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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7일 월요일

생각정리 362 (* The Fed, AI and the Price of Stability, Kevin Warsh)

국채금리가 연일 고점을 높이는 가운데, 케빈 워시와 베센트, 일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물가와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 발언을 곱씹을수록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지금의 금리를 밀어 올리는 구조적 힘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https://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52-week-bill-yield

이번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블로그에 축적해온 자료를 GPT와 함께 다시 살펴보며, 연준의 역사부터 AI 시대의 소득 배분과 정부부채까지 연결해본 리서치 기록이다.


위기 때마다 커진 연준, 그리고 AI 시대에 다시 돌아오는 질문


케빈 워시의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구상을 보면서, 연준이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다시 연결해보고 싶어졌다.

이전 「생각정리 173 — Kevin Warsh」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역할이 어떻게 확대됐는지를 살펴봤다.

그런데 워시가 줄이려는 것은 국채와 MBS의 보유금액만은 아닌 듯하다.

정부와 금융시장이 연준을 전제로 움직이는 방식,
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위험을 받아줄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그 기대 위에서 쌓인 부채와 자산가격까지 함께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라는 새로운 변수가 들어온다.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 전체의 부를 크게 늘릴 수 있다. 동시에 노동을 통해 그 부에 참여하던 통로를 좁히고, 생산성과 소득을 일부 기업·개인·자본에 집중시킬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불안해진 다수의 생활을 정부가 차입으로 지탱하게 된다면, 연준이 시장에서 물러나는 일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

반대로 AI의 생산성 향상이 새로운 소득과 세입으로 충분히 연결된다면, 지금의 부채와 분배 문제를 감당할 여력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경로를 이해하기 위해 시계를 1907년으로 돌려본다.


1. 1907~1913년 — 민간이 감당하지 못한 공황


1907년 미국에는 오늘날과 같은 중앙은행이 없었다.

산업과 금융은 빠르게 커졌지만, 위기 때 사람들이 동시에 예금을 현금으로 바꾸려 하면 필요한 자금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장치가 부족했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 기업과 가계에 대출한다. 그런데 모든 예금자가 동시에 돈을 찾으려 하면,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금융기관도 자산을 급하게 처분해야 한다.

급매로 가격이 떨어지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의심은 더 커지고, 추가 인출과 매도가 이어진다.

당시 공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선 사람이 J. P. 모건이었다. 민간 금융인들이 자금을 모으고 구제 대상을 조정하면서 금융시스템을 지탱했다.

하지만 국가 금융시스템의 생존을 특정 금융인의 자금력과 판단에 맡기는 구조는 지속하기 어려웠다. 연준 역사 — 1907년 공황

그렇다고 강력한 중앙은행의 설립에 모두가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월스트리트가 통화를 지배하는 것에 대한 불신과, 워싱턴 정부가 통화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동시에 존재했다.

이 갈등 속에서 1913년 연방준비법이 제정됐다. 중앙의 이사회와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결합한 구조는 이런 정치적 타협의 결과였다. 연준 역사 — 연준 설립 논의

연준의 출발점은 민간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에 공적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였다.

이전 「생각정리 150 — 연준의 기원」에서 살펴봤듯, 연준은 처음부터 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도록 만들어진 기관은 아니었다.

그러나 위기 때 필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그 범위는 계속 달라진다.

2. 전쟁과 대공황 — 개입의 비용과 개입하지 않은 비용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정부는 막대한 전쟁자금이 필요해졌다.

연준은 국채 발행과 은행의 전쟁채권 보유를 지원했다. 설립 초기부터 정부의 자금조달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얽힌 셈이다.

전쟁 중 신용 확대와 물가 상승 뒤에는 긴축과 경기침체가 따라왔다. 비상상황에서 필요했던 지원이 이후에도 통화와 물가에 영향을 남긴 것이다. 연준 역사 — 제1차 세계대전

반대로 1929년 이후 대공황에서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비용이 드러났다.

은행 파산과 예금 인출이 이어지자 신용이 줄었고, 기업과 가계는 지출을 축소했다. 물가와 소득이 떨어졌지만 갚아야 할 명목부채는 그대로 남았다.

은행 불안 → 신용 축소 → 지출 감소 → 소득·물가 하락 → 실질 부채 부담 증가 → 추가 부도.

연준은 금본위제 방어, 정책 판단의 오류, 지역 간 협력 실패 등이 겹치면서 이 악순환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했다. 연준 역사 — 대공황

루스벨트 정부는 은행제도와 금제도를 개편했고, 에클스가 이끈 연준 개혁에서는 정책 권한을 조정했다. 1935년 법을 통해 오늘날 FOMC의 기본 구조가 확립됐다. 연준 역사 — 1935년 은행법

하지만 회복 과정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1936~1937년 지급준비율 인상과 재무부의 금 유입 불태화, 재정 긴축 등이 겹치면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졌다. 은행의 많은 준비금은 공황 이후의 불안을 견디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연준 역사 — 1937~1938년 침체

중앙은행이 보기에는 남아도는 유동성이었지만, 은행에는 없으면 불안한 유동성이었던 셈이다.

연준의 역사에는 돈을 너무 많이 공급한 실패와 필요한 돈을 공급하지 못한 실패가 함께 남아 있다.

3. 1942~1951년 — 정부가 원하는 금리를 지켜준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정부는 낮은 금리로 전쟁비용을 조달하려 했다.

연준은 1942년부터 단기 국채금리를 약 0.375%, 장기 국채금리 상한을 2.5% 수준에서 지원했다.

이 구조에서는 시장이 해당 금리에 국채를 충분히 사주지 않으면 연준이 사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차입금리를 지켜주는 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물가안정에 필요한 규모보다 금리 방어에 필요한 규모에 의해 결정되기 쉬워진다.

전쟁 이후 물가가 오르고 한국전쟁으로 재정 수요가 다시 커지자 갈등이 심해졌다.

재무부는 낮은 차입금리를 원했고, 연준은 통화정책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다. 이 갈등 끝에 성립한 것이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이다. 이후 마틴이 연준 의장을 맡았다. 연준 역사 — Treasury–Fed Accord

핵심은 정부의 자금조달 편의가 통화정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세우는 것이었다.

워시는 2025년 연설에서 이 협정의 정신을 직접 거론했다. 장기간의 QE가 재정과 통화정책의 경계를 흐리고, 정부와 시장의 중앙은행 의존을 높였다는 문제의식이다. Kevin Warsh — Commanding Heights

워시의 구상을 이해하려면 2008년뿐 아니라 1951년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4. 번스에서 볼커까지 — 성장과 안정 사이의 정치


전후 성장과 비교적 안정된 물가는 1960년대 후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트남전과 존슨 정부의 국내 지출이 확대됐고, 정책당국에는 경제를 정교하게 조절하면 낮은 실업률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이후 닉슨은 1971년 달러의 금 태환을 중단하고 임금·가격 통제를 도입했다. 석유파동은 생산비와 생활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인플레이션은 석유파동 이전인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공급 충격만으로 전체 과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연준 역사 — Great Inflation

번스와 밀러 시기의 문제 중 하나는 물가를 잡으려 긴축하다가 고용이 나빠지면,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기 전에 다시 완화하는 패턴이었다.

시장과 노동자가 이 패턴을 학습하면 인플레이션 기대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카터가 1979년 임명한 볼커는 큰 금리 변동과 경기침체를 감수하면서 물가안정을 추진했다. 레이건 정부 아래에서도 긴축은 이어졌지만 정치적 반발은 거셌다. 연준 역사 — 볼커의 반인플레이션 정책

볼커가 회복한 것은 연준이 결국 물가를 안정시킬 것이라는 신뢰였다.

이전 「생각정리 138」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통화정책은 금리 수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 정책이 필요한 만큼 지속될 것이라고 경제주체가 믿는지가 중요하다.

5. 그린스펀 — 낮아지는 금리와 커지는 금융


그린스펀 시대에는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확대가 함께 진행됐다.

여기에는 세계화, 기술 발전, 글로벌 노동공급 확대와 저축 증가가 함께 작용했다.

생산적 투자 기회에 비해 저축이 풍부해지면 균형 실질금리는 낮아질 수 있다. 연준이 단기금리를 올려도 해외 자금이 장기채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장기금리가 같은 폭으로 오르지 않는 현상도 나타났다. 버냉키 — Global Saving Glut

이 배경은 「21세기 통화정책」과 「생각정리 139 — The Age of Turbulence」에서 정리했다.

동시에 위기 때마다 통화정책이 충격을 완화하면서 시장에는 연준이 큰 하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쌓였다.

위기 대응은 경제를 지탱한다. 하지만 손실이 정책으로 완충될 것이라고 믿으면 민간이 더 많은 위험을 선택할 유인도 생긴다.

이때까지의 완화가 주로 단기금리를 통해 이뤄졌다면, 2008년 이후에는 연준이 장기자산을 직접 대규모로 보유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6. 버냉키·옐런·파월 — 위기 대응이 남긴 거대한 B/S


2008년 금융위기에서는 주택 관련 자산의 손실이 금융기관과 단기자금시장을 통해 확산됐다.

담보가치 하락이 추가 담보 요구와 매도를 부르고, 그 매도가 다시 가격을 떨어뜨렸다. 연준은 긴급대출과 달러 스와프로 대응했고, 정책금리가 사실상 0에 도달한 뒤에는 장기채 매입을 확대했다.

버냉키가 두려워한 것은 1930년대처럼 금융 붕괴가 장기 경제수축으로 이어지는 일이었다. 버냉키 —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연준은 민간이 보유하던 장기자산을 인수하면서 시장이 부담하는 금리위험을 줄였다.

이 정책은 금융 붕괴와 실업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자산가격과 위험 추구, 출구전략에 관한 논쟁도 남겼다. 이전 「THE LORDS OF EASY MONEY」에서 다뤘던 문제다.

옐런 시기에는 QE3가 종료됐고, 2015년 금리 인상과 2017년 QT가 시작됐다. 그러나 파월 시기인 2019년 단기자금시장이 불안해지자 다시 유동성 공급이 필요했다. 옐런의 정상화 설명, 뉴욕 연은 — 2019년 자금시장 분석

2020년 팬데믹에서는 자산매입이 재개됐고, 연준 자산은 2022년 초 약 9조 달러까지 확대됐다. 2007년 약 0.87조 달러와 비교하면 대략 열 배 수준이다. 월러 — 연준 대차대조표 설명

이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과 QT가 진행됐지만, 2023년 은행 불안에서는 별도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했다. 파월 시기의 QT는 2025년 12월 1일 종료하기로 결정됐다. 2025년 10월 FOMC 결정

지난 역사는 계속된 QE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위기 대응과 정상화, 금융불안과 재개입이 반복된 과정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 반복 속에서 연준의 역할과 시장의 의존 관계가 함께 커졌다.


7. 워시의 담대한 계획 — 장부와 기대를 함께 줄이는 일


2026년 5월 취임한 워시가 지향하는 방향은 평상시 연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민간이 가격과 위험을 더 직접적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준 취임 발표

8월 잭슨홀 연설에서도 그는 단기금리 중심의 정책, 비전통적 수단의 제한적 사용, 시장의 과도한 연준 신호 의존 문제를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규모 자산매각 일정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워시 — In Our Time

이 구상이 어려운 이유는 연준의 보유채권을 줄여도 경제 전체의 부채와 위험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국채를 덜 보유하고 정부의 차입 필요는 유지된다면, 민간이 더 많이 보유해야 한다.


