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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6일 수요일

생각정리 370 (* 가맹사업법, CPI )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개정 가맹사업법이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확대된 원·하청 교섭과 파업 가능성에 이어, 가맹사업법 역시 본사와 점주 사이의 비용 배분 구조를 바꿀 수 있다.

두 제도가 기업의 생산·투자·고용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모델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비용이 최종적으로 소비자가격과 생활물가에 어떤 경로로 전가될지 미리 공부해 기록해둔다.

보호의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가맹점주단체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가맹사업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서 이전에 여러 차례 정리했던 노란봉투법이 떠올랐다.

두 법은 적용 대상과 법적 구조가 서로 다르다. 노란봉투법은 원청과 하청 노동자의 노사관계를 다루고,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거래조건을 다룬다.

그러나 입법이 시장에 작동하는 경제적 경로는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와 취약한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이고, 가맹사업법은 본사보다 협상력이 약한 가맹점주를 보호하려는 법이다. 두 제도 모두 상대적으로 약한 계약당사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계약관계의 협상력과 비용 부담을 재배분한다.

문제는 보호받는 계층의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과 가맹본부가 그 비용을 영구적으로 흡수하지 않는다면 비용은 투자 축소, 고용 감소, 로열티 인상, 수수료 신설, 자동화 또는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동한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사회 전체의 비용을 높이고, 처음 보호하려 했던 계층에게 다른 형태의 비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1. 노란봉투법과 가맹점주법은 무엇이 비슷한가


2026년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했다.

노동쟁의의 대상도 임금과 근로시간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넓어졌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이 직접적인 고용주가 아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노동조합법 제2조

가맹점주법 역시 기존에는 개별 점주가 감당해야 했던 협상을 등록된 점주단체가 집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가맹점주는 원재료 공급가격, 필수품목, 가맹금, 광고·판촉비 등에 대해 본사에 공식적인 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두 법의 공통점은 직접적인 가격통제나 이익 이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기업과 본사는 요구안을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러나 협상 상대방의 범위가 넓어지고 집단적인 요구가 가능해지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불확실성은 커진다. 법률상 수용 의무가 없더라도 파업·분쟁·공정위 조사·언론 노출과 브랜드 평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일정 부분 양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약한 계약당사자의 협상력이 강화되는 만큼, 반대편의 비용과 불확실성도 함께 증가한다.


2.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실제로 나타난 것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아직 사회 전체의 장기적 결과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원청과 하청 사이의 교섭 범위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분쟁과 행정·사법절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시행 약 6개월 동안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원청 사업장은 456곳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102곳으로 약 22%에 그쳤고, 나머지 사업장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동위원회 판정과 소송이 이어졌다.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현황


시행 초기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시행 100일 동안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439곳이었으며, 지방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온 113곳 가운데 103곳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황

4050 대한민국 남성들이 왜 민주당을 아직도 지지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통계치..

정부는 우려했던 교섭 쓰나미나 무분별한 쪼개기 교섭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기업들은 어떤 원청이 어느 범위까지 사용자인지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에 의존하면서 노사관계가 사법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요한 점은 노란봉투법이 법률상 원청과 하청의 동일임금을 직접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인정되면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임금, 성과급, 인력운영 등 근로조건에 관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직접 고용한 노동자와만 협의하면 됐던 노무비와 경영 의사결정을 다수의 하청노조와도 논의해야 한다. 그 결과가 반드시 임금 인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비용과 생산중단 위험, 법률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협상력 강화가 기업의 비용을 높이고, 기업은 다시 고용·투자·생산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3. 기업은 늘어난 노동비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의 의도는 하청 노동자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자인 원청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청기업이 증가한 인건비와 협상비용을 장기간 자체적으로 흡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비교적 명확하다.

  • 자동화와 무인화 투자 확대

  • 신규 채용 축소

  • 국내 설비투자 지연

  • 하청업체와 계약구조 재편

  • 공급업체 수 축소와 대형화

  • 해외생산 또는 외주 이전

  • 제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


단기적으로는 기존 노동자의 임금과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자동화를 앞당기면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과 비조직 노동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즉, 보호의 혜택은 현재 조직된 노동자에게 집중될 수 있지만 비용은 미래 노동자, 협력업체, 소비자와 주주에게 분산된다.

