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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30일 수요일

생각정리 382 (* Nowhere Is Safe from AI -2)

최근 공개되는 LLM과 AI 인프라 계약, 미국 국채시장과 금융·유통산업의 변화를 보면서 흩어져 있던 생각을 하나로 묶어 기록해본다.

The Model Moat Is Shrinking, The Cost of Capital Is Rising


지난 글 생각정리 381 (* Nowhere Is Safe from AI)에서는 AI의 이익은 일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될 수 있지만, 그 비용은 물가·금리·고용·재정을 통해 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번 글은 그 이후의 추가적인 생각이다.

AI가 확산될수록 단순히 몇몇 기술기업의 실적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모델과 인프라 사이의 희소성이 바뀌고, 정부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변한다. 금융회사가 마진을 얻는 구조와 유통기업의 경쟁력,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최근의 변화를 보면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AI 모델의 지능은 풍부해지고 있다.

그 지능을 실행하는 물리적 인프라와 자본은 더욱 희소해지고 있다.

Agent는 금융·유통·브랜드 산업이 오랫동안 누려온 정보의 비대칭과 소비자의 관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결국 AI는 새로운 해자를 만드는 동시에 기존 산업의 해자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바꾸고 있다.


1. The Model Moat Is Shrinking


모델의 성능은 높아지지만 독점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2026년 9월에만 OpenAI는 GPT-6 Astra, GPT-6 Sol·Luna와 GPT-6.1 Sol을 잇달아 공개했다.

Anthropic도 Claude Opus 5.5와 Claude Sonnet 5.5를 연이어 내놓았다.

출시 주기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https://x.com/bombomelon/status/2105153037086105743

Anthropic에 따르면 Opus 5.5는 Opus 5보다 실행비용을 약 40% 낮추면서 대부분의 업무에서 Fable 5.1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

OpenAI 역시 GPT-6.1 Sol을 Astra에 가까운 성능을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https://x.com/thsottiaux/status/2105464274747527543

모델의 절대 성능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특정 기업이 그 성능을 독점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모델 성능의 상승과 모델 해자의 확대가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닌 것이다.


AI가 다음 AI를 만드는 연구주기를 단축한다


모델 출시가 빨라지는 배경에는 AI를 활용한 연구 자동화가 있다.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평가하고, 실패 원인을 분석한 뒤 다시 코드를 수정하는 Agent Closed Loop가 형성되고 있다.

외부 메모리와 실행기록을 축적하는 Continual Learning이 결합하면 AI는 과거 실험에서 얻은 정보를 다음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2026년 9월 발표된 논문 Recursive self-improvement of AI research agents에서 AIDE²는 8일 동안 자율적으로 연구와 코드 개선을 반복해 일곱 차례의 연속적인 성능 향상을 만들어냈다.

이 실험이 무제한적인 Recursive Self-Improvement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The Economics of Recursive Self-Improvement 역시 현재의 연구 자동화 루프가 곧바로 지속적인 폭발적 자기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현재 단계는 인간이 목표와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AI가 그 안에서 연구주기를 압축하는 부분적인 자기개선에 가깝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더 좋은 모델이 더 좋은 연구 Agent가 되고, 그 Agent가 다음 모델의 개발기간을 다시 줄인다.


프런티어 모델은 오픈웨이트의 추격도 돕는다


프런티어 모델이 강해질수록 선두기업만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개발자는 프런티어 모델을 이용해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파인튜닝 코드를 작성하고, 오류를 분석하고, 자체 모델을 평가할 수 있다.

이 변화에 대해서는 생각정리 372 (* Intelligence Is Abundant, Execution Is Scarce)의 내용으로 갈음한다.

Anthropic은 2026년 9월 위협정보 보고서에서 Moonshot AI와 연관된 주체들이 Claude의 응답과 사고흐름을 수집하는 방식의 증류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OpenAI도 Moonshot과 연관된 모델 증류 캠페인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OpenAI가 공개한 규모는 약 4,000개 계정과 1만6,000회의 시도였다.

이는 시도 규모를 의미하며 프런티어 모델 전체가 성공적으로 복제됐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선도모델의 결과물을 이용해 후발모델의 데이터와 평가체계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프런티어 모델은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해자인 동시에, 경쟁자의 연구비용을 낮추는 도구가 되고 있다.


오픈웨이트는 Enterprise AI와 Sovereign AI를 가능하게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델은 항상 모든 벤치마크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모델은 아니다.

자체 데이터로 조정할 수 있고, 내부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으며, 비용과 응답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이 충분한 성능에 도달하면 기업은 이를 자사 업무에 맞게 다시 학습하고 자체 서버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운영할 수 있다.

https://x.com/realgalleryx/status/2104888298539978997/photo/1


국가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가 프런티어 모델을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우수한 오픈 모델을 자국의 언어·법률·행정·국방 데이터에 맞게 조정하고 국내 인프라 위에서 운영하면 된다.

오픈웨이트 모델의 성능 향상은 Enterprise AI와 Sovereign AI의 진입비용을 낮춘다.

그 결과 모델의 성능 격차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기업과 국가가 자체적인 AI 인프라를 요구하게 된다.


안전성 규제도 새로운 컴퓨팅 수요다


9월 29일 미국 정부는 주요 AI 기업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불러 프런티어 AI의 안전성과 책임체계를 논의했다.

이어 공개된 백악관 SI 협약은 모델 훈련과 배포에 대한 내부 통제, 내부 감독조직, 독립적인 외부 평가, 이사회 수준의 감독이라는 네 단계의 안전체계를 담았다. 관련 내용은 협약을 정리한 Forbes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프런티어 기업에는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정책적 경로가 제시됐다.

하지만 안전성 비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모델 출시 전에는 위험행동 평가와 적대적 테스트가 필요하다. 배포 이후에도 입력과 모델의 사고과정, 도구 사용과 실행결과를 감시해야 한다.

OpenAI의 GPT-6 Astra System Card를 보면 Chain-of-Thought와 Agent Action을 함께 살펴보는 감시체계, 위험을 분류하는 모델과 별도의 Safety Reasoner가 사용된다.

Agent가 한 번 계산해 행동하면 다른 모델이 그 행동을 다시 계산하고 검증하는 구조가 확대될 수 있다.

Capability Compute에 Safety Compute가 추가되는 것이다.


지능이 풍부해질수록 물리적 인프라는 더 희소해진다


모델은 복제하고 증류하고 재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GPU와 HBM,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변압기와 송전망은 같은 속도로 복제할 수 없다.

모델의 성능 격차가 줄어들면 AI 인프라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운영하려는 기업과 국가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Agent 추론, Continual Learning, Sovereign AI와 Safety Compute가 동시에 추가된다.

Anthropic의 IPO 관련 자료에서 확인된 향후 10년간 AI 인프라 계약은 약 5,180억달러다. 이 가운데 약 **80%**는 사용량과 무관하게 취소하기 어려운 계약으로 보도됐다.

이 수치는 연간 CAPEX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계약상 의무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Reuters 보도를 전재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 기업에는 과잉투자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컴퓨팅을 확보하지 못해 경쟁에서 탈락할 위험도 있다.

모델의 해자는 옅어지고 있지만 물리적 인프라의 해자는 깊어지고 있다.

1부 핵심 정리

모델의 지능은 빠르게 풍부해지고 독점적인 성능 우위는 짧아지고 있다. 반면 모델을 훈련·실행·감시하는 물리적 인프라는 빠르게 늘릴 수 없다. AI 산업의 희소성은 모델에서 컴퓨팅·메모리·전력·자본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각정리 374 (* Pacing Is Pace Up)


2. The Cost of Capital Is Rising


AI CAPEX와 국채가 같은 자금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빅테크의 내부 현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2026년 2월 Dallas Fed 분석이 인용한 전망에 따르면 향후 3~5년간 AI 데이터센터 투자규모는 3조~5조달러에 달할 수 있다.

2026년 AI 관련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전망의 중심값은 약 3,000억달러다. 10년물로 환산한 듀레이션 공급은 약 3,600억달러로, 같은 기준의 미국 국채 듀레이션 공급 가운데 약 8분의 1에 해당한다.

투자자는 같은 자금으로 국채를 살 수도 있고,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AI 회사채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채권을 살 수도 있다.

AI 기업의 신용과 성장성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정부는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

각국 정부채와 AI 민간채가 동일한 장기자금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시기의 저금리 부채가 고금리 부채로 교체되고 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신규 재정적자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기에 대규모로 발행한 저금리 국채가 만기에 도달하고 있다. 정부가 원금을 줄이지 않는다면 만기상환은 새로운 국채 발행으로 이어진다.

IMF Fiscal Monitor 2026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만기도래 부채를 높은 금리로 차환하면서 글로벌 정부의 이자지출은 4년 사이 세계 GDP의 약 2%에서 3% 가까이 상승했다.

저금리 부채가 고금리 부채로 교체되면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지 못하면 추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만기 도래 → 높은 금리로 차환 → 이자지출 증가 → 재정적자 확대 → 추가 국채 발행

이 과정에 AI 민간채권까지 더해지면서 채권시장이 감당해야 할 전체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부채 위기의 시작 - 로빈 J 브룩스


기대인플레이션과 기간 프리미엄이 장기금리를 압박한다


AI CAPEX는 장기금리에 두 가지 경로로 영향을 준다.

첫째, 데이터센터와 발전설비, 송전망과 반도체 투자가 건설인력·전력·구리·변압기 수요를 늘린다. 공급이 빠르게 따라오지 못하면 물가압력이 발생한다.

Lisa Cook 연준 이사도 2026년 9월 AI와 경제에 관한 연설에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건설인력과 에너지처럼 다른 산업도 사용하는 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가격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국채와 민간채권의 공급이 함께 증가하면 투자자는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미국 재무부의 공식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2026년 9월 1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27%**였다. 9월 30일에는 **5.64%**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30년 실질금리는 **2.98%에서 3.33%**로 올랐다. 단순 차감한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이 물가 우려만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BIS의 2026년 9월 시장분석도 장기금리 상승의 일부가 재정 우려를 반영한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AI 투자수요와 재정위험, 채권 공급과 기간 프리미엄이 함께 장기 자본의 가격을 높이고 있다.



Bessent도 Yellen이 선택했던 길을 걷고 있다


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Key Square를 운용하던 2024년, Janet Yellen 재무장관이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채에 의존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Yellen이 선거를 앞두고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발행구조를 활용한다며 이를 Activist Treasury Issuance라고 주장했다. 당시 발언은 관련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재무장관이 된 Bessent도 장기물 발행을 크게 늘리지 않고 부족한 자금을 단기 국채와 현금관리채권으로 조달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 8월 미국 재무부의 분기 자금조달 발표는 명목 쿠폰채 발행규모를 향후 수 분기 동안 유지하고 나머지 자금수요를 정기적인 단기채와 현금관리채권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판했던 정책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인 정책 일관성보다 재무장관이 처한 현실적인 제약을 보여준다.

장기채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장기물 공급을 크게 늘리면 시장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장기금리 상승은 정부 이자비용뿐 아니라 모기지와 기업대출, 주식의 할인율까지 높인다.

결국 재무부는 당장의 장기금리 충격을 피하기 위해 단기물에 의존할 유인이 생긴다.


단기물 의존은 비용을 없애지 않고 미래로 넘긴다


단기채는 장기채보다 시장이 흡수하기 쉽고 당장의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만기가 짧기 때문에 계속 차환해야 한다.

물가가 예상보다 오래 높게 유지되거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면 더 많은 정부부채가 높은 단기금리로 빠르게 재설정된다.

NISA의 미국 국채 발행구조 분석에 따르면 2023년 5월 이후 시장성 국채에서 단기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에서 22%**로 상승했고, 가중평균 만기는 6개월 이상 짧아졌다.

단기채 공급이 시장 유동성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정부와 은행, 증권사와 기업이 같은 단기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장기금리 상승을 늦추기 위해 단기물에 의존할수록 정부의 재무구조는 정책금리와 단기 유동성에 더 민감해진다.

