유전율이고, εᵣ은 사용한 소재가 전하를 저장하는 능력인 비유전율이다.

A는 내부전극이 서로 겹치는 면적이다.

d는 유전체층의 두께이다.

N은 유효 적층수이다.

같은 크기의 MLCC에서 용량을 키우려면 더 높은 유전율의 소재를 사용하거나, 전극의 겹치는 면적을 넓히거나, 유전체층을 얇게 만들거나, 적층수를 늘려야 한다.

문제는 이 네 방법이 모두 신뢰성과 수율에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7. 고용량과 Low ESL을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운 이유


유전체를 얇게 만들수록 작은 결함이 치명적이 된다


유전체층을 얇게 만들면 같은 크기에서 더 큰 정전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전압이 더 얇은 층에 걸리면 유전체가 받는 전기장은 커진다.

전기장 E = 전압 V ÷ 유전체 두께 d

유전체 두께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같은 전압에서 전기장은 두 배가 된다.

따라서 작은 Pinhole이나 두께편차가 절연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Pinhole은 세라믹층에 생긴 미세한 구멍이다. 절연파괴는 전류를 차단해야 하는 유전체가 더 이상 절연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유전체층이 1µm 이하로 얇아지면 세라믹 입자 하나의 크기나 작은 응집도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나노 크기의 BaTiO₃ 분말을 균일하게 만들고, 서로 뭉치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소재기술이 중요하다.


Slurry와 Green Sheet가 품질을 결정한다


MLCC 생산은 BaTiO₃ 분말을 용매, Binder 등과 섞어 Slurry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Slurry는 세라믹 분말이 균일하게 섞인 걸쭉한 액체이다.

이 Slurry를 매우 얇고 균일하게 펴서 아직 구워지지 않은 세라믹막을 만든다. 이를 Green Sheet라고 한다.

Green Sheet 위에 Ni 전극을 인쇄하고, 수백 장을 정확하게 정렬해 쌓는다. 이후 압력을 가해 하나의 구조로 만든 뒤 작은 Chip 크기로 자른다.

세라믹 입자가 한곳에 뭉치면 그 부분의 두께와 전기적 특성이 달라진다. 내부전극이 끊기거나 표면이 거칠면 유효전극 면적이 줄고, 국부적으로 전기장이 집중될 수 있다.

따라서 고용량 MLCC의 기술력은 최종 완제품보다 먼저 나노입자와 초박막 Sheet를 얼마나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서 시작된다.

Murata 역시 MLCC의 핵심 초기공정을 Slurry 분산, Green Sheet 성형, 내부전극 인쇄, 적층과 Press로 설명한다. (Murata Green Sheet Process)


수백 층을 정확하게 쌓는 것은 단순 반복작업이 아니다


Green Sheet와 내부전극을 수백 층 쌓을 때 각 층의 위치가 조금씩 어긋나면 내부전극의 유효면적이 줄어들거나 외부전극과 잘못 연결될 수 있다.

적층수가 늘어날수록 작은 두께편차와 정렬오차가 반복적으로 누적된다.

따라서 600층 제품은 300층 제품보다 단순히 두 배 많은 층을 쌓는 제품이 아니다. 더 정밀한 분말분산, Sheet 두께관리, 전극인쇄, 정렬과 검사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수율, Yield은 생산한 제품 가운데 규격을 충족해 판매할 수 있는 정상제품의 비율이다.

고용량 제품은 적층수가 많고 공정허용범위가 좁기 때문에 일반제품보다 수율이 낮거나 검사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한 개를 생산하더라도 일반 MLCC보다 더 많은 생산설비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Ni 전극과 BaTiO₃를 함께 굽는 것이 어렵다


적층과 절단이 끝난 MLCC는 고온에서 구워 단단한 구조로 만든다. 이 공정을 소성, Sintering이라고 한다.

MLCC에서는 BaTiO₃ 유전체와 Ni 내부전극을 함께 구워야 한다. 이를 Co-firing, 동시소성이라고 한다.

문제는 Ni가 산소가 많은 고온환경에서 쉽게 산화된다는 점이다. 니켈이 산화되면 전극의 전기전도성이 나빠진다.

그래서 Ni를 보호하기 위해 산소가 적은 환원분위기에서 소성해야 한다.

