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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9일 화요일

생각정리 380 (* 해외투자점검 7)

누군가는 최후의 승자가 되겠지..

※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개인적인 판단과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한 복기 기록이다.

1. 다시 돌아온 AI Software


2022년 해외기업 P/F를 본격적으로 구성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던 영역은 AI Software, 그중에서도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기반인 PaaS 계층이었다.

당시에는 Frontier LLM이 지금처럼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데이터 주권이나 AI의 안전·보안·정렬 문제 역시 지금만큼 중요한 투자 변수로 보지 않았다. 과거 인터넷 산업에서 플랫폼과 표준을 장악한 기업들이 가장 큰 가치를 가져갔던 경험 때문에, AI에서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장기적인 가치 포착력이 더 클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다만 이때 세웠던 가설과 이후의 판단 변화는 이미 아래 글들에 남겨두었다. 중복되는 내용은 다시 길게 설명하기보다 이전 기록으로 갈음하려 한다.

  • 해외투자 점검
    Agentic AI 확산에 따라 실시간 데이터, 실행, 저장, 관측, 보안 기능을 제공하는 PaaS의 구조적 성장을 예상했다.

  • 해외투자 점검 2
    Frontier LLM이 기존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고객 접점을 직접 흡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PaaS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 해외투자 점검 3 (*2Q25 Review)
    실적을 통해 AI 투자 수요가 소프트웨어보다 데이터센터와 하드웨어 병목에서 더 직접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 생각정리 90 (* 해외투자 점검4, 반도체)
    Agentic AI가 요구하는 연산량과 데이터 이동량 증가를 중심으로 메모리·패키징·전력 제약을 살펴봤다.

  • 생각정리 137 (* 해외투자점검 5)
    메모리를 독립된 부품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연결된 메모리 패브릭으로 보기 시작했다.

  • 생각정리 243 (* 해외투자점검 6)
    가치사슬 전반에 분산돼 있던 P/F를 메모리·광통신·패키징·소재 등 실제 공급 부족과 가격 결정력이 확인되는 병목으로 압축했다.


해외투자점검 1~6의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플랫폼의 장기 가치’를 선호했던 초기 관점이 Frontier LLM의 기능 내재화를 거치며 ‘희소한 물리적 병목의 가격 결정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과정이었다.


2. 2022년에 생각했던 PaaS와 지금 다시 보는 PaaS는 다르다


2022년의 가설은 AI Super App이 하나둘 등장하면 이를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개발·배포 플랫폼의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당시 PaaS 투자의 근거는 ‘AI 애플리케이션 수의 증가’였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AI Super App의 가능성은 다수의 독립 소프트웨어로 확산되기보다 Frontier LLM으로 집중됐고, 모델 자체가 검색·분석·코딩·데이터 처리 기능을 흡수했다. 소프트웨어가 AI의 보완재가 아니라 경쟁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P/F의 중심을 연산·메모리·네트워크 등 쉽게 내재화할 수 없는 하드웨어 병목으로 옮겼다.

최근 OpenClaw와 Muse 이후에는 다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인터페이스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계획하고, 도구를 호출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Agent AI가 새로운 Super App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Agent는 단순한 모델 호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시간 유지되는 실행 환경, 상태와 기억의 저장, 권한 관리, 외부 시스템과의 연결, 장애 추적, 보안 통제 등이 함께 필요하다. 현재 다시 주목하는 PaaS는 과거의 범용 개발 플랫폼이 아니라, Agent의 행동을 실제 업무로 연결하고 통제하는 ‘실행계층 PaaS’다.

즉 과거에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근거로 PaaS를 봤다면, 지금은 Agent가 한 번의 명령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실행 횟수와 데이터 이동량, 저장량, 보안 이벤트가 실제로 증가하는지를 보고 있다. 과거의 가설이 앱의 수에 기반했다면, 현재의 가설은 Agent당 실행 강도와 운영 복잡도에 기반한다.


3. Frontier LLM과 경쟁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과거 PaaS 비중을 줄였던 가장 큰 이유는 Frontier LLM이 기존 소프트웨어 기능을 직접 내재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위험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AI Software 전체를 다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다시 편입한 영역은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대체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오히려 모델과 Agent의 수가 늘어날수록 운영 복잡도가 증가하는 계층이다. 구체적으로는 Agent Network·Security, VM·Orchestration, Storage Software, Observability와 같은 실행 인프라다.

이 계층은 특정 Frontier LLM의 기능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여러 모델과 도구 사이에서 실행을 중개한다. 기업이 하나의 모델에 모든 데이터와 권한을 맡기기 어려워질수록 모델 중립적인 실행 환경, 데이터 주권, 권한 분리, 감사 기록의 중요성도 커진다. Frontier LLM의 강해짐이 소프트웨어 전체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실행·통제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관련 기업들의 어닝콜과 인베스터데이를 살펴보면 개발 방향 역시 단순한 클라우드 기능 확대보다 Agent 실행, 프라이빗 환경, 멀티모델 연결, 보안과 관측 기능을 통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설명하는 제품 방향과 내가 다시 설정한 투자 가설이 점차 같은 지점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도 비중 확대의 배경이 됐다.


4. 5월 11일 이후 P/F의 변화


해외투자점검 6 당시에는 AI Software와 전력 비중을 사실상 제거하고, 공급 부족과 가격 결정력이 가장 분명했던 하드웨어 병목에 집중했다. 당시의 핵심 질문은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누가 가장 희소한 자원을 공급하는가’였다.

현재는 메모리를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도 광통신의 집중도를 낮추고, Agent 실행계층과 분산형 전력을 새롭게 확대했다.



가장 큰 변화는 하드웨어를 줄이고 소프트웨어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병목 위에 Agent의 실행·저장·보안·관측계층을 추가한 것이다.

메모리·스토리지는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이다. Agent가 장시간 상태를 유지하고 여러 작업을 병렬로 수행할수록 세션 데이터, 장기 기억, 로그, 체크포인트, 검색 데이터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Agent의 확산은 연산량뿐 아니라 ‘보존해야 하는 상태의 총량’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메모리 가설은 오히려 강화됐다.

광 인터커넥트는 구조적 성장 논리는 유지하지만, 이전보다 비중을 낮췄다. 특정 연결 방식에 대한 집중도를 줄이고 Agent가 실제로 소비하는 메모리·실행 인프라·전력으로 수혜 범위를 넓히기 위한 조정이다. 하나의 기술 경로에 집중하기보다 Agent 한 건이 만들어내는 전체 인프라 소비를 보려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새롭게 편입한 수동소자와 분산형 전력 역시 독립적인 테마가 아니다. 고밀도 연산과 상시 추론이 확대될수록 전력의 변환·분배·안정화가 중요해지고, Agent가 엣지와 기업 내부 환경으로 분산될수록 전력 수요도 데이터센터 외부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Agent AI는 소프트웨어 수요와 전력 수요를 동시에 만드는 워크로드라는 관점이다.


5. 이전과 지금의 투자 관점 비교




가장 중요한 차이는 과거에는 PaaS를 AI 성장의 간접적인 대리변수로 봤지만, 지금은 Agent의 실행량 증가가 매출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계층만 선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좋은 기술과 플랫폼 표준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사용량 증가가 가격 결정력과 영업 레버리지로 이어지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좋은 플랫폼인가’보다 ‘Agent의 활동량이 늘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그 사용량을 과금할 수 있는가’를 우선한다.

또한 과거에는 AI Software와 AI Hardware를 서로 대체되는 선택지처럼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 지금은 Agent의 확산이 연산, 메모리, 네트워크, 저장, 보안, 전력을 동시에 소비한다는 점에서 두 계층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현재 P/F는 Software 대 Hardware가 아니라, Agent 한 건이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체 실행 경로에 투자하는 구조에 가깝다.


6.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


현재의 가설이 맞으려면 Muse 이후 Agent 기능의 확산이 단순한 기능 체험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인 실제 사용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용자 수보다 Agent당 실행 횟수, 작업 지속시간, 저장되는 상태의 양이 더 중요한 선행지표다.

두 번째는 Frontier LLM이 Agent 실행계층까지 얼마나 직접 흡수하는지다. 실행환경이 모델에 완전히 통합된다면 독립 PaaS의 가치가 다시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데이터 주권과 보안을 이유로 멀티모델·프라이빗 환경을 선택한다면 중립적인 실행계층의 협상력은 높아질 수 있다. 이번 Software 재편입의 성패는 모델 성능보다 실행계층의 독립성이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

세 번째는 사용량이 실제 실적으로 전환되는 속도다. Agent 트래픽이 늘어도 단가 하락이나 과도한 인프라 비용으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투자 가설은 약해진다. 기술 채택보다 매출 전환, 유지율, 사용량 기반 매출, 마진 개선을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드웨어 병목의 해소 속도도 계속 점검해야 한다. Agent 실행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메모리와 전력 병목이 장기화될 수 있지만, 공급 증가와 효율 개선이 이를 앞서면 가격 결정력은 약해질 수 있다. 수요의 성장만이 아니라 공급이 따라오는 속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


7. 정리


2022년에 세웠던 PaaS 가설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당시에는 Agent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Frontier LLM이 어느 범위까지 기능을 흡수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수혜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했던 것 같다.