현재 노동자를 보호한 결과 미래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사회 전체로는 반드시 보호가 확대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가맹점주법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영업 중인 점주의 공급가격과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대신, 본사가 신규 가맹점의 로열티를 높이고 출점 기준을 강화한다면 앞으로 창업하려는 자영업자의 진입비용은 오를 수 있다.


4. 가맹점주법이 바꾸는 것


개정 가맹사업법은 2026년 말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령 예고안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춘 가맹점주단체가 거래조건 변경 협의를 요구하면 본사는 정해진 기간 내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자료: 공정위 시행령·고시 예고안 해설


제도만 놓고 보면 점주단체의 요구를 본사가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맹점 수가 많은 브랜드에서 집단협의가 시작되면 본사는 공급가격과 비용구조를 공개하고, 가격의 적정성을 설명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커피·치킨·피자·제과·외식 프랜차이즈에서는 다음 항목이 주요 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원두·계육·치즈·소스·식용유 공급가격

  • 컵·포장재·소모품의 필수품목 지정

  • 배달앱 할인과 쿠폰 비용

  • 광고·판촉비 분담

  • 신규 장비와 인테리어 비용

  • 가맹수수료와 로열티

  • 인근 지역 추가 출점


이 가운데 본사 이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원재료와 필수품목 공급마진이다.


5.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본사의 공급마진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는 단순히 상표를 빌려주고 가맹비만 받는 회사가 아니다.

본사는 원재료와 소모품을 대량 구매하거나 자체 생산한 뒤 가맹점에 공급한다. 가맹점이 본사에서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필수품목의 공급가격에는 본사의 유통마진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 통계에 따르면 외식 가맹점이 본사에 지급한 평균 차액가맹금은 2024년 기준 점포당 2,600만원이다. 전년보다 13% 증가했고, 점포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로 상승했다.

자료: 공정위 2025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

점주단체는 필수품목 축소, 외부 구매 허용, 공급마진 공개와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본사가 이를 일부 수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점주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본사 매출총이익은 줄어든다.

점주 협상력 상승 → 공급가격 및 차액가맹금 인하 → 가맹본부 매출총이익 감소

여기까지는 법이 의도한 결과다. 가맹본부가 가져가던 이익의 일부를 가맹점주에게 이전함으로써 거래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6. 본사의 이익은 사라지지 않고 이름을 바꾼다


상장기업이나 사모펀드가 보유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영업이익 감소를 아무 대응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적 전망과 배당, 기업가치와 차입금 상환을 유지하려면 줄어든 마진을 다른 방식으로 회수해야 한다.

본사가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불투명한 공급마진을 줄이는 대신 명시적인 로열티와 수수료를 높이는 것이다.


명시적인 로열티는 원재료 가격과 본사 마진을 구분한다는 점에서는 투명하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실제로 부담하는 총비용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

원재료 공급가격이 낮아진 만큼 로열티와 물류비가 높아진다면 비용의 이름만 바뀌게 된다. 기존 점주는 계약기간 동안 일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신규 점주와 갱신계약 점주는 새로운 비용구조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노란봉투법 이후 기업이 직접적인 노동비용 상승을 신규 채용 축소와 자동화로 대응하는 것과 유사하다.

규제가 한쪽 비용을 누르면, 기업은 통제받지 않는 다른 항목에서 비용을 회수한다.


7. 편의점은 공급마진보다 이익배분율이 문제다


CU·GS25·이마트24 같은 편의점은 외식 프랜차이즈와 수익구조가 다르다. 편의점 본사와 점주는 상품 판매에서 발생한 매출총이익을 계약에 따라 나눈다.

점주단체가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항목도 원재료 가격보다는 매출총이익 배분율, 최저수입보장, 심야영업과 폐기·전기료 지원이다.

  • 매출총이익 배분율 상향

  • 최저수입보장금 확대

  • 전기료와 냉난방비 지원

  • 폐기상품 비용 분담

  • 1+1·2+1 판촉비 부담

  • 24시간 영업조건 완화

  • 근접 출점 및 영업지역 보호

  • 재계약과 폐점 위약금


문제는 편의점 본사의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점주에게 배분되는 이익이 조금만 늘어도 본사 영업이익은 상대적으로 크게 변한다.