그러나 BaTiO₃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산소원자가 빠져나가고 Oxygen Vacancy, 산소공공이라는 결함이 생길 수 있다.

산소공공이 많아지면 유전체 내부에서 전하가 이동하기 쉬워지고, 누설전류와 장기 신뢰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Ni 산화 방지

→ 저산소 환원분위기 사용

→ BaTiO₃ 내 산소공공 증가 가능성

→ 누설전류·절연저항 악화 위험

이를 해결하려면 소성 후 산소를 다시 공급하는 Re-oxidation, 재산화 공정이 필요하다. 희토류와 다른 첨가제를 이용해 산소공공의 이동을 억제하고 Grain Boundary를 제어하는 소재기술도 중요하다.

Grain은 세라믹을 구성하는 작은 결정입자이고, Grain Boundary는 결정입자 사이의 경계이다. 산소공공과 전하가 이 경계를 따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결정립의 크기와 경계구조가 MLCC의 수명과 신뢰성에 큰 영향을 준다.


유전체와 전극의 수축률도 맞아야 한다


고온소성 과정에서 BaTiO₃와 Ni는 모두 수축한다.

그러나 두 소재가 수축하기 시작하는 온도와 수축률이 다르면 내부에 응력이 생긴다. 유전체와 전극이 서로 다른 속도로 줄어들면 층간박리, 내부 Void, 전극단선, Chip 휨이 발생할 수 있다.

Void는 내부의 빈 공간이고, Delamination은 적층된 층과 층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적층수가 많아질수록 작은 수축률 차이가 수백 번 반복된다. 따라서 초고용량 MLCC의 진입장벽은 단순 적층장비가 아니라 소재조성, 소성온도, 시간, 산소분압과 수축률을 함께 제어하는 공정 Recipe에 있다.


8. Low ESL은 MLCC 내부의 전류길을 짧게 만드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MLCC는 Chip 양쪽 끝에 외부전극이 있다. 전류가 한쪽 끝에서 들어와 내부전극을 지나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Low ESL MLCC는 전류가 이동하는 내부경로를 더 짧고 넓게 만들도록 구조를 바꾼다.

대표적인 방식이 Reverse Geometry이다.

일반 MLCC보다 외부전극이 마주보는 거리를 짧게 만들어 전류경로와 인덕턴스를 줄이는 구조이다.

또 다른 방식은 3-Terminal MLCC이다. 세 개 이상의 단자를 이용해 전류가 더 짧고 넓은 경로로 흐르게 한다. 여러 전류경로가 병렬로 형성되면서 ESL과 고주파 임피던스를 낮출 수 있다.

삼성전기는 Low-ESL MLCC가 빠른 에너지 전달과 PCB 공간절감을 가능하게 하며, 여러 일반 MLCC를 더 적은 수의 고성능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기 Low-ESL MLCC)

이 점은 수요를 추정할 때 매우 중요하다.

GPU 전력이 두 배가 된다고 MLCC 개수가 반드시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량·Low-ESL MLCC 하나가 여러 범용제품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MLCC 시장에서는 단순 MLCC 개수보다 다음 지표가 더 중요해진다.

Rack당 유효 정전용량

Rack당 MLCC 총금액

47µF·100µF 이상 고용량 제품 비중

Low-ESL 제품 비중

Landside·Embedded 제품 비중




9. MLCC는 PCB 표면에서 Processor 바로 아래로 이동한다


GPU 주변의 PCB 표면에는 HBM, 전원모듈, 네트워크 칩과 많은 수동부품이 이미 배치되어 있다. MLCC를 더 가까이 놓고 싶어도 표면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래서 MLCC의 위치가 점점 Processor에 가까워지고 있다.

초기에는 GPU 주변 PCB 표면에 MLCC를 배치했다.

그다음에는 GPU Package 바로 아래의 PCB 뒷면에 배치하는 Landside MLCC가 늘어났다.

더 나아가 MLCC를 PCB나 Package 내부에 넣는 Embedded MLCC가 등장했다.

메리츠증권 Silicon Capacitor 


Embedded는 부품을 기판 내부에 매립한다는 뜻이다. MLCC를 GPU 바로 아래에 넣으면 전류가 긴 수평경로를 지나지 않고 짧은 수직경로로 이동할 수 있다.

