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생장과정에는 ‘미니멈의 법칙(Liebig’s Law of the Minimum)’이 적용된다고 한다. 어떤 조건이 다 충족되어 있더라도, 가장 부족한 하나의 조건이 전체 생장을 결정짓는 결정요인이 된다는 원리이다.
이 미니멈의 법칙은 개인이나 사회 전반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개인이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미 잘하고 있는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것보다, 가장 약한 약점이나 취약한 고리를 바로잡고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과거 베어스턴스가 무너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명의 직원이 손실 계좌를 고의로 은폐했고, 그것이 누적되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함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회사 전체를 파산으로 몰고 갔다.
한때 채권왕으로 불리며 월가를 주름잡던 살로먼 브라더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1991년 한 직원의 국채 입찰 조작 사건이 발단이 되어, 결국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사회조직이나 생산공장도 마찬가지다. 생산성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전체 시스템 중에서 가장 병목이 심한 부분, 가장 취약한 요소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스템 전체의 생산성도 한계를 넘지 못한다.
즉, 미니멈의 법칙은 식물·개인·조직·사회·국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발견되기 쉬운 보편 법칙이라 할 수 있다.
국가 단위에서 살펴보면,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평균을 넘을 수 없고, 한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는 그들이 속한 국가의 신용도를 넘지 못한다는 현실이 이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들어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누적 부채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중장기 채권금리(*수익률)의 급등은 특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정부: 국가재정의 취약고리
현재 수준의 장기금리(10Y ≈ 4.5%, 30Y > 5%)와 재정적자 기조가 지속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미국은 **약 30~40년 후(2050~2060년경)**에 국채 원리금 상환액(이자 + 신규 국채 발행으로 인한 상환 부담)이 전체 세수의 100%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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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금리: 약 2067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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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금리: 약 2057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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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금리: 약 2045년경
일본의 경우는 미국보다 더욱 심각하다.
주요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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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국채 잔액: 1,318조 엔 (2024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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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세수: 69.44조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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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적자: 44.96조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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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GB 금리 경로: 2025년 1.55% → 2035년 2.00% 선형 상승 후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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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 세수 성장률: 연 2.0% 고정
이러한 조건하에서 분석한 결과, 2034년경에는 국채 원리금 상환액(이자 + 신규 국채 발행으로 인한 상환 부담)이 전체 세수의 100%를 초과하게 된다. 이는 곧 국가가 벌어들이는 모든 세수를 오직 부채 상환에만 써야 하는 시점이 10년 이내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위기를 가계로 비유하면?
1. 미국 정부: 젊은 맞벌이 신혼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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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국채 잔액): $35만짜리 집을 30년 만기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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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부담: 초반에는 감당 가능했지만, 금리가 4.5% 내외로 뛰며 월 이자만으로도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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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적자(재정적자): 생활비·보육비 부족분을 신용카드로 돌려막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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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험: 금리가 5~6%대로 오르면, 수입 전부를 이자와 생활비 보전에 써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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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금리 상승과 구조적 적자 누적이 겹친 위태로운 재정 상태
2. 일본 정부: 퇴직한 고령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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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잔액: 1,300조 엔 규모의 초거대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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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부담: 1.5% 수준의 낮은 금리로 당장은 감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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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적자: 연금·투자수익으로 지출 감당 못해 매년 대출로 메꾸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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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험: 인구 감소, 저성장, 낮은 세수 증가율로 10년 내 수입 전부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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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원금과 낮은 성장의 함정에 빠진 상태
가계·기업: 상대적 건전성
반면 최근의 경제통계를 보면, 정부와는 달리 가계와 기업 부문의 재정 건전성은 크게 개선되었다.
가계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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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축소: 금융위기 이후 대출 줄이고 자산 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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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률 상승: 불확실성에 대비한 저축 성향 증가
기업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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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부채 감소: 이익잉여금 누적으로 차입의존도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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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부담 감소: 저금리 기조 하에 현금흐름 강화
정부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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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부채 급증: 코로나 대응, 감세정책, 복지지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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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리스크 상승: 미국은 이자비용 급등, 일본은 원금 부담 과중
세 부문 간 불균형은 지속 가능한가?
국민소득회계의 원리에 따르면, 가계 + 기업의 순저축은 정부의 순부채 및 대외수지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즉, 민간이 흑자를 유지하는 동안 정부의 적자는 구조적으로 필연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불균형은 영원히 유지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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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은 가계·기업의 차입비용을 높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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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격 하락은 순자산을 축소시켜 소비·투자를 위축시킨다.
→ 결국 가계·기업의 건전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론
지금의 “가계·기업은 튼튼하고 정부만 허약한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정상화, 경기 둔화, 자산가격 하락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순간, 이 구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충격은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 혹은 실질세율 인상을 통해 민간(가계·기업) 부문으로 전가될 것이다.
즉, 현 시스템은 결국 미니멈의 법칙에 따라 가장 약한 고리인 ‘정부의 재정’이 전체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게 만든다.
아무리 가계와 기업이 견고하더라도, 정부의 재정이 지속 불가능한 상태라면 결국 가계와 기업도 함께 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다.
글을 마치며
버핏은 최근 애플 주식을 일부 매도하고 현금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그 배경에 대해 “세금 납부를 위한 현금 확보”라는 짧은 설명을 덧붙였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가 마지막으로 조정한 포트폴리오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소비재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재정 악화와 채권금리 상승,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플레이션 전이까지 감안한 행보였을까?
어쩌면 버핏은, 이 모든 시나리오—정부의 누적된 부채, 조만간 도래할 원리금 상환 부담의 폭증,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귀결—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조용히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해 두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무너지고, 가계와 기업도 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
“미니멈의 법칙이 결국 작동하게 되는 시점”
전략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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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 비중 축소: 애플을 포함한 기술주 비중을 크게 줄이며, 포트폴리오의 집중도를 낮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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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적 업종 확대: 보험(Chubb), 소비재(Constellation Brands, Coca-Cola), 에너지(Occidental Petroleum) 등 경기 방어적 업종에 대한 투자를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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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비중 증가: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현금 및 단기 국채 보유를 늘려 유동성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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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및 시장 리스크 고려: 애플 주식 매도는 자본이득세 증가 가능성과 시장 고평가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임
“누구도 가치가 지옥으로 갈(going to hell) 통화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올해 5월 3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남긴 말이다.
버핏 회장은 미국 달러를 ‘지옥으로 갈 통화’라고 칭했다. 관세 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훼손되면서 앞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단 경고였다.
버핏은 이미 그 가장 약한 고리를 보고 있었고, 그 고리가 정부의 재정임을 누구보다 먼저 인지했는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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