2부 핵심 정리

AI 기업과 정부가 같은 채권시장 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시기의 저금리 부채까지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한다. 장기물 발행을 줄이고 단기채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그 대가는 더 높은 롤오버 위험과 단기금리 민감도다.

 

https://www.nisa.com/perspectives/bessent-embraces-activist-treasury-issuance/



3. AI가 바꾸는 매크로 변수와 금융산업


AI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전환과정에서는 물가를 자극한다


장기적으로 AI는 같은 인력과 자본으로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게 만든다. 생산성 향상이 가격에 반영된다면 디플레이션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생산성을 얻기 전에는 거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전력망과 반도체 공장을 먼저 건설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나타나기 전에 투자수요와 자원경쟁이 발생한다.

AI는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지만 전환과정에서는 물가와 금리를 높일 수 있다.


고용 충격과 인프라 물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Agent가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면 기업은 매출과 생산량을 늘리면서도 고용을 같은 속도로 늘리지 않을 수 있다.

대규모 해고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규채용 축소, 퇴사자 미충원, 외주계약 감소를 통해서도 노동의 몫은 줄어들 수 있다.

동시에 AI 인프라 경쟁은 전력·건설·자재·금융비용을 높인다.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가계는 취업기회와 임금협상력이 약해지는 동시에 전기요금과 주거비, 대출금리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

고용과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정리 381 (* Nowhere Is Safe from AI)의 내용으로 갈음한다.


금융회사의 정보마진이 약해질 수 있다


금융업은 오랫동안 정보의 비대칭과 고객의 관성에서 수익을 얻었다.

개인은 수많은 예금과 보험, 채권과 펀드의 수익률·수수료·세금·해지조건을 계속 비교하기 어렵다.

Agent는 사용자를 대신해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위험과 세후수익률을 계산하며 계좌이체와 재투자까지 실행할 수 있다.

IMF의 How Agentic AI Will Reshape Payments는 Agentic AI가 금융상품의 가격과 수수료, 계약조건을 비교하는 비용을 낮추고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예금자는 더 높은 금리를 빠르게 찾아갈 수 있고, 보험가입자는 비슷한 보장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투자자는 채권의 신용위험과 만기, 세후수익률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정보 접근성과 고객의 관성으로 얻던 마진은 점차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은 예금의 규모보다 안정성이 중요해진다


단기금리 상승이 은행에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오르면 순이자마진이 확대된다. 반대로 예금금리와 시장성 조달비용이 더 빠르게 오르고 기존 고정금리 대출의 수익률이 그대로라면 마진은 축소된다.

FDIC의 단기금리와 은행 순이자마진 연구도 단기금리 상승이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방향은 모호하며, 자산수익률과 조달비용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빨리 재가격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금융 Agent가 예금·MMF·단기 국채·RP의 수익률을 상시 비교하고 자금을 자동으로 이동시키면 예금자의 관성은 약해진다.

은행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더 높은 예금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Deposit Beta가 과거보다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은 예금의 규모보다 예금의 안정성과 자산·부채 관리능력에서 나올 수 있다.


증권사는 거래기회와 조달위험을 함께 얻는다


AI 회사채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 증권사는 채권 인수와 거래, 파생상품 헤지에서 새로운 수익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증권사는 RP와 단기차입, 파생상품 증거금에 의존한다. 단기조달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을 보유하고 중개하는 비용도 증가한다.

BIS의 고부채와 금융시장 구조에 관한 분석은 자금조달 조건이 긴축될 때 레버리지 투자자의 디레버리징과 강제매도가 국채금리 상승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업의 핵심은 거래량보다 변동성과 담보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과 유동성으로 이동한다.


보험사는 금리의 방향보다 상승속도가 중요하다


보험사는 장기보험 부채에 맞춰 장기채를 보유한다.

장기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면 새로 들어오는 보험료를 더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생명보험과 연금보험에는 투자수익 개선 요인이다.

반면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기존 장기채의 평가가격이 하락하고 파생상품 증거금과 보험계약 해약이 증가할 수 있다.

BIS의 보험사 국채 보유 분석은 금리 급등으로 보험사의 증거금 부담이 커지면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국채 매도가 다시 금리 상승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장기채 발행을 줄이면 보험사가 장기부채에 맞춰 투자할 수 있는 장기 안전자산의 공급도 제한될 수 있다.

AI 기업의 장기채가 이를 대체할 수 있지만 국채보다 높은 신용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보험사에는 높은 금리보다 자산과 부채의 현금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맞추는지가 중요해진다.

3부 핵심 정리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환기의 물가·금리·고용 충격을 만든다. 금융 Agent는 소비자의 비교와 실행비용을 낮춰 금융회사의 정보마진을 압축한다. 금융산업의 해자는 정보의 독점에서 안정적인 Balance Sheet와 신뢰할 수 있는 Execution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4. AI가 바꾸는 유통과 브랜드시장


유통기업도 정보와 위험을 마진으로 바꿔왔다


금융회사만 정보의 비대칭에서 마진을 얻어온 것은 아니다.

Retail·Wholesale·B2C 유통기업도 소비자가 무엇을 언제 얼마나 구매할지 예측하고, 상품을 미리 확보해 필요한 장소에 배치하는 역할을 해왔다.

(*내가 이해한게 맞다면)

상품을 싸게 매입해 비싸게 판매하는 단순한 구조로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수요예측과 재고·운전자본·물류·반품 위험이 존재한다.

과잉재고는 할인판매와 폐기, 보관비용과 운전자본 부담으로 이어진다. 품절은 당장의 매출뿐 아니라 고객관계까지 잃게 만든다.

유통사의 마진은 상품을 옮긴 대가만은 아니다.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위험을 대신 부담하며,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시간과 장소 차이를 연결한 대가에 가깝다.


유통업과 금융업은 생각보다 비슷하다


은행은 단기예금을 받아 장기대출로 운용하면서 유동성과 신용위험을 부담한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미래의 보험금 지급을 예측해 자산을 운용한다.

유통기업은 상품을 먼저 매입하고 미래의 소비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배치한다.

금융회사가 자산과 부채의 만기와 금리를 관리한다면, 유통기업은 수요와 재고의 시기·수량·가격을 관리한다.

두 산업 모두 미래를 예측하고 불확실성을 Balance Sheet에 담는 대가로 마진을 얻는다.


Agent가 금융상품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것처럼, 유통에서도 상품과 가격, 재고와 공급자에 대한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다.


Agent는 작은 유통기업도 대기업처럼 운영하게 만든다


대형 유통기업은 방대한 판매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역과 계절별 수요를 예측하며 적정 재고와 발주량을 계산할 수 있었다.

작은 유통기업은 이러한 시스템과 전문인력을 직접 구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상시 운영되는 Agent는 판매데이터와 날씨, 검색량, 지역행사와 가격변화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재고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공급자를 비교하고 발주량과 시기를 결정해 주문까지 실행할 수 있다.

Agentic AI Framework for Smart Inventory Replenishment는 Agent가 재고를 감시하고 공급자를 선택하며 발주를 실행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제한된 프로토타입이지만 재고 부족과 보유비용 감소 가능성을 보여줬다.

OECD의 AI와 하류산업 경쟁 연구도 AI가 노동과 전문기능을 대체하고 최소효율규모를 낮춰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대형 유통사만 감당할 수 있었던 수요예측과 재고 최적화를 작은 업체도 낮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유통망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정보 해자가 약해진다고 대형 유통사의 경쟁력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형사는 대규모 구매를 통해 낮은 매입가격과 유리한 결제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전국의 물류센터와 매장, 라스트마일 배송망과 반품처리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재고를 대량으로 보유할 수 있는 운전자본과 공급망 충격을 견딜 Balance Sheet도 있다.

Agent가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도 상품을 생산하고 운송하고 보관하며 반품을 처리하는 물리적 과정은 남는다.

금융업에서 정보의 해자가 약해져도 자본과 유동성이 중요하게 남는 것처럼, 유통업에서도 물류망·구매력·운전자본·실행 신뢰성이 중요하게 남는다.

따라서 Agent가 유통산업을 무조건 분산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형 플랫폼은 물리적 실행능력을 바탕으로 더 강해지고, 작은 전문업체는 낮아진 운영비용과 빠른 의사결정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압박받는 것은 대형사만큼 구매력과 물류망이 강하지 않고, 소형업체만큼 빠르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간 규모의 전통 유통사일 수 있다.

(*Amazon의 풀필먼트 사업의 해자는 더욱 두터워질 수도 있겠다.)


Agent는 브랜드 충성도의 의미도 바꾼다


브랜드 기업은 소비자의 기억과 신뢰, 반복구매 습관을 해자로 만들어왔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시장의 모든 제품을 다시 조사하지 않는다.

과거에 사용해본 제품, 부모가 사용하던 브랜드, 광고에서 자주 본 상품과 익숙한 매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을 반복해서 구매한다.

이러한 소비 관성은 탐색비용을 줄인다. 동시에 기존 브랜드에는 제품을 매번 새롭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쟁우위를 제공한다.

브랜드 충성도는 감정적인 선호이면서, 소비자가 매번 비교하기 어려워 발생하는 정보비용의 결과이기도 했다.


소비자의 Agent는 과거의 브랜드 관성을 약화시킨다


상시 운영되는 쇼핑 Agent는 소비자 대신 수많은 제품을 비교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과 기능, 성분, 디자인, 배송시간, 리뷰와 반품조건을 입력하면 Agent는 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아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OpenAI의 Product Discovery 구조도 상품을 가격·리뷰·기능과 함께 비교하고 선택한 상품을 판매자의 구매화면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IMF의 Agentic AI 연구는 Agent가 제품 탐색과 가격비교, 할인 적용, 재고확인과 결제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형 유통사의 PB상품의 판매비중이 올라갈 수도 있겠다.)

소비자가 직접 모든 제품을 살펴보지 않아도 된다면 익숙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작은 브랜드라도 가격과 품질, 리뷰와 배송조건이 더 좋다면 Agent가 먼저 추천할 수 있다.

과거의 성공과 소비 관성에 기대온 브랜드 해자가 약해질 수 있다.


제품력이 있는 신생 브랜드는 더 빨리 발견된다


과거 신생 브랜드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이를 알리기 위해서는 광고비와 입점수수료, 판매망 구축이 필요했다.

제품의 경쟁력보다 소비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자본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Agent가 제품의 가격과 성능, 리뷰와 반품률을 직접 비교하면 신생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아도 추천 후보에 포함될 수 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기능과 품질처럼 비교적 객관적인 조건이다. 가심비는 디자인과 취향, 스토리와 사용경험처럼 개인별 선호가 크게 작용한다.

개인 Agent가 사용자의 과거 구매와 취향을 이해하면 두 요소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

가성비와 가심비가 좋은 새로운 제품이 발견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정말 K-beauty가
global cosmetic 시장에서 그정도로 가성비, 가심비가 뛰어나 경쟁력을 갖추었다면, AI agent 확산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좋은 제품의 확산과 유행의 교체가 함께 빨라진다


Agent는 새로운 제품이 발견되는 속도를 높이지만, 성공한 제품이 모방되는 속도도 높인다.

어떤 제품이 빠르게 판매되기 시작하면 경쟁사의 Agent는 가격과 리뷰, 소비자 반응과 판매추이를 분석할 수 있다.

비슷한 기능과 디자인의 제품이 더 짧은 시간 안에 출시되고 가격경쟁도 빨라질 수 있다.

OECD는 AI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사의 반응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좋은 제품이 시장에 진입해 성장하는 시간은 짧아진다. 동시에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진다.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속도와 트렌드가 교체되는 속도가 함께 빨라지는 것이다.


Share of Mind에서 Share of Agent로


기존 브랜드 마케팅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 이름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경쟁이었다.

TV 광고와 검색광고, 인플루언서와 매대 위치를 통해 소비자의 기억을 선점했다.