Placement Distance 감소 → Loop Inductance 감소 → Fast Current Response 개선

TAIYO YUDEN은 AI 서버용 1005 size 22µF Embedded MLCC를 양산하고 있다. 여기서 1005 size는 실제 크기가 약 1.0mm × 0.5mm라는 의미이다. (TAIYO YUDEN Embedded MLCC)

Embedded MLCC는 일반 표면실장 제품보다 외부전극의 평탄도와 치수정밀도가 중요하다. 전극 표면이 평평하지 않으면 기판 내부배선과 안정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판 안에 들어간 뒤에는 불량품을 교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제품 자체의 신뢰성뿐 아니라 PCB를 열과 압력으로 접합하는 Lamination 공정을 견디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제품이 실제 AI Platform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객의 장기간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를 Qualification, 고객 품질인증이라고 한다.

결국 AI용 MLCC의 진입장벽은 시제품을 한 번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높은 수율로 대량생산하고, 고객의 장기 신뢰성 인증을 통과한 뒤, 같은 품질로 장기간 공급하는 능력에서 발생한다.

생각정리 121 (* ABF)
점차 ABF 산업과 비슷해지는 MLCC


10. NVIDIA Rack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


AI MLCC 수요를 실제 시스템에 연결하려면 NVIDIA Rack의 발전방향을 볼 필요가 있다.

Rack은 서버와 전원장치, 네트워크 장비를 층층이 설치하는 표준화된 캐비닛이다.

Compute Tray는 GPU와 CPU가 장착된 서랍형 연산모듈이다.

NVLink는 NVIDIA GPU끼리 매우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게 해주는 고속 연결기술이다.

NVLink Domain은 여러 GPU가 하나의 거대한 가속기처럼 직접 통신할 수 있는 연결범위를 뜻한다.

GB200 NVL72는 72개의 Blackwell GPU를 Rack 단위로 연결한 시스템이다. 18개의 Compute Tray와 9개의 NVLink Switch Tray로 구성된다. (NVIDIA GB200 NVL72)

이후 GB300 NVL72는 72-GPU Rack 구조를 유지하면서 GPU와 Memory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Vera Rubin NVL72는 72개의 Rubin GPU와 36개의 Vera CPU, 18개의 Compute Tray와 9개의 NVLink Switch Tray로 구성된다. NVIDIA는 하나의 Rubin Rack에 약 13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NVIDIA Vera Rubin Platform)

Rubin Ultra NVL576은 이름 때문에 하나의 Rack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72-GPU Rack 8개를 연결한 576-GPU NVLink Domain이다.

따라서 GB200 NVL72 한 대와 Rubin Ultra NVL576 전체를 단순 비교하면 MLCC 증가율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Rubin Ultra NVL576에는 기본적으로 8배 많은 GPU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향후 Kyber 계열에서는 하나의 물리적 Rack에 144개 GPU를 넣는 방향도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GPU 출하량이 늘어도 물리적 Rack 숫자는 GPU 수만큼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Rack 한 대가 소비하는 전력과 Rack당 MLCC Value Content가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가 된다.


Rack당 MLCC 공개 추정치


NVIDIA는 Rack별 MLCC BOM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여기서 BOM, Bill of Materials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의 종류와 수량을 정리한 부품명세서이다.

CICC가 인용한 공개추정에 따르면 GB200 NVL72 한 Rack에는 약 44.1만 개의 MLCC가 들어가며, MLCC 금액은 약 4,635달러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NVIDIA의 공식자료가 아니라 외부 증권사 추정치이다. (CICC 인용자료)

Morgan Stanley 추정을 인용한 보도에서는 Rubin NVL72에 57만 개 이상의 MLCC가 들어가며, Rack당 MLCC Value는 약 4,320달러로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된다. 47µF 이상 고용량 제품 비중도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Morgan Stanley 인용 보도)

외부기관마다 BOM에 포함하는 범위가 다를 수 있다.

어떤 추정은 Compute Tray만 포함할 수 있고, 다른 추정은 CPU, NVLink Switch, Power Shelf까지 포함할 수 있다. 계약가격과 유통가격 차이도 존재한다.