민간에 새로운 돈이 풀리는 거래가 아니다.

연준이 은행에 채권을 매각하면 은행은 준비금을 지불하고 채권을 받는다. 유동성이 높은 준비금이 금리위험을 가진 자산으로 바뀐다.

따라서 핵심은 채권을 누가, 어느 수익률에서, 어떤 자금으로 인수하는가다.

장기자금을 가진 투자자가 보유하는 경우와 단기 차입으로 큰 포지션을 만드는 경우는 다르다. 후자의 비중이 커지면 충격 때 강제 매도가 발생하고 연준의 재개입을 요구할 수 있다.

워시의 목표는 연준의 장부를 줄이는 동시에, 연준이 다시 필요해지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8. AI — 생산성의 확장과 노동 참여 통로의 축소


이 지점에 AI가 들어온다.

AI는 기업이 성장할 때 추가로 필요로 하는 노동량을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매출과 업무량이 늘어나면 분석·개발·고객응대·지원 인력을 채용해야 했다. 앞으로는 기존 인력과 더 많은 컴퓨트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처음부터 대규모 해고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신입 채용 축소, 퇴사자 미충원, 외주 계약 감소만으로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율은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 연구진의 2026년 8월 분석에서는 AI 노출이 높은 직종의 22~25세 고용이 노출이 낮은 또래 집단의 증가 추세를 따라갔을 경우보다 19% 낮았다. 주된 경로는 해고보다 채용 감소였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인과효과의 확정치로 보지 않으며, 경제 전체의 광범위한 고용 대체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명시한다. Stanford — Canaries in the Coal Mine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기업 성장과 고용 증가의 연결이다.

AI 선도기업이 비용을 낮추고 시장점유율을 높여도 그 성장에 참여하는 노동자가 과거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경쟁에서 밀린 기업의 고용까지 감소하면 압력은 더 커진다.

생산성과 기업이익이 좋아지는 동안 노동시장 진입 기회는 좁아질 수 있는 것이다.

As Alex Karp warns AI will wipe out jobs, Palantir is betting on neurodivergent talent and high school grads

9. 값싼 지능이 만드는 세 가지 집중화


이전 「생각정리 346 — AI Polarization and Contradiction」에서는 AI의 집중화를 세 층으로 나눴다.

  • 컴퓨트·모델·데이터 등 생산수단의 집중.

  • AI를 깊게 활용하는 개인과 기업으로의 활용 집중.

  • 생산성 이익이 귀속되는 소유권의 집중.

Citadel Securities가 Ramp 자료로 분석한 2026년 7월 직원당 AI 지출은 상위 1% 기업에서 전월 대비 49%, 상위 10%에서 25%, 중앙값에서 9% 증가했다. 개인별 토큰 수가 아닌 기업의 AI 지출 지표지만, 활용 격차가 확대되는 방향을 보여준다.

Citadel Securities — Elastic Expectations

같은 AI에 접근할 수 있어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은 기존 업무 일부를 빠르게 처리한다. 다른 사람은 고객 확보부터 분석·실행까지 전체 업무를 연결하고, 이전에 여러 사람이 하던 일을 통제한다.

이 경우 개별 과업의 능력 격차는 줄어들면서도 전체 성과와 소득의 격차는 커질 수 있다.

다만 집중화의 정도는 경쟁과 신규 진입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모든 AI 자본이 영구적인 초과이익을 누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값싸진 지능을 더 큰 사업과 소득으로 연결할 수 있는 주체에게 보상이 집중될 가능성은 중요하게 보고 있다.

Citadel Securities — Elastic Expectations

10. 그린스펀이 본 인간 — 축적하려는 욕망과 지키려는 욕망


이런 변화는 이전 「앨런 그린스펀 Alan Greenspan」에서 정리했던 인간의 본성과 연결된다.

그린스펀의 관점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산권이 인간의 자기이익 추구를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연결한다는 설명이었다.

성과가 자신에게 돌아오고, 축적한 재산이 보호된다고 믿으면 사람은 현재의 소비를 미루고 투자한다. 위험을 부담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더 생산적인 활동을 선택할 유인이 생긴다.

경쟁은 그 과정에서 성과를 검증하고 자원을 재배치한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또 다른 욕구가 있다.

이미 확보한 직업과 소득,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구다.

이것은 단순한 나태함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람은 특정 기술과 경력, 자격과 인간관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기술 변화로 그 가치가 낮아지면 새로운 분야로 옮기는 데 비용과 불확실성이 따른다.

남은 경제활동 기간이 짧거나 부양·주거비 부담이 크다면, 전환보다 기존 소득을 지키려는 선택이 개인에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사회 전체에는 자원의 이동이 유리해도, 개인에게는 자신이 축적한 인적자본을 보호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AI가 그 차이를 빠르게 벌린다면, 생산성 향상과 사회적 불안은 함께 커질 수 있다.

11. 소비의 불안이 정부부채로 이동하는 경로


노동소득의 불안은 실제 실직 이전부터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계는 현재 소득뿐 아니라 앞으로 그 소득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집을 사고, 대출을 받고, 장기적인 지출을 결정한다.

직업 전망이 약해졌다고 판단하면 월급이 그대로여도 소비와 차입을 줄일 수 있다.

기대 생애소득 약화 → 예방적 저축 증가 → 소비·차입 둔화 → 기업 매출과 고용 압박.

반면 자본소득이 늘어난 가계가 감소한 노동소득과 같은 금액을 추가 소비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임금 총액이 증가하더라도 증가분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다수 가계의 소비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 IMF 연구진도 AI에 따른 노동소득 비중 하락과 소득·부의 집중을 중요한 위험으로 다룬다. IMF — Broadening the Gains from Generative AI

이 불안이 정치로 이동하면 소득과 생활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의 구매력은 자산과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민주주의의 투표권은 자산 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 경제적 이익이 집중되고 불안은 넓게 퍼질수록 보상 요구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생활 안정을 유지하라는 요구와 세금 부담을 높이지 말라는 요구, 기업의 투자도 지켜달라는 요구를 동시에 받는다.

이 갈등을 현재에 해결하기 어렵다면 차입은 비용을 미래로 분산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소득 집중 → 생활 안정 요구 확대 → 재원 부담에 대한 합의 부족 → 차입을 통한 갈등의 유예.

이전지출은 GDP의 정부소비·투자 항목인 G에 직접 포함되는 지출은 아니지만,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통해 C를 지지한다.

그 결과 소비를 유지하는 기반이 노동소득에서 재정 지원으로 일부 이동할 수 있다.

정부부채의 비용이 미래 세대에 그대로 일대일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세대는 공공자산과 채권도 함께 물려받는다. 다만 생산능력이나 세입을 충분히 늘리지 못한 채 차입 의무가 누적되면, 미래의 세금·지출 조정과 이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12. 이 경로에서는 워시가 물러날 공간이 좁아진다


초기에는 AI CAPEX가 소비의 약화를 가릴 수 있다.

데이터센터·전력·반도체·건설 투자가 늘고, 기업이익과 자산가격이 이를 뒷받침하면 GDP는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생각정리 359 (* AI Is the Exit, G20)

그러나 투자 증가세가 둔화된 이후에는 최종수요가 더 중요해진다. 노동소득과 가계 구매력이 충분히 늘지 않았다면 투자수익성도 압박받을 수 있다.

정부가 그 부족한 구매력을 차입으로 보완하는 동안 연준이 B/S까지 축소한다면, 민간은 더 많은 국채와 금리위험을 인수해야 한다.

물가가 안정돼도 장기금리가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이 관계는 「생각정리 360 — Rate Divergence」에서 다뤘다.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정부의 차환 비용이 늘고,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도 영향을 받는다.

민간이 단기 차입으로 국채를 소화했다면 시장 충격이 강제 매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채는 정부의 부채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담보이기 때문에, 불안은 달러 자금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때 연준에 대한 개입 요구는 정부의 이자비용 문제를 넘어 금융시스템의 기능 문제로 들어온다.

정부가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 부채를 늘리고, 민간이 그 부채를 불안정하게 소화한다면, 위험은 다시 연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물론 대응이 반드시 QE일 필요는 없다. QT 중단, 담보대출, 레포, 달러 스와프 등으로 한시적인 유동성을 공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반복되면 ‘작고 덜 개입하는 연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목표는 어려워진다. 연준 연구진도 작은 B/S, 안정적인 단기금리, 적은 개입 사이의 긴장을 지적한다. 연준 — Balance-Sheet Trilemma

워시는 연준의 장부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어도 경제 전체의 위험을 없앨 수는 없다.

13. 반대 경로 — 생산성의 과실이 축적과 새로운 소득으로 연결된다면


그렇다고 AI가 반드시 정부부채와 중앙은행 의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 경로도 가능하다.

사회가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업과 개인이 새로운 생산방식에 투자하며, 그 성과를 보유할 수 있다는 신뢰가 유지되는 경우다.

기존 사업의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확대되며, 새로운 기업과 직무가 성장한다.

이 경우 생산성 향상은 기업이익뿐 아니라 실질소득과 투자 기회, 세입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AI 도입 → 생산성 향상 → 새로운 수요·사업 확대 → 소득과 부의 축적 → 지속 가능한 사회적 배분 여력 확대.

여기서 성장의 성과가 확인되기 전에 예상 부를 이미 확보한 것처럼 영구적인 지출을 약속하는 것과, 실제로 형성된 소득·세입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다르다.

생각정리 255 (* Korea’s Political Risk)

후자의 경우 사회안전망은 차입으로 기존 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장치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과 사업으로 이동하고,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지원을 성장 이후까지 미룬다는 의미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약속의 규모가 실제 생산성과 재정 능력에 의해 뒷받침되는가다.

그린스펀 관련 글에서 생각했던 선순환도 이와 연결된다.

재산권과 보상이 위험 부담을 유도하고, 위험 부담이 생산성과 부를 늘린다. 그 부의 일부가 생활의 기본적인 안정과 재도전을 뒷받침하면, 사회는 다시 더 많은 생산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축적과 안전이 서로를 지탱하는 경로다.

14. 같은 AI, 다른 재정과 다른 연준


두 경로의 차이는 AI의 성능 하나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만들어진 이익이 얼마나 새로운 수요로 연결되는지, 노동과 자본이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는지, 사회적 배분에 대한 합의가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좋은 경로에서도 장기금리가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많아지면 자본 수요와 균형 실질금리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그때의 높은 금리는 약한 소득과 불안한 재정이 감당하는 금리와 다르다. 기업과 가계, 정부의 현금흐름이 함께 개선된다면 높은 자본비용을 견딜 능력도 커진다.

워시에게 중요한 것은 낮은 금리 자체보다, 연준이 위험을 지속적으로 인수하지 않아도 민간이 자금을 조달하고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일 것이다.