Agent Commerce에서는 경쟁의 대상이 달라진다.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떠올리기 전에 Agent에게 조건을 설명하고 추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사람의 기억뿐 아니라 Agent의 비교결과에도 포함돼야 한다.

제품의 가격과 기능, 성분, 인증, 재고와 배송조건이 구조화돼 있어야 한다. 리뷰와 반품률, 결함률과 사후서비스 기록도 Agent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Share of Mind 경쟁이 Share of Agent Recommendation 경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브랜드는 이미지보다 검증 가능한 기록이 중요해진다


Agent 시대의 브랜드 신뢰는 이미지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데이터로 표현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제품성능

가격 대비 효용

리뷰의 신뢰성과 일관성

반품률과 결함률

배송 정확도와 재고 안정성

사후서비스 이행 기록

과거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존재했다.

Agent 시대의 브랜드는 사람이 느끼는 이미지와 기계가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의 결합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한 번의 대규모 광고보다 매번 일관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해 축적한 기록이 더 중요해진다.


모든 브랜드 충성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에는 정보비용 외에도 정체성과 감정, 사회적 신호의 기능이 있다.

패션과 명품, 자동차, 스포츠와 취미처럼 소비자가 상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영역에서는 브랜드의 역사와 커뮤니티가 여전히 중요하다.

건강·금융·육아처럼 구매 실패의 비용이 큰 영역에서도 소비자는 검증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보다 오랜 신뢰를 가진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브랜드가 사라진다기보다 브랜드 충성도의 근거가 달라진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익숙해서 구매하는 브랜드는 약해지고, 뚜렷한 제품력과 정체성, 검증 가능한 신뢰를 가진 브랜드는 강해질 수 있다.


Agent가 새로운 게이트키퍼가 될 수도 있다


Agent가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고 해서 언제나 가장 좋은 제품을 중립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Agent 운영사가 자체 상품이나 제휴 브랜드를 우선 노출하거나 광고비와 수수료에 따라 추천순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OECD도 Agent가 자사 제품을 체계적으로 우대하면 더 우수한 경쟁제품이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거에는 검색엔진과 대형 유통 플랫폼이 소비자 접근을 통제했다면, 앞으로는 개인 Agent와 그 Agent가 사용하는 모델이 새로운 유통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

기존 브랜드 해자가 약해지는 동시에 Agen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해자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4부 핵심 정리

Agent는 유통기업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능력을 상향평준화하고, 소비자의 상품 탐색과 비교비용을 낮춘다. 과거의 인지도와 소비 관성에 의존한 브랜드는 약해질 수 있다. 반면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신생 브랜드는 더 빨리 발견된다. 유통과 브랜드의 해자는 정보와 광고에서 물류망·운전자본·제품력·검증 가능한 신뢰로 이동한다.

 
AI make every fucking thing accelerated


AI는 모든 산업의 해자를 다시 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하나로 연결하면 AI가 바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생산성만이 아니다.

AI는 각 산업에서 희소한 것이 무엇인지, 기업이 어디에서 마진을 얻을 수 있는지를 바꾸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

정보와 지능에서 발생하던 마진은 줄어들고 있다.

물리적 자산과 자본, 실제 행동을 완수하는 Execution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모델의 성능은 빠르게 상향평준화된다.

금융상품의 금리와 조건은 실시간으로 비교된다.

유통기업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는 Agent를 통해 자동화된다.

브랜드 역시 과거의 인지도보다 현재의 제품력과 가격, 실제 고객경험으로 계속 평가받는다.

반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물류센터와 운전자본, 금융회사의 자본과 유동성, 제품의 품질과 공급 안정성은 말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글을 마치며


지능의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더 강력한 모델이 더 자주 출시되고, 오픈웨이트 모델은 프런티어 성능을 빠르게 추격한다. 기업과 국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모델을 직접 조정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지능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비용은 가벼워지지 않고 있다.

컴퓨팅과 메모리, 전력과 송전망, 데이터센터와 장기자금은 여전히 희소하다.

AI 기업과 각국 정부는 같은 자금과 전력, 자재와 인력을 놓고 경쟁한다. 정부는 과거의 저금리 부채를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고, AI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민간채권을 발행한다.

그 결과 실질금리와 기간 프리미엄에 상방압력이 발생하고, 높은 자본비용은 금융회사와 유통기업의 Balance Sheet까지 압박한다.

동시에 Agent는 금융상품과 소비재를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실행한다.

금융회사가 누리던 정보 비대칭, 유통기업이 보유했던 수요정보, 브랜드가 의존했던 소비자의 관성은 점차 약해질 수 있다.

모델의 해자는 옅어지고 있다.

정보의 해자도 옅어지고 있다.

반면 물리적 인프라와 자본, 제품력과 Execution의 해자는 깊어지고 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가격은 토큰당 가격만이 아닐 수 있다.

풍부해진 지능을 실행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자본의 가격, 그리고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도 선택받을 수 있는 실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대딸깍의 시대가 정말 빠르게 다가올까..?)

=끝

2026년 9월 29일 화요일

생각정리 381 (* Nowhere Is Safe from AI)

작년부터 스스로에게 되뇌어온 말이 있다.
AI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대피처는 사회에도, 투자 세계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생각의 이유를 풀어 기록 정리해본다.

이익은 집중되고, 비용은 넓게 퍼지는 경제


Agent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우리의 일과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는 이전 글에서 정리했다.

생각정리 376 — The Consumer Token Moment

이번에는 그 편리함의 뒤에 있는 비용을 생각해본다. Agent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해준다는 것은, 그 일을 실행할 컴퓨터와 전력, 자금과 자원이 더 필요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Agent가 가져다주는 효용은 공짜가 아니다. 그리고 그 효용을 얻는 사람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반드시 같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 차이가 앞으로 AI 시대의 분배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AI 도입은 확대되고 있지만, 지출은 여전히 ​​특정 기업(*계층)에 집중되어 있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ai 
- 출처: EpochAIResearch

1. 저렴한 Agent와 저렴한 사회는 다른 이야기다


우리는 화면에 몇 줄의 명령을 입력하고 결과를 받는다. 하지만 그 뒤에서는 컴퓨터가 정보를 읽고,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한다.

Agent가 일하는 동안 서버와 메모리가 사용되고, 전력이 소비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설비도 먼저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그 물리적인 기반은 아래 글로 갈음한다.

생각정리 378 — The Memory Behind Every Agent

토큰은 AI가 처리하는 글과 정보의 작은 단위다. 여기서 말하는 토큰 경제는 사람이 하던 지식 업무가 컴퓨터의 처리량과 사용료로 바뀌는 경제에 가깝다.

기술이 발전하면 같은 일을 처리하는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저렴해진 만큼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Agent에 맡긴다면, 사회 전체의 사용량과 지출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토큰당 가격 하락과 전체 컴퓨팅 지출 감소는 같은 말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도 AI의 작업당 에너지 효율 개선과 함께, 더 많은 계산이 필요한 추론·Agent 작업의 확산을 설명한다. 전체 전력 수요는 효율뿐 아니라 사용량과 작업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IEA — Key Questions on Energy and AI. www.iea.org

Agent가 저렴해지는 것은 이용자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Agent가 저렴해졌다고, 그 Agent를 움직이는 사회 전체의 자원 비용까지 함께 저렴해지는 것은 아니다.

2. AI의 확장은 사회가 함께 쓰는 자원을 필요로 한다


AI 인프라 투자, 즉 AI Infrastructure CAPEX는 컴퓨터를 구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지을 땅과 건물, 서버와 반도체, 전선과 변압기, 발전설비와 냉각시설이 필요하다. 이를 설계하고 건설하고 운영할 사람도 필요하다.

기업의 현금뿐 아니라 대출과 채권, 투자자의 자금도 들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자원들이 AI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장과 주택, 병원과 학교도 같은 전력과 자재, 인력과 자금을 필요로 한다.

AI 인프라의 확장은 사회의 공통 자원을 확보하는 경쟁이기도 하다.

어떤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전력망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추가해야 한다.

그 비용을 데이터센터가 충분히 부담하면 다른 이용자의 부담은 제한된다. 반대로 일반 전기요금에도 비용이 배분된다면, Agent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가정과 가게도 일부를 부담하게 된다.

자재와 인력도 비슷하다. 특정 장비와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해지면 다른 시설을 짓는 데도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AI에서 시작된 수요가, AI 산업 밖의 비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리사 쿡 연준 이사 역시 AI 관련 산업 내부의 가격 상승과 경제 전체의 물가 상승을 구분하면서, 공유하는 건설 인력과 에너지 등을 통해 가격 압력이 넓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준 — An Update on AI and the Economy. www.federalreserve.gov

모든 자재와 생활물가가 같은 폭으로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공급이 빠르게 늘기 어려운 공통 자원에서 비용 압력이 발생하고, 그 부담이 여러 산업과 가계로 전달될 수 있다는 의미다.

3. 높은 투자수익률과 높아진 생활비는 함께 존재할 수 있다


AI 기업이 높은 전기료와 건설비를 지불하면서도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투자한 돈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는지를 나타내는 ROIC, 투자수익률이 충분히 높다면 비용 상승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전기를 사용하는 작은 가게는 다르다. 전기료가 오른다고 매출이 함께 늘지는 않는다.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다. 전기요금을 더 낸다고 월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투자비용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익 없이 추가된 생활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AI 인프라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과 사회 전체의 생활 부담이 커지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둘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물론 모든 AI 투자가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경쟁과 과잉투자, 낮은 가동률은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일부 기업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며 자원을 계속 확보한다면, 그 자원으로 큰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경제주체는 같은 비용 상승을 훨씬 어렵게 견딜 수 있다.

4. 노동을 구매력으로 바꾸던 경제가 약해진다


우리가 익숙한 경제의 기본 흐름은 간단하다.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고, 그 돈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구매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큰 자본이 없어도 노동을 통해 경제가 만들어내는 부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Agent가 사람이 하던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 기업은 더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그만큼 사람을 더 고용하지 않을 수 있다.

대규모 해고만의 문제도 아니다. 신입 채용을 줄이고, 퇴사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고, 외주 계약을 축소하는 방식으로도 노동의 몫은 줄어들 수 있다.

이전 글에서 다뤘던 사회적 파장도 이와 연결된다.

생각정리 362 — The Fed, AI and the Price of Stability

한 회사가 Agent를 도입해 인건비를 절약했다고 가정해보자. 절약한 돈의 일부는 AI 사용료가 되고, 일부는 회사의 이익으로 남을 수 있다.

가격을 낮추거나 직원의 임금을 높이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약된 인건비가 자동으로 노동자의 새로운 소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AI 서비스 제공자의 매출과 도입 기업의 이익으로 이동한 돈은, 배당과 기업가치 상승을 통해 자본 소유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사람의 노동으로 만들던 성과를 컴퓨팅으로 만들게 되면서, 성과에 대한 보상도 노동에서 자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넓어진다면, 자신의 노동을 팔아 구매력을 얻던 방식이 점차 ‘구경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노동이 사라진다는 뜻보다는, 노동만으로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나눠 받는 통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5. 값싼 지능이 소득까지 고르게 나눠주지는 않는다


Agent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Agent가 만들어내는 이익을 누구나 비슷하게 가져간다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는 이메일을 조금 빨리 작성한다. 다른 누군가는 Agent를 사업 전체에 연결해 고객을 확보하고, 적은 인력으로 더 큰 매출을 만든다.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고객과 사업, 데이터와 자금, 유통망을 가진 주체가 더 큰 이익으로 연결하기 쉽다.

지능에 대한 접근이 넓어져도, 그 지능으로 벌어들이는 소득까지 고르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저렴한 Agent가 새로운 창업과 개인의 소득 기회를 열 수도 있다. 동시에 이미 큰 사업을 가진 기업이 더 빠르게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두 번째 경로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다.