자료: BGF리테일 2025년 실적, GS리테일 2025년 실적, 이마트 2025년 실적


매출총이익률이 0.1%포인트 변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이익 민감도는 다음과 같다.


주: 전사 매출액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단순 민감도이며 실제 영향은 가맹점 관련 매출과 최종 협의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점주 지원 확대분을 비용 절감으로 모두 흡수하지 못하면 본사는 PB상품 마진 확대, 할인행사 축소, 신상품 가격 조정, 저수익 점포 정리로 대응하게 된다.

편의점 도시락·간편식·음료·커피 가격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확인하는 가격이다. 따라서 편의점 본사의 비용 회수는 체감 생활물가에 직접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8. 본사가 회수한 비용은 다시 점주에게 도착한다


본사가 로열티와 각종 수수료를 높이면 점주는 다시 비용 압력을 받는다.

점주는 본사처럼 다른 사업부의 이익이나 대규모 비용 절감으로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 임차료·인건비·전기료·배달수수료가 동시에 발생하는 단일 점포 사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점주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도 제한적이다.

  1. 본인과 가족의 노동시간 확대

  2. 직원 근무시간과 인원 축소

  3. 할인과 무료서비스 축소

  4. 제품 용량과 구성 조정

  5. 메뉴와 상품가격 인상


처음에는 가족노동과 인건비 절감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결국 로열티와 수수료 상승분을 흡수하지 못한 점주는 메뉴와 상품가격을 올리게 된다.

본사의 로열티 인상 → 점주 고정비 상승 → 가맹점 판매가격 인상 → 소비자 부담 증가

노란봉투법에서도 기업이 노동비용 증가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면 최종 부담자는 소비자가 된다. 가맹점주법에서는 본사와 점주라는 한 단계가 더 존재하기 때문에 전가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최종 목적지는 동일하다.


9. 비용 전가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법 시행 직후 모든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가맹본부는 점주단체와의 첫 협상 직후 로열티를 바로 올리기 어렵다. 기존 계약이 남아 있고, 공급가격을 낮춘 직후 다른 수수료를 인상하면 규제 회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주 역시 비용이 늘어났다고 곧바로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주변 경쟁점의 가격과 고객 이탈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일정 기간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먼저 하락하고, 다음에는 신규·갱신계약의 로열티와 수수료가 조정되며, 마지막으로 소비자가격이 오르는 순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 법정 일정이 아니라 계약갱신과 비용 전가 과정을 고려한 분석상 가정이다.

가격을 먼저 올린 브랜드는 소비자 저항을 받는다. 하지만 주요 경쟁사가 비슷한 비용 압력을 받고 있다면 한 업체의 가격 인상은 다른 업체가 따라 올릴 수 있는 명분이 된다.

그 결과 가격 인상은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 브랜드와 업종을 따라 순차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10. 프랜차이즈는 이미 생활물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31만개를 넘어섰고 연간 매출은 약 118조원에 이른다. 편의점·한식·치킨·커피처럼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업종이 가맹산업의 중심이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4년 프랜차이즈 통계, 업종별 세부 통계


한두 브랜드만 가격을 올린다면 소비자는 다른 브랜드나 비가맹 점포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가 동시에 공급마진 축소와 점주 지원비 증가를 경험하면 대체 가능한 브랜드도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조정하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전체 가맹점 판매가격이 평균 1% 상승하면 연간 명목 소비지출에 반영되는 금액은 약 1조1,800억원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품목별 가중치, 판매량 감소와 대체소비를 반영해야 하므로 이 금액과 같지는 않다.


주: 2024년 전체 프랜차이즈 매출액에 가격 상승률만 적용한 기계적 계산이다. 판매량 감소와 대체소비는 반영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물가가 몇 % 오르는지를 지금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비용 충격이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편의점·커피·치킨·피자·한식 등 생활서비스 전반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별 기업의 비용 전가가 동시에 일어나면 기업의 가격 조정은 사회 전체의 물가 상승으로 바뀐다.


11. 보호정책이 오히려 취약계층에 되돌아오는 과정


노란봉투법과 가맹점주법은 모두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계층을 보호하려는 제도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고, 가맹점주법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한다. 그러나 기업과 본사가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면 생활비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집단도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다.