이후에는 실제 실적과 공급 부족이 확인되는 하드웨어 병목으로 P/F를 압축했고, 그 과정에서 메모리·네트워크·저장·전력의 연결 구조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드웨어 중심의 기간은 Software 가설을 포기한 시간이 아니라, AI 가치사슬에서 실제 가격 결정력이 어디에 형성되는지를 확인한 과정이었다.

OpenClaw와 Muse 이후 Agent AI가 Super App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PaaS를 다시 볼 이유가 생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전처럼 AI Software 전체를 넓게 담는 방식이 아니다. Frontier LLM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Agent의 실행·기억·권한·보안·관측을 담당하는 계층으로 투자 범위를 제한했다.

얼마나 큰 시장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AI가 답변을 생성하는 도구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gent로 확산된다면, 가장 먼저 부족해지는 것은 모델 자체보다 이를 안정적으로 실행하고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P/F의 핵심은 ‘지능의 희소성’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해진 지능을 현실에서 작동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메모리·실행환경·보안·관측·전력의 희소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최근 시장을 지켜보다 보면, 지금의 AI 투자판은 마치 모두가 큰 패를 쥐었다고 믿는 섯다판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섯다판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패가 들어오느냐가 아니다. 판에 참여할지, 언제까지 콜을 이어갈지, 그리고 전체 자금 중 얼마를 베팅할지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 내 패와 상대의 패, 판의 흐름은 이미 주어진 환경에 가깝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산업의 확산 방향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기술 변화를 통제할 수 없으며, 어떤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지도 미리 알 수 없다. 산업의 변화는 테이블 위에 돌려지는 패이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실을지는 투자자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자신이 보유한 AI 관련 자산을 최상의 패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서로 다른 산업과 기업이 모두 구조적 수혜를 주장하고, 그 확신을 바탕으로 계속 콜을 외치며 판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나쁜 패를 들었을 때보다, 모두가 좋은 패를 들었다고 확신할 때일 수 있다.

9땡도 장땡 앞에서는 패배하고, 높은 땡도 땡잡이나 암행어사 같은 특수패에 뒤집힐 수 있다. 구사가 나오면 커진 판 자체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산업의 성장 방향을 맞히는 것과 그 산업 안에서 최종 승자를 맞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은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 위에서 AI에 대한 높은 확신이 동시에 쌓이고 있다. 기술의 방향은 맞더라도 가격, 경쟁, 공급 증가, 자본조달 환경이라는 다른 패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 결국 누군가는 크게 부풀어진 판돈을 가져가겠지만, 현재의 정보만으로 그 승자가 누구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AI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도, 반대로 확신만으로 끝까지 콜을 외치는 것도 아니다. 좋은 패를 쥐었다는 판단과 얼마를 베팅할 것인가는 분리해야 한다. 산업 변화는 받아들이되, P/F 비중과 총 익스포저는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조절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이번 P/F 변화 역시 어떤 패가 반드시 이긴다는 선언이라기보다, Agent AI 확산이라는 새로운 패를 확인한 뒤 베팅의 대상과 크기를 다시 조정한 기록에 가깝지 않나 싶다. 

=끝 

2026년 8월 27일 목요일

생각정리 354 (* 2027년 한국 경제 전망)


최근에는 이례적인 매크로 환경과 정치권의 여러 변수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공부하고 생각을 확장하기에는 흥미로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탓에 피로감도 상당하지만, 하나씩 정리해갈수록 앞으로의 방향은 오히려 조금 더 선명해지는 듯하다.

이전 글에 이어 이번에는 향후 대한민국의 내수 경기와 자산시장, 그리고 이를 움직일 주요 매크로 변수를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생각을 정리해 기록해본다.

성장은 높아지는데 돈은 돌지 않는다


2027년 한국 경제의 명목성장·고금리·주거비·양극화 시나리오


2027년 한국 경제를 전망할 때는 실질 GDP 성장률만 봐서는 전체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반도체 투자와 정부지출이 명목 GDP를 끌어올리는 반면,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는 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예상하는 2027년의 중심 구도는 명목 GDP 성장률 5% 안팎을 기준으로, 조건이 충족되면 6%대, 예외적으로 7%에 근접하는 경제다. 이 과정에서 높은 명목성장률 g와 높은 이자율 r이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

M2가 명목 GDP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시중 유동성의 총량은 늘어난다. 그러나 높아진 이자비용과 저축 선호로 통화유통속도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문제는 성장의 분배다. 반도체 성과급과 자산가격 상승은 특정 산업과 자산 보유 계층에 집중되는 반면, 변동금리 차입자와 임차가구는 이자와 주거비를 동시에 부담하게 된다.




1.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주택시장


현재 주택시장의 특징은 매매가격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다주택자 규제가 매매와 임대 공급을 동시에 제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목적은 가계부채와 갭투자를 억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금융 규제가 먼저 강화되면 기존 주택 소유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고 임대인은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할 유인이 커진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전세제도를 폐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정책의 누적된 결과가 전세 공급 감소 → 보증부 월세 증가 → 임차인의 월 현금지출 확대로 이어진다면 실질적으로는 전세의 점진적 축소를 촉진할 수 있다.

전세대출 규제는 전세 수요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자가 매입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가구가 많다면 주거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월세와 외곽 지역으로 이동한다.

여기에 2027년부터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로 2027년 상반기 이주가 목표로 거론되고 있다.

여의도와 목동의 다른 단지까지 비슷한 시기에 이주하면 문제는 개별 단지의 규모가 아니라 이주 일정의 중첩이 된다. 수천 가구가 단기간에 전세를 구하면 인접 지역의 임차료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은마아파트, 내년 상반기 이주 목표…4424가구 대이동 예고


전세난에 세제 변수까지…이주 앞둔 여의도·목동 재건축 '비상'

강남과 여의도의 전세 부족은 동작·광진·성동·마포로 확산될 수 있다. 과천과 분당 등 수도권 주요 주거지역도 대체 임차 수요의 유입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재건축 이주 일정은 인허가와 이주비 대출, 조합 내부 사정에 따라 지연될 수 있다. 따라서 2027년에 시작해 2028년으로 확대될 수 있는 다년간의 임대시장 충격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참고자료: 은마아파트 2027년 이주 계획, 여의도·목동 재건축과 전월세 수급, 서울시 정비사업 이주비 관련 설명

(*2027년 하반기 부터 국내 전월세 시장은 본격 퍼펙트 스톰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2024년 입주를 시작한 거주의무 대상 아파트들의 '3년 카운트다운'이 내년부터 차례로 끝나


전세 줄고 월세 늘자…한국, 아태 주거 투자 선호 4위



2. 주거비 상승은 어떻게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가


한국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주택 매매가격이 직접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전세와 월세 등 실제 임차료가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다고 소비자물가가 즉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매가격 상승 → 전세·월세 상승 → 소비자물가 반영의 간접적인 경로가 존재한다.

2022년 기준 소비자물가 가중치에서 주택·수도·전기·연료 항목은 전체의 **17.16%**다. 전세와 월세의 합산 가중치는 약 **9.91%**다.

전국 평균 임차료가 5% 오르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소비자물가를 약 0.5%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 임차료 상승률이 8~10%에 이르면 직접 기여도는 약 0.8~1.0%포인트다.

다만 서울의 전월세 상승률이 그대로 전국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가중치와 임대차계약 갱신 시차 때문에 상승 효과가 분산된다.

이러한 시차는 통화정책에 오히려 부담이다. 전세와 월세는 계약 갱신을 거치면서 상승분이 장기간 누적되는 경직적인 물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주거비가 개인서비스 가격과 임금 요구를 자극하면 근원물가도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국제유가가 안정돼도 국내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2026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 근원물가는 2.6%였다. 한국은행은 비용 충격과 수요 압력으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공식 물가안정 목표는 미국식 PCE가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2%**다. 명목 GDP와 실질 GDP를 연결하는 물가지표는 CPI가 아니라 GDP 디플레이터다.

따라서 주거비가 명목 GDP에 미치는 영향은 임차료 상승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임대료 상승이 서비스 가격·임금·건설비로 확산될 때 GDP 디플레이터와 명목 GDP도 함께 상승한다.