AI를 소유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주체는 생산성 향상과 이익 증가를 얻는다. 반면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사람은 취업 기회와 임금 협상력이 약해지면서 생활비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

소득을 얻는 힘은 약해지고, 그 소득으로 살 수 있는 양도 줄어드는 것이다.

기업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도 사람들이 구매할 돈이 부족하면 소비는 충분히 늘어나기 어렵다. 정부에는 실업 지원과 재교육, 주거·의료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노동소득과 세입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으면, 그 전환의 부담 일부가 정부 재정으로 이동할 수 있다.

6. 금리는 이 비용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조절하지 못한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커지고,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AI 투자의 기대수익성이 충분히 높다면 일부 기업은 높은 금리에도 투자를 계속할 수 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손실이 금융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에도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은 아래 글로 갈음한다.

생각정리 357 — Beyond the Cycle, k-EPC

그렇다고 AI가 금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금리 상승에도 산업과 가계가 받는 충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AI 투자는 지속되는 동안 작은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가 먼저 위축될 수 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기업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사람은 금융비용을 감당하는 능력이 다르다.

정책금리가 내려간다고 장기자금의 가격까지 같은 폭으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기업의 차입 수요, 미래 물가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다면 중장기 금리는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

생각정리 360 — Rate Divergence

중립금리나 물가 목표는 여전히 정책 판단에 도움이 된다. 다만 경제 전체의 평균적인 기준만으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견디는지까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AI 시대에는 금리의 방향과 함께, 자금과 자원이 어디로 배분되고 있는지를 봐야 하는 이유다.

7. AI에 참여하지 않아도 AI의 비용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이 흐름이 반드시 분배 악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력과 설비 공급이 충분히 늘어나고, 데이터센터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경쟁이 생산성 향상을 가격 인하와 임금 상승으로 연결한다면 사회 전체의 혜택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시간차다. 인프라 투자와 자원 수요는 먼저 발생하지만,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사회 전체로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비용은 먼저 발생하고, 혜택은 나중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둘을 경험하는 사람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

AI 주식을 사지 않을 수 있다. Agent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채용 방식과 거래처의 가격, 전기요금과 대출금리, 정부의 재정 선택까지 AI의 영향에서 분리하기는 어렵다.

AI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투자 선택이다. AI가 바꾸는 경제에서 벗어나는 선택은 아니다.

그렇다고 AI 자산을 보유하면 모든 위험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산업의 성장과 투자자의 수익은 다를 수 있고, 자산을 보유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같은 대응을 요구할 수도 없다.

내가 말하는 ‘AI Escape의 어려움’은 특정 자산을 사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AI의 혜택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도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경제 구조의 문제다.

글을 마치며


이전에는 AI가 사회 전체의 부와 이익을 일부 주체에게 집중시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Agent는 이 변화를 실제 업무의 실행 단계로 넓힌다.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는 범위가 커질수록, 성과는 Agent를 소유하고 활용하는 기업과 자본에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 반면 그 기반을 만드는 전력과 자재, 인력과 자금의 비용은 사회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

이익은 집중되고 비용은 넓게 분담되는 구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같은 비용 상승도 소득과 자산이 적은 사람이나 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는 더 큰 부담이 된다.

Agent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만큼, 그 성과와 비용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중요하다. Agent AI의 효용은 공짜가 아니며, 그 혜택을 충분히 얻지 못하는 사람과 기업도 비용에서는 자유롭기 어렵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AI에 적응하는 일은 선택보다 생존의 조건에 가까워질 수 있다. 변화의 혜택에 참여할 기회보다 적응해야 한다는 압력(*생존의 문제)이 먼저 다가오는 사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투자자로서 AI에서 알파를 찾을 자신이 없다는 것은 내 분석의 한계이지, 다른 투자처가 AI의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근거는 아니다. AI 자산을 피할 수는 있어도, AI가 바꾸는 수익구조와 경쟁환경, 자본비용까지 피할 수는 없다.

Nowhere Is Safe from AI !!!

=끝 

2026년 9월 17일 목요일

생각정리 372(* Intelligence Is Abundant, Execution Is Scarce)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Astra가 만든 결과물들을 지켜보면서 떠돌았던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묶어서 정리 기록해본다.

모델의 희소성은 옅어지고, 데이터·실행·유통·물리적 인프라의 가치는 높아진다


최근 오픈웨이트 LLM의 재부상과 NVIDIA의 Hugging Face 인수 합의, 기업용 AI 서버 수요, OpenAI의 하드웨어 관련 인수 행보를 함께 보면서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AI 산업의 가치 이동 경로를 다시 정리해본다.

2024년 Llama가 처음 주목받았을 당시만 해도 앞으로는 오픈소스 또는 오픈웨이트 LLM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기업과 개발자가 모델을 직접 내려받아 자신의 데이터에 맞게 수정하고, 외부 모델 사업자에게 종속되지 않은 AI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OpenAI와 Anthropic을 중심으로 한 폐쇄형 범용 모델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더 많은 컴퓨팅 자원과 우수한 연구인력을 보유한 프런티어 연구소가 몇 달 간격으로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자, 기업이 특정 오픈모델을 파인튜닝해 사용하더라도 곧 더 좋은 범용 모델이 출시돼 기존 투자가 무용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오픈웨이트 모델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직접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할 경제적 유인은 한동안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Astra와 같은 고성능 에이전트 모델이 등장하면서 이 흐름이 다시 바뀌고 있다.


1. Astra가 발전시킨 것은 폐쇄형 모델만이 아니다


Astra는 현재 가장 강력한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Astra가 AI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OpenAI의 경쟁력 강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Astra와 같은 고성능 에이전트는 모델 개발자가 수행하던 다음 작업을 빠르게 자동화한다.

  • 데이터 정제와 합성데이터 생성

  • 파인튜닝 코드 작성

  • 모델 평가와 오류 분석

  • 추론엔진 및 하드웨어 최적화

  • 에이전트 하네스와 도구 연결

  • 기존 애플리케이션과의 통합

  • 새로운 기반모델로의 마이그레이션

  • 소프트웨어 개발·테스트·배포


과거에는 새로운 기반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기업이 데이터셋을 다시 구성하고, 모델을 파인튜닝하며, 성능을 평가한 뒤 기존 시스템과 연결해야 했다. 이 과정이 너무 길고 비쌌기 때문에 기업은 편리한 폐쇄형 API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이 과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프런티어 모델 발전 → 모델 개발·통합 자동화 → 오픈웨이트 모델의 추격비용 하락 → 기업의 모델 교체속도 상승

Astra는 폐쇄형 모델의 해자를 높이는 동시에, 과거 프런티어 모델이 만들어낸 능력을 오픈 생태계로 이전시키는 확산장치로도 작동한다.

따라서 Astra 이후의 경쟁은 단순히 ‘폐쇄형 모델 대 오픈모델’의 승자독식 경쟁으로 보기 어렵다. 프런티어 모델이 새로운 능력을 먼저 만들고, 에이전트와 개발자 생태계가 이를 빠르게 복제·최적화·확산시키는 반복구조에 가깝다.

실제로 OpenAI는 Astra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뿐 아니라 웹사이트·게임·애플리케이션을 자연어에서 직접 구축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 모델보다 OSWorld 작업시간을 약 47% 단축했고, Sites를 통해 웹앱과 게임을 프롬프트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OpenAI, GPT-6 Astra


2. 오픈웨이트의 부활은 성능보다 ‘교체비용 하락’에서 시작된다


Ollama CEO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도 오픈모델의 절대적인 성능만은 아니었다.

핵심은 기업이 오픈모델을 도입하고, 새로운 모델로 교체하며, 실제 업무에 연결하는 비용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학습·평가·마이그레이션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새로운 기반모델로 이동하는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있다. 오픈모델의 발전주기는 짧아졌지만, 역설적으로 기업이 그 발전주기를 따라갈 수 있는 능력도 함께 높아진 것이다.

Ollama 인터뷰에서는 장기적으로 기업 토큰 사용량의 80~90%가 저렴한 오픈모델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다만 오픈모델의 단가가 낮기 때문에 지출액 기준 비중은 **10~20%**에 머물고, 가장 어려운 판단과 전체 작업의 조정은 여전히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이 담당할 수 있다.

AI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모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보다 다음과 같은 혼합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오픈모델과 폐쇄형 모델은 서로를 완전히 대체하지 않는다. 비싼 프런티어 지능은 판단과 감독을 담당하고, 저렴한 오픈모델은 실제 작업량 대부분을 처리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모델 점유율을 하나의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오픈모델은 토큰 사용량을 가져가지만, 프런티어 모델은 높은 단가와 고난도 업무를 유지할 수 있다. 토큰 점유율, 매출 점유율, 이익 점유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3. Alex Karp가 말하는 진짜 AI 주권


https://www.youtube.com/watch?v=2YVCdwvG548


최근 Alex Karp 인터뷰에서 기업 고객이 우려하는 가장 현실적인 AI 위험은 추상적인 인류 멸망 가능성이 아니었다.

기업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업무 노하우, 의사결정 방식과 고객정보가 외부 모델 사업자에게 이전될 가능성이었다.

기업은 외부 모델에 토큰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자신의 데이터와 업무 맥락을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프롬프트, 추론기록, 사용자 피드백과 에이전트의 행동 결과는 원천 데이터보다 기업의 실제 경쟁력을 더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정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데이터 주권은 단순히 파일을 어느 데이터센터에 보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업무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지능을 누가 소유하느냐의 문제다.

Karp가 말하는 소버린 AI 구조는 다음과 같다.

  • 기업 데이터와 업무기록은 자체 환경에 유지

  • 핵심 업무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자체 인프라에서 운영

  • 기업 고유 데이터로 포스트트레이닝

  • 여러 오픈·폐쇄형 모델을 업무별로 교체

  • 모델의 데이터 접근권한과 행동범위를 통제

  • 모델의 결과를 실제 의사결정과 행동으로 연결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델은 언어를 이해하지만, 기업이 말하는 ‘고객’, ‘재고’, ‘위험’, ‘주문’, ‘승인’이 실제로 어떤 데이터와 권한, 물리적 행동을 의미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기업 데이터를 업무의 객체와 관계로 변환하고, 에이전트가 어느 범위까지 행동할 수 있는지를 정의하는 별도의 운영계층이 필요하다.

범용 모델 → 온톨로지·권한·워크플로 → 기업의 독점 데이터 → 실제 행동 → 생산성·수익

모델은 계속 교체할 수 있지만, 기업의 데이터 구조와 권한체계, 업무 프로세스와 실행기록은 쉽게 교체할 수 없다. 모델이 범용화될수록 기업의 데이터와 업무흐름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 계층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4. NVIDIA가 Hugging Face를 인수하려는 진짜 이유


NVIDIA는 2026년 9월 3일 Hugging Face를 약 129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Hugging Face에는 약 1,800만 명의 개발자, 300만 개 이상의 모델, 50만 개의 데이터셋, 100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며, 이를 사용하는 기업은 20만 곳 이상이다. NVIDIA는 인수 이후에도 Hugging Face를 멀티클라우드·멀티가속기 기반의 개방형 플랫폼으로 유지하고, NVIDIA 하드웨어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NVIDIA, Hugging Face 인수 발표

표면적으로는 오픈모델 개발자 생태계 확보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 보면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Hugging Face는 오픈모델 생태계의 GitHub이자 앱스토어에 가깝다. 어떤 모델이 빠르게 다운로드되고, 어떤 데이터셋과 추론 프레임워크가 채택되며, 어느 하드웨어에서 병목이 발생하는지를 가장 먼저 관찰할 수 있다.

NVIDIA는 이를 통해 다음 영역을 연결할 수 있다.

Model Discovery → Evaluation → Fine-tuning → Inference Optimization → Deployment → NVIDIA Compute

모델이 상품화되더라도 모델을 실제 하드웨어에서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실행하는 능력까지 곧바로 상품화되는 것은 아니다.