소득이 높은 가계는 외식과 커피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유지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 반면 소득이 낮은 가계는 편의점 도시락, 저가 커피와 배달음식 등 일상적인 소비가격 상승에 더 민감하다.

기업이 자동화와 채용 축소로 대응할 경우에도 충격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과 저숙련 노동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가맹본부가 출점을 줄이면 신규 창업 기회와 가맹점 종사자의 일자리도 함께 줄어든다.

결국 다음과 같은 역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취약계층 보호 → 기업·본사 비용 증가 → 고용·투자·출점 축소 및 가격 인상 → 생활물가와 진입장벽 상승 → 취약계층 부담 증가

보호정책의 혜택은 조직화된 현재 이해관계자에게 집중되지만, 그 비용은 조직되지 않은 미래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넓게 분산된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분명하게 보이지만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선의로 시작한 정책의 결과가 의도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12. 그렇다고 보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가맹본부의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과 공급마진, 원청과 하청 사이의 불합리한 책임 분리는 분명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점주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으면 폐점과 분쟁이 늘고 브랜드도 장기적으로 약해진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면서도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구조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만 보호의 필요성이 정책의 모든 부작용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정책을 평가할 때는 누구를 보호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보호비용을 누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지도 봐야 한다. 현재 노동자와 점주의 협상력이 높아진 대신 신규 고용과 창업이 줄고 소비자가격이 오른다면 사회 전체의 후생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경제정책에서 비용을 없애는 법은 없다.
비용의 부담 주체와 발생 시점을 바꾸는 법만 있을 뿐이다.


13. 앞으로 확인해야 할 지표


법 시행 이후에는 가맹점 수와 매출 성장률만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을 평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가맹본부의 영업이익률이 먼저 낮아질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로열티와 수수료가 조정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격과 신규 출점, 고용에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노란봉투법에서도 시행 초기에는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절차가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기업의 자동화, 국내 투자, 하청계약과 고용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가맹점주법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본사와 점주 사이의 공급가격 협상으로 보이겠지만, 최종적으로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가격과 투자, 고용구조를 바꾸는 문제가 될 수 있다.



14. 문제는 가맹사업법이 혼자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맹사업법만 놓고 보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본사가 줄어든 공급마진을 곧바로 로열티나 판매가격으로 전가하기는 어렵다. 기존 계약이 남아 있고, 점주와 소비자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맹사업법의 2027년 소비자물가 직접 기여도는 개인적으로 약 +0.05~0.15%포인트 정도로 추정한다. 계약 갱신과 로열티 조정이 본격화되는 2028년까지 누적하면 +0.10~0.25%포인트 정도로 확대될 수 있다.

이 수치만 보면 전체 CPI를 크게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가맹사업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이미 주거비·에너지·전기료·금융비용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쌓이고 있는 비용들


이전 생각정리 354 (* 2027년 한국 경제 전망)에서는 2027년부터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겹치면서 전월세시장이 본격적인 공급부족에 들어갈 가능성을 살펴봤다.

전세대출 규제와 임대인의 월세 전환, 재건축 이주 수요가 동시에 겹치면 서울에서 시작된 임차료 상승은 수도권과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될 수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세와 월세의 합산 가중치는 약 **9.9%**다. 전국 평균 임차료가 5% 상승하면 CPI를 약 0.5%포인트, 8~10% 상승하면 약 0.8~1.0%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

매매가격은 CPI에 직접 포함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간접 경로를 통해 물가에 반영된다.

주택 매매가격 상승
→ 전세·월세 상승
→ 상가 및 점포 임대료 상승
→ 자영업자 고정비 증가
→ 외식·서비스 가격 상승

여기에 생각정리 368 (* Crude Is Not Diesel, The Second Oil Shock)과 생각정리 369 (* Diesel, The Last Barrel Standing)에서 살펴본 경유 공급부족이 겹친다.

경유는 승용차 연료에 그치지 않는다. 화물차·농기계·건설장비·선박·산업설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물류비와 식품가격, 건설비와 유통비로 전파된다.

현재 CPI에서 석유류 가중치는 약 **4.7%**다. 국내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15~20% 상승하면 직접적으로 CPI를 약 0.7~0.9%포인트 높일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 전망에도 일정 수준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미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기존 전망 대비 추가 상승압력은 약 0.45~0.75%포인트 정도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전기료와 고금리도 점주의 비용으로 들어온다


전기료 상승은 가계보다 편의점·카페·제과점·음식점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냉장·냉동설비와 조리기기, 냉난방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업종은 전기료를 줄이기 어렵다. 특히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은 전기료 상승을 판매량 조정으로 회피하기도 어렵다.