따라서 절대 수량은 단일값보다 범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동일한 72-GPU Rack 기준으로 보면 GB200에서 Rubin으로 이동하면서 MLCC 수량은 약 25~60%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금액은 수량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고용량, Low-ESL, Embedded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1. NVIDIA Rack 숫자만으로는 전체 수요를 계산하기 어렵다


2025년 이후에는 모든 NVIDIA GPU가 NVL72 형태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일부는 HGX Board, PCIe Card, 다른 서버형태로 공급된다. 또한 향후에는 한 Rack에 72개가 아니라 144개의 GPU가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물리적 Rack 수만으로 MLCC 수요를 추정하면 오차가 커진다.

이번 모델에서는 NVIDIA Rack의 공개 MLCC 수량을 기준점으로 사용하되, 최종 계산은 다음 방식으로 진행했다.

MLCC 수요 = AI 가속기 출하량 × 평균 가속기 전력 × 전력당 MLCC 수량


이 방식은 Rack 형태가 바뀌더라도 가속기 전력 증가와 전원부품 수요를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2. MLCC 수요 모델의 기준점


CICC 추정에서 GB200 NVL72 한 Rack의 MLCC 수량은 약 44.1만 개이고 Rack 전력은 약 120kW이다.

이를 이용하면 Rack 전력 1W당 MLCC 수량은 다음과 같다.

441,000개 ÷ 120,000W = 약 3.675개/W

다만 Rack 전력에는 GPU뿐 아니라 CPU, HBM, NVLink Switch, Cooling과 Power Conversion이 포함된다.

가속기 관련 전력이 Rack 전체의 약 75%를 차지한다고 모델상 가정하면, 가속기 전력 1W당 System-equivalent MLCC는 다음과 같다.

3.675 ÷ 0.75 = 약 4.9개/Accelerator W

여기서 4.9개/W는 GPU Package에 실제로 W당 4.9개의 MLCC가 붙는다는 뜻이 아니다.

GPU와 HBM 주변 MLCC뿐 아니라 CPU, Compute Board, Network, Power Conversion 등 해당 가속기를 구동하기 위해 시스템 전체에 필요한 MLCC를 가속기 전력에 배분한 값이다.

따라서 모델의 기본식은 다음과 같다.

AI MLCC 수요 = Accelerator Units × Average TDP × 4.9

여기서 TDP, Thermal Design Power는 해당 반도체가 설계상 처리해야 하는 전력수준이다. 실제 순간 소비전력과 항상 같지는 않지만, 세대별 전력밀도를 비교하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MLCC 시장금액은 수량에 평균판매가격을 곱해 계산했다.

MLCC Value = MLCC 수량 × Blended ASP

ASP, Average Selling Price는 평균판매가격이다.

Blended ASP는 소용량·고용량·Low-ESL·Embedded 등 여러 MLCC 제품의 평균가격이다.



13. NVIDIA, AMD와 ASIC 출하량 가정


NVIDIA와 ASIC 제조사들은 AI Accelerator의 정확한 연간 출하량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래 수치는 외부기관 추정과 공개된 Platform Roadmap을 이용한 Base Case이다.

2025년 NVIDIA AI GPU 출하량은 DIGITIMES Research의 약 640만 개 추정을 기준점으로 사용했다. 2028년 1,240만 개는 Fubon 추정 보도를 참고하고, 중간연도와 2029~2030년은 세대전환과 AI Capex 증가를 반영해 연결했다. (DIGITIMES Research)

AMD는 공개된 출하량 자료가 부족하다. 따라서 MI300·MI350에서 72-GPU Helios Rack으로 이동하는 Ramp를 자체 시나리오로 추정했다. AMD Helios는 72개의 MI455X GPU와 EPYC CPU, Pensando Networking을 통합한 Rack-scale Architecture이다. (AMD Helios)

ASIC은 Google TPU, AWS Trainium, Meta MTIA와 Microsoft Maia를 합산했다. 2025년 약 513만 개, 2026년 약 723만 개는 DIGITIMES Research 추정을 사용하고, 2028년 1,500만 개 이상은 Counterpoint 전망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Counterpoint AI Server ASIC 전망)


NVIDIA의 2025년 640만 개를 모두 72-GPU 시스템으로 환산하면 약 8.9만 개의 72-GPU System-equivalent가 된다.