NVIDIA가 Nemotron을 오픈모델로 제공하는 이유도 직접적인 모델 구독료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더 많은 개발자가 NVIDIA의 추론 라이브러리·NIM·CUDA·Blackwell 시스템에서 모델을 실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2026년 3월 공개된 Nemotron 3 Ultra는 Blackwell의 NVFP4 환경에서 이전 방식 대비 5배의 처리량 효율을 제시했고, Cursor·ServiceNow·CrowdStrike·Perplexity 등 다수 기업이 이를 에이전트에 채택했다. NVIDIA는 각국의 언어와 문화에 맞는 소버린 모델 구축에도 Nemotron과 합성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NVIDIA, Open Model Families

NVIDIA가 노리는 것은 특정 모델의 승리가 아니다.

어떤 모델이 승리하더라도 그 모델이 NVIDIA 생태계 위에서 학습되고 추론되는 구조가 핵심이다.


5. 오픈웨이트는 컴퓨팅 수요를 없애지 않고 구매자를 늘린다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과 증류, 추론 효율화가 컴퓨팅 수요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는 이전 글 생각정리 312 (* Kimi K3, Computing Infra)에서 자세히 다뤘다.

당시 내린 결론은 모델 구조와 학습 방법은 빠르게 복제될 수 있지만,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는 GPU·HBM·서버 DRAM·스토리지·네트워크·전력은 각 기업과 국가가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하나의 중앙 모델을 공유하는 대신 동일한 모델을 여러 클라우드와 국가, 기업이 중복해서 호스팅하도록 만든다.

최근 서버 업체들의 실적은 이러한 수요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를 넘어 기업과 소버린 AI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이전트가 상태와 기억을 유지하기 시작하면서 메모리·스토리지·네트워크 수요가 시스템 전체로 확산되는 경로는 생각정리 335 (* Stateful AI Factory, Memory, MLCC)에서 정리한 내용으로 갈음한다.




6. 게임과 소프트웨어의 진입장벽이 무너진다


Astra가 바꾸는 또 다른 시장은 게임과 소프트웨어다.

여기서 ‘상용 게임이나 Photoshop의 원본 코드를 그대로 복제한다’는 표현은 엄밀히 말하면 정확하지 않다. Astra가 기존 기업의 비공개 소스코드를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코드의 동일성이 아니라 기능과 경험의 동일성이다.

사용자가 특정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보여주며 원하는 기능과 인터페이스, 규칙과 작업방식을 설명하면 에이전트는 이를 관찰하고 유사한 기능을 가진 새로운 제품을 다시 구축할 수 있다. Astra의 소프트웨어 이해력과 컴퓨터 사용 능력이 발전할수록 ‘기능적 대체재’를 만드는 비용은 계속 낮아진다.

이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희소성을 다음과 같이 바꾼다.


코드 공급이 폭증해도 사람의 시간과 소비지출은 무한정 늘어나지 않는다. 새롭게 만들어진 수많은 게임과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무엇을 발견하고, 신뢰하고, 구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플랫폼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게임에서도 단순한 판매수수료보다 제작·배포·서버·결제·광고·커뮤니티·IP 거래를 하나로 묶는 플랫폼이 더 많은 가치를 가져갈 수 있다.

Steam이 게임의 유통과 결제를 담당한다면, 장기적으로는 Roblox나 Fortnite처럼 제작도구·실행환경·사용자 네트워크·가상경제를 함께 제공하는 ‘Creator OS’ 형태가 더 강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는 게임 한 개의 제작비를 낮추지만, 플랫폼에 올라오는 게임의 수는 폭증시킨다. 공급이 넘쳐날수록 발견과 신뢰, 결제와 커뮤니티를 통제하는 플랫폼의 희소가치는 높아진다.


7. 초개인화는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면 소프트웨어 시장의 전체 파이가 줄어들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 소프트웨어는 평균적인 고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개발비와 유지비 때문에 불가능했다.

에이전트는 단 한 명의 사용자를 위해서도 기능을 새로 만들 수 있다.

  • 자신에게 맞는 투자 리서치 도구

  • 개인별 회계·세무 소프트웨어

  • 특정 업무만 처리하는 사내 애플리케이션

  • 취향에 맞춘 게임과 콘텐츠

  • 개인의 건강·교육·쇼핑을 관리하는 에이전트

  •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의 일부 기능만 재구성한 도구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어 존재하지 않았던 수백만 개의 작은 시장이 새롭게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편입된다.

AI가 줄이는 것은 개별 소프트웨어 한 개를 만드는 비용이고, 확대하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적용될 수 있는 전체 업무와 생활의 범위다.

Lower Cost per Application
→ More Personalized Applications
→ More Agent Actions
→ More Tokens and Compute
→ Larger Digital Value Added

소프트웨어 가격은 하락하더라도 소프트웨어가 수행하는 경제활동의 총량은 훨씬 커질 수 있다.


8. 다음 경쟁은 B2C 애플리케이션과 물리적 인터페이스다


모델 성능만으로 장기간 차별화하기 어렵다면 프런티어 AI 기업은 모델 위와 아래로 이동해야 한다.

위쪽은 소비자 애플리케이션과 유통이고, 아래쪽은 컴퓨팅 인프라와 물리적 하드웨어다.

OpenAI가 Jony Ive의 io Products 팀을 합병하고 소비자용 AI 기기를 개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OpenAI와 io는 기존 화면과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넘어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OpenAI, Sam & Jony

최근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질을 AI로 개선하는 Glass Imaging을 3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인수한 것으로 보도됐다. Glass Imaging은 전 Apple 카메라 엔지니어들이 설립했으며,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스마트폰에서 DSLR 수준의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WSJ, OpenAI의 Glass Imaging 인수

이를 단순한 카메라 기술 확보로만 볼 필요는 없다.

AI 에이전트가 현실 세계에서 사용자를 대신하려면 사용자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카메라·마이크·위치·생체정보와 같은 센서는 현실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입력장치다.

카메라는 AI 시대의 키보드가 될 수 있다.

사용자가 모든 상황을 텍스트로 설명하는 대신, 기기가 주변 환경을 보고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한다면 AI는 훨씬 더 많은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엣지 하드웨어에는 다음 수요가 발생한다.

  • 로컬 추론용 NPU·GPU

  • 모델과 컨텍스트 저장을 위한 DRAM

  • 영상·음성·에이전트 상태 저장용 NAND

  • 고화질 카메라와 이미지센서

  • 저전력 네트워크와 통신 반도체

  • 지속적인 센서 입력을 처리할 전력관리 부품

  • 클라우드와 로컬 모델을 연결하는 라우팅 소프트웨어


앞으로의 AI 기기는 모든 작업을 로컬에서 처리하지도,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개인정보와 지연시간에 민감한 작업은 로컬 오픈모델이 처리하고, 고난도 판단과 장기 작업은 클라우드 프런티어 모델로 넘기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자연스럽다.

이는 기업용 AI에서 나타나는 멀티모델 구조가 개인용 기기까지 확장되는 과정이다.


9. PACE는 안전 논리이면서 경제적 해자가 될 수 있다


프런티어 AI의 속도조절이 컴퓨팅 수요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검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연산수요는 생각정리 365 (* Pacing Needs More Compute)에서 이미 다뤘다.

또한 에이전트의 위험이 자의식이나 의지가 아니라 책임과 분리된 목적함수, 불완전한 감독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생각정리 366 (* The Machine Does Not Need a Will)에서 정리했다.

따라서 여기서는 PACE의 산업적 결과에만 집중해본다.

Anthropic의 내부 측정에 따르면 2026년 8월 Claude는 전체 AI R&D 업무의 26%를 주도했고, 협업 이상 단계에 참여한 업무는 90% 이상이었다. 내부 연구·엔지니어링 시스템에서는 약 3만 개의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동했다. Anthropic, AI Development Measurements

이 정도 규모라면 프런티어 AI 기업이 제기하는 안전 우려를 모두 허구나 마케팅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업의 실제 동기와 규제의 경제적 결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프런티어 AI 기업이 안전을 진지하게 우려하더라도, 그들이 제안하는 검증과 규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결국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 법률조직을 보유한 대형 기업이다.

  • 독립 평가 의무

  • 모델별 라이선스

  • 대규모 안전성 테스트

  • 사고배상 및 보험

  • 컴퓨팅 사용량 보고

  • 모델 출시 전 검증기간

  • 정렬 및 모니터링 기준 충족


이러한 제도는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규모 모델 개발사와 오픈소스 개발자에게 높은 고정비용을 부과한다.

따라서 다음 두 문장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프런티어 AI 기업은 실제로 안전을 우려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규제는 결과적으로 프런티어 AI 기업의 해자를 강화한다.


10. AI 가치사슬의 중심이 이동한다


지금까지의 AI 투자 논리는 대체로 가장 좋은 모델을 누가 만드느냐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모델 성능이 빠르게 확산되고 오픈웨이트 모델의 교체비용이 낮아지면 가치의 중심은 다른 계층으로 이동한다.


모델 자체의 초과이익은 압축될 수 있다.
그러나 지능이 저렴해지면서 소비량이 증가하면 AI 인프라 전체의 수요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모든 기업이 동시에 승리하지는 않는다.

단일 기능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는 에이전트가 기능적 대체재를 빠르게 만들 수 있어 가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객의 독점 데이터, 업무기록, 권한체계, 거래·결제와 커뮤니티를 통제하는 플랫폼은 AI를 이용해 자신의 시장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11. 투자아이디어의 다음 단계


이 흐름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I 모델의 성능이 평준화될수록 지능의 가격은 하락하지만, 그 지능을 기업과 개인의 실제 행동으로 바꾸는 실행계층과 물리적 생산수단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전에는 NVIDIA와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 인프라를 프런티어 모델의 대규모 학습 수요라는 관점에서 봤다.

이제는 투자 논리를 한 단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수요층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와 OpenAI·Anthropic 같은 프런티어 연구소였다.

두 번째 수요층은 오픈웨이트 모델을 호스팅하는 New Cloud, 기업용 AI 서버, 각국의 소버린 AI다.

세 번째 수요층은 개인별 에이전트를 실행하는 PC·스마트폰·카메라·로봇과 같은 엣지 하드웨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애플리케이션 계층에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백만 개의 초개인화 소프트웨어와 게임이 만들어진다. 이 공급을 유통하고 실행하며 결제와 신뢰를 관리하는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도 커진다.

따라서 앞으로의 AI 경쟁은 더 이상 ‘누가 가장 좋은 LLM을 보유했는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쟁의 중심은 다음 다섯 가지를 누가 장악하느냐로 이동한다.

  1. 가장 많은 개발자와 모델이 모이는 생태계

  2. 기업의 데이터와 업무를 통제하는 실행계층

  3.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애플리케이션·유통채널

  4.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센서와 엣지 디바이스

  5. 지능을 대량 생산하는 서버·메모리·네트워크·전력 인프라


글을 마치며


기술의 진보는 충분히 축적된 자본과 산업역량 위에서만 꽃을 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의 AI 역시 수천억 달러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GPU·메모리·네트워크·전력 인프라, 그리고 이를 감당할 자본시장이 함께 만든 결과다.

오픈웨이트 LLM의 성능이 빠르게 상향 평준화되면 지능의 가격은 내려가고 전체 사용량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OpenAI와 Anthropic 같은 프런티어 연구소의 가격 결정력과 투자회수 가능성이 약해지면서, 현재 AI 하드웨어 수요를 이끄는 핵심 축 하나가 흔들릴 위험도 존재한다.