그 경우 명목 B/S를 일부 줄이거나, GDP 대비 비중을 낮추고, 보유자산의 구성을 바꾸는 정상화가 더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


글을 마치며 — 연준의 크기는 사회가 남겨놓은 위험과 연결돼 있다


1907년에는 민간이 감당하지 못한 공황이 중앙은행을 필요로 했다.

1930년대에는 충분히 개입하지 못한 실패가 공적 역할의 확대를 가져왔다. 전쟁기에는 정부의 자금조달이 통화정책을 제약했고, 1951년에는 그 경계를 다시 세웠다.

2008년 이후에는 금융시스템의 복잡성과 위기의 전염이 연준의 역할을 더 넓혔다.

그리고 지금은 AI가 생산과 소득 배분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워시의 계획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변수는 그의 의지 밖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AI의 생산성 이익은 집중되고, 다수의 생활을 유지하는 비용은 정부 차입으로 쌓이며, 그 부채를 민간 금융이 불안정한 방식으로 인수한다면 연준이 물러날 공간은 좁아질 것이다.

반대로 AI를 통해 생산성과 부를 충분히 키우고, 그 성과가 새로운 수요와 소득, 세입과 재도전의 여력으로 연결된다면 연준의 개입을 줄일 기반도 강해질 수 있다.

워시의 작은 연준은 연준 내부의 결심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정부가 시장의 자금조달 조건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민간이 위험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하며, 가계가 연준의 자산가격 지원에만 기대지 않고 소득과 소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에 봐야 할 것은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만은 아닌 듯하다.

그 생산성이 누구의 소득이 됐는가.
전환의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가.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누구의 부채가 늘어났는가.

이 질문의 답이 앞으로의 정부부채와 장기금리, 그리고 연준이 차지할 자리를 함께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이익을 늘리더라도,
그 성공이 다수의 소득과 생활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생산성의 과실은 일부에 집중되고,
전환의 비용은 정부부채로 쌓인다면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사회와 금융의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


그 부담을 민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위험은 다시 연준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한다. 

=끝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생각정리 360 (* Rate Divergence)

주말동안 있었던 여러 매크로 관련 이슈들을 묶어서 기록 정리해본다.

정부가 낮추려는 금리와 시장이 요구하는 금리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재무장관, 그리고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본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는 물가와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듯하다.

트럼프는 9월 4일 연준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면서 무역적자 상대국들과의 교역 중단까지 언급했다. 베센트는 이란과의 충돌이 끝나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나아가 4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고, 이에 따라 물가와 채권금리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발언, 베센트 인터뷰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물가 둔화가 이어진다면 정책금리 동결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제시한 근원 PCE의 최근 3개월 연율 상승률은 **2월 4.76%에서 7월 3.05%**로 낮아졌다. 향후 물가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조건부 입장이다. 연준, 월러 연설

미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유가와 생활비를 낮추고, 가계의 금융비용을 줄이며, 정부도 조금 더 낮은 금리로 부채를 차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경로가 과거처럼 작동할 수 있을까.

유가가 내려가고 Fed Funds Rate이 낮아지면, 장기 시장금리도 함께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이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1. 정책금리가 내려가도 장기금리는 오를 수 있다


먼저 금리를 결정하는 시간축부터 다르다.

연준은 현재의 단기자금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준다. 반면 10년, 30년 동안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는 그 기간의 성장과 물가, 향후 정책금리, 그리고 장기간 위험을 감수하는 데 필요한 보상을 함께 평가한다.

장기 국채금리 ≈ 향후 단기금리의 평균 예상치 + Term Premium

여기서 Term Premium은 미래 금리와 물가의 불확실성 등을 감수하고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다. 현재 정책금리가 낮아져도 미래 금리 전망이나 기간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장기금리는 충분히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뉴욕연준, Treasury Term Premia

실제로 이런 모습은 이미 나타났다.


자료: 연준 통화정책보고서 — 정책금리, 금융시장. 두 지표의 관측기간에는 차이가 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내리는 동안 시장은 향후 추가 인하 기대를 줄였고, 장기 실질금리는 상승했다.

정책금리 인하와 장기 차입비용 하락이 항상 함께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에도 9월 2일 장중 미국 10년물은 4.81%, 30년물은 5.292%까지 거래됐다. 이번 상승에는 유가와 추가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함께 반영돼 있다. Barron’s, 9월 2일 채권시장

그렇다면 다음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이것이다.

유가와 단기 물가 충격이 진정된 이후에도,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힘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2. 정부의 차입이 줄지 않는데 민간의 자본 수요까지 늘어난다


고령화와 재정지출의 경직성은 이전 글에서 정리했다.

생각정리 350 — Debt, Centralization

국가부채와 글로벌 장기자금 경쟁의 관계도 아래 글로 갈음한다.

생각정리 347 — AI Fiscal Race, Public Debt

이번 글에 필요한 결론은, 주요국 정부의 차입 필요가 경기회복만으로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IMF의 2026년 4월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정부부채는 2025년 GDP의 **약 94%에서 2029년 100%**로 상승한다. IMF, Fiscal Monitor

이 상황에서 AI가 새로운 민간 자본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료: OECD, Global Debt Report 2026. 조달액은 차환을 포함하며, CAPEX와 회사채 발행 전망은 서로 다른 지표이므로 합산하지 않는다.

정부는 기존 부채를 차환하고 새로운 재정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동시에 기술기업은 데이터센터와 AI 생산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외부자금을 조달한다.

반면 OECD는 중앙은행의 국채 보유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에게 더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OECD 보고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주체는 늘어나는데, 그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는 더 높은 보상을 따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국채의 한계 매수자가 요구하는 수익률도 달라질 수 있다.

3. AI의 생산성은 나중에 오지만 CAPEX는 먼저 발생한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단위비용을 낮출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그 생산성을 얻으려면 먼저 AI Physical Infrastructure를 건설해야 한다.

반도체와 서버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냉각설비와 변압기, 건설인력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5월 27일 연설에서 기업들이 발표한 데이터센터 계획이 1.5조 달러 이상이며, 그중 실제로 실현된 부분은 작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첨단 장비, 전문 건설인력의 가격 압력도 함께 언급했다. 연준, 쿡 연설

이 금액은 발표된 계획이다. 앞으로 얼마나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고금리에도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이전 글에서 다뤘다.

생각정리 357 — Beyond the Cycle, k-EPC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시간차다.

AI CAPEX → 자금·설비·전력 수요 증가 → 생산능력 확보 → AI 도입 확산 → 생산성 개선

자본과 실물자원에 대한 수요는 앞에서 발생한다. 경제 전체가 생산성 개선의 혜택을 얻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유가가 하락해 단기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장기자금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유가 안정과 장기 자본비용 안정 사이에 시간차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4. 금리인하가 오히려 AI 투자를 더 자극한다면


여기에 한 가지 역설이 생긴다.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책금리가 낮아졌는데, AI 투자의 기대수익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기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자는 추가 수익을 얻을 기회를 찾는다. 차입비용 하락은 일부 프로젝트의 금융조달을 쉽게 만들고, 투자 가능한 사업의 범위도 넓힌다.

AI 분야에서 위험을 감안한 기대수익성이 충분한 프로젝트가 많다면, 이러한 자본이 AI 관련 지분투자와 대출, 인프라 금융으로 배분될 유인도 커진다.

BIS는 낮은 금리가 금융기관의 수익률 추구와 위험 인수를 강화하는 경로를 연구했다. 미국과 유럽의 상장은행 약 600개를 분석한 2009년 연구는 저금리의 지속이 금융기관의 위험 인수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BIS, Monetary Policy and the Risk-Taking Channel

이 연구가 AI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실증은 아니다. 다만 단기 수익률이 낮아질 때 자본배분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Fed Funds Rate 하락
→ 단기 안전자산 수익률·일부 조달비용 하락
→ AI 관련 위험자본 공급 확대
→ 신규 CAPEX와 차입 증가
→ 장기자금 수요 확대
→ 장기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압력

중요한 연결고리는 신규 투자다.

기존 주식의 가격만 상승하는 경우보다, 새롭게 조달된 지분자본이 대출과 회사채 발행을 동반하고 실제 데이터센터·전력설비 건설로 이어질 때 이 경로는 강해진다.

프로젝트의 위험을 감안한 수익성이 유지된다면, 금리인하가 투자를 앞당기고 그 투자가 다시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금융공급이 늘면서 AI 관련 신용스프레드가 좁아질 수도 있다. 이후 추가 투자와 차입이 확대되면 장기 기준금리에는 다시 상방압력이 생길 수 있다.

단기 금융여건의 완화가 장기 자본 수요를 더 크게 만드는 역설이다.

5. 장기금리는 어느 힘이 더 강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정책금리 인하는 장기채 매수를 늘리는 힘도 갖고 있다.

투자자는 단기금리가 더 내려가기 전에 장기 국채의 수익률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 미래 단기금리 전망이 낮아지는 것 자체도 장기금리를 낮추는 요인이다.

결국 아래의 힘들이 함께 작용한다.

앞으로 AI 투자와 정부의 차입 수요가 충분히 강하다면, 금리인하에 따른 장기금리 하락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하가 이뤄지면, 시장은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재긴축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단기금리는 내려가지만 장기금리는 높은 수준에 남거나, 경우에 따라 오르는 모습도 가능해진다.

6. 결국 과거의 중립금리 Anchor를 다시 봐야 한다


AI의 영향은 현재의 CAPEX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늘어나면,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본의 규모 자체가 커질 수 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2월 17일 연설에서 AI가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경우 기업의 투자와 자본 수요가 늘어나 금리에 상방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도 미래소득 증가를 기대해 저축을 줄일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더 높은 균형금리인 r-star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 바 연설

AI는 생산비용을 낮추면서 동시에 자본의 수익성과 투자 수요를 높일 수 있다.

Productivity 상승
→ 투자 기회 확대
→ Capital Demand 증가
→ 균형 실질금리 상승 가능

여기에 국채 공급과 기간프리미엄 부담이 겹치면,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장기 명목금리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금리의 Anchor 이동은 이 변화에 가깝다.

과거의 낮은 중립금리와 낮은 기간프리미엄을 앞으로의 장기 자본비용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경제가 필요로 하는 균형금리는 높아졌는데 정책금리만 낮춘다면, 그 금리는 투자와 수요를 더 자극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은 그 결과까지 장기금리에 반영한다.

7. 미국의 자본 수요는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연결된다


미국의 AI 투자가 미국 안에서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보험사와 연기금, 국부펀드와 자산운용사는 미국채·유럽채·일본채뿐 아니라 회사채와 인프라 대출, 부동산 금융을 함께 비교한다.

이들이 미국 AI 인프라에 배분할 자금을 늘린다면 다른 자산에 대한 배분도 영향을 받는다.

국채 공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민간 장기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 정부도 신규 매수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할 수 있다.

최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국부펀드의 채권 벤치마크에서 정부채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고, 기관보증 MBS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권고했다. Norges Bank, 채권 투자전략 검토

아직 권고 단계이지만, 대형 장기투자자가 국채와 다른 채권의 위험프리미엄을 다시 비교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국가별 영향의 크기는 다를 것이다. 환헤지 비용과 자국의 경기·물가, 국내 투자자의 국채 수요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달러 환헤지 비용이 낮아지면 해외 투자자의 미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방향은 중요하다.