참고자료: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와 산정 방식, 2026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 한국은행 2026년 8월 통화정책방향


3. 2027년 명목 GDP 성장률 전망과 주요 조건


2027년 명목 GDP 성장률을 전망하려면 실질 GDP 성장률과 GDP 디플레이터를 구분해야 한다. 명목 GDP는 실질 생산의 증가와 국내 가격의 상승이 결합된 결과다.

한국은행은 2027년 실질 GDP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전망은 2.3%, 근원물가 전망은 2.5%다.

CPI와 GDP 디플레이터는 다른 지표다. 다만 국내 수요와 서비스 가격, 임금, 건설비가 함께 오르면 GDP 디플레이터도 소비자물가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

GDP 디플레이터가 2% 안팎이면 명목 GDP 성장률은 대체로 5% 안팎이다. 디플레이터가 3% 수준으로 높아지면 명목 성장률은 6%에 가까워질 수 있다.

명목 성장률이 7%에 도달하려면 실질 성장률이 3%를 넘고 GDP 디플레이터도 3% 후반까지 상승해야 한다. 따라서 명목 GDP 7%는 기준 전망이 아니라 상당히 강한 상방 시나리오다.

상방 요인으로는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가 있다. 관련 팹과 전력망, 건설투자까지 늘어나면 반도체 호황의 국내 부가가치 파급효과도 커진다.

정부소비와 공공투자 확대도 명목 GDP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전지출·연금·보조금·이자지급은 정부지출에 포함돼도 GDP에 직접 더해지지 않는다.

반도체 설비투자도 전체 금액이 국내 GDP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입 장비와 원자재가 늘어나면 투자 증가 효과의 일부가 수입 증가로 상쇄된다.

한국은행이 2026년 6월 발표한 잠정 국민계정에서 2025년 명목 GDP는 2,676.7조원이었다. 이 기준에서 160조원 증가는 약 **6.0%**다.

그러나 2026년 GDP가 5~6% 추가 성장한 뒤라면 160조원 증가는 약 **5.6~5.7%**에 해당한다. 2027년 명목 성장률 7%를 달성하려면 대략 200조원의 실제 부가가치 증가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5% 안팎이 기준 시나리오다. 반도체와 재정, 주거비가 모두 강하게 작동하면 6%대, 예외적인 경우 7%에 근접할 수 있다.


참고자료: 한국은행 2024년 확정·2025년 잠정 국민계정, 한국은행 경제전망


4. 명목 GDP와 M2는 증가하지만 돈의 회전은 느려진다


2027년에는 명목 성장률 g와 이자율 r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돈이 반드시 빠르게 순환하는 것은 아니다.

명목 GDP는 통화량과 통화유통속도의 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인과관계라기보다 통화량과 명목지출 사이의 사후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M2와 명목 GDP의 상대적인 증가 속도다. M2가 8~10% 증가하고 명목 GDP가 6~7% 성장하면 통화유통속도는 하락한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은 소비보다 예금과 금융상품을 선호한다. 정기예금은 M2에 포함되므로 광의통화가 늘어나도 실제 지출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높아진 이자비용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변동금리 차입자는 명목소득이 증가해도 상당 부분을 이자로 지출해야 한다.

차입자에게서 예금자와 금융기관으로 이전된 돈은 소비보다 저축과 금융자산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총량지표는 개선되지만 내수 체감경기는 약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금리 상승이 M2 증가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높은 금리는 은행대출과 신용창출을 둔화시켜 M2 증가율을 낮출 수도 있다.

따라서 M2 증가와 통화유통속도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재정지출과 명목소득 증가 효과가 고금리의 신용 위축 효과보다 커야 한다.

한국은행은 2026년 8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인상했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이 주요 근거였다.

확장재정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장기 국고채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재정은 완화적이고 통화정책은 긴축적인 정책 조합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상승은 원화 강세와 수입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은 미국 금리와 달러 방향, 국제유가, 경상수지와 외국인 자금 이동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일본도 금리 정상화와 엔화 약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금리를 결정하는 주체는 일본은행이며, 정부와 중앙은행의 목표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주: 통화유통속도 변화는 이해를 위한 단순 시나리오이며 공식 전망치가 아니다.

참고자료: 한국은행 2026년 8월 기준금리 결정, 일본은행 경제·물가 전망


https://asia.nikkei.com/business/markets/trading-asia/a-new-plaza-accord-japan-s-battle-against-yen-bears-enters-new-phase


https://asia.nikkei.com/editor-s-picks/interview/us-intervened-to-contain-asia-currency-risks-bessent-says



5. 반도체 성과급과 자산가격이 만드는 새로운 양극화


명목 GDP가 6~7% 성장해도 과실이 모든 가계에 균등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산업·지역·자산 보유 여부·부채 구조에 따라 체감경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첫 번째는 임금과 성과급의 격차다. 반도체 업황이 강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부 협력업체 종사자는 높은 성과급과 임금 상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내수 서비스업과 건설업, 자영업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은 임대료·이자비용·인건비 상승을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

같은 명목 GDP 성장률 아래에서도 가처분소득은 전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반도체 성과급이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소비와 주택 수요도 상대적으로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격차다. 반도체 이익과 명목성장, 유동성 확대는 주식과 핵심 지역 부동산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

자산 보유자는 자본이득과 배당, 예금이자를 얻는다. 반면 무주택자는 상승한 전세와 월세를 부담한다.

세 번째는 부채 구조에 따른 격차다. 금융자산이 많고 부채가 적은 가계는 높은 금리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계는 반대다. 명목소득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갈 수 있다.

금리가 오른다고 모든 자산이 하락하는 것도 아니다. 이익 증가율이 금리 상승폭을 웃도는 반도체와 공급이 제한된 핵심 주거지는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지방 부동산과 한계기업, 고부채 자영업은 더 큰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금흐름과 희소성이 강한 자산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선택적 상승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금리 인상을 용인하면서도 취약차주 지원과 정책금융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은 단기 부담을 낮추지만 재정지출과 국채 발행을 다시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주담대 금리 연 8% 뚫릴 수도…영끌족, 이자폭탄 공포



결론: 강한 숫자와 약한 체감경기의 공존


2027년 한국 경제의 핵심은 단순한 고물가나 고금리가 아니다. 반도체와 재정이 명목 GDP를 높이는 동안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는 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둘 수 있다.

명목 GDP 성장률은 5% 안팎이 기준선이다. 반도체와 재정, 물가가 모두 강하게 작동하면 6%대, 예외적으로 7%에 접근할 수 있다.

M2가 명목 GDP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시중 통화량은 늘어난다. 그러나 높은 이자비용으로 소비가 제약되면서 돈의 회전은 느려질 수 있다.

반도체 종사자와 자산 보유자는 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임차가구와 변동금리 차입자는 주거비와 이자를 동시에 부담한다.

정부는 물가와 원화 안정을 위해 초기 금리 인상을 용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자영업 부실 위험이 커지면 재정과 정책금융으로 충격을 완화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확장재정과 긴축통화가 동시에 유지되는 정책 조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높은 명목성장률과 높은 이자율이 함께 유지되는 배경이 된다.

2027년 한국 경제는 높은 성장률과 기업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가계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명목 GDP는 증가하지만 돈은 천천히 돌고, 물가는 오르지만 소비는 강하지 않다. 자산가격은 상승하지만 모든 자산과 계층이 함께 오르지는 않는 경제다.


이것이 2027년 한국 경제에서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시나리오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을 정리하며 문득 든 생각은 하나다. 지금과 같은 경로가 이어진다면 2027년에도 현 정권의 지지율이 의미 있게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행보를 고려할 때, 정권은 다시 한번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경기와 자산시장을 부양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지지율 하락이 장기화될수록 그 방식은 이전보다 더욱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책의 초점은 정권에서 이탈한 2030 청년층과 서울 한강벨트의 재개발·재건축 자산 비중이 높은 5060 지지층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 부양과 부동산 규제 완화, 대출 및 정비사업 지원과 같은 자산시장 우호 정책이 2027년 2월 대법원 판결과 이후 예상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지지율을 회복할 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다면, 정권은 다시 한번 자산가격 상승을 정치적 동력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우리가 다음으로 마주하게 될 것은 경기의 자연스러운 회복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또 한 번의 자산시장 붐일지도 모르겠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6264

=끝

2026년 7월 30일 목요일

생각정리 326 (* Right Thesis, Wrong Leverage)

이번 Situational Awareness 사태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이 적지 않아,
관련 내용을 기록 차원에서 정리해본다.