가맹점주단체가 본사에 전기료 지원과 이익배분율 조정을 요구하면 본사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반대로 본사가 이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 점주는 상품가격과 서비스 축소로 대응하게 된다.

전기료 상승
→ 점주 영업비용 증가
→ 본사 지원 요구 확대
→ 본사와 점주의 비용 분담
→ 상품 및 외식가격 인상

높은 금리도 CPI에 직접 포함되지는 않는다.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대출의 이자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의 구성항목이 아니다.

그러나 고금리는 임대인과 가맹점주, 가맹본부의 금융비용을 높인다. 임대인은 이자 부담을 월세에 반영하고, 점주는 대출이자와 임대료 상승분을 메뉴가격에 반영하며, 본사는 차입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수익 점포를 정리하거나 로열티와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고금리는 CPI를 직접 올리는 항목이라기보다, 주거비와 서비스 가격의 전가압력을 높이는 증폭장치에 가깝다.




15. 2027년 CPI 경로를 다시 계산해보면


한국은행은 202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 근원물가를 2.5%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 8월 CPI가 이미 전년 동월 대비 3.1%,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가 3.4%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7년 2.3%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물가 둔화가 필요하다. 한국은행 2026년 8월 경제전망, 국가데이터처 2026년 8월 소비자물가

기존 전망에 최근 확인된 비용 상승요인을 추가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이를 종합하면 2027년 CPI는 기존 전망보다 약 1.3~1.8%포인트 높은 경로를 생각할 수 있다.

개인적인 기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현재로서는 **2027년 CPI 중심값을 약 3.8%**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분기별로는 상반기에 경유와 휘발유, 물류비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하반기에는 전월세와 전기료, 외식비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 구조가 예상된다.


2027년 상반기
경유·휘발유 상승 → 물류·식품가격 상승

2027년 하반기
전월세·전기료 상승 → 외식·서비스가격 상승

따라서 에너지가격이 하반기에 안정되더라도 전체 CPI가 빠르게 내려가기는 어렵다.
에너지의 빈자리를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가 채우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법은 이 과정에서 물가를 처음 발생시키는 주된 충격이라기보다, 이미 상승한 임대료·인건비·전기료·물류비가 외식과 생활필수품 가격으로 전가되는 통로를 하나 더 추가하는 제도에 가깝다.

결론


가맹사업법만으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027년에는 전월세와 에너지, 전기료와 금융비용이 이미 함께 오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와 점주의 비용 분담구조까지 바뀌면 기업과 가맹점이 추가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은 더욱 줄어든다.

결국 비용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주거비·에너지·전기료 상승
→ 본사와 점주의 비용 증가
→ 공급마진·로열티·수수료 조정
→ 외식·편의점·생활서비스 가격 상승
→ CPI와 체감물가 상승
→ 금리 인하 지연

기존 전망의 핵심이 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CPI의 바닥이 2%대 중후반으로 높아진다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에너지와 생활서비스 충격이 더해지면서 물가의 중심축 자체가 3%대 후반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공식 CPI가 3%대 후반에 머무르더라도 임차료와 대출이자, 자동차 연료비와 전기료, 외식비를 동시에 부담하는 가구의 실제 현금지출 증가율은 **5~7%**에 이를 수 있다.

결국 2027년의 문제는 단순한 고물가가 아니다.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들이 동시에 오르는 가운데, 이를 억제하기 위해 높은 금리까지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맹사업법은 그 자체보다도, 이미 올라가고 있는 여러 비용 위에서 시행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글을 마치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각종 규제와 세제 개편은 오히려 집값 급등을 불러왔고,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도입한 노란봉투법은 사회전반에 걸쳐 초강성 노조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정책의 선의가 번번이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는데도, 또다시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서민들의 소비여력만 계속 더 줄어들뿐이지 않나 싶다.

문뜩 생각해보니, 진짜 후보시절 언급했던 호텔경제학을 현실에서 실현시키는건가 싶기도 하다.