미국의 AI CAPEX가 확대될수록 글로벌 자본배분의 기준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다른 국가의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정리한 ‘r은 세계화되고, g는 AI 인프라를 따라간다’는 생각도 이와 연결된다.

8. 이제는 금리인하 여부와 자본비용을 따로 봐야 한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다음 FOMC에서 금리를 내리는지에만 있지 않다.

인하 이후에도 장기 실질금리와 기간프리미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AI 투자계획이 실제 금융조달과 CAPEX로 전환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AI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가 취소되거나, 경기침체로 민간 차입이 줄고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면 장기금리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재정조정이 실제로 진행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정책금리 인하만으로 모든 자산의 할인율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다.

AI 인프라 기업 역시 매출과 수주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금융비용과 유지·교체 CAPEX, 가동률을 반영한 현금수익률이 자본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성장이 강한 산업일수록 자본도 많이 필요하다. 그 자본의 가격까지 함께 봐야 한다.

#글을 마치며


미국 정부는 물가와 금리를 낮추려 할 것이다.

동시에 AI 투자를 늘려 생산성과 성장률을 높이려는 정책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생각정리 359 — AI Is the Exit, G20」에서 정리했다.

그런데 그 두 목표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수 있다.

단기금리를 낮추면 일부 금융비용은 줄어든다. 하지만 높은 기대수익성을 가진 AI 투자에 자본이 더 공급되고, 그 투자가 추가 차입과 설비 수요로 이어지면 장기 자본비용에는 다시 상방압력이 발생한다.

여기에 주요국의 Public Debt와 차환 수요는 계속 남아 있다.

정부는 낮은 금리를 원하지만, 시장은 늘어나는 자본 수요를 감당할 수익률을 요구한다.

앞으로는 Fed Funds Rate이 내려가는 시기에도 장기자본은 여전히 비쌀 수 있다.

정책금리의 방향만으로 채권시장과 자산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끝 


2026년 8월 24일 월요일

생각정리 350 (* Debt, centralization )

부채의 시대, 성장의 조건


고령화와 정치가 Public Debt를 늘리고, AI가 국가·기업·자산의 집중을 가속하는 방식


전 세계 주요국의 Public Debt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결국 인구구조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고령층의 인구와 투표 비중이 커질수록 연금·의료·장기요양 지출을 줄이기는 어려워진다. 반면 이 비용을 부담할 생산연령인구는 감소하기 때문에 세수 기반과 잠재성장률은 동시에 약해진다.

과거에는 경기침체가 끝나면 재정지출도 줄어들고 재정수지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주요국이 부담하는 복지·국방·에너지 안보·전력망 투자와 이자비용은 경기가 회복된다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지출이 아니다.

생각정리 347 (* AI Fiscal Race, Public Debt)

대충 어설픈 논리로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라는 뜻..

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이 누렸던 두 가지 배당이 동시에 끝나고 있다.

하나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 노동력과 납세자로 편입되며 만들어낸 Demographic Dividend였고, 다른 하나는 냉전 종식과 세계화가 제공한 Peace Dividend였다.

이제 베이비붐 세대는 노동시장에서 은퇴하고 있고, 세계화는 후퇴하고 있으며, 각국은 다시 국방과 에너지 안보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과거의 배당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그 배당이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생각정리 139 (* The Age Of Turbulence, Alan Greenspan)


1. 고령화는 어떻게 국가부채로 바뀌는가


고령화가 국가재정으로 전달되는 첫 번째 경로는 지출이다.

Retirees ↑ → Pension·Healthcare·Long-term Care ↑ → Primary Spending ↑ → Fiscal Deficit ↑ → Sovereign Issuance ↑ → Interest Expense ↑

두 번째 경로는 성장과 세수다.

Working-age Population ↓ → Labor Supply ↓ → Potential Growth ↓ → Tax Base Growth ↓ → Debt/GDP ↑

고령화는 정부지출이라는 분자를 늘리는 동시에 GDP와 세수라는 분모의 성장속도를 떨어뜨린다. 정부가 별다른 제도변경을 하지 않아도 부채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이유다.

물론 고령층에게 지출되는 자본이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료와 요양은 서비스를 생산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고령층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연금은 기본적으로 이전지출이고, 의료·요양은 기존 인구의 건강과 생활을 유지하는 성격이 강하다. 전력망·공장·교육·연구개발처럼 미래의 생산능력과 세수 기반을 직접 확장하는 투자와는 경제적 성격이 다르다.

문제의 본질은 고령층 관련 지출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소비와 유지비용이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는데, 이를 미래에 부담할 노동력과 세수 기반은 줄어든다는 데 있다.

고령화가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은퇴 준비 단계에서는 가계저축과 연금자산이 늘어나 채권수요가 확대될 수 있지만, 본격적인 은퇴와 자산인출 단계에서는 연금지급과 의료지출이 증가하고 장기채를 매입하던 자연 수요의 성장도 둔화한다.

결국 어느 시점부터는 **Bond Supply ↑ + Natural Buyer Growth ↓**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재정적자가 국채공급을 늘리는 동안 이를 장기간 보유할 국내 저축기반의 증가세는 약해지는 구조다.


2. 사회보장 축소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이유


이 문제의 경제적 처방은 비교적 분명하다. 연금의 수급연령과 급여증가율을 조정하고, 의료·복지지출의 증가속도를 낮추며, 기초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필요한 개혁과 민주주의에서 실행 가능한 개혁은 서로 다른 문제다.

인간은 미래의 불확실한 재정부담보다 현재 확실하게 받는 연금·의료·주거·보육 혜택을 훨씬 크게 평가한다. 이미 받던 혜택의 축소는 새로운 혜택을 얻지 못하는 것보다 더 강한 상실감과 저항을 일으킨다. 정치인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과 유권자의 선택을 반영하는 존재다. 

(*정치인 욕할 필요 없다. 내가 속한 사회의 평균, 인간의 본성 자체가 그런 것이다.. 그저 개별 개인별로 겉으로는 안그런척 하고 살아갈 뿐이다.)

복지 확대의 수혜자는 지금 투표하지만, 그 비용을 부담할 미래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는 현재의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다. 복지 축소의 손실은 특정 집단에 즉시 집중되지만, 재정건전화의 편익은 수십 년에 걸쳐 사회 전체에 분산된다.

Beneficiaries Today ↑ → Voting Power ↑ → Reform Cost ↑ → Fiscal Adjustment Delayed → Future Burden ↑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이 구조는 자기강화된다. 고령층의 인구와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사회보장 지출을 공개적으로 줄이겠다고 말할 정치인은 더욱 희소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제 재정조정은 투명하고 점진적인 복지 축소보다 다음과 같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 명목급여는 유지하지만 물가상승을 통해 실질급여를 줄인다.

  • 명목세율보다 공제·과세표준을 조정해 실질세부담을 높인다.

  • 연금 수급연령과 자격조건을 조금씩 바꾼다.

  • 국채발행을 늘려 현재의 부담을 미래로 넘긴다.

  • 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은행과 금융시스템을 통해 손실을 사회 전체로 분산한다.


결국 사회보장 프로그램은 정치인의 자발적인 결단으로 축소되기보다, 채권시장이 기존 재정경로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에 외부적으로 조정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국가의 장기 지급능력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신과 가족의 현재 안전을 먼저 지키도록 형성돼 있다. 고령화 시대의 재정문제는 합리적인 정책을 몰라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 집단적으로는 지속 불가능한 결과를 만드는 정치경제적 딜레마에 가깝다.


3. 10년 뒤와 20년 뒤, 예산은 얼마나 경직되는가


각국의 공식 장기전망을 연금·공공의료·장기요양·순이자비용이라는 동일한 항목으로 재분류하면, 이들 지출이 전체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다음과 같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위 수치는 국가별 회계범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복지부담의 순위를 보여주는 정밀 비교가 아니다. 각국의 공식 전망을 바탕으로 정부가 재량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공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보기 위한 Base Case 추정치에 가깝다.

미국은 이미 연방예산의 상당 부분이 Social Security, Medicare를 비롯한 의료지출과 순이자비용으로 묶여 있다. CBO는 2036년 미국의 연방지출이 GDP의 24.4%, 재정적자가 6.7%, Public Debt가 1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지출 증가의 중심에 사회보장·의료·이자비용이 있다고 본다.

참고자료: CBO,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2026 to 2036

https://www.cbo.gov/publication/61882?utm_source=chatgpt.com



영국과 일본도 현재 약 절반 수준인 경직성 지출 비중이 2040년대로 갈수록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OBR은 인구고령화와 의료비 증가가 장기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며, 현행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70년대 초반 부채비율이 GDP의 270%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참고자료: UK OBR, Fiscal Risks and Sustainability Report 2025

독일은 복지지출의 절대 수준이 이미 높기 때문에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러나 세금과 사회보험료 인상, 급여조건 조정으로 부채증가를 억제한다면 부담은 국채위기보다 가처분소득 감소·노동비용 상승·낮은 잠재성장률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은 현재의 절대 부담보다 증가속도가 더 중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의무지출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54.4%에서 2072년 64.3%**로 상승하고, 총수입은 GDP의 **24.5%에서 22.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참고자료: 국회예산정책처, 2025~2072년 NABO 장기재정전망

결국 중요한 것은 복지비가 증가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연금·의료·이자비용이 예산을 먼저 점유하면서 국방·에너지·전력망·교육·연구개발·AI 인프라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공간을 줄인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4. 부채보다 빠른 GDP를 만들 수 있는가


현재 정책과 제도가 큰 폭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Base Case에서 각국의 Debt/GDP는 대략 다음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2036년 수치는 공식 중기전망을 중심으로 사용했고, 공식 전망 특정 연도까지만 제공되는 국가는 장기 성장률과 재정수지 경로를 연장해 2046년을 추정했다. 따라서 이 표는 특정 연도의 정밀한 Point Forecast가 아니라 현행 제도를 유지했을 때 나타나는 방향과 기울기를 보여주는 비교용 시나리오다.

한국은 국가채무의 절대 수준은 아직 주요 선진국보다 낮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현행제도 유지 시나리오에서는 Debt/GDP가 2025년 47.8%에서 2040년 80.3%, 2050년 107.7%, 2072년 173.0%로 상승한다.

같은 전망에서 한국의 실질성장률은 2030년 1.9%, 2040년 1.2%, 2050년 0.8%로 낮아진다. 부채를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성장률은 높아지는데 실제 잠재성장률은 낮아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Debt/GDP가 올라가지 않으려면 결국 명목 GDP가 명목 부채와 비슷한 속도로 증가해야 한다. 앞선 부채경로와 명목 GDP 전망을 이용해 역산하면, 세금 인상이나 복지조정 없이 성장만으로 현재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명목 GDP CAGR은 대략 다음과 같다.





미국은 향후 10년 동안 명목 GDP가 연평균 약 5.8% 성장해야 현재 부채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2%로 가정하면 약 3.7%의 실질성장률이 필요하며, 장기 잠재성장률보다 매년 1.5~2.0%p 높은 수준이다.

독일과 한국의 숫자는 더욱 극단적이다. 독일은 재정조정 없이 연 6% 이상의 명목성장이 필요하고, 한국은 물가를 제외하더라도 약 5%의 실질성장을 장기간 지속해야 한다.