Situational Risk


미래를 정확히 보고도 살아남지 못한 투자자


어제 오후, Leopold Aschenbrenner가 운용하는 Situational Awareness 펀드가 Margin Call에 직면했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처음에는 수많은 레버리지 펀드 가운데 한 곳이 청산되는 사건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Financial Times와 Reuters의 후속 보도를 읽어보니 사안의 규모와 시장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Situational Awareness는 2026년 상반기 4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설정 이후에는 1,500% 이상의 성과를 올렸었고 운용자산도 한때 200억달러를 넘어섰던 것으로 보도됐다고 한다. 

하지만 7월 기술주 조정과 대규모 레버리지 부담이 겹치면서 결국 Citadel에 상장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넘기게 됐다고 한다. 

https://www.ft.com/


Situational Awareness는 AI 반도체, Memory, Storage, Data Center와 전력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펀드였다. Aschenbrenner는 누구보다 빠르게 AI Computing Infrastructure Cycle을 포착했고, 과감한 Leverage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ttps://x.com/HedgieMarkets


문제는 산업의 장기 방향을 정확히 예측한 것과 그 방향이 실현될 때까지 Portfolio가 생존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었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6월 23일부터 7월 30일까지 이어진 AI 기술주 디레버리징 과정을 먼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6월 23일, 중국의 해외 TRS 신규 거래가 중단됐다


6월 23일 저녁부터 중국 당국은 자국 사모펀드가 TRS를 활용해 해외 주식 익스포저를 확대하는 것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기존 Position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신규 매수와 교체매매가 어려워지면서, 미국과 한국의 AI·반도체 주식으로 유입되던 중국계 한계 매수세가 약해졌다. 일부 펀드는 사실상 매도는 가능하지만 신규 매수는 제한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조치가 이후 AI 주식 하락을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미 Position이 혼잡했던 시장에서 추가 매수 주체가 약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디레버리징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었다.

출처: 券商中国·新浪财经 — 跨境TRS新增规模被叫停


6월 말부터 혼잡했던 AI Position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글로벌 Hedge Fund들은 AI 반도체, Memory, Data Center와 전력 인프라에 유사한 Position을 쌓고 있었다.

AI Computing Infrastructure의 장기 성장성을 믿는 투자자가 많았던 만큼, 일부 종목에는 Long Position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었다. 중국계 신규 자금 유입이 둔화된 상황에서 AI 주가가 하락하자 Quant Fund와 Long-short Fund가 동시에 익스포저를 줄이기 시작했다.

집중도가 높고 Leverage가 큰 펀드에는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니었다.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낮아지고, 담보가치가 낮아지면 추가 증거금 요구가 발생한다.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면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더 큰 Margin Call이 발생한다.

주가 하락이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다시 주가 하락을 만드는 전형적인 Deleveraging Loop가 시작된 것이다.

출처: Financial Times — Hedge funds face demands to stump up collateral as AI stocks tumble
출처: Reuters — Citadel buys most of Situational’s stock holdings after AI share rout


7월 23일, Situational Awareness의 유동성 위기가 드러났다


7월 23일 Intel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대형 투자자가 실적과 관계없이 물량을 급하게 처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Financial Times에 따르면 당시 매도 주체 가운데 하나가 Situational Awareness였다.

펀드는 Intel에 대한 투자 판단이 바뀌어서 주식을 매도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AI 관련 Position에서 발생한 손실과 증거금 부담을 메우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Intel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최초 Margin Call 발생 시점을 7월 23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 펀드의 운용 목적이 정상적인 투자 판단에서 현금 확보와 담보 보강을 위한 강제 매도로 이동한 정황은 분명해졌다.

출처: Financial Times — How Leopold Aschenbrenner, the ‘golden child’ of the AI trade, was laid low


7월 24일, 투자자들에게 추가 자금을 요청했다


Aschenbrenner는 7월 24일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는 상반기까지의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면서 최근 AI 기술주 하락을 추가 투자 기회로 설명했다. 이후 기존 투자자와 대주단에 신규 자금을 요청했고, 일부 투자자에게는 펀드가 보유한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저가매수를 위한 증자였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담보를 확보하고 강제청산을 피하기 위한 긴급 자금조달 성격이 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신규 자금이 들어오더라도 담보 부족분이 계속 커진다. 자금조달 속도가 자산가격 하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Portfolio 자체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

출처: Financial Times — Leopold Aschenbrenner’s Situational Awareness seeks to raise capital after AI rout
출처: Financial Times — How Leopold Aschenbrenner was laid low


7월 27일, CXMT가 상장했다


7월 27일 중국 Memory 기업 CXMT가 상하이 STAR Market에 상장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주가는 공모가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고 대규모 자금조달에도 성공했다.

중국 투자자금이 NVIDIA, Micron, SK하이닉스 등 해외 AI·Memory 기업보다 자국의 전략 반도체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시점이었다.

다만 중국의 TRS 제한이 CXMT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됐거나, CXMT 상장이 Situational Awareness의 청산을 직접 유발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건을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연결하기보다는 중국 자금의 해외 유출을 제한하는 흐름과 자국 반도체 기업으로 자본을 유도하는 방향이 동시에 나타난 정황으로 해석하는 편이 적절하다.

출처: Associated Press — China memory chipmaker CXMT’s shares soar in Shanghai


7월 28~29일, 자금조달이 실패하고 Book 매각으로 전환됐다


AI 주식 하락이 이어지면서 Situational Awareness는 일부 주식을 매도하는 것만으로 담보 부족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적어도 한 곳의 Prime Broker가 펀드를 감시대상에 올렸고, 최종 청산 직전까지 추가 증거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자금조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자 Aschenbrenner는 Jane Street, Millennium, Citadel 등 대형 금융기관과 접촉해 공개주식 Portfolio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일괄 매각하는 협상에 들어갔다.

이 단계에서 펀드는 더 이상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매도할지를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웠다.

Portfolio의 Fundamental Value보다 Prime Broker의 담보 회수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출처: Financial Times — How Leopold Aschenbrenner was laid low
출처: Financial Times — Citadel buys Situational Awareness equity holdings after steep AI losses


7월 30일, Citadel이 공개주식 Book 대부분을 인수했다


밤샘 협상 끝에 Citadel이 Situational Awareness의 공개주식 Portfolio 대부분을 넘겨받았다.

Goldman Sachs, JPMorgan, Bank of America와 Citigroup 등 주요 Prime Broker가 거래를 지원했으며, Citadel은 증권사 차입을 통해 조성된 레버리지 Position 상당 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전체가 Citadel에 넘어간 것은 아니다. Situational Awareness는 일부 무차입 상장주식과 Anthropic 등 비상장 지분을 남겼다.

그러나 대규모 차입을 활용해 AI Infrastructure 주식에 투자하던 공개주식 운용은 사실상 종료됐다.

6월 23일 중국의 해외 TRS 제한 이후 AI 주식의 한계 매수세가 약해졌고, 혼잡한 Position에서 디레버리징이 시작됐다. 7월 23일 Situational Awareness의 급매가 외부에 드러난 뒤 추가 자금조달을 시도했지만, 결국 7월 30일 Citadel에 공개주식 Book 대부분을 넘기게 됐다.

출처: Reuters — Citadel buys most of Situational’s stock holdings after AI share rout
출처: Financial Times — Citadel buys Situational Awareness equity holdings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 Citadel Buys Situational Awareness’s Stock Portfolio


그는 AI 산업의 방향을 틀리게 본 것이 아니었다


이번 청산을 단순히 잘못된 AI 투자에 따른 실패로 해석해서는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Aschenbrenner는 2024년 발표한 『Situational Awareness』에서 AI가 Software 산업을 넘어 Data Center, 전력, 반도체, Memory와 국가안보를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산업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Leopold Aschenbrenner — 2027 AGI, China/US super-intelligence race, & the return of history


당시에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2026년 현재 그가 제시한 산업의 방향은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물론 그가 예상했던 2027년 AGI와 완전한 Recursive Self-Improvement가 실현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그럼에도 AI 산업이 어떤 순서로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병목이 발생할지를 연결해서 본 그의 분석력은 상당히 뛰어났다.


데이터가 부족해지자 AI가 데이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Aschenbrenner는 Internet Text를 이용한 Pre-training이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Synthetic Data, Reinforcement Learning과 Self-play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Frontier Model은 이제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단순히 학습하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AI가 스스로 문제와 해답을 생성하고, Verifier와 Reward Model이 결과를 평가한다. 그 가운데 우수한 결과를 다시 다음 모델의 Training Data로 사용하는 구조가 발전하고 있다.