그러나 이는 실제 물리적 NVL72 Rack 출하량이 아니다. 일부 GPU는 HGX와 PCIe 형태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2028년 이후에는 144-GPU Rack이 도입될 수 있어 물리적 Rack 수와 72-GPU Equivalent 사이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모델에서는 Rack-equivalent를 보조지표로만 사용하고, 핵심 수요계산은 가속기 출하량과 전력으로 수행했다.


14. NVIDIA MLCC 수요 추정


NVIDIA 가속기 출하량과 평균 TDP에 4.9개/W를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2025년 계산은 다음과 같다.

640만 개 × 850W × 4.9개/W = 약 266.6억 개


2027년에는 평균 TDP가 1.45kW까지 상승하고 Rubin 비중이 증가한다고 가정해 약 625억 개가 된다.

2030년에는 출하량 증가와 평균 TDP 상승이 동시에 작용해 Power-scaling 기준 약 1,414억 개로 증가한다.


15. AMD MLCC 수요 추정


AMD는 NVIDIA보다 출하량이 작지만, Helios를 통해 Rack-scale Architecture로 이동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Helios는 72개의 MI455X GPU, EPYC CPU와 Pensando Network를 하나의 Rack 구조로 통합한다. 따라서 AMD도 장기적으로는 NVIDIA와 비슷하게 고전력 GPU + HBM + Scale-up Network + 고밀도 PDN 구조로 이동한다.


AMD의 출하량 가정은 세 진영 가운데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 NVIDIA처럼 공개된 Rack 출하추정과 장기간의 설치기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AMD가 Helios 중심의 Rack-scale 사업을 확대할 경우, 단순 GPU 판매보다 CPU·Network·Power Delivery를 포함한 MLCC Content가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16. ASIC 진영의 MLCC 수요


ASIC은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의 약자이다. 특정 AI 연산에 맞춰 설계된 주문형 반도체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Google TPU, AWS Trainium, Meta MTIA와 Microsoft Maia가 있다.

과거에는 ASIC이 GPU보다 전력소비가 낮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AI ASIC은 HBM을 대량으로 탑재하고 수십~수백 개의 Chip을 하나의 Scale-up Domain으로 연결하면서 빠르게 고전력화되고 있다.

Google Ironwood는 다수 TPU를 하나의 Pod로 연결하는 구조를 사용한다. AWS Trainium 계열도 대규모 UltraServer 구조로 확장되고 있으며, Microsoft Maia도 HBM을 탑재한 고전력 추론가속기로 발전하고 있다.

즉 ASIC도 다음 방향으로 이동한다.

Chip당 전력 증가

→ HBM 용량과 대역폭 증가

→ Scale-up Chip 수 증가

→ Rack Power 증가

→ 더 높은 Decoupling 요구

이에 따라 ASIC과 NVIDIA GPU 사이의 MLCC Content 격차도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ASIC은 2025년에는 NVIDIA보다 저전력 추론가속기 비중이 높다고 가정해 평균 TDP와 ASP를 낮게 설정했다.

그러나 Google TPU, AWS Trainium과 Microsoft Maia가 HBM 기반 고전력 Architecture로 전환하면서 2027년 이후 평균 TDP와 고사양 MLCC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17. NVIDIA, AMD와 ASIC을 모두 합치면


세 진영을 합산한 Power-scaling 기준 MLCC 수요는 다음과 같다.


Power-scaling 기준 2025~2030년 수량 CAGR은 약 53%이다. 금액 CAGR은 약 59%이다.

금액이 수량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고용량, Low-ESL, Embedded와 고신뢰성 제품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NVIDIA가 전체 수요의 약 67%를 차지한다.

그러나 2030년에는 ASIC이 약 47%, NVIDIA가 약 43%, AMD가 약 11%를 차지하는 구조가 된다.


이는 MLCC 수요가 장기적으로 NVIDIA 단일 생태계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Google, AWS, Meta와 Microsoft가 자체 ASIC을 확대하더라도 모두 고전력 가속기, HBM, Network와 PDN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8. 외부 전망과의 교차검증


CICC는 AI 서버용 MLCC 수요를 2026년 약 726억 개, 2027년 약 1,367억 개로 추정한다.