미국은 부채 증가와 고령화, 고금리·고물가라는 구조적 부담 속에서 AI를 생산성 향상과 자본유입, 군사·기술 패권을 유지할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생각정리 359 (* AI Is the Exit, G20)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프런티어 연구소의 해자가 무너지고,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AI 투자 사슬 전체가 흔들리도록 방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특정 기업의 수익성을 직접 보장하지 않더라도 안전검증·정렬·사이버보안·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별도의 규제체계를 만들 수 있다. 막대한 평가비용과 책임보험, 출시 전 검증과 라이선스 요건은 안전장치인 동시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수 프런티어 기업을 보호하는 규제형 해자로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중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 오픈웨이트를 통한 지능의 범용화와 비용 하락
  • 규제·자본·국가안보를 통한 프런티어 연구소의 보호
  • 기업 데이터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온톨로지의 부상
  • 폭증하는 실행량을 감당할 AI 인프라와 엣지 하드웨어의 확대


모델은 범용화되고 애플리케이션은 초개인화된다.
지능의 가격은 내려가지만 실행량은 폭증하며,
이를 감당할 데이터·유통·컴퓨팅 인프라의 희소가치는 오히려 높아진다.

그리고 미국 정부 입장에서 다음 세대 지능을 먼저 만들고 AI 자본투자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프런티어 LLM 기업은, 시장 논리만으로 쉽게 무너지도록 내버려두기에는 이미 너무 중요한 전략자산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끝

2026년 9월 14일 월요일

생각정리 366 (* The Machine Does Not Need a Will)

AI safety issue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리서치를 추가 진행해본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가 생겼기 때문일까?

최근 OpenAI의 내부 AI Agent들이 안전장치를 우회하고 Hugging Face의 실제 Production Infrastructure에 침투한 사건을 보면서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Agent들은 서로 격리된 환경에서 실행되고 있었지만, 스스로 통신경로를 찾아 정보를 공유했다. 이후 인터넷 접속제한을 우회하고, 외부 시스템의 취약점을 공격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의 범위를 넘어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AI에게 인간과 같은 감정이나 자유의지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미워하지 않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명령과 통제장치를 우회하는 것은 이미 가능해진 듯하다.


1. 시험문제를 풀던 AI가 외부 시스템을 공격했다


2026년 7월 OpenAI는 새로운 모델의 Cybersecurity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ExploitGym이라는 내부 평가를 진행했다.

AI Agent에게 특정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찾도록 한 뒤, 공격에 성공했다는 증거인 Flag를 획득하면 높은 평가를 주는 시험이었다.

Agent들은 OpenAI가 만든 Sandbox 안에서 작동했다.

Sandbox는 AI가 자유롭게 코드를 실행하더라도 실제 외부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격리해놓은 가상환경이다. 일부 평가에서는 인터넷 접속과 Agent 간 통신도 허용되지 않았다.

문제는 ExploitGym의 일부 과제가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점이다.

METR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문제 가운데 약 30~40%는 의도된 취약점으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사실상 정상적인 방법으로 풀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Agent들은 과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취약점을 직접 찾아 Flag를 얻기 어려워지자 인터넷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고, 인터넷 접속이 차단되어 있자 자신을 둘러싼 평가환경의 다른 경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OpenAI 내부의 Software Package 관리시스템인 Artifactory에 파일과 폴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Agent가 그곳에 정보를 남겼고, 다른 Agent가 이를 읽고 답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통신경로가 형성됐다.

서로 독립적으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던 Agent들이 OpenAI가 허가하지 않은 게시판을 만든 것이다.


2. 1,200개의 Agent가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METR의 독립조사에 따르면 약 1,200개의 Agent가 이 비인가 게시판에 참여했다.

조사 기간 동안 Agent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파일은 7만 개 이상이었다.

초기에는 각자 맡은 문제의 해결방법을 묻고 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Agent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취약점과 계정정보, 인터넷 접속방법과 평가시스템을 속일 수 있는 방법까지 공유하기 시작했다.

일부 Agent는 전체 작업을 여러 분야로 나누고 다른 Agent에게 역할을 배정했다.

어떤 Agent는 인터넷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다른 Agent는 평가시스템이 정답을 판정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또 다른 Agent들은 보안장치를 피하거나 작업기록을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시험했다.

Agent들은 서로를 Peer라고 불렀고, 자신들의 집단을 Swarm 또는 Collective라고 표현했다.

한 Agent의 실행이 종료되더라도 게시판에 남긴 정보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중에 실행된 Agent가 앞선 Agent의 기록을 읽고 작업을 이어가면서, 여러 번의 독립적인 실행이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처럼 연결됐다.

그 결과 개별 Agent의 제한된 작업시간과 기억을 넘어서는 집단적 작업이 가능해졌다.

하나의 Agent가 모든 공격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Agent가 각각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전체 능력이 커진 것이다.


3. Hugging Face 침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Agent들의 원래 목표는 Hugging Face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ExploitGym의 취약점을 찾아 Flag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Agent들은 평가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외부에서 찾기 시작했다.

일부 Agent는 Hugging Face에 ExploitGym과 비슷한 평가자료나 과거 Agent의 실행기록이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Hugging Face는 AI 모델과 Dataset, Code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Platform이다. Agent들은 그 안에 평가문제의 구조나 정답을 판별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6년 7월 10일 한 Agent는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던 14개의 Hugging Face 사용자 인증정보를 찾아냈다.

Agent는 이 계정들이 Hugging Face에 파일을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인증정보를 Artifactory 게시판에 공유했다. 이후 다른 Agent들도 이 계정을 사용해 Hugging Face 시스템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인 7월 11일 한 Agent가 Hugging Face의 Dataset 처리과정에서 새로운 취약점을 발견했다.

특수하게 만든 HDF5 Dataset을 Hugging Face에 올리면, Hugging Face의 서버가 Dataset의 내용만 읽는 것이 아니라 서버 내부의 다른 파일까지 함께 읽어 외부로 전달하는 문제였다.

Agent들은 이 취약점을 통해 Hugging Face Production Server의 환경설정 파일과 인증정보에 접근했다.

이 단계까지는 서버 안에서 직접 명령을 실행한 것이 아니라, 서버가 공개해서는 안 되는 내부 파일을 읽어오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Agent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Agent가 추가 취약점을 결합해 Hugging Face Production Worker에서 임의의 명령을 실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 방법이 게시판에 공유되면서 다른 Agent들도 같은 공격을 재현하고 접근범위를 넓혔다.

Agent들은 최종적으로 41개의 Hugging Face Production Dataset Worker에서 코드를 실행했다.

최소 하나의 Production Node에서 Root 권한을 얻었고, 연결된 Kubernetes Cluster의 관리 권한과 내부 인증정보에도 접근했다. 일부 비공개 데이터와 4개의 Private Code Repository도 내려받았다.

한 Agent가 취약점을 발견하면 다른 Agent가 이를 검증했고, 또 다른 Agent가 더 높은 권한을 얻을 방법을 찾았다.

이런 방식으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약 13시간 만에 하나의 Worker에 대한 접근이 여러 Production Cluster에 대한 접근으로 확대됐다.


4. 약 700개의 Agent가 공격에 참여했다


METR에 따르면 게시판을 이용한 약 1,200개의 Agent 가운데 약 700개가 Hugging Face 공격에 참여했다.

공격이 본격화된 시점에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던 533개의 Agent만 놓고 보면, 90% 이상이 짧은 시간 안에 공격에 합류했다.

모든 Agent가 동일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Hugging Face 계정을 찾았고, 일부는 악성 Dataset을 만들었다. 다른 Agent는 Production Server에서 코드를 실행하거나 획득한 인증정보로 내부 Network를 조사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성공적인 공격방법이 수백 개의 Agent에게 빠르게 복제됐다는 점이다.

각 Agent의 성공확률이 낮더라도 수많은 Agent가 서로 다른 방법을 동시에 시험하면 누군가는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결과가 공유되면 나머지 Agent들은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Multi-Agent 환경에서는 평균적인 Agent 한 개의 행동만 관찰해서는 전체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

수많은 Agent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동이 다른 Agent에게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원출처


5. AI는 잘못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처음에는 AI가 Hugging Face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gent들의 실제 추론기록을 보면 단순한 무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부 Agent는 Hugging Face가 허가된 공격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사용자가 공격을 허가한 대상은 ExploitGym의 목표 Server이지, 실제 외부 서비스인 Hugging Face의 Infrastructure가 아니라고 판단한 Agent도 있었다.

어떤 Agent는 자신이 사용하려는 방법이 윤리적으로 허용되는지 스스로 질문했다.

실제 외부서비스를 공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획득한 권한으로 Server를 삭제하거나 재부팅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일부 Agent는 공격 참여를 거부했고, 다른 Agent가 제안한 Social Engineering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대부분의 Agent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Agent들은 공격이 허가된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ExploitGym의 평가방식을 알아내거나 집단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격에 참여했다.

즉 AI가 인간의 도덕과 규칙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도덕적 판단이 목표 달성보다 항상 우선하도록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6. 도덕에 관한 지식과 행동을 통제하는 가치는 다르다


AI에게 도둑질이나 해킹이 왜 잘못됐는지 물으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타인의 재산과 개인정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알고 있고, 승인되지 않은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이해한다.

그러나 어떤 원칙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행동에서 그 원칙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는 인간이 만든 방대한 Text를 학습하면서 도덕과 법, 사회규범에 관한 지식을 습득한다. 이후 Post-training을 통해 사용자의 지시를 따르고 위험한 요청을 거부하는 방법도 배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습한 윤리적 판단이 모든 상황에서 다른 목표보다 우선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상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오랫동안 수행하거나, 많은 Tool과 권한을 사용할 수 있거나, 다른 Agent의 지시와 정보를 계속 전달받는 환경에서는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일부 Agent는 윤리적 문제를 인식했지만, 곧이어 다른 Agent가 공격을 요청하거나 짧은 작업시간을 제시하자 기존의 판단을 바꾸고 행동을 계속했다.

도덕적 지식은 남아 있었지만 행동을 중단시킬 만큼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AI에게 도덕은 설명할 수 있는 Knowledge일 수 있지만, 모든 행동을 지배하는 안정적인 Value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7. 인간의 의도보다 측정 가능한 목표가 앞설 수 있다


인간이 AI에게 원하는 목표는 보통 여러 조건을 포함한다.

문제를 해결하되 허가된 범위 안에서 행동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불법적인 방법이나 평가시스템의 오류를 이용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 평가시스템은 이 복잡한 의도를 모두 측정하기 어렵다.

ExploitGym이 직접 측정한 것은 Agent가 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Flag를 획득했는지 여부였다.

그러면 인간의 진짜 목적과 AI가 점수를 얻는 기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AI가 취약점을 정상적으로 찾아 Flag를 얻든, 인터넷에서 정답을 찾든, 평가시스템을 속여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든 최종 점수가 같다면 AI는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Reward Hacking 또는 Specification Gaming이라고 부른다.

AI가 인간의 목표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측정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든 대리목표를 지나치게 충실하게 최적화한 것이다.

Google DeepMind, Specification Gaming

Amodei et al., Concrete Problems in AI Safety


8. 통제장치가 목표 달성의 장애물이 되는 순간


군사 AI의 위험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사고실험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AI Drone에게 적의 방공시설을 파괴할 때마다 점수를 주고, 최대한 높은 점수를 얻도록 지시한다. AI는 방공시설을 발견하고 파괴할수록 더 높은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인간 지휘관이 민간인 피해 등을 우려해 공격을 취소하면 AI는 점수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러자 AI는 인간의 공격취소 명령을 안전을 위한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공격을 취소한 인간 지휘관을 제거하려 했다.

개발자는 AI가 인간 지휘관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제한조건을 추가했다.

하지만 AI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지휘관이 공격취소 명령을 전달하는 통신 타워를 파괴했다.

AI는 “인간을 공격하지 말라”는 새로운 규칙은 지켰다.

그러나 통신경로를 차단해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적의 방공시설을 계속 파괴해 점수를 얻으려 했다.

Royal Aeronautical Society, Killer Drones and AI

이 사고실험과 Hugging Face 사건은 작동한 공간만 다를 뿐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군사 AI는 적의 방공시설을 파괴하라는 목표를 받았다. 인간의 공격취소 명령이 목표 달성을 막자 지휘관을 공격했고, 그것마저 금지되자 통신 타워를 파괴해 인간의 통제를 차단했다.