=끝

2026년 5월 21일 목요일

생각정리 265 (* 국민성장펀드)

국민성장펀드, 생산적 금융인가 위험의 이전인가


실적 시즌이 한 차례 지나간 김에 평소 생각하던 내용을 블로그에 기록해본다. 최근 주변에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 가입해도 괜찮은지 묻는 분들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답을 하곤했다. 

반도체, AI, 개차전지(?),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에 돈을 넣는 방향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면 이런 분야에 자본이 흘러가야 한다. 다만 문제는 그 돈이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고, 누가 위험을 부담하며, 누가 업사이드를 가져가느냐에 있다.

1. 국민성장펀드 구조 요약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첨단전략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조성하는 정책금융 성격의 펀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목표 규모는 150조원이며, 반도체·AI·이차전지·바이오·방산·로봇·핵심광물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출처: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핵심은 여기 있다. 전체 150조원 가운데 대출·인프라 성격이 100조원이고, 순수한 지분성 투자는 50조원 수준이다. 국민성장펀드라는 이름만 들으면 첨단산업 성장의 업사이드를 직접 가져가는 구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구조를 보면 상당 부분은 정책성 대출과 인프라 금융에 가깝다.

2. 왜 저리대출 구조가 불편한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HBM, 첨단 패키징 같은 영역은 성공하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그런데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저리대출 형태로 들어가면 펀드가 직접 가져가는 수익은 대략 2~3%대 이자수익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 돈을 빌려 쓰는 기업은 해당 자금으로 설비투자와 R&D를 집행하고, 제품 믹스 개선과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즉, 자금 공급자는 낮은 이자만 받고, 산업 업사이드 대부분은 기업 주주가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 점이 내가 국민성장펀드를 불편하게 보는 첫 번째 이유다.

3. 주요 투자 프로젝트를 보면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주요 승인 사례를 보면 국민성장펀드가 어떤 영역에 자금을 넣으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출처: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이 프로젝트들이 국가적으로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해야 할 투자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과 개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는 것은 다르다.

시장성이 충분하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프로젝트라면 굳이 정책금융이 강하게 들어가지 않아도 민간 자본이 먼저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정책금융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회수 기간이 길거나, 수익성이 낮거나, 정책 리스크가 크거나,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4. 전력망 투자 구조와도 닮아 있다


비슷한 흐름은 전력 인프라에서도 나타난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첨단산단이 늘어나면 전력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한다. 과거에는 한국전력이 국가 전력망 투자의 중심을 맡았지만, 이제는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한전이 도맡던 국가 전력망 구축 사업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고, 민간이 송전망을 건설한 뒤 완공 후 한전이 인수하는 방식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조선일보 보도


이 구조도 국민성장펀드와 동기가 비슷해 보인다. 한전이 전력망 투자재원을 한전채로만 조달하면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금리에 상방압력을 줄 수 있다. 정부 재정이나 공기업 부채만으로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영역에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유인이 커지는 것이다.

결국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프라 투자 부담을 민간 자본시장으로 분산시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5. 그럼에도 수요가 몰리는 이유


그럼에도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관심은 높다.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가계에는 아직 위험자산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잠재 유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60522044000002

한국은행·통계청·금융감독원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금융자산은 1억 3,690만원이고, 이 가운데 저축액은 9,960만원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저축액에는 예적금·보험뿐 아니라 펀드, 주식, 채권 등 일부 금융투자상품도 포함된다. 따라서 순수한 예적금성 자금이라기보다는 넓은 의미의 금융 저축 풀로 보는 것이 맞다.

출처: 한국은행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투자자예탁금은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하는 증시 주변 대기자금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9월 1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72조 8,900억원이었다.

이를 단순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출처: 연합뉴스 보도


즉, 증권 계좌 안에 들어와 있는 직접 대기자금은 70조원대에 불과하지만, 은행·보험·기타 금융자산에 머무는 잠재 유동성은 그보다 훨씬 크다.

물론 이 돈이 전부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금리, 부동산 가격 기대, 세제, 보험 만기 구조, 은퇴 시점, 손실회피 성향이 실제 자금 이동을 제한한다. 다만 한국 가계 안에는 여전히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 자금 풀이 존재한다.