이번 Bottom-up 모델은 2026년 719억 개, 2027년 1,308억 개이다.

차이는 다음과 같다.

  • 2026년: CICC 대비 약 -1%

  • 2027년: CICC 대비 약 -4%

즉 NVIDIA, AMD와 ASIC을 각각 출하량과 전력으로 계산한 결과가 전체 AI 서버 MLCC 전망과 상당히 유사하게 나온다.

2025년 역시 CICC의 2026년 성장률을 역산한 약 388억 개와 이번 모델의 397억 개가 근접한다.

금액에서도 Morgan Stanley를 인용한 공개자료는 2027년 AI 서버 MLCC 시장을 약 9억 달러로 추정한다.

이번 모델의 2027년 값은 약 8.91억 달러이다.

두 독립적인 계산이 수량과 금액에서 모두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2025~2027년 모델의 방향성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다만 2028~2030년은 NVIDIA Kyber·Feynman, 차세대 TPU와 Trainium 등 아직 BOM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Platform 비중이 높다. 따라서 장기 추정의 신뢰도는 단기보다 낮다.


19. 2030년 3,320억 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


이번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Red Team Point는 MLCC/W가 계속 4.9개로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고용량 MLCC가 발전하면 과거 10µF 제품 열 개가 필요했던 공간을 100µF 제품 한두 개가 대체할 수 있다.

Reverse Geometry와 3-Terminal Low-ESL MLCC는 여러 일반 MLCC를 더 적은 부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GPU Package에 가장 가까운 초고주파 영역에서는 Silicon Capacitor가 MLCC의 일부 역할을 가져갈 수 있다.

따라서 가속기 전력이 증가하더라도 전력 1W당 필요한 MLCC 개수는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반영해 2028년 이후 MLCC/W를 점진적으로 낮추면 다음과 같은 기술조정 수요가 나온다.


수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MLCC당 용량과 성능, ASP는 올라간다.

따라서 기술통합을 반영해도 2030년 MLCC Value는 Power-scaling 상단인 23.5억 달러에서 크게 낮아지기보다 약 20억~22억 달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AI MLCC 시장에서 단순 수량보다 Value Content를 봐야 하는 이유이다.


20. 공급업체 관점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


AI용 MLCC 공급업체를 평가할 때 단순 생산수량만 봐서는 충분하지 않다.

첫 번째는 실제 전압과 온도에서의 Effective Capacitance이다. 명목용량이 같더라도 DC Bias와 온도에서 더 많은 용량을 유지하는 제품이 유리하다.

두 번째는 Low-ESL Technology이다. Reverse Geometry, 3-Terminal과 짧은 전류경로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Landside와 Embedded Capability이다. Processor 가까이 배치될수록 외부전극 평탄도와 기판공정 적합성이 중요해진다.

네 번째는 AI Platform Qualification이다. NVIDIA, AMD, Google과 Hyperscaler의 장기간 신뢰성 평가를 통과한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는 고용량 제품이 소비하는 실질 Capacity이다. 100µF급 제품 한 개는 일반 MLCC 한 개보다 더 많은 적층수, 공정시간과 검사부담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 출하수량보다 다음 지표가 더 중요하다.

47µF·100µF 이상 제품 매출

Low-ESL·Embedded 매출비중

AI 고객 Qualification 수

Blended ASP

고사양 제품 수율

고사양 생산라인 가동률과 증설


21. Thesis를 훼손할 수 있는 요인


가장 먼저 봐야 할 위험은 고용량화에 따른 부품통합이다.

Low-ESL MLCC 한 개가 여러 일반 MLCC를 대체하면 전체 정전용량과 시장금액은 증가해도 MLCC 개수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두 번째는 Silicon Capacitor 대체이다.

GPU Die와 Package에 가장 가까운 초고주파 영역은 Silicon Capacitor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이 경우 AI 전력밀도는 높아져도 PCB MLCC의 시장점유율은 일부 하락할 수 있다.

세 번째는 Polymer Capacitor와의 역할분담이다.

Polymer Capacitor는 MLCC보다 높은 주파수 대응은 약하지만, 상대적으로 큰 에너지와 양호한 DC Bias 특성을 제공할 수 있다. VRM 출력단의 중저주파 영역에서는 Polymer 비중이 커질 수 있다.