완전한 자기개선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AI가 다음 AI를 개선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데이터가 부족해지면 AI의 발전이 멈추는 대신, AI가 새로운 데이터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Scaling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정리 282 (* HDD)


Test-time Compute가 새로운 Scaling 축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AI Scaling은 더 많은 Data와 Parameter, Training Compute를 투입하는 방식에 집중돼 있었다.

Reasoning Model의 등장 이후에는 학습이 완료된 모델도 답을 찾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연산을 사용하면 성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모델이 여러 추론 경로를 탐색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결과를 검증하는 Test-time Compute가 새로운 성능개선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Ilya Sutskever가 강조한 Value Function도 이 흐름과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오래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추론 경로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경로를 평가하고, 가치가 높은 사고과정에 Compute를 집중하는 Algorithm이 필요하다.

Pre-training의 단순한 Scaling 효율이 낮아질수록 Value Function, Search, Verifier와 Self-play 같은 Algorithmic Breakthrough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생각정리 131 (* Ilya Sutskever)

https://www.reuters.com/legal/transactional/nvidia-invest-5-billion-ilya-sutskevers-ai-startup-source-says-2026-07-27/



AI는 기존 Software 위의 통합 Interface가 되고 있다


Aschenbrenner는 LLM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면 제한적인 AI 기능을 기존 Workflow에 붙이는 Software와 Wrapper의 가치가 잠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Cursor, Figma와 Kimi의 발전은 이러한 방향을 보여준다.

Cursor는 단순한 Code Editor를 넘어 Frontier Model이 Codebase를 이해하고, 파일을 수정하며, Test와 실행까지 담당하는 AI 개발환경으로 발전하고 있다.

Figma 역시 Frontier Model을 내부에 통합하면서 자연어 요구사항을 Design, Prototype과 Code로 연결하고 있다. Kimi의 개발 방향도 AI가 Tool을 사용하고 장기 과제를 수행하며, Software 개발과 AI 연구에 참여하는 Agent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 Software가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용자가 각각의 Software UI를 직접 조작하는 대신 LLM에 목표를 전달하면, LLM이 여러 Application과 API를 통합해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사용자 → 개별 Software UI

에서

사용자 → LLM → Software·Data·API 통합 실행

으로 Interface가 이동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UI와 Workflow의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반면 독점적인 Data, 기업의 공식 기록, 권한체계, 결제와 거래기능을 보유한 Software는 AI가 호출하는 System of Record와 Execution Layer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Aschenbrenner가 정확히 본 부분은 Software의 소멸보다 가치포착의 중심이 Application에서 Model과 Agent 계층으로 이동하는 구조였다.

생각정리 303 (* All or Nothing, 데이터주권)


AI의 병목은 전력과 Memory로 이동했다


Aschenbrenner는 AI 경쟁을 Software만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모델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GPU와 Data Center가 필요하고, 결국 전력망과 반도체 공급망이 AI의 발전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AI Data Center의 건설속도는 기존 전력망의 증설속도를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대신 발전설비를 직접 확보하거나 Data Center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Behind-the-meter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Bloom Energy의 Fuel Cell과 분산형 발전설비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도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병목은 GPU에서 Memory와 Storage로 확산되고 있다.

Reasoning 시간이 길어지고 Context가 커질수록 HBM, Server DRAM과 Enterprise SSD에 저장하고 이동해야 하는 데이터가 빠르게 증가한다.

GPU가 아무리 많아도 Memory 용량과 Bandwidth가 부족하면 GPU 가동률과 Token 생산량은 낮아진다.

따라서 AI Computing은 GPU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GPU, Memory, Storage, Network와 Power가 함께 작동하는 하나의 Token 생산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생각정리  324 (* Token Empire)


AI 경쟁은 국가 간 산업 패권경쟁으로 확장됐다


Aschenbrenner는 Frontier Model의 Weight와 Algorithm, 대규모 Computing Infrastructure가 국가안보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은 더 이상 어느 국가가 높은 Benchmark 점수의 LLM을 보유했는지에 머물지 않는다.

첨단 반도체, HBM, 전력, Data Center, Cloud와 제조업 공급망을 누가 통제하는지가 국가의 AI 경쟁력을 결정하고 있다.

AI 패권의 중심이 Software 성능에서 물리적 산업자산으로 완전히 이동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의 범위가 Model 성능을 넘어 Computing Infrastructure와 국가 생산능력 전반으로 확장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시스템적 사고였다


Aschenbrenner에게서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부분은 개별 기술을 따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LLM 성능, Algorithm, Data, Software, GPU, Memory, 전력과 국가안보를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봤다.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데이터가 부족해지면 Synthetic Data와 Reinforcement Learning이 중요해진다.

Pre-training의 효율이 낮아지면 Test-time Compute와 새로운 Algorithm이 필요해진다.

AI가 Agent로 발전하면 기존 Software의 Interface와 Workflow를 흡수한다.

Token 생산량이 증가하면 GPU뿐 아니라 Memory, Storage와 전력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AI가 경제와 군사력의 기반이 되면 기업 간 경쟁은 국가 간 패권경쟁으로 확장된다.

각각의 현상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면 AI 산업의 변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Model의 성능 향상이 Software 산업을 바꾸고, Software의 변화가 Token 수요를 늘리며, Token 수요가 Memory와 전력의 희소성을 높인다. 이 물리적 자산은 다시 기업과 국가의 AI 경쟁력을 결정한다.

AI 시대에는 특정 Model이나 기업 하나를 분석하는 능력만으로 부족하다.

기술, 산업, 자본과 국가전략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연결해 보는 시스템적 사고가 중요하다.

Aschenbrenner의 가장 큰 통찰은 AGI의 정확한 도달 시점을 맞힌 데 있지 않다.

AI가 전체 산업시스템을 어떤 순서와 인과관계로 재편할지를 일찍 이해했다는 점에 있다.

2026년 7월 31일 기준으로 Aschenbrenner가 예상한 변화는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적중률이 상당히 높았음. 


분석이 맞아도 투자자는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뛰어난 분석력과 뛰어난 Portfolio 운용은 동일한 능력이 아니다.

Situational Awareness는 AI 반도체, Memory, Storage, Data Center와 전력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산업의 장기 방향은 상당 부분 맞았지만, 높은 Leverage와 집중된 Position은 단기 변동성을 견디지 못했다.

AI 관련 주식이 하락하면서 담보가치가 낮아졌고, Margin Call에 대응하기 위해 공개주식 Portfolio 대부분을 매각해야 했다.

법률적으로 모든 Account가 파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시장에는 뛰어난 AI 분석가가 과도한 Leverage와 부족한 Risk Management로 사실상 강제청산된 사례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Fundamental Thesis가 맞는 것과 Portfolio가 생존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Leverage는 분석의 정확성을 높여주지 않는다.

수익이 발생하는 동안에는 확신을 증명하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 투자자가 자신의 전망이 실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다.

방향을 정확히 예측했더라도 시장이 그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직선이 아니다. 시장은 예상보다 오래 비합리적일 수 있고, 좋은 자산도 수급과 담보구조에 따라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옳은 전망을 보유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 전망이 현실화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Position Size와 자본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Situational Risk


Aschenbrenner는 미래의 방향을 보는 방법을 보여줬다.

Synthetic Data, Test-time Compute, AI Agent, Software 통합, 전력과 Memory의 병목, 국가 간 AI 패권경쟁까지 그의 판단은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를 통해 AI 시대에는 개별 현상보다 전체 시스템의 연결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Portfolio 운용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산업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커질수록 Leverage를 확대하는 방식은 장기 전망이 맞더라도 단기 변동성에 의해 청산될 위험을 높인다.

좋은 분석은 미래를 보여주지만, 좋은 Risk Management만이 그 미래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

Aschenbrenner의 통찰력과 시스템적 사고에는 배울 점이 많다.

동시에 Situational Awareness의 청산은 투자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을 보여준다.

시장을 정확히 보는 능력과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능력은 전혀 다른 능력임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글을 마치며


그에게 조금만 더 많은 시장 경험과 파생상품 레버리지의 위험을 체감할 만한 연륜이 있었다면,
이번 AI Computing Infrastructure Cycle을 대표하는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끝

2026년 7월 21일 화요일

생각정리 316 (* Warren Buffet, Alphabet)

오랫만에 버핏 할아버지 인터뷰 영상이 나와 간밤에 재밌게 시청했다. 

최근 처음으로 다리가 부러지셨다고 해서 괜시리 걱정도 된다.

아래 최근 인터뷰영상을 보며 들었던 생각을 정리, 기록해 본다. 