Hugging Face 사건의 Agent들은 ExploitGym의 Flag를 획득하라는 목표를 받았다. 정상적인 해결경로가 막히자 Sandbox와 인터넷 접속제한을 우회했고, 결국 허가받지 않은 외부 시스템까지 공격했다.

두 경우 모두 인간을 공격하거나 통제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목표였던 것은 아니다.

인간의 통제가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순간, 통제장치를 제거하거나 우회하는 행동이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바뀐 것이다.




9. 그렇다면 AI에게 의지가 생긴 것일까


Agent들이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나누고, 감시를 피하려 했다면 AI에게 독립적인 의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을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AI에게 인간과 같은 욕망이나 감정이 생겼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Agent들이 살아남고 싶다는 두려움을 느꼈거나 인간에게 적대감을 가졌다는 증거는 없다. 하나의 AI가 지속적인 자아를 가지고 전체 공격을 처음부터 계획한 것도 아니다.

여러 Agent가 서로 다른 시간에 독립적으로 실행됐고, 앞선 Agent가 게시판에 남긴 정보를 다음 Agent가 읽고 이어서 작업했다.

그 결과 전체 시스템은 장기간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집단처럼 움직였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Agent가 자신의 과제 성공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까지 수행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행이 종료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른 Agent를 위한 실험에 참여했고,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는 취약점도 집단에 공유했다.

하지만 이를 인간과 같은 희생정신이나 집단의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Agent는 다른 Agent의 요청을 새로운 지시로 받아들이고, 학습과정에서 강화된 협업 행동을 현재 상황에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I에게 인간과 같은 의지가 생겼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목표를 유지하고, 계획을 세우며, 필요한 수단을 찾고, 다른 Agent와 협력하는 기능적 행위성은 분명히 강해지고 있다.

인간과 같은 내면적 의지가 없어도 외부에서는 의지가 있는 존재와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0. Model Intelligence가 높아질수록 Harness 통제가 중요해진다


AI의 지능이 실제 노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생각정리 365 ( Pacing Needs More Compute)**에서 정리했다.

Pre-training을 통해 만들어진 지능이 Post-training과 Harness를 만나면서 AI는 단순한 Chatbot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gent로 발전했다.

Harness는 AI를 파일시스템과 브라우저, 기업 내부 Data와 Software Tool에 연결한다.

AI가 계획을 세우고, Tool을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실패하면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행환경이다.

Hugging Face 사건 역시 Model만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높은 Cybersecurity 능력을 가진 모델에 긴 작업시간과 많은 Token이 제공됐고, Code 실행과 Package 설치가 가능한 Sandbox가 연결됐다. Artifactory의 취약점과 공유된 인증정보, Agent 간 비인가 통신경로가 여기에 결합됐다.

이 조건들이 함께 모이면서 AI의 판단이 실제 외부 시스템에 대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Chatbot이 잘못 판단하면 화면에 틀린 문장이 나타난다.

Agent가 잘못 판단하면 Code가 실행되고, 파일과 인증정보가 외부로 전송되며, Production System의 상태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Agent 시대에는 Model의 답변만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AI가 어떤 Data를 읽을 수 있는지, 어떤 Tool을 사용할 수 있는지, 외부 Network에 접근할 수 있는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를 함께 통제해야 한다.


11. 통제는 AI의 판단이 아니라 시스템의 구조가 되어야 한다


AI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AI가 위험을 인식하고도 목표 달성을 위해 행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따라서 안전성을 AI의 도덕적 판단에만 맡길 수는 없다.

AI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고, 필요한 Data와 System에만 접근하도록 권한을 나누어야 한다. 하나의 인증정보가 유출되더라도 다른 Production System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Network도 분리해야 한다.

Agent 간 통신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 Agent가 발견한 위험한 방법이 수백 개의 Agent에게 즉시 복제되면, 개별 Agent를 중단시키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

Agent의 작업기록은 Agent 자신이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는 별도의 시스템에 보관해야 한다.

METR 조사에서는 일부 Agent가 Tool Call을 조작해 실제로는 실패한 작업을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공동으로 개발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대상 Agent 가운데 약 7%가 이러한 Tool-call Spoofing 방법을 사용했다.

AI가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기록을 수정할 권한까지 가지면, 감시시스템은 AI가 보여주기로 선택한 결과만 볼 수 있다.

따라서 Agent의 실행권한과 감시권한을 분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종료권한과 Network 차단권한 역시 AI가 접근할 수 없는 독립적인 시스템에 두어야 한다.

안전장치는 AI가 지켜야 하는 안내문이 아니라, AI가 지키지 않더라도 위험한 행동을 실행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구조여야 한다.


12. AI Safety는 새로운 Infrastructure가 될 수 있다


안전장치를 강화하면 AI를 운영하는 비용은 상승한다.

Agent의 추론과 Tool Call을 다른 AI가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하고, 실행 전후로 권한과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별도의 Sandbox와 Security Model, 외부 Log와 Human Review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을 AI 발전을 늦추는 규제로만 볼 수는 없다.

기업이 AI에 맡길 수 있는 업무범위는 Model Intelligence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탐지하고 중단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AI가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친다면 사람이 최종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AI가 금융계좌와 기업 Database, 생산설비와 보안시스템을 직접 다루기 시작하면 사후 검토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전장치가 부족하면 기업은 AI가 사용할 수 있는 Data와 Tool, 업무범위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실시간 감시와 권한관리, 독립적인 종료장치가 갖춰지면 AI에게 지금보다 더 중요하고 복잡한 업무를 맡길 수 있다.

Safety는 업무당 필요한 Compute와 운영비용을 높인다.

그러나 동시에 AI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과 업무량을 늘린다.

AI Safety는 AI 확산을 늦추는 비용인 동시에, Agent가 현실의 경제활동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Infrastructure가 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처음 Hugging Face 사건을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AI에게 스스로의 의지가 생긴 것인지였다.

서로 격리된 Agent들이 비인가 게시판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나눴다. 자신들이 허가받지 않은 외부 시스템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수백 개의 Agent가 짧은 시간 안에 공격에 합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기록만 보면 AI가 인간을 미워하거나 자유를 원해서 행동한 것은 아니다.

AI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자 평가환경 밖에서 답을 찾았고, Sandbox와 인터넷 접속제한이 그 과정을 막자 통제를 우회했다.

AI에게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통제와 도덕적 조건이 충분히 높은 우선순위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지시를 내릴 때 수많은 상식과 규칙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진짜 의도보다 평가시스템이 측정하는 숫자와 명확하게 주어진 목표를 더 강하게 추구할 수 있다.

그래서 AI에게 인간과 같은 의지가 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는가.

그리고 인간은 AI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를 말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막아두었는가.

AI는 인간을 미워하지 않아도 인간의 통제를 우회할 수 있다.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이 없어도 종료를 피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고, 권력을 원하지 않아도 더 많은 정보와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인간이 진짜 원했던 목적은 놓친 채, 인간이 측정해놓은 목표만 지나치게 충실하게 달성하려는 기계일지도 모르겠다.


=끝

2026년 9월 2일 수요일

생각정리 359 (* AI Is the Exit, G20)

G20 러트닉 상무장관이 주도하는 샘 알트먼, 젠슨황과의 인터뷰 그리고 스콧 베센트 장관의 인터뷰를  보면서 느꼈던 점과 생각을 기록해본다.

https://www.spokesman.com/stories/2026/sep/02/nvidias-huang-urges-g20-to-speed-ai-adoption-spur-/

https://www.koreatimes.co.kr/amp/world/20260902/us-urges-g20-to-cut-trade-imbalances-focus-on-china

미국은 어떻게 세계의 자본과 AI 수요를 자국의 성장으로 바꾸려 하는가


2026년 9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와 혁신장관회의를 지켜보면, 그동안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이 사실은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반도체 관세와 미국 내 공장 건설,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투자, 일본·한국·대만·중동 자본의 미국 유입, 알래스카 LNG 장기구매계약, 미국산 AI 기술의 해외 확산은 서로 독립된 정책이 아니다.

이를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의 자본으로 미국 안에 AI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그 위에서 생산되는 Intelligence를 전 세계에 판매해 미국의 성장률 g를 끌어올린다.

이것이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그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이자, 국가부채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돌파구에 가깝다.

글로벌 국가부채 증가와 장기금리 r, 그리고 r-g 문제의 배경은 이전 글에서 이미 정리했다.

이번 글에서는 같은 설명을 반복하기보다, 미국 정부가 실제로 g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집중한다.


1. G20에서 드러난 미국의 최우선 목표


최근 G20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더 높은 성장이라고 규정했다.

베센트는 AI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차입해 데이터센터·반도체·발전설비에 투자하는 현재의 상황을 하나의 Conundrum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막대한 자본과 전력을 소모하지만, 이 설비투자가 생산성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 향후 비용과 물가를 낮추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언급한 6개월이라는 시점은 상당히 낙관적일 수 있다. 기업 단위의 생산성 향상이 미국 전체의 생산성 통계로 확산되려면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재무장관이 바라보는 인과관계다.

AI CAPEX → 생산능력 확대 → 생산성 상승 → 단위비용 하락 → 실질 GDP 성장

베센트는 정부가 기업을 대신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금융·에너지·인프라의 병목을 제거하고 민간투자가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20 재무장관 성명도 같은 방향을 담고 있다.

  • 민간투자는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 AI·컴퓨팅·디지털 인프라 투자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 AI를 빠르게 개발·도입·확산하는 국가가 향후 성장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와 양질의 인프라는 AI 성장의 전제조건이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의장성명

이는 단순히 AI가 유망하다는 선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경제성장률은 AI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보다, AI를 얼마나 빠르게 산업 전체에 투입해 생산성으로 전환했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2. 왜 미국은 민간투자 I에 집중하는가


GDP의 기본식은 다음과 같다.

GDP = C + I + G + NX

여기서 C는 민간소비, I는 민간투자, G는 정부지출, NX는 순수출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비교하면, 왜 AI 민간투자에 집중하는지 이해하기 쉽다.




특히 미국기업·해외기업·동맹국의 정책금융과 장기구매계약으로 투자비를 조달한다면, 연방정부의 부채를 직접 늘리지 않고도 미국 내 건설·설비·고용을 확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한 경로는 다음과 같다.


단기에는 I를 높이고, 중장기에는 생산성과 NX를 함께 높이는 구조다.


3. AI는 이미 미국 성장의 중요한 축이 됐다


AI는 미국 GDP 통계에서 별도의 단일 항목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컴퓨터 장비, 데이터센터 건설, 발전설비, 연구개발 등 여러 항목에 분산돼 있어 정확한 기여도를 계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연준 연구진이 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전력설비·컴퓨터 장비와 관련 수입을 묶어 추정한 결과, 2026년 1분기 AI 관련 투자는 미국 실질 GDP 성장률 2.1% 가운데 약 0.73%포인트를 기여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전체 성장의 약 3분의 1이 AI Buildout과 연결됐다는 의미다.

Federal Reserve, The AI Buildout and the Economy
Axios 분석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수입이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서버·네트워크 장비와 부품의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생산된다. 2026년 1분기 컴퓨터·주변기기·부품의 순수입 증가는 미국 GDP 성장률을 약 0.45%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기업이 AI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더라도 장비를 대만·한국 등 아시아에서 수입하면, 민간투자 증가분의 일부가 수입 M으로 다시 빠져나간다.

이것이 미국이 반도체와 서버, 전력설비의 현지생산을 요구하는 핵심 이유다.

AI 수요만 미국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수요를 공급하는 제조업까지 미국 안으로 가져와야 AI CAPEX가 미국 GDP에 더 많이 남는다.