네 번째는 AI 가속기 효율개선이다.

가속기당 Token 처리량이 빠르게 향상되고 수요탄력성이 낮다면 필요한 Rack 수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비용하락으로 Agent 사용량과 Workflow가 더 빠르게 늘어난다면 전체 Compute 수요는 증가한다.

다섯 번째는 ASIC 출하전망의 불확실성이다.

Google, AWS, Meta와 Microsoft는 자체 가속기 출하량을 공개하지 않는다. 2028년 이후 ASIC 수요는 생산수율, HBM 조달, Software 생태계와 외부고객 판매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여섯 번째는 공급증설과 ASP 정상화이다.

Murata, 삼성전기, TAIYO YUDEN과 중국·대만 업체가 고용량 MLCC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면 공급부족 Premium이 낮아질 수 있다.


22. 최종 판단


AI Agent 시대의 MLCC 수요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Agent가 MLCC를 직접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Agent가 사용자당 업무량, 연산 Step과 동시 실행량을 늘리면서 더 많은 AI 가속기와 Rack을 필요로 하고, 그 가속기가 저전압·대전류·고전력밀도로 발전하면서 Rack당 MLCC의 기술적 난도와 Value Content가 상승하는 것이다.


 

수요의 첫 번째 축은 AI 가속기 설치량이다.

More Agents → More Jobs and Steps → More Accelerators → More AI Racks

두 번째 축은 가속기당 전원부품 Content이다.

Higher Power + Lower Voltage → Higher Current Step → Lower Target Impedance

→ Higher Effective Capacitance + Lower ESR/ESL + Closer Placement

따라서 AI MLCC 시장은 다음 식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AI MLCC Market = Accelerator Installed Base × MLCC Value per Accelerator × MLCC Share of Capacitor Stack

NVIDIA Rack 기준으로는 GB200 NVL72의 약 40만~45만 개에서 Rubin NVL72의 약 55만~70만 개로, 동일한 72-GPU 시스템당 MLCC Content가 약 25~60%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Rubin Ultra NVL576은 이러한 72-GPU Rack 8개를 연결한 시스템이므로 전체 Domain 기준 약 440만~560만 개의 MLCC가 필요한 구조로 추정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NVIDIA만이 아니다.

AMD는 Helios를 통해 72-GPU Rack-scale 구조로 이동하고 있으며, Google TPU, AWS Trainium, Microsoft Maia와 Meta MTIA도 HBM 기반의 고전력 Scale-up Architecture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AI Accelerator 관련 MLCC 수요는 Base Case에서 다음 경로를 보일 수 있다.

2025년 약 397억 개·2.34억 달러

→ 2027년 약 1,308억 개·8.91억 달러

→ 2030년 기술조정 기준 약 2,700~3,000억 개·20억~22억 달러

즉 2030년에는 ASIC향 MLCC 수요가 NVIDIA향과 비슷하거나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AI Agent 시대의 MLCC 수혜는 단순히 값싼 범용부품의 개수가 증가하는 Cycle이 아니다.

더 높은 정전용량을 더 작은 공간에 넣고, 실제 전압과 온도에서 용량을 유지하며, 더 낮은 ESL로 더 빠르게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소재·공정·배치기술에 구조적인 Premium이 붙는 Cycle에 가깝다.

MLCC는 더 이상 단순한 전기 저장부품만이 아니다.

GPU와 ASIC이 가진 이론적 연산성능을 실제 데이터센터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하도록 전압을 지켜주는 Power Delivery Infrastructure의 핵심 구성요소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글을 마치며


이번 전망은 AI 데이터센터향 MLCC 수요만을 대상으로 한 추정치이다. 향후 로봇·휴머노이드 등 Physical AI 시장이 본격화되면, 이는 현재 전망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MLCC 성장시장이 될 수 있다.

Holy Stone Ente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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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PC·가전 등 기존 Legacy End-market은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앞으로는 기존 시장보다 AI D/C 중심의 고용량·Low-ESL·고신뢰성 MLCC 수요가 구조적 성장과 Value 측면에서 훨씬 중요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메모리, MLCC Peak-out 논리 실화인가..? 
진짜 나만모르는 사회실험 몰카아닌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