이는 실제 달성 가능한 성장 전망이라기보다, 현재의 지출·조세·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장만으로 부채를 안정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국가부채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은 결국 r과 g의 관계다.

부채비율 변화 ≈ 기초재정적자 + (실효금리 r − 명목성장률 g) × 기존 부채비율

g가 r보다 충분히 높으면 기존 부채의 부담을 성장으로 흡수할 수 있다. 반대로 r > g인 상태에서 기초재정적자까지 지속되면 부채비율은 누적적으로 상승한다.

문제는 지금 주요국이 r에는 상방압력을 받으면서 g에는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는 노동공급과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복지·국방·에너지 안보는 국채공급을 늘린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전력망·반도체 생산시설을 위한 민간 장기자본 수요까지 겹친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Sovereign Debt와 Private Infrastructure Debt를 동시에 소화해야 한다. 저축보다 자본수요가 빠르게 늘어난다면 장기금리와 기간 프리미엄은 구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5. AI는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g의 돌파구다


명목성장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플레이션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고정금리 부채의 실질가치를 일시적으로 희석할 뿐, 시간이 지나 국채가 차환되고 임금·의료비·물가연동 급여가 조정되면 이자비용과 재정지출을 다시 끌어올린다.

Inflation ↑ → Nominal GDP ↑ → 단기 Debt/GDP 완화 → Bond Yield·Indexed Spending ↑ → Interest Expense ↑

반면 생산성 향상으로 실질성장이 높아지면 GDP뿐 아니라 기업이익·임금·세수 기반이 함께 증가한다.

Productivity ↑ → Real GDP ↑ → Profit·Wage Income ↑ → Tax Base ↑ → Primary Deficit ↓

고령화로 노동투입이 줄고 세계화의 비용절감 효과까지 약해지는 환경에서 실질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돌파구는 AI다. AI가 인간의 지식노동을 보완하고 연구개발·소프트웨어·제조·물류·의료·행정 전반의 생산성을 높인다면, 주요국은 노동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산출과 세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IMF의 2025년 분석에서도 향후 10년간 AI가 세계 GDP 수준을 약 1.3~4.0% 높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국가별로 균등하지 않았다. 미국의 산출 증가 효과는 시나리오에 따라 1.9~5.6%로 가장 크게 추정됐고, 선진국의 소득증가 효과는 저소득국의 두 배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참고자료: IMF, The Global Impact of AI: Mind the Gap, April 2025

AI가 다른 범용기술과 다른 점은 소프트웨어만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첨단 반도체, HBM, 첨단 패키징,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과 송전망, 냉각설비, 토지, 자본, 데이터와 고급인력이 모두 필요하다.

이 자원들은 단기간에 무한히 늘릴 수 없다. 특히 전력과 계통연결,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데이터센터 부지와 자본은 공급에 긴 시간이 걸리는 물리적 병목이다.

따라서 AI 경쟁은 단순히 더 좋은 알고리즘을 만드는 경쟁으로 끝나지 않는다.

Compute·Memory·Power·Capital·Talent 확보 경쟁 → 국가 산업정책 확대 → 공급망 블록화 → AI Sovereignty 경쟁

Stanford AI Index 2026에 따르면 2025년 주목할 만한 Frontier Model의 90% 이상을 기업이 개발했고, AI 모델 생산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미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10배 이상 많은 5,427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선단 AI 칩 생산은 사실상 하나의 대만 파운드리에 크게 의존한다.

참고자료: Stanford HAI, The 2026 AI Index Report

AI가 국가부채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 돌파구에 가까워질수록, 각국은 이를 선택 가능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투자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한 국가가 투자를 늦추면 단순히 한 산업의 점유율을 잃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생산성·기업이익·세수 기반 전체가 경쟁국으로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 투자경쟁은 자발적으로 멈추기 어렵다. 미국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하면 중국과 유럽, 중동과 아시아도 국가자본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재정여력이 부족한 국가조차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보조금·세액공제·정책금융·전력망 투자를 동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6. r은 전염되지만 AI가 만드는 g는 집중된다


AI 경쟁이 모든 국가의 성장을 동일하게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국채공급과 민간 인프라 자금수요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면 높아진 r은 세계 금융시장을 통해 대부분의 국가에 전염된다. 미국 장기금리가 오르면 유럽과 아시아의 국채금리, 회사채 조달비용, 부동산 할인율도 함께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AI가 만들어내는 g는 Compute·Power·Cloud·Model·Data를 실제로 통제하고, 이를 기업과 행정 전반에 확산시킨 국가에 더 많이 귀속된다.

r은 글로벌하게 공유되지만, AI가 만드는 g는 소수 국가와 기업에 귀속된다.

AI는 초기 고정비가 크고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다. 더 많은 컴퓨트와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더 좋은 모델을 만들고,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더 많은 현금흐름과 데이터를 다시 투자할 수 있다.

Capital·Compute ↑ → Model Capability ↑ → Users·Cash Flow ↑ → Reinvestment ↑ → Market Power ↑

이 과정에서 AI의 과실은 기술을 단순히 사용하는 기업보다 핵심 인프라와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AI를 수입해 사용하는 국가는 일부 생산성 혜택을 얻겠지만, 초과이익·고급일자리·자본시장 가치·세수의 상당 부분은 원천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세계는 모든 국가가 AI를 통해 동시에 높은 성장을 누리는 모습보다, 모든 국가가 AI 경쟁을 위해 자본을 투입하지만 실제 성장과 재정개선의 과실은 일부 국가와 기업에 집중되는 모습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AI 경쟁에서 뒤처진 국가에는 더 불리한 조합이 남는다.

Global r ↑ + Domestic g ↓ + Welfare Burden ↑ + AI Import Cost ↑ → Debt/GDP ↑

반면 AI 인프라와 플랫폼을 지배하는 국가와 기업은 세계에서 유입되는 자본과 사용료, 데이터와 인재를 다시 흡수하며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

(이제와서 국채 이자비용이 오른다고 AI Capex 경쟁에서 자진하차한다는 얘기는 그냥 죽겠다는 소리다.)


결론: 부채의 세계는 더 강한 자산 집중으로 끝날 수 있다


IMF의 2026년 4월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Public Debt는 2025년 GDP의 94%에 근접했고, 2029년에는 1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불과 1년 전 전망보다 1년 빨라진 경로다. 사회적 지출과 국방·전략적 자율성을 위한 비용, 그리고 증가하는 이자부담이 동시에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참고자료: IMF, Fiscal Monitor: Fiscal Policy under Pressure, April 2026

앞으로 글로벌 Public Debt가 GDP의 100%를 넘어서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다. 세계경제가 더 많은 국채공급과 이자비용, 더 높은 차환위험을 상시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AI 인프라를 위한 막대한 민간 자본수요까지 더해지면 r에는 구조적인 상승압력이 생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연금·의료·복지지출을 줄이기 어렵고, 국방과 에너지 안보, AI 산업정책까지 포기할 수 없다면 정부는 더 많은 재정지출과 국채발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나 금융불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다시 유동성을 공급하고, 보증과 정책금융을 확대하며, 민간의 손실을 공공부문으로 이전하려 할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과거처럼 낮은 금리만으로 돈이 풀리는 세계가 아니라, 높아진 금리와 더 많은 재정지출·유동성 공급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가 될 수 있다.

이 조합은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보다 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훨씬 유리하게 작동한다.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은 현금과 고정소득의 실질가치를 깎지만, 희소한 생산자산과 가격결정력을 가진 기업은 높아진 명목가격과 이익을 흡수할 수 있다.

특히 AI는 그 자체로도 자본집약적이고 승자독식 산업이다. 최첨단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클라우드·모델·데이터를 소유한 소수 기업은 세계의 생산성 향상에서 발생하는 지대와 현금흐름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업을 보유한 주주와 해당 기업이 위치한 국가로 소득·세수·자산가치가 다시 집중된다.

결국 앞으로의 국가경쟁은 단순히 부채보다 빠른 GDP를 만드는 경쟁이 아니다.

누가 한정된 Compute·Power·Capital을 먼저 확보하고, AI가 만들어내는 g를 자국의 기업이익·임금·세수·자산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경쟁이다.

이 경쟁에서 r의 상승과 부채비용은 세계가 함께 부담하지만, AI 성장의 과실은 특정 국가와 특정 기업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각국 정부는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입하겠지만, 그 돈이 만들어낸 부가 모든 국민에게 같은 비율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우리가 목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Public Debt의 사회화와 AI 성장 과실의 집중화다.

국가는 더 많은 부채를 떠안고, 중앙은행과 정부는 위기 때마다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며, 그 자본은 다시 가장 높은 생산성과 시장지배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과 희소자산으로 몰릴 수 있다.

다가오는 시대는 모두가 AI로 함께 부유해지는 시대가 아니라, 모두가 AI 경쟁의 비용을 부담하지만 그 과실은 소수 국가·기업·자산 소유자에게 누적되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글로벌 부채가 100%를 넘어선 이후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부채만이 아니라, 자산과 권력의 집중일 가능성이 높다.

 

#글을 마치며


변동성을 견딜 수 있도록 Risk Management만 제대로 해둔다면, Physical AI Infrastructure에 대한 장기투자는 결국 높은 확률로 이기는 게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은 이처럼 비교적 명확한 구조적 변화를 AI 이전의 관성으로 해석하는 데 있다. 자본이 축적되지 않고 가격 전가력과 경쟁우위도 약한 기업에 투자한 채 평균으로의 회귀만을 기다린다면, 이전과 달리 회복을 기다릴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자본과 이익이 소수의 국가·기업·자산으로 집중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잘못 배분된 자본은 더 빠르게 가치를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복잡하지 않다.

Macro Shock이 찾아올 때마다 공포에 휩쓸리기보다, AI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Physical Infrastructure 자산을 꾸준히 사 모으는 것이다.

생각정리 342 (* LPS, Where Does Value Accrue in the AI Era?)
생각정리 348 (* Power is the Inner Loop)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투자시장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열심히 일해 얻은 노동소득을 꾸준히 저축하고, 부채 없이 근검절약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삶이 안정된다는 기존의 사회적 믿음 자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산가격과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환경에서는 아무런 Risk도 지지 않는 선택이 오히려 실질적인 자산가치를 지속적으로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앞으로는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Leverage를 활용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의 부채를 유지하면서, 노동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끊임없이 전환해야만 현재의 경제적 위치라도 지킬 수 있는 시대가 될지 모른다.

이는 모든 사람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위험을 회피할 자유 자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사회가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현실의 변화가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준비된 사람은 자산과 자본소득을 통해 더 빠르게 앞서가지만, 과거의 성실함과 저축 규범을 믿고 살아온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 없음에도 계속 뒤처질 수 있다.

그리고 AI는 이러한 자산과 소득의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마저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높다.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인 동시에, 기존에 존재하던 자본·소득·권력의 격차를 훨씬 빠르게 증폭시키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AI는 단순한 생산성 혁신을 넘어, 노동과 저축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기존의 사회계약을 자산 소유와 자본 배분 중심으로 재편하는 기술에 가깝지 않나 싶다.