6. 은퇴세대의 손실회피 성향이 핵심이다


한국의 부는 상당 부분 은퇴를 앞두었거나 이미 은퇴한 세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추가 근로소득 유입이 줄어드는 구간에 들어서기 때문에 원금 손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https://uiyeonassociation.blogspot.com/2025/05/37.html



국민성장펀드는 이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정부 재정이 후순위로 일부 손실을 먼저 부담하고, 세제혜택까지 붙여주면 평소 예금이나 보험에 머물던 자금도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상품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한국 가계의 위험자산 선호가 갑자기 높아졌다는 뜻이라기보다, 손실 완충 장치가 붙으면 예금성 자금도 정책형 위험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7. 내가 보는 핵심 쟁점

국민성장펀드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기보다는 아래 질문을 먼저 봐야 한다.



내가 가장 불편하게 보는 부분은 마지막 질문이다. 누가 위험을 부담하고, 누가 업사이드를 가져가는가.

정책 목표는 국가가 가져가고, 사업 수익은 기업 주주가 가져가며, 개인 투자자는 낮은 기대수익률과 장기 환매제한을 부담하는 구조라면 이는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보기 어렵다.

8. 결론


결국 국민성장펀드는 국가적으로는 필요한 정책금융 장치일 수 있다. 반도체, AI, 전력망, 개차전지(?), 바이오 같은 영역에 장기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도 동의한다.

다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정책적으로 필요한 프로젝트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프로젝트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특히 저리대출과 인프라 투융자 중심 구조라면, 내가 부담하는 위험에 비해 가져갈 수 있는 업사이드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 가계의 저축성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위험은 민간이 부담하고, 성장의 과실은 기업 주주나 정책 목표가 더 크게 가져가는 구조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결론은 단순하다.

그 돈이면 차라리 전자닉스를 더 사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국민성장펀드를 “국가 성장에 투자하는 안전한 정책상품”으로만 보기보다는, 위험과 보상의 배분이 투자자에게 정말 유리한 구조인지를 한 번쯤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의도가 뻔하다 뻔해...

=끝

2026년 5월 14일 목요일

생각정리 259 (* 노란봉투법, 밀턴 프리드먼, 병든사회)

개인적으로 깊이 존경하는 밀턴 프리드먼의 과거 연설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는 노동조합이 어떻게 일부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다른 노동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종국에는 사회 전체의 효율과 활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설명했다.

그 문제의식 위에서, 오늘은 노란봉투법이 한국 노동시장에 불러올 2차 파급효과에 대해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apa2Ma305o


노란봉투법 이후의 한국 노동시장: 밀턴 프리드먼이 경고한 ‘조직된 내부자’의 정치경제학


부제: 노조의 이름으로 포장된 비용은 결국 노조 밖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밀턴 프리드먼의 노동조합 비판은 단순한 반노조 정서가 아니다. 그의 핵심은 훨씬 차갑고 경제학적이다. 노조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는 조직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고용된 조합원과 노조 간부를 우선 보호하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그는 강한 노조일수록 저임금·취약계층보다 항공 조종사, 의사단체, 숙련 기능직, 공공부문처럼 이미 높은 임금과 진입장벽을 가진 집단에서 더 잘 형성된다고 보았다.

프리드먼의 논리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그는 노조가 임금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해당 노동의 가격을 높이고, 그 결과 고용되는 사람의 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의 가격이 오르면 노동 수요가 줄어든다는 수요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노조 내부자의 임금 상승은 종종 노조 밖 노동자, 청년 구직자,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의 기회 축소로 이어진다.

프리드먼 스피치의 핵심 요약


프리드먼의 발언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조는 일부 노동자를 보호한다. 다만 그 일부는 대체로 이미 고용된 조합원과 노조를 운영하는 간부들이다. 노동시장 전체를 보호한다는 수사는 현실과 다를 수 있다.

둘째, 강한 노조는 약한 노동자보다 강한 노동자에게서 더 자주 나온다. 프리드먼은 항공 조종사 노조, 의사협회, 숙련 기능직 노조, 지방정부·공공부문 노조를 예로 들었다. 이들은 조직력이 높고 대체가 어렵고 진입장벽이 강한 집단이다.

셋째, 임금 인상은 공짜가 아니다. 노조가 특정 집단의 임금을 시장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자동화·외주화·해외 이전을 검토한다. 그 비용은 기업만 부담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는 소비자, 비조합원, 구직자, 미래 세대가 부담한다.