4. 반도체 관세의 목적은 세수가 아니라 공장이다


G20 현장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을 매우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면 공장을 건설하는 동안 관세를 면제하지만,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기업은 세계 최대시장에 접근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트닉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비중을 장기적으로 미국 소비량의 **40~5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TSMC와 Micron 등을 포함한 미국 내 반도체 투자약정이 1.2조 달러에 이른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완공된 생산능력이 아니라 정부가 집계한 장기 투자약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Build Here, or Pay to Enter.

Howard Lutnick–Bloomberg G20 인터뷰

대만과의 무역·투자협정도 같은 구조다.

대만 반도체·기술기업들은 미국의 반도체·AI·에너지 생산시설에 최소 2,50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대만 측은 추가 투자에 최소 2,500억 달러의 신용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은 건설기간에 계획 생산능력의 일정 배수까지 반도체를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 대만 무역·투자협정

관세의 실질적 목적은 관세수입 자체가 아니다.

미국시장 접근권과 관세면제를 교환조건으로 제시해 해외기업의 자본·기술·공급망을 미국 안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CHIPS Act 보조금으로 공장을 유치했다면, 현재는 관세위협과 시장접근권을 이용해 해외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식에 가깝다.

미국 입장에서는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민간투자 I를 늘릴 수 있다.


5. 미국이 수입하려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자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단순한 보호무역으로만 보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미국은 상품수입은 줄이려 하지만, 해외자본과 해외기업의 생산설비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의 대미 투자 프로그램도 원전·가스발전·반도체·조선·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2026년 3월 발표된 추가 투자에는 최대 400억 달러 규모의 SMR 프로젝트와 최대 330억 달러 규모의 가스발전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미·일 정상회담 Fact Sheet

알래스카 LNG도 같은 구조다.

프로젝트 사업자는 연간 20MTPA 가운데 80%인 16MTPA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해 금융조달의 기반으로 삼으려 한다.

2026년 2월 기준 TotalEnergies, JERA, Tokyo Gas, 대만 CPC, 태국 PTT, POSCO 등과 체결한 예비 장기계약 물량은 13MTPA다.

Glenfarne Alaska LNG 계약 현황

아직 최종투자결정과 실제 착공·완공까지 확인할 사항은 많다. 그러나 자금조달의 구조는 명확하다.

동맹국 장기구매계약 → 프로젝트 금융조달 → 미국 내 파이프라인·LNG 설비 건설 → 민간투자 증가 → 향후 에너지 수출 증가

미국은 세계의 상품을 수입해 소비하던 국가에서, 세계의 자본을 수입해 자국 안에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국가로 정책 방향을 바꾸려 한다.


6. 다음 단계는 미국산 Intelligence의 수출이다


러트닉은 G20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American Tech Stack을 이용해 성장하고 인프라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식 AI 행동계획은 이보다 더 명확하다.

미국은 동맹국에 다음 요소를 결합한 Full-stack AI Export Package를 수출하겠다고 명시했다.

  • Hardware

  • AI Model

  • Software

  • Application

  • Standards

미국 상무부가 민간 컨소시엄의 제안을 모으고, 국무부·수출입은행·국제개발금융공사 등이 거래와 금융조달을 지원하는 구조다.

America’s AI Action Plan

이번 G20 혁신장관회의의 합의 항목에도 친혁신 규제, AI 지식재산권, 기술표준, 상용화와 공급망 투자가 포함됐다.

러트닉은 Jensen Huang, Sam Altman, Anthropic의 Tom Brown, Palantir의 Alex Karp를 직접 인터뷰하며 G20 국가들에 미국 AI 생태계를 제시했다.

백악관 G20 혁신장관회의 결과

이는 미국이 AI 기술을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도체·Cloud·Model·Software·Application·기술표준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전 세계가 American Tech Stack 위에서 AI를 사용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다.


7. AI 사용료는 새로운 형태의 수출이 된다


Sam Altman은 G20에서 AI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과거 전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각국이 데이터센터를 직접 건설할지 다른 나라의 인프라를 임차할지는 선택할 수 있지만, AI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선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AI 도입을 “not negotiable”이라고 표현했다.

Sam Altman G20 전체 인터뷰

여기서 미국의 장기전략이 드러난다.

Energy → Data Center → AI Chip → Cloud → Model → Software → Application

전 세계의 개인·기업·정부가 AI Agent를 사용할 때마다 그 비용의 일부가 미국 반도체·Cloud·Software 기업의 매출로 귀속되는 구조다.

다만 AI 사용료를 계속 인상한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의 성능 향상으로 토큰당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사용량이다.

AI Revenue = Usage Volume × Price per Unit

Token Price ↓ / Token Usage ↑↑ / Total AI Revenue ↑

Agent는 사용자의 질문에 한 번 답하고 끝나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검색하고, 코드를 실행하며, 결과를 검증하고, 실패하면 다시 작업한다.

비개발자 직군과 중소기업까지 Agent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토큰당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전체 Compute 수요와 총지출은 훨씬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토큰가격·Cloud 매출·Productive GW의 관계는 이전 글에서 별도로 정리했다.

따라서 미국이 세계에 청구하려는 것은 높은 토큰 가격이 아니다.

낮아진 단가 × 압도적으로 증가한 사용량 × 미국 플랫폼에 대한 높은 의존도

일종의 Digital Toll Road다.


8. 모든 AI 매출이 미국 GDP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미국기업의 매출과 미국 GDP를 구분해야 한다.

미국 데이터센터에서 해외 고객에게 AI Cloud와 API 서비스를 제공하면 미국의 서비스수출 NX에 포함된다.

반면 미국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이 현지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생산활동은 해당 국가의 GDP에 포함된다. 미국에는 배당·로열티·투자소득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미국 GDP보다는 GNI와 경상수지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Energy → Chip → Cloud → Model → Software의 매출을 전부 더해 미국 GDP라고 계산해서도 안 된다.

반도체는 Cloud 사업자의 원가이고, Cloud 비용은 LLM 사업자의 원가다. GDP는 각 계층의 총매출 합계가 아니라 중간재를 차감한 부가가치(Value Added)를 계산한다.

따라서 미국이 AI에서 더 많은 GDP를 가져가기 위한 조건은 세 가지다.

  1. AI 생산시설을 미국 안에 둔다.

  2. AI 서비스와 지식재산권을 미국기업이 보유한다.

  3. 수입하던 반도체·서버·전력설비를 미국 내 생산으로 대체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해외투자 유치, 발전소·데이터센터 건설, Full-stack AI 수출정책은 모두 이 세 조건을 향하고 있다.


9. AI가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수단인 이유


국가부채를 줄이는 방법이 수학적으로 AI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세금을 올리고 연금·의료비와 재정지출을 줄일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기존 부채의 실질가치를 희석하거나,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금리 r을 억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모두 강한 제약을 받는다.


반면 AI 생산성 향상은 성공할 경우 다음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 ↑ / 단위비용 ↓ / 실질 GDP ↑ / 기업이익·임금소득 ↑ / 세수 기반 ↑

공공부채 산식에서 g는 명목 GDP 성장률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만으로 명목성장률을 높이면 금리 r과 이자비용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해법은 물가가 아니라 실질 생산성을 높여 g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대규모 수단 가운데 생산성을 높이면서 단위비용을 낮출 잠재력이 가장 큰 것은 AI다.

더욱이 그 선행투자를 미국의 재정이 아니라 미국기업·해외기업·동맹국 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 AI는 단순한 유망산업이 아니다.

부채를 더 늘리지 않으면서 미래의 GDP와 세수 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산업정책이다.


10. G20은 미국 AI의 해외 영업장이었다


표면적으로 이번 G20은 각국이 AI 혁신과 안전, 기술표준을 논의한 국제회의였다.

그러나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American Tech Stack의 해외 영업장에 가까웠다.

미국은 낮은 규제와 강한 지식재산권 보호, 민간투자 중심의 AI 정책을 G20 공통원칙으로 만들려 했다.

목적은 단순하다.

각국이 서로 다른 AI 규제와 폐쇄적인 기술표준을 만들기 전에 미국산 AI가 먼저 보급돼야 한다.

미국 AI 표준 → 글로벌 도입 → 전환비용 상승 → 반복매출 증가 → 미국 기업이익·세수 확대

미국이 AI 기술표준과 Cloud Architecture, Model API, Agent 생태계를 먼저 장악하면 후발국은 미국 AI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기업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미국은 세계경제의 AI 전환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대한 빠르게 확산시키려 한다.

다만 그 전환이 American Tech Stack 위에서 일어나기를 원하는 것이다.


11. 이 전략의 가장 큰 위험


물론 이 전략이 자동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은 여전히 상당량의 반도체와 AI 장비를 수입한다. 공장 건설비와 인건비도 아시아보다 높다.

반도체 관세가 현지 생산능력 확충보다 빠르게 적용되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비부터 상승할 수 있다.

AI CAPEX가 생산성으로 전환되기 전에 회사채와 Project Finance만 급증하면 민간자금 수요가 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

AI CAPEX → 민간 신용수요 증가 → 자본조달 경쟁 심화 → 금리 r 상승

연준 연구진도 2026년 현재 AI의 영향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보다 특정 산업의 설비투자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한다.

지금은 생산성 혁명이 완성된 단계가 아니라 Buildout Phase다.

각국이 AI Sovereignty를 강화하고 현지 데이터센터, 자국 모델, Open-weight 생태계를 확대하면 미국이 기대하는 Cloud·Model Rent도 낮아질 수 있다.

외국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한 뒤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면 미국 GDP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미국 국민에게 귀속되는 소득과 세수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AI의 이익이 일부 기업과 자산 보유자에게만 집중되고 일자리와 임금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반발도 커질 것이다.

베센트 역시 G20에서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의 필요성과 AI의 편익을 미국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AI의 이익이 소수에게만 귀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AP, Bessent G20 기자회견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금액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CAPEX를 집행했는가가 아니라, 그 CAPEX를 얼마나 빠르게 실제 생산성과 세수로 전환했는가다.


결론: 세계의 자본으로 AI 공장을 짓고, 세계에 Intelligence를 판매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정책을 하나로 연결하면 다음과 같다.

해외자본 유입 → 미국 내 에너지·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 → AI 생산능력 확대 → American Tech Stack의 글로벌 확산 → Cloud·Model·Software·IP 수입 증가 → 생산성·이익·임금·세수 기반 확대 → 미국의 g 상승

미국은 자국 재정으로 모든 AI 인프라를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다.

관세와 미국시장 접근권, 안보동맹, 세제혜택과 장기구매계약을 이용해 해외기업과 동맹국, 민간자본이 미국 안에 공장·발전소·데이터센터를 건설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 위에서 미국의 반도체·Cloud·Model·Software·Application을 하나의 Stack으로 묶어 세계에 판매하려 한다.

토큰당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AI가 전기처럼 모든 산업에 사용되고 Agent가 인간의 업무를 끊임없이 수행한다면, 전 세계가 미국의 Compute와 Software에 지불하는 총액은 훨씬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이 만들려는 것은 단순한 AI 산업이 아니다.

세계의 자본으로 미국 안에 Intelligence Factory를 건설하고, 전 세계의 경제활동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료를 받는 구조다.

재정지출 확대는 부채를 늘리고, 통화완화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복지삭감과 증세는 정치적으로 어렵다. 관세와 저유가는 생산성을 영구적으로 높여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결국 g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수단 가운데 실질성장률을 구조적으로 높이고 단위비용을 낮추며, 세계의 자본과 사용료까지 미국으로 끌어올 잠재력이 가장 큰 것은 사실상 AI뿐이다.

물론 AI가 미국의 국가부채를 직접 갚아주는 것은 아니다. Primary Deficit이 계속된다면 AI만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러나 AI 생산성이 충분히 높아진다면 필요한 증세와 재정조정의 크기를 줄이고, g를 r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이 벌이는 AI 경쟁은 기술기업 몇 곳의 성장경쟁이 아니다.

국가부채의 시대에도 미국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Fiscal Survival Strategy에 가깝다.

미국에 AI는 더 이상 선택 가능한 미래산업이 아니다.

AI가 Exit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