=끝

2026년 7월 23일 목요일

생각정리 318 (* 빚투 레버리지, 변동성)

운이 좋게도 내 전공은 금융이었다.

그렇다고 당시부터 주식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금융이라는 분야가 막연히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전공은 생각보다 내 성향과 잘 맞았다.
학부생활 내내 주식과 금융시장, 파생상품 거래에 관심이 점점 커졌기 때문에 전공 공부를 따로 시간을 내서 하거나 어렵게 느끼지는 않았다.

한때는 블랙-숄즈 모형을 기반으로 옵션과 선물의 내재가치를 계산하고,
위험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차익거래 기회를 찾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려 했다.
이를 위해 주변 친구들에게 함께 해보자며 열심히 설득했던 기억도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지켜보다 문득, 예전에 공부했던 파생상품 관련 지식을 다시 꺼내 들게 됐다.
이번 달 시장의 변동성이 왜 이렇게 커졌는지 내 나름의 관점에서 정리해보고 싶었다.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고 현물·선물·옵션시장의 괴리가 반복되는 환경이라면,
파생상품과 현·선물 차익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트레이더들은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지 않을까한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을 파생상품과 차익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과정에서 떠올랐던 생각들을 차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7월 코스피는 왜 유난히 크게 흔들렸을까


7월 들어 코스피의 변동성이 유난히 커졌다.

https://t.me/jump0000

https://t.me/jump0000

장 초반 4~5%씩 밀리던 지수가 오후 들어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거나,


2026.07.24 외국인 코스피 선물매매
요 며칠 계속 반복되는 패턴

2026.07.14 투자자별 선물 매매


장 마감전 선물을 급히 매수하거나, 하루 급등한 뒤 다음 거래일에 상승분을 그대로 반납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물론 글로벌 반도체 업황, AI 설비투자 전망, 중동 정세, 유가와 금리 불확실성 등이 시장 방향을 결정한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외부 뉴스만으로 국내 증시의 극단적인 장중 움직임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근 국내 시장에는 네 가지 구조가 동시에 확대됐다.

1) 개인투자자의 2배 레버리지 ETF 투자가 빠르게 늘었다.

2)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융자를 이용한 빚투도 확대됐다.

3)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끌고 가는 왝더독 현상이 강해졌다.

4) 여기에 옵션시장의 감마 헤지와 현·선물 베이시스 차익거래가 결합됐다.


이 구조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작은 충격도 현물과 선물, 옵션, ETF 시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크게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2배 레버리지 ETF는 가격이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판다


2배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나 종목의 장기 수익률을 2배로 만들어주는 상품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삼성전자가 하루 5% 상승하면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는 약 10% 상승하도록 설계된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5% 하락하면 ETF는 약 10% 하락한다.

이 목표를 매일 유지하려면 ETF 운용사는 장 마감 무렵 현물과 선물 포지션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ETF 순자산도 늘어난다.
커진 순자산을 기준으로 다시 2배 노출을 맞추려면 현물이나 선물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반대로 현물과 선물을 추가로 매도해야 한다.

결국 레버리지 ETF는 가격이 오르면 더 사고, 가격이 내리면 더 파는 구조를 갖는다.

상승장에서는 추가 매수가 주가를 더 끌어올리고,
하락장에서는 추가 매도가 낙폭을 확대할 수 있다.


개인 자금이 소수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됐다


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출시됐다.

이후 6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누적 순매수는 약 8조2,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시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순자산은 약 9조1,500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는 약 5조2,200억원까지 늘어났다.

불과 몇 주 만에 14조원이 넘는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지수 비중이 큰 두 종목에 집중된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ETF 내 편입절대금액과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게 됐다. 

※ ETF 순자산총액 533조원
(2026-06-22)


※ ETF 內 삼성전자(005930) 편입금액 61.42조원
(2026-06-22)

※ ETF 內 SK하이닉스(000660) 편입금액 71.44조원
(2026-06-22)

※ ETF 內 삼성전자 주식선물 편입금액 6.02조원
(2026-06-22)

※ ETF 內 SK하이닉스 주식선물 편입금액 11.50조원
(2026-06-22)

https://www.communicationstoday.co.in/samsung-sk-hynix-and-leveraged-etfs-account-for-70-of-trading/?utm_source=chatgpt.com

 - 7월 日 평균 거래대금은 34.84조원 중 상위 10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日 평균 21.02조원으로 전체대비 60.35% 

상품 규모가 작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ETF 순자산이 수조원대로 커지면 같은 3%의 주가 변동에도 장 마감 리밸런싱 물량이 수천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AUM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증가하는 리벨런싱 비율

자본시장연구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인 리밸런싱 거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주가가 2.9% 올랐는데 5,300억원을 더 사야 했다


레버리지 ETF의 영향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6월 1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2.9% 상승했다.

당시 관련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수를 유지하기 위해 SK하이닉스 현물 약 2,600억원과 선물 약 2,700억원을 추가로 매수해야 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현물과 선물을 합치면 약 5,300억원이다.

기업의 실적 전망이 그만큼 개선됐기 때문에 발생한 주문이 아니었다.

단지 당일 주가가 상승했고, ETF가 다음 거래일에도 2배 노출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기계적인 매수였다.

주가가 오르면 ETF 순자산이 커진다.

커진 ETF는 다시 주식과 선물을 추가로 매수한다.

추가 매수는 주가를 다시 끌어올린다.

하락장에서는 이 과정이 정확히 반대로 작동한다.

가격 변화가 새로운 주문을 만들고, 그 주문이 다시 가격을 움직이는 자기강화 구조다.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레버리지 ETF는 숏 감마와 비슷한 매매를 만든다


파생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 중 하나가 감마다.

델타는 기초자산 가격이 움직일 때 옵션 가격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낸다.

감마는 기초자산 가격이 움직일 때 그 델타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를 의미한다.

쉽게 표현하면 델타가 속도라면 감마는 가속도에 가깝다.

옵션을 많이 매도한 증권사나 시장조성자는 옵션에서 발생하는 가격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물이나 선물로 델타 헤지를 한다.

시장조성자가 숏 감마 상태라면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현물이나 선물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더 매도해야 한다.

상승할 때 사고, 하락할 때 파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기존 방향을 확대하는 거래다.

레버리지 ETF는 옵션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감마 포지션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격이 오르면 추가로 사고,
가격이 내리면 추가로 파는 리밸런싱 방식은 숏 감마 헤지와 비슷한 매매 패턴을 만든다.

7월 시장에서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과 옵션 딜러의 숏 감마 헤지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했다면,
현물과 선물의 움직임은 더욱 빠르게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내 옵션시장 전체가 당시 순숏 감마였는지는 공개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행사가격과 만기별 옵션 잔고, 투자자별 포지션, 델타와 감마를 모두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마가 7월 변동성을 직접 만들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숏 감마 포지션이 많았을 경우 이미 발생한 움직임을 추가로 증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선물이 현물을 끌고 가는 왝더독 현상


원래 주식시장의 중심은 현물이다.

기업의 실적과 가치가 변하면 현물 주가가 움직이고,
선물가격이 이를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그러나 선물시장의 거래 규모와 속도가 커지면 순서가 뒤집힐 수 있다.

선물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현물가격이 뒤따라가는 것이다.

이를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라고 한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의미다.

여기서 개는 현물시장이고
꼬리는 선물시장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수십 개 종목을 일일이 거래하는 대신 KOSPI200 선물을 이용해 시장 전체 노출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

대규모 악재가 발생하면 선물을 먼저 매도한다.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빠르게 하락한다.

그러면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현물 주식을 매도한다.

선물시장에서 시작된 충격이 현물시장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7월에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반복된 것도 선물과 현물 사이의 연결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이드카 자체가 KOSPI200 선물가격의 급변을 기준으로 프로그램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출처: 한국거래소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베이시스다


현물과 선물은 같은 기초자산을 추종하지만 가격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선물가격에는 만기까지의 금리와 예상 배당이 반영된다.

현물가격과 선물가격의 차이를 베이시스라고 한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베이시스 = 선물가격 - 현물가격

선물이 현물보다 이론적인 적정 수준 이상 비싸지면 베이시스가 확대된다.

반대로 선물이 지나치게 싸지면 베이시스가 축소되거나 마이너스로 내려간다.

전문투자자는 이 가격 차이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한다.

선물이 비싸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물 바스켓을 매수하고, 비싸진 선물을 매도한다.

반대로 선물이 지나치게 싸면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한다.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현물과 선물가격이 수렴하기 때문에,
거래비용을 제외하고도 충분한 가격 차이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엄밀하게는 이론가격과 거래비용, 배당 추정, 주식 차입비용까지 반영해야 하므로 완전히 공짜인 거래는 아니다.

그러나 특정 방향을 맞히는 투자보다 시장 위험을 훨씬 작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의 기계적인 주문이 전문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문제는 개인투자자의 거래까지 점점 더 기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수가 오르면 개인은 2배 레버리지 ETF를 추격매수한다.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도에 나선다.

여기에 신용융자나 차입을 이용한 투자자는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담보비율이 무너지면서 반대매매까지 당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의 주문은 가격 변화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레버리지 ETF도 마찬가지다.

ETF 운용사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에 맞춰 정해진 리밸런싱 주문을 실행해야 한다.
지수가 오르면 선물이나 현물을 추가로 매수하고, 지수가 하락하면 반대로 매도해야 한다.

결국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개인과 ETF 운용사가 어떤 주문을 낼지 상당 부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오후 2시 이후에는 당일 지수 수익률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
여기에 ETF의 전일 순자산과 현물·선물 보유 비중을 대입하면 장 마감 전 리밸런싱 물량도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신용잔고와 주요 가격대별 거래량을 함께 보면 개인의 손절매와 반대매매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구간도 가늠할 수 있다.

전문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에 나올 주문의 방향과 규모를 미리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많아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지수가 급등하면 개인의 레버리지 ETF 추격매수가 늘어난다.
동시에 ETF 운용사도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에 선물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빠르게 오르면 베이시스가 확대된다.
그러면 전문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비싸진 선물을 매도하고 저렴한 현물을 매수하는 차익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반대로 지수가 급락하면 개인의 손절매와 반대매매가 증가한다.
ETF 운용사도 리밸런싱을 위해 선물을 추가로 매도해야 한다.

그 결과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과도하게 낮아지면 전문투자자는 저평가된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하는 역차익거래에 나설 수 있다.

결국 개인과 ETF의 기계적인 주문이 한 방향으로 몰릴수록 현물과 선물 사이의 가격 괴리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투자자는 이 괴리를 이용해 차익거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은 전문투자자에게 손 안 대고 코 푸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개인과 ETF가 어느 가격대에서 어떤 방향으로 주문을 낼지 비교적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거래에는 여러 위험이 존재한다.
베이시스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고,
체결가격 차이와 현물 바스켓 추적오차도 발생할 수 있다.
배당과 차입비용, 시장 급변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차익거래 역시 항상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전문투자자가 개인보다 더 많은 정보와 다양한 거래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옵션 투자자에게도 쉬운 변동성 거래 환경이 됐을 수 있다


개인의 기계적인 주문은 현·선물 차익거래자뿐 아니라 일부 옵션 투자자에게도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옵션 투자자는 단순히 지수가 오를지 내릴지만 거래하지 않는다.