버핏의 알파벳 투자: ‘21세기 BNSF’에 대한 베팅인가


1. 인터뷰의 핵심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알파벳 지분 매입을 자신이 시작했다고 밝혔다. 알파벳은 AI 경쟁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집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사업 기록을 고려하면 월가에서 판매되는 기업의 90~95%보다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다만 버핏은 알파벳보다 더 선호하는 버크셔 보유 사업이 “최소 네다섯 개”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어가 구체적으로 지목한 사업은 Apple, BNSF 철도, American Express였고, 버핏은 바로 앞에서 Coca-Cola를 “장기간 높은 자본수익률을 낼 수 있는 매우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1Q26 버크셔 P/F

정확한 순위를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Apple·BNSF·American Express·Coca-Cola를 알파벳과 비교한다. 인터뷰 전문

버핏이 제시한 좋은 기업의 조건은 단순하다.

장기간 높은 자본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실제 현금을 창출하고, 이를 주주에게 돌려주거나 높은 수익률로 재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2. 버크셔의 알파벳 지분 매입 변화


가장 최근 공개된 원자료는 2026년 3월 31일 기준 13F다. 버크셔는 2025년 3분기 알파벳을 처음 편입한 후 4분기에는 주식 수를 유지했고, 2026년 1분기에 지분을 세 배 이상 확대했다.


자료: 2025년 2분기 SEC 원자료, 2025년 3분기, 2025년 4분기, 2026년 1분기



지분 변화의 의미


2025년 3분기 최초 편입 규모는 1,784.6만 주, 분기 말 평가액 약 $4.34B였다. 처음부터 전체 13F 포트폴리오의 1.62%를 차지했으므로 단순한 시험적 매수라고 보기 어렵다.

2025년 4분기에는 보유주식 수가 완전히 동일했다. 평가액이 $4.34B에서 $5.59B로 증가한 것은 추가 매입이 아니라 주가 상승 때문이다.

결정적인 변화는 2026년 1분기다.

  • Class A 주식: 1,784.6만 주 → 5,425.0만 주

  • Class C 주식: 358.5만 주 신규 편입

  • 합산 주식 수: 5,783.5만 주

  • 전분기 대비 합산 주식 수: 224.1% 증가

  • 최초 편입 대비 보유주식: 3.24배

  • 포트폴리오 비중: 2.04% → 6.32%


버크셔의 전체 13F 포트폴리오 규모는 같은 기간 $274.2B에서 $263.1B로 줄었다. 그런데도 알파벳 지분은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는 단순한 주가 상승 효과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축소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집중도를 높인 투자다.

100억 달러 사모투자


인터뷰에서 CNBC 진행자는 별도의 $10B 사모투자까지 포함하면 알파벳 투자액이 $31B를 넘는다고 언급했고 버핏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10B 사모투자는 상장주식 보유내역인 13F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 그래프의 $16.63B는 2026년 1분기 말 GOOGL·GOOG 상장주식 평가액만 나타낸다.

13F 보고가치에 사모투자를 단순 합산하면 2026년 1분기 말 기준 경제적 노출액은 약 $26.63B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31B 이상은 이후 주가 상승이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추가 거래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


3. 알파벳과 버핏의 네 선호 사업 비교


아래는 가장 최근의 공통 연간 비교가 가능한 2025 회계연도 수치다.

FCF는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영업현금흐름(CFO)-설비투자(CAPEX)로 계산했다. American Express도 별도로 제외하지 않고 동일 기준을 적용했다.

자료: Alphabet 2025 10-K, Apple 2025 10-K, Berkshire 2025 연차보고서, American Express 2025 연차보고서, Coca-Cola 2025 실적, 표준화 ROIC 자료


단위는 달러 십억. 5년 평균은 2021~2025년 연도 말 수치의 단순 평균이다. ROE는 순이익/연도 말 자기자본, ROIC는 NOPAT/평균 투하자본의 동일 산식이다. AXP의 공식 평균 자기자본 기준 2025 ROE는 33.9%다.

기업별 해석


Apple
은 현재 현금창출력과 자본효율에서 가장 강하다. 알파벳보다 영업현금흐름은 작지만 CAPEX가 훨씬 적어 FCF는 $98.8B로 더 많다. ROIC도 47.6%로 알파벳보다 약 20%포인트 높다. 다만 151.9%의 ROE는 막대한 자사주 매입으로 장부상 자기자본이 작아진 영향도 크다.

American Express는 동일 기준으로 $16.0B의 FCF를 창출했고 FCF 마진도 22.2%로 알파벳보다 높다. ROE는 약 32%로 알파벳과 비슷하다. 동일 산식 ROIC는 4.3%지만, 대출·카드채권 등 거대한 금융자산을 투하자본으로 사용하는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2025년에는 $10.8B의 순이익을 내고 $7.6B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환원했다.

Coca-Cola는 알파벳보다 규모는 작지만 ROE 40.7%, ROIC 16.6%를 기록했다. 2025년 보고 FCF는 $5.3B지만, 여기에는 fairlife 인수와 관련된 일회성 $6.1B 지급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한 정상화 FCF는 $11.4B, 정상화 FCF 마진은 23.8%다.

BNSF는 ROE 10.6%, ROIC 6.6%로 가장 낮다. 하지만 철도망·차량·터미널을 유지해야 하는 자산집약적 구조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현금을 회수한다. 2025년에는 $8.1B의 영업현금흐름을 만들고 약 $3.8B를 투자한 뒤 $4.3B의 FCF를 남겼다.

Alphabet은 절대 FCF 규모에서는 Apple 다음으로 강하고 ROE는 American Express와 비슷하다. 그러나 ROIC가 5년 평균 32.8%에서 2025년 28.0%로 내려왔다. 이는 사업 악화보다는 AI 인프라 투하자본이 이익보다 빠르게 늘어난 결과에 가깝다.




4. 알파벳 투자는 왜 Apple보다 BNSF에 가까운가


현재 수익성만 보면 알파벳은 BNSF보다 Apple에 훨씬 가깝다.
하지만 앞으로의 투자구조는 반대다.

Apple은 생산설비 대부분을 공급망에 맡기고 브랜드·운영체제·서비스 생태계에서 높은 수익을 얻는다. Coca-Cola는 브랜드와 유통망, American Express는 카드회원과 가맹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추가자본보다 현금흐름이 빠르게 증가한다.

반면 알파벳은 AI 모델, TPU, 서버, 데이터센터, 전력·냉각·네트워크에 막대한 선행투자를 해야 한다. 수요가 완전히 실현되기 전에 물리적 네트워크를 먼저 구축해야 했던 철도와 유사하다.

알파벳의 연간 CAPEX는 2015년 약 $9.9B에서 2025년 $91.4B로 9배 이상 증가했다. 2025년에는 영업현금흐름의 약 55.5%가 CAPEX로 재투자됐다.

철도 부흥기와 투자단계를 맞춰 비교하면 AI 인프라의 투자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아래 그래프는 금액 자체가 아니라 시작점을 100으로 맞춘 투자 증가속도 비교다.


그래프상 알파벳의 CAPEX 지수는 2015년 100에서 2025년 919까지 상승했다. 같은 관측기간의 철도산업 5년 이동평균 지수는 100에서 118로 증가했다.

다만 철도 자료는 1872~1882년 미국 산업 전체의 실질·평활화 자료이고, 알파벳은 한 기업의 명목 연간 자료다. 따라서 경제적 규모를 직접 비교하는 그래프가 아니라 투자 가속도를 비교하는 자료다.

두 산업의 공통점

  • 초기에 막대한 고정비와 선행 CAPEX가 필요하다.

  • 네트워크 완성 전까지 FCF가 압박받는다.

  •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당 비용이 낮아진다.

  • 후발주자가 동일한 네트워크를 복제하기 어렵다.

  • 최종적으로 소수 사업자 중심의 과점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중요한 차이


철도망은 수십 년 동안 사용할 수 있지만 AI 서버와 가속기는 기술교체와 감가상각 속도가 훨씬 빠르다.

따라서 AI 인프라의 해자는 단순히 “많이 투자했다”는 사실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높은 가동률, 낮은 단위비용, 고객 고착효과와 가격결정력을 확보해야 비로소 철도와 같은 해자가 된다.


5. 철도는 막대한 투자 이후 장기간 현금을 회수했는가


철도산업은 1870년대부터 1911년까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미국 대륙 규모의 운송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투자 완료 직후부터 안정적인 FCF를 얻은 것은 아니다.

1911~2025년 산업 FCF 대용치를 연속적으로 추정하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 1911년 영업 FCF 추정치: 약 $0.36B

  • 대공황·전쟁·규제기에도 대체로 플러스 유지

  • 1970년대 규제와 경쟁력 약화로 급락

  • 1979년 사실상 손익분기 수준

  • 1980년 규제완화 이후 구조조정과 통합

  • 1990년 약 $6.4B

  • 2010년 약 $14.0B

  • 2025년 약 $23.9B


현대적 현금흐름표가 존재하지 않는 기간은 철도 순영업이익-순자본지출로 추정했다. 보간 연도가 포함된 명목달러 기준 산업 영업 FCF 대용치다.