시장이 얼마나 크게 움직일지, 즉 변동성 자체를 거래한다.

특히 옵션을 매수한 롱 감마 투자자는 시장이 크게 오르거나 내릴 때 선물과 현물을 반복적으로 사고팔며 변동성을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

가격이 오르면 일부 현물이나 선물을 매도한다.

가격이 하락하면 다시 매수한다.

이를 감마 스캘핑이라고 한다.

시장 움직임이 옵션가격에 반영된 예상 변동성보다 실제로 더 크다면,
방향을 정확히 맞히지 않아도 반복적인 헤지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7월처럼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 개인의 추격매수, 손절매, 반대매매가 반복되면 장중 가격 움직임도 커진다.

어느 가격대에서 추가 매수나 강제 매도가 나올지도 평소보다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롱 감마나 변동성 매수 포지션을 보유한 전문투자자 입장에서는 개인의 기계적인 주문 흐름이 비교적 다루기 쉬운 거래 상대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개인투자자가 같은 방향으로 몰릴수록 옵션 전문투자자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가격 진폭을 수익으로 바꿀 수 있다.

다만 모든 옵션 투자자가 변동성 확대의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옵션을 매도해 숏 감마 상태인 투자자는 시장이 급등락할수록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옵션을 비싸게 매수했다면 실제 변동성이 커졌더라도 시간가치 감소와 높은 내재변동성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다.

따라서 7월 시장은 옵션 투자자 전체에게 유리했다기보다,
실제 변동성 확대에 베팅한 롱 감마·롱 변동성 전략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빚을 내 2배 ETF를 사면 실제 위험은 2배를 넘는다


2배 레버리지 ETF를 자기자금으로만 매수해도 위험은 크다.

신용대출이나 증권사 신용융자를 이용하면 실질 레버리지는 훨씬 높아진다.

예를 들어 자기자금 5,000만원과 대출 5,000만원을 합쳐 총 1억원을 2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금은 1억원이지만 기초자산 노출은 약 2억원이다.

자기자금이 5,000만원이므로 자기자금 대비 기초자산 노출은 약 4배다.

기초자산이 10% 하락하면 ETF는 약 20% 하락한다.

1억원의 투자금은 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손실은 2,000만원이다.

자기자금 5,000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한 번의 10% 조정으로 자산의 40%를 잃은 셈이다.

여기에 대출이자와 ETF 운용비용도 추가된다.

빚을 낸 투자자는 시장 하락을 오래 견디기 어렵다.

담보비율이 낮아지면 추가 자금을 넣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손절이나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이 매도는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고, 다른 투자자의 담보비율까지 악화시킨다.

https://v.daum.net/v/5AlkaEAiiF

생각정리  313 (* 수급, 레버리지, 부동산 증세)


변동성이 크면 지수가 제자리여도 손실이 난다


레버리지 ETF는 방향만 맞히면 되는 상품도 아니다.

가격이 움직이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수가 첫날 10% 상승하면 100은 110이 된다.

다음 날 9.09% 하락하면 다시 100으로 돌아온다.

지수는 이틀 동안 제자리다.

그러나 2배 레버리지 ETF는 첫날 20% 상승해 120이 된다.

다음 날 18.18% 하락하면 약 98.2가 된다.

지수는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레버리지 ETF 투자자는 약 1.8%의 손실을 본다.

이를 변동성 드래그라고 한다.

7월처럼 하루는 급등하고 다음 날 급락하는 시장에서는 최종적으로 지수 방향을 어느 정도 맞히더라도 수익률이 훼손될 수 있다.

빚을 내 투자했다면 여기에 이자비용까지 더해진다.

반면 롱 감마 옵션 투자자는 같은 가격 진폭을 반복적인 헤지 수익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동일한 변동성이 개인 레버리지 ETF 투자자에게는 손실 요인이 되고,
전문 옵션 투자자에게는 수익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7월의 변동성은 어떻게 증폭됐을까


7월 시장의 흐름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글로벌 악재나 호재 발생
→ 외국인과 기관이 선물로 빠르게 대응
→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먼저 급등락
→ 옵션 딜러의 감마 헤지 주문 발생
→ 현물과 선물의 베이시스 확대
→ 전문투자자의 현·선물 차익거래
→ 프로그램매매를 통한 현물 급등락
→ 2배 레버리지 ETF의 장 마감 리밸런싱
→ 개인의 추격매수·손절·반대매매
→ 롱 감마 투자자의 변동성 거래
→ 현물과 선물의 변동성 재확대


작은 외부 충격이 선물시장을 먼저 움직인다.

선물이 현물을 끌고 간다.

현물가격 변화가 레버리지 ETF의 강제 주문을 만든다.

빚투 개인은 상승할 때 추격매수하고,
하락할 때 손절하거나 반대매매를 당한다.

전문투자자는 이 주문을 예상해 베이시스 차익거래를 한다.

롱 감마 옵션 투자자는 반복되는 가격 진폭을 헤지 수익으로 전환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개인의 주문은 더욱 예측 가능해지고,
전문투자자의 거래 기회는 늘어난다.


모든 변동성을 전문투자자의 수익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7월 변동성이 모두 전문투자자가 개인을 상대로 만든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베이시스 차익거래에는 현물 바스켓 추적오차와 거래비용이 존재한다.

선물가격이 이론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주식을 빌리는 비용과 배당 추정에도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옵션 매수자 역시 높은 내재변동성을 지불했다면 실제 변동성이 커졌더라도 손실을 볼 수 있다.

숏 감마 투자자는 급격한 시장 움직임에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외국인과 기관도 항상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또한 7월 변동성의 출발점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AI 투자 전망, 지정학적 위험과 금리 변화였다.

파생상품은 새로운 방향을 독립적으로 만들기보다 이미 발생한 움직임의 속도와 크기를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장 정확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외부 충격이 시장의 방향을 만들었고,
국내 시장에 누적된 레버리지와 예측 가능한 기계적 주문이 그 움직임을 증폭했다.
전문투자자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베이시스와 변동성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거래할 수 있었다.


결론


7월 코스피가 유난히 크게 흔들린 이유는 악재와 호재가 많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 내부에 누적된 레버리지 구조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에 집중됐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기계적인 리밸런싱을 수행한다.

옵션시장에 숏 감마 포지션이 많았다면 시장조성자 역시 상승할 때 사고,
하락할 때 파는 헤지를 해야 한다.

선물가격이 먼저 움직이면 현물과의 베이시스가 확대된다.

전문투자자는 비싼 시장을 팔고 싼 시장을 사는 현·선물 차익거래를 한다.

이 과정에서 선물의 충격이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현물시장으로 전달된다.

여기에 빚투 개인의 추격매수와 손절, 반대매매가 더해졌다.

개인과 ETF의 주문은 방향과 규모를 점점 더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됐다.

전문 차익거래자 입장에서는 베이시스가 벌어질 시점과 장 마감에 들어올 주문을 이전보다 쉽게 계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롱 감마와 롱 변동성 전략을 운용하는 옵션 투자자 역시 반복되는 급등락과 개인의 기계적인 주문을 변동성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에게는 손실을 키우는 변동성이 전문투자자에게는 거래 기회가 된 셈이다.

결국 7월 시장에는 다음과 같은 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선물 급변 → 감마 헤지 → 베이시스 확대 → 현·선물 차익거래 → 현물 급변 →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 → 개인 추격매수·손절·반대매매 → 옵션 변동성 거래 → 변동성 재확대

외국인과 기관이 의도적으로 시장을 조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물과 선물, 옵션을 동시에 거래하고 개인과 ETF의 기계적인 주문을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가 훨씬 유리한 구조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7월 코스피의 극심한 변동성은 외부 충격 위에 2배 레버리지 ETF, 가계 빚투, 파생시장의 감마, 현·선물 베이시스 차익거래, 옵션 변동성 거래가 연쇄적으로 겹쳐진 결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글을 마치며


빚투 레버리지로 입은 손실을 다시 레버리지 빚투로 만회하려는 유혹이 이어지는 한,
시장의 변동성 역시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

예측 가능한 추격매수와 손절(=반대매매, 청산)이 반복될수록
개인투자자는 파생상품 전문투자자들에게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할 뿐이다.

현재의 빚투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는 포커판에서 내 패와 남은 판돈은 물론, 언제 올인하고 언제 강제로 카드를 내려놓아야 하는지까지 상대방에게 미리 알려준 채 게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문투자자는 개인이 어느 가격에서 추격매수하고,

어느 가격에서 손절하거나 반대매매를 당할지 대략 알고 있다.

빚투 레버리지 투자를 한 개인은 기다릴 수 없지만 상대방은 기다릴 수 있다.

포커판에 앉았는데 ho9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이는 십중팔구 자기자신일것이라는 명언으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3억 날리고 또 '5배 빚투' 한다는 20대…청년들은 왜 '극단적 위험' 택하나 [숏다큐]

뭔가 글이 깔끔하게 안써지네 -ㅅ-..

=끝

2026년 7월 19일 일요일

생각정리 313 (* 수급, 레버리지, 부동산 증세)

최근 여러 정책 변화가 있는듯 싶다.

이번 글의 결론은 "레(*개)버리지의 끝이 별로 밝아보이진 않는다."이다.

현금으로 매수한 투자자는 시간을 견딜 수 있지만,
신용과 레버리지 ETF를 이용한 투자자는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기다릴 선택권을 잃는다.

이번 하락은 좋은 기업의 전망이 무너진 사건이라기보다,
좋은 전망을 담보로 지나치게 많은 빚이 쌓였고 그 빚이 한꺼번에 회수되는(*디레버리지)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상반기 빚투, 하반기에는 누가 받아줄 것인가


대출 총량 소진에 주거비 트리플 강세와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겹치고 있다


최근 증시 하락을 기업 실적과 투자심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상반기에는 개인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융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출시되면서 가계의 레버리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집중됐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대출 여력은 한계에 도달했고, 주가 하락으로 기존 레버리지 포지션의 청산 압력은 높아졌다. 여기에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주거비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까지 줄어들고 있다.

향후 보유세 강화가 현실화하면 가계는 새로운 자산을 매입하기보다 기존 자산을 처분해 대출과 주거비, 세금을 감당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는 레버리지가 증시 상승을 가속했다면, 하반기에는 대출 제한과 주거비 상승이 그 레버리지의 상환을 강제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을 수 있다.


1. 주택담보대출보다 빠르게 늘어난 개인 신용대출


2026년 6월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은 한 달 만에 2조1,55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조7,576억원이었다.

전체 은행권에서도 6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7조6,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4조3,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3조3,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기타대출 증가 배경으로 개인의 주식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신용대출 증가분 전체가 증시로 유입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같은 기간 신용융자와 미수거래가 함께 급증했다는 점에서 상반기 가계 신용 확대와 주식시장 사이의 연결고리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행 2026년 6월 금융시장 동향 관련 보도


2. 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은 이미 소진됐다


5대 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6년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약 4조3,400억원이다.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6월 말까지 지난해 말보다 2조5,045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신용대출이 다시 급증하면서 7월 15일에는 증가액이 4조6,912억원에 도달했다.

상반기가 끝난 지 보름 만에 연간 목표의 108.1%를 사용한 것이다.



은행들은 신규 대출 한도를 줄이고 모집인 접수를 중단하는 등 강한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 7월 1일부터 15일까지 5대 은행의 주택구입 목적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하루 평균 1,857억원으로, 6월보다 약 25% 감소했다.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이를 다시 3억원으로 낮췄다.

정확히 말하면 3억원 제한은 정부의 일률적인 규제가 아니라, 가계대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국민은행이 시행한 총량 관리 조치이다. 다만 다른 은행들도 연간 목표에 근접하거나 이미 초과한 만큼 유사한 제한이 확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세부 통계
KB국민은행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 축소

기존에 6억원의 주담대를 예상했던 가계가 3억원만 받을 수 있다면 부족한 3억원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주택은 즉시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금 인출이나 주식·ETF 매도가 가장 빠른 자금 조달 수단이 된다.

집값을 억제하기 위한 대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매도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이다.


3. 증권사의 빚투 공급 능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경로만 막힌 것이 아니다. 증권사의 신용융자와 예탁증권담보대출도 한도에 근접했다.

주요 10개 증권사의 일평균 신용융자 잔고는 2025년 평균 20조9,000억원에서 2026년 1월 28조8,000억원, 3월 32조9,000억원, 5월 36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신용융자 잔고는 6월 24일 38조6,328억원까지 확대됐다.


증권사의 투자자 대상 신용공여는 신용융자와 증권담보대출 등을 합산해 원칙적으로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관리된다.

상반기 빚투 증가 속도가 증권사 자기자본 증가 속도를 앞지르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신규 신용약정과 예탁증권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계좌별 신용융자 한도를 축소했다.

일부 제한은 시장 상황에 따라 완화됐지만, 증권업계 전체의 신용공여 능력이 상반기보다 제한된다는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증권사 신용융자 통계
증권사별 신용공여 제한 현황


4. 레버리지 자금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됐다


상반기에 증가한 신용자금은 시장 전체로 고르게 확산되지 않았다.

7월 7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 합계는 10조5,982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신용융자의 약 36%를 차지했다.

한 달 동안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1조1,700억원, SK하이닉스는 1조4,489억원 증가했다. 반면 두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 종목의 신용잔고는 오히려 1조893억원 감소했다.


이는 신규 레버리지 자금이 시장 전체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는 의미이다.

상승 국면에서는 이러한 집중이 지수 상승을 가속한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 동일한 종목에서 담보 부족과 손절매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매도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용잔고 집중도


5.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집중도를 더욱 높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의 시가총액은 5월 27일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약 7주 만에 2.7배로 확대된 것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특정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상승할 때는 수익률을 확대하지만, 하락할 때는 손실과 매도 압력도 함께 증폭된다.

특히 변동성이 확대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 기초종목보다 큰 손실 발생

  • 환매에 따른 헤지 포지션 축소

  • 일일 리밸런싱 과정에서 추가 매도 수요 발생

  • 급등락 반복에 따른 음의 복리효과 확대

금융당국은 과열과 변동성 확대를 우려해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 조치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목적을 갖지만, 수급 측면에서는 하반기 신규 레버리지 자금의 유입을 제한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금융위원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


6. 신규 빚투는 막히고 기존 레버리지는 청산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월 24일 38조6,328억원에서 7월 15일 34조3,702억원으로 감소했다.

고점 대비 약 4조3,000억원, 비율로는 약 11% 줄어든 것이다.


주가가 하락한다고 신용대출 원금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신용융자 잔고 감소는 대출 상환과 손절매,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

7월 1일부터 13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반대매매로 처분된 주식은 4,519억원에 달했다. 특히 7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에만 2,238억원이 강제로 매각됐다.

7월 반대매매 통계

상반기에는 신용대출과 신용융자가 새로운 매수자금으로 작용했다. 하반기에는 같은 레버리지가 상환과 청산을 요구하는 매도자금으로 바뀌고 있다.


7. 주거비 트리플 강세가 가처분소득을 압박한다


가계의 유동성을 압박하는 요인은 대출 제한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주거비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3%, 전세가격은 1.08%, 월세가격은 0.96% 상승했다.

아파트만 보면 매매가격은 1.21%, 전세가격은 1.37%, 월세가격은 1.15% 올랐다. 특히 월세 상승률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주택 매매·전세·월세 트리플 강세

이러한 주거비 상승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의 현금흐름을 압박한다.

주택 매수자

주택가격은 오르는데 대출 한도는 줄고 있다. 같은 집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기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부족한 자금은 예금과 주식 등 기존 금융자산을 처분해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 거주자

전세가격이 오르면 계약 갱신 과정에서 추가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의 대출 총량이 소진되면서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저축을 인출하거나 보유 주식을 매도해 보증금을 충당해야 할 수 있다.

월세 거주자

월세 상승은 매달 반복되는 현금 유출을 직접 늘린다. 주택가격 상승과 달리 월세는 자산으로 남지 않는다.

월세 부담이 커지면 소비와 저축, 주식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즉시 줄어든다.

매매가격 상승은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기자금을 늘리고, 전세가격 상승은 보증금 부담을 높이며, 월세 상승은 매월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줄인다.

청와대도 최근 주택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부동산 수급 여건을 무겁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관련 기사


8. 집값 상승이 가계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이 오르면 주택 보유자의 자산가치도 상승한다.

그러나 현재는 자산가치 상승이 소비와 투자 여력 확대로 이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주택가격 상승분은 주택을 매각하거나 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계가 직면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주택 보유자의 자산가치는 올라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줄어들 수 있다. 자산은 부유해 보이지만 현금흐름은 오히려 나빠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집값 상승을 단순한 가계 자산 증가로 해석하기 어렵다. 주택가격 상승이 전세·월세와 보유세를 함께 끌어올리면 경제 전체의 가처분소득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9. 보유세 강화가 겹치면 현금흐름 압박은 더 커진다


오는 7월 23일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세제개편안이 확정 발표되는 것은 아니다. 공급·금융·세제 전반을 논의한 뒤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부동산 종합대책과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다음과 같은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 다주택자와 1주택자 차등 과세

  • 실거주와 비거주 주택의 차등 적용

  • 초고가 1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

  • 주택 수보다 전체 보유가액 중심으로 종부세 개편

  •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 기간보다 실거주 기간 중심으로 조정


청와대는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다만 양도소득세까지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일정 기간에는 매도할 수 있도록 양도세 부담을 낮추고, 이후 부담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보유세 강화 가능성은 높지만, 양도세는 매물 유도를 위해 일부 완화될 가능성도 함께 열려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부동산 대토론회 및 세제개편 일정
보유세·양도세 개편 방향

그럼에도 보유세 인상은 가계에 반복적인 현금 유출을 만든다.

소득에 비해 부동산 보유 비중이 높은 가계는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와 신규 금융투자를 줄이거나, 주식과 펀드를 처분할 수 있다.


10. 부동산을 겨냥한 정책이 주식시장을 먼저 압박할 수 있다


현재 가계가 사용할 수 있는 자금 경로는 동시에 좁아지고 있다.


은행 신용대출은 연간 총량 소진으로 신규 취급이 제한되고 있음

  • 주택담보대출은 최대한도가 축소되고 있음

  • 증권사 신용융자와 담보대출도 한도에 근접함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요건은 강화됨

  • 전세와 월세 상승으로 주거비 지출은 증가함

  • 보유세 강화 가능성으로 미래 현금 유출도 확대될 수 있음


결국 가계는 신규 대출을 받아 자산을 추가 매입하기보다, 기존 자산을 처분해 주거비와 대출, 세금을 감당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매각되는 자산은 주택이 아닐 수 있다.

주택은 거래 비용이 크고 매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주식과 ETF는 즉시 처분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목표가 가계대출과 집값 안정이더라도 단기적인 유동성 충격은 주식시장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결론: 하반기 증시의 핵심은 가계의 현금흐름이다


상반기에는 신용대출과 신용융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증시로 새로운 매수자금을 공급했다.

하반기에는 은행과 증권사의 대출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매매가격과 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면서 가계의 현금흐름까지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가 현실화하면 주택 보유 가계의 금융투자 여력도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

현재의 수급 구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대출 규제가 자금의 입구를 막고

→ 주거비 상승과 보유세가 가계의 현금을 흡수하며

→ 주가 하락이 기존 레버리지의 청산을 강제하고

→ 반대매매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구조이다.


금주 한국 내 전체 성인 인구의 3.4%(*120만명)가 마진콜

https://www.tokenpost.kr/news/insights/378748

>디레버리징은 끝났나? 한국 투자자 신용융자 잔액, 4월 하순 수준까지 감소
한국금융투자협회 데이터

기업의 장기적인 실적 전망이 유지되더라도 단기 주가는 수급에 의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현재 시장을 압박하는 핵심은 기업의 이익 감소보다 가계의 현금흐름 악화와 레버리지 축소일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는 빚이 자산가격 상승을 가속했다. 하반기에는 대출 제한과 주거비 상승이 그 빚의 상환을 강제하면서, 매도가 다시 매도를 부르는 수급 악순환으로 전환되고 있을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손실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고 싶은 유혹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투자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결국 투자자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상황만큼은 정책이 던진 메시지와 실제 결과 사이의 괴리가 지나치게 컸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는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도록 유도했고,
코스닥 활성화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집권 1년 차에 주택가격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 부의 사다리는 문** 정권과 이** 정권을 언제 만났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문** 정부 당시 자기자본 2~3억원에 주택담보대출 4~5억원을 더해 6~8억원대 도심 아파트를 매수했다면, 현재 시세는 대략 13~15억원 안팎까지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의 대출 상환과 추가 저축까지 감안하면, 기존 주택을 처분한 뒤 20억원대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는 자산 기반을 마련했을 가능성도 높다.


https://www.reb.or.kr/r-one/portal/stat/easyStatPage.do
꾸준히 우상향중인 도심 집값.. 

정부의 메시지와 달리 주택을 계속 보유한 가계의 자산가치는 오히려 더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역설은 오랜 기간 반복되어온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반면 정책을 믿고 코스닥과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단일종목 ETF 레버리지

코스닥 지수

https://v.daum.net/v/20260720104125342


이런 상황에서 향후 예정된 ‘부동산 대국민담화’가 부동산 증세를 추진하는 데 집중하면서, 무주택자와 서울시장의 문제 제기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일방적인 연출로 비친다면 ​국민이 느끼는 정책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안 사면 지각비… 서울 밖 벼랑끝 매수

국무회의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이재명 정부 부동산 지옥, 원인 분석 보고서 (일타시장)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그 결과와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뒤따르지 않으면 시장은 더 이상 정부의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렇게 누적된 불신과 박탈감은 추가 규제나 담화만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이거 실화에요..?

개인적으로 이번 정권은 이미 정책 추진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고 본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ALL TIME Legend이긴 했음..)

그동안 억눌려 있던 규제들이 다시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함께 눌려 있던 자산가격 역시 재평가되며 큰 폭으로 상승하는 국면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공부하고 기록할수록 이번 하락에 지나치게 매몰되기보다,
그 이후 펼쳐질 다음 국면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대한 걱정보다,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고민이지 않나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