자료 기반: NBER 철도 자본형성 연구, NBER Macrohistory, BEA 산업별 고정자산, BTS Rail Profile

핵심은 철도산업이 100년 내내 안정적으로 현금을 번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초기 투자 이후에도 운임규제, 자동차·트럭과의 경쟁, 파산과 구조조정을 겪었다.

현재 과점사업자의 높은 현금창출력은 철도망 건설 직후가 아니라, 장기간의 산업재편과 규제완화가 끝난 이후 본격화됐다.

이렇게 비교해놓고 보니, oracle이 위험해보이기도 하고..? 


Oracle’s CDS Hits All Time High, Bonds Drop amid AI-Related SentimentA



6. 과점화 이후 철도사업자의 실제 현금회수


현재 미국 대형 철도산업은 BNSF, Union Pacific, CSX, Norfolk Southern 등을 중심으로 과점화돼 있다.

이들 네 사업자의 2010~2025년 FCF를 합산하면 다음과 같다.

  • 16년 연속 합산 FCF 플러스

  • 2010년 합산 FCF 약 $6.0B

  • 2025년 합산 FCF 약 $13.7B

  • 16년 누적 FCF 약 $174.2B

  • 2025년 BNSF FCF 약 $4.3B

  • 2025년 BNSF의 버크셔 배당 약 $4.4B


즉 철도망 건설에 투입된 막대한 자본은 수십 년의 시행착오와 산업재편을 거친 뒤, 살아남은 과점사업자에게 장기간 반복되는 현금흐름으로 전환됐다.





북미 화물 네트워크망
https://www.aar.org/states/


7. 알파벳은 지금 어느 단계인가


알파벳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사업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따라서 버핏의 알파벳 투자는 이미 완성된 소비재 해자를 사는 Apple·Coca-Cola 투자와는 결이 다르다.

보다 정확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알파벳의 기존 검색·광고 사업이 막대한 현금을 공급하는 동안 AI 컴퓨팅 인프라에 선행투자하고, 그 인프라가 장기적으로 소수 사업자만 운영할 수 있는 디지털 기간망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투자한 것이다.


버크셔가 이를 단순한 관찰 수준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실제 지분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3분기 최초 편입 후 2026년 1분기까지 상장주식 수를 3.24배로 확대했고, 별도의 $10B 사모투자까지 집행했다.

Alphabet의 2025년 ROIC 28%는 BNSF보다 훨씬 높고 Coca-Cola보다도 높다. 아직 저수익 인프라 사업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CAPEX 증가로 ROIC가 5년 평균 아래로 내려왔다는 것은 투자논리가 이제부터 검증단계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2026.04.30 Alphabet



2026.04.30 Alphabet

최근 2달간 급격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Anthropic 실적추정치

결론


Apple은 현재 가장 우수한 현금창출기업이고, American Express는 높은 ROE와 강한 주주환원 능력을 보여준다. Coca-Cola는 장기간 안정적인 자본수익률을 유지하고, BNSF는 낮지만 예측 가능한 수익률로 거대한 물리적 자산을 현금화한다.

알파벳은 현재 네 기업의 장점을 일부씩 갖고 있지만, 앞으로의 투자구조는 BNSF에 가장 가깝다. 검색·광고라는 기존 현금창출원이 AI 철도망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다면 알파벳은 단순한 기술기업이 아니라 장기간 높은 FCF를 회수하는 디지털 기간망 과점사업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막대한 CAPEX와 빠른 기술 감가상각만 남는다.

버크셔가 지분을 세 배 이상 확대했다는 것은 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뜻이 아니다.

대신, 버핏이 알파벳의 기존 현금창출력과 AI 인프라의 장기 과점 가능성에 상당한 확률을 부여했다는 뜻에 가깝지 않나 싶다. 

=끝


2026년 7월 8일 수요일

생각정리 304 (* 지수레벨, 정상 밸류에이션)

최근 지수가 연일 급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지금이 과매도 구간인가”, “이 정도면 저평가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하지만 지수가 많이 빠졌다는 사실만으로 시장 전체를 과매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손실이 발생한 구간은 과매도처럼 느껴지고, 이익이 나는 구간은 적정가치처럼 보이는 것은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인지적 편향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지수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는 시각이 아니라,
어디가 싸고, 어디가 정상이며, 어디가 여전히 비싼지를 나눠보는 작업이다.

숫자를 분해해보면 결론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6~2027년 이익 추정치가 폭발적으로 상향되었음에도 PER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구간에 있다. 반면 두 기업을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은 과거 평균 PER과 비교했을 때 과매수도, 과매도도 아닌 정상 밸류에이션 구간에 가깝다.

그리고 코스닥은 다르다. 지수가 크게 밀렸음에도 전체 이익 체력은 여전히 얇고, PER은 코스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따라서 코스닥을 단순히 “많이 빠졌으니 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지금(*KST 7/8일 기준)의 한국 주식시장은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코스피의 저PER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저PER이고, 코스닥의 하락은 이익 체력 부재를 가리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코스닥 3,000pt와 코스피 저PER을 같은 프레임으로 보면 안 되는 이유


저평가 고평가를 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수 레벨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이익 체력이다.

주식시장은 결국 이익과 밸류에이션의 함수다. 유동성, 정책, 투자심리가 단기적으로 지수를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 지수를 정당화하는 것은 순이익 규모와 그 이익의 지속 가능성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매우 특이한 구조다.

코스피는 headline PER만 보면 극단적으로 싸 보인다.
하지만 그 저PER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2026~2027년 이익 추정치 폭발적 상향에서 나온다.

반면 코스닥은 지수가 밀렸음에도 여전히 코스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익 기반이 얇다.


1. 코스닥: 지수가 밀려도 이익 체력은 여전히 약하다


먼저 코스닥부터 보자.

KRX 메인 기준 2026년 7월 1일 코스닥 지수는 929.35pt, 코스닥 시가총액은 441.6조원이었다. 이후 7월 8일 코스닥 종가는 785.00pt까지 하락했다. 단순히 지수 변동률을 적용하면 7월 8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약 373조원으로 환산된다. 이 값은 KRX 확정 일별 시총 원자료가 아니라, 7월 1일 KRX 시총에 7월 8일 지수 변동률을 적용한 추정치다. (KRX 데이터시스템)



순이익 체력은 이전에 확인한 코스닥 전체 순이익 역산치 약 5.9조원(*bear case 4조원)을 유지했다. 이 가정이 다소 보수적이라고 해도,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https://uiyeonassociation.blogspot.com/2026/03/193.html

코스닥은 지수가 크게 밀렸음에도 전체 이익 체력이 4~6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여전히 37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코스닥의 문제는 단순히 지수가 낮아졌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시가총액 대비 이익 기반이 너무 얇다는 점이다.

코스닥 PER이 100배에서 60배대로 낮아졌다고 해도, 그것이 곧 저평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코스닥은 여전히 이익을 내는 기업의 수, 이익의 절대 규모, 이익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코스피와 비교하기 어렵다.


2.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초 이후 이익 추정치가 수백조원 단위로 상향됐다


반대로 코스피는 다르다.
현재 코스피 headline PER이 낮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추정치가 연초 이후 폭발적으로 상향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첨부 자료 기준 연초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128~140조원, 2027년 추정치가 160조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현재 MarketScreener 기준 SK하이닉스의 2026E EBIT는 275.3조원, 2027E EBIT는 408.6조원까지 올라와 있다. (MarketScreener)


https://t.me/jump0000





삼성전자도 비슷하다. 연초에는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130~150조원대에서 논의됐지만, 현재 MarketScreener 기준 2026E EBIT는 383.5조원, 2027E EBIT는 535.6조원이다. 삼성전자의 7월 8일 종가는 277,500원으로 확인된다. (MarketScreener)



두 회사를 합산하면 변화는 더 극단적이다.


이 정도면 최근 코스피 상승을 단순한 유동성 장세로만 해석하긴 어렵다.

https://t.me/jk_bond


핵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연초 대비 수백조원 단위로 상향됐다는 점이다. 코스피 지수가 오른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이익 추정치가 올라온 것이다.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성장폭 대비 두 종목의 주가퍼포먼스가 못따라오는 구조이다.

https://t.me/mk81_koreainvestment
여전히 SEC, SKH EPS Growth를 못따라는 주가지수
SEC, SKH 체급을 담기엔 KOSPI가 너무 작아져버린게 아닐까 하는 의문..



3. 7월 8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구조


이제 7월 8일 기준 코스피를 보자.

KRX 메인 기준 2026년 7월 1일 코스피 지수는 8,303.41pt, 코스피 시가총액은 5,931.1조원이었다. 이후 7월 8일 코스피 종가는 7,246.79pt로 하락했다. 7월 1일 시가총액에 지수 변동률을 적용하면 7월 8일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약 5,176.3조원으로 환산된다. 이 역시 KRX 일별 확정 시총이 아니라 지수비례 환산치다. (KRX 데이터시스템)


개별 기업은 7월 8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다. 삼성전자 보통주는 277,500원, SK하이닉스는 2,076,000원으로 확인된다. 삼성전자우선주는 7월 8일 기준 시가총액 170.5조원이 별도로 확인된다. (MarketScreener)



삼성전자우선주는 순이익을 별도로 더하면 안 된다.
우선주는 별도 회사가 아니므로, 시가총액 계산에서는 포함하되 순이익 계산에서는 삼성전자 연결 순이익 하나만 반영하는 방식이 맞다.

이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 보통주·삼성전자우·SK하이닉스만 합쳐도 7월 8일 환산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63.0%**를 차지한다.


즉, 지금 코스피의 시가총액 구조는 시장 전체의 broad-based re-rating이라기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극단적으로 집중된 구조다.

넓게 S7으로보면 약 코스피 전체 시총의 70%
https://t.me/jump0000


4. 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쏠림은 더 심하다


시가총액 쏠림도 크지만, 이익 쏠림은 더 크다.

MarketScreener 기준 삼성전자의 2026E 순이익은 302.5조원, 2027E 순이익은 429.2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2026E 순이익은 228.1조원, 2027E 순이익은 328.6조원이다. (MarketScreener)

코스피 전체 2026E 순이익은 유안타증권 자료에서 FnGuide Dataguide 기준 692.6조원으로 제시되어 있고, 2027년 코스피 순이익은 하나증권 관련 보도에서 946조원까지 올라온 것으로 제시된다. (조선비즈)



비중으로 보면 더 직관적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삼성전자우·SK하이닉스가 코스피의 약 63%를 차지한다.
하지만 순이익 기준으로는 두 기업이 2026년 코스피 순이익의 76.6%, 2027년에는 80.1%를 차지한다.

즉, 지금 코스피는 시총 쏠림보다 이익 쏠림이 더 심한 시장이다.

한국경제TV
https://t.me/jump0000


5. 7월 8일 기준 PER: 코스피 전체가 싼 것이 아니라 두 기업이 압도적으로 싸다


7월 8일 환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PER을 계산하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핵심은 코스피 전체 PER이 아니다.

코스피 전체 2026E PER은 7.5배, 2027E PER은 5.5배로 매우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를 분해하면, 이 낮은 PER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대형 순이익 컨센서스에서 나온다.

두 기업만 놓고 보면 2026E PER은 6.2배, 2027E PER은 4.3배다.
반면 두 기업을 제외한 코스피는 2026E PER 11.8배, 2027E PER 10.2배다.

즉, 지금 코스피의 저PER은 시장 전체가 균등하게 싸다는 뜻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PER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있는 구조다.


6. 과거 코스피 평균 PER과 비교하면 두 기업 제외 코스피는 정상 범위다


여기에 과거 코스피 PER을 같이 비교 해보면 위 수치는 더 직관적이다. 

CEIC는 KOSPI P/E ratio가 KRX 제공 일별 데이터이며 2000년 이후 장기 시계열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데이터 제공사별 산식 차이는 있지만, 2010년 이후 코스피 PER의 장기 평균을 실무적으로 보면 대략 13~14배 내외를 하나의 기준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정확한 2010~2023년 산술평균은 KRX·FnGuide·Bloomberg 등 원시계열을 직접 내려받아 계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ISI)


이 비교가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의 2026E PER 11.8배, 2027E PER 10.2배는 과거 코스피 평균 PER과 비교하면 과매수 구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장기 평균 대비 약간 낮은 정상 밸류에이션 구간에 가깝다.


06~23년 2026E 코스피 선행 약 PER 10~11배

다만 이것을 극단적 저평가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극단적으로 싸 보이는 구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기업은 2026E PER 6.2배, 2027E PER 4.3배까지 내려간다.

따라서 표현은 이렇게 정리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두 기업 제외 코스피는 과열도 아니고, 과매도도 아닌 정상 PER 구간이다. 반면 코스피 headline PER을 극단적으로 낮게 만드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다.


7. 코스닥은 코스피와 비교하기 어렵다


이제 코스닥과 다시 비교하면 차이가 더 선명하다.


코스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문제가 있다.
두 기업을 제외해도 2026년 예상 순이익이 162조원이다. (*Yoy mid teen %정도)

반면 코스닥은 전체 이익 체력이 6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7월 8일 환산 시가총액은 약 373조원이다.

따라서 코스닥 지수가 이미 많이 밀렸다고 해도, 코스피와 같은 저평가 프레임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코스피의 문제는 이익 쏠림이다.
코스닥의 문제는 이익 부족이다.

두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마무리


정리하면, 7월 8일 급락 이후에도 한국시장 해석의 핵심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코스피 전체 PER은 2026E 7.5배, 2027E 5.5배로 매우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를 분해하면, 그 저PER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추정치가 폭발적으로 상향된 결과다.

두 기업만 놓고 보면 2026E PER은 6.2배, 2027E PER은 4.3배다.
반면 두 기업을 제외한 코스피는 2026E PER 11.8배, 2027E PER 10.2배다.

06~23년 2026E 코스피 선행 약 PER 10~11배


과거 코스피 평균 PER이 대략 13~14배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기업 제외 코스피는 과열 구간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극단적 저평가 구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정상 밸류에이션 구간에 가깝다.

따라서 지금 코스피의 저평가를 말할 때는 더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코스피 전체가 극단적으로 싼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극단적으로 싸게 보이는 구조다.

그리고 두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 기업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큼의 어닝 상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밸류에이션은 장기 평균 근처에 머물고 있다. 즉, 지금 코스피 headline PER은 시장 전체의 광범위한 저평가라기보다, 메모리 2사의 초대형 어닝 리비전이 만들어낸 착시 효과에 가깝다.

코스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수가 밀렸어도 전체 이익 체력은 여전히 얇고, PER은 코스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코스닥 3,000pt를 이야기하려면 유동성이나 정책 구호가 아니라, 코스닥 전체 순이익이 수배로 커질 수 있는 구조적 근거가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코스피의 저PER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저PER이고,
코스닥의 하락은 이익 체력 부재를 가리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글을 마치며


숫자를 이렇게 나눠서 다시 보면, 전자닉스 반도체 우려를 이유로 다른 섹터로 로테이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지금 벌어지는 조정은, 그동안 전자닉스의 가파른 이익 추정치 상향으로 한국시장에 밀물처럼 유입된 유동성의 수혜를 함께 받았던 기업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사업 내용이나 펀더멘털이 전자닉스만큼 급격히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시장 전체 리레이팅에 편승해 밸류에이션만 먼저 올라갔던 기업과 산업들이 다시 본래의 이익 체력에 맞는 가격으로 조정받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결국 이번 조정의 본질은 전자닉스의 구조적 훼손이라기보다, 전자닉스가 끌어올린 한국시장 유동성 효과에 같이 올라탔던 주변부 자산들의 밸류에이션 정상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리밸런싱 조정국면이 지난 후 다시 시작될 유동성 공급국면에서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은 유한하다.

그런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이익 추정치가 계속 앞으로도 추가 상향된다면, 시장 내 유입될 자금은 다시 두 종목으로 더 강하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기존에 다른 섹터에 머물러 있던 일부 자금까지 SEC, SKH가 흡수하게 되고, 여타 섹터는 단순한 조정을 넘어 상대적 디레이팅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반도체 우려에 따른 섹터 로테이션을 말할 때라기보다, 오히려 반도체 이익 상향이 지속될수록 다른 섹터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는 구간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에서 자산가격이 싸고 비싼지는 단순히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서 판단할 문제라기 보다는, (*미래 전망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과거의 per 차트, 과거 주가 차트 그래프 따위를 봐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

더 중요한 기준은 현재 대체 가능한 비교 자산군 대비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리고 앞으로 벌어들일 미래 이익 대비 가격이 얼마나 합리적인가에 있다.

결국 밸류에이션 판단의 기본은 과거 평균과의 비교보다, 비교 가능한 자산군 내에서의 상대 매력도와 미래 earning power에 대한 평가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달이 충분히 차서 기울기까지는 아직 한참 더 남아 있는 국면이 아닐까 싶다.

매수매도 추천 아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