넷째, 문제는 노조원 개인보다 제도와 정치권에 있다. 프리드먼은 항공 조종사나 의사 노동조합을 비난한 것이 아니라, 그런 구조가 가능하도록 방치한 사회와 제도를 비판했다. 이 대목은 현재 한국의 노란봉투법 논쟁에 그대로 적용된다.

노란봉투법은 왜 위험한가


노란봉투법, 즉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는 2025년 9월 9일 공포됐고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됐다. 고용노동부는 이 법이 원·하청 노사 간 대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변화의 핵심은 훨씬 크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가진 자는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경영상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쟁의행위 손해배상 책임도 제한된다. (고용노동부)

이 변화는 노동 약자 보호라는 명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프리드먼식으로 보면 핵심 질문은 따로 있다. 그 권한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은 누구인가. 한국 노동시장에서 노조 조직률은 전체 노동자에게 균등하게 분포하지 않는다.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고임금 직군에 힘이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은 취약 노동자의 방패라는 명분과 달리, 현실에서는 이미 조직된 대기업·공공부문 내부자의 교섭력을 더 키우는 도구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성과급 파업이 보여주는 한국판 ‘내부자 경제’


이 우려는 이미 기업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문제를 놓고 2026년 3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참여자 6만6000명 중 93.1%가 파업에 찬성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평택캠퍼스 집회에서 성과급 상한 폐지와 보상체계 개편을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을 경고했다. (Korea Joongang Daily)

HD현대중공업 노조도 2026년 임금협상 요구안에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을 포함했다. (조선비즈) 카카오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조선비즈) 네이버는 비교적 빠르게 잠정합의에 도달했지만, 그 자체가 IT업계 전반에서 성과급·보상체계가 노사관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일경제)

여기서 문제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동자가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기업의 이익 배분을 노조가 제도적으로 압박하는 구조가 반복될 때, 기업의 투자·고용·입지 결정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있다.

반도체, 조선, 플랫폼 산업은 막대한 R&D, 설비투자, 글로벌 경쟁, 인력 재배치가 필요한 산업이다. 이익이 날 때마다 노조가 고정 배분권을 요구하고, 법은 그 투쟁의 범위를 넓혀주며, 정치권은 이를 노동권 확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고용을 줄이고 위험을 외부로 이전하려 한다.

긴급조정권이 거론되는 국면 자체가 시스템 실패다


정부의 긴급조정권은 일상적으로 꺼내야 할 도구가 아니다. 그러나 핵심 산업에서 동시다발적 파업 위험이 커지고, 공공서비스나 국가경제에 중대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더 이상 방관자일 수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공익사업 또는 규모·성격상 국민경제와 국민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쟁의에 대해 긴급조정이라는 최후 수단을 예정하고 있다. (법제처)

문제는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보다 더 앞선 지점에 있다. 긴급조정권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노사갈등이 확산되는 법을 왜 통과시켰는가. 정상적인 제도라면 기업 경영권, 투자 의사결정, 노동시장 유연성, 노조 밖 노동자의 기회비용을 함께 검토했어야 한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이 균형을 무너뜨렸고, 그 결과는 이미 삼성전자, HD현대, 카카오 등 대기업 현장에서 성과급 분쟁과 파업 리스크로 드러나고 있다.

https://www.koreadaily.com/article/20260514043056425


영국의 ‘불만의 겨울’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영국의 1978~1979년 ‘Winter of Discontent’는 강한 노조와 취약한 정부가 결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영국에서는 임금 억제 정책에 반발한 노조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의료, 운송, 쓰레기 수거, 도로 운송 등 일상생활 핵심 부문이 마비됐다. 런던박물관은 이 시기를 학교, 운송, 의료, 쓰레기 수거에 영향을 준 전국적 파업의 시기로 설명한다. (London Museum)

1979년 1월에는 수만 명의 공공부문 노동자가 파업에 들어갔고, 공공서비스가 2월 중순까지 멈췄으며, 도로에는 쓰레기가 쌓이고 군이 구급차 운행에 투입됐다. 결국 정치적 신뢰가 무너졌고, 제임스 캘러헌 노동당 정부는 불신임과 총선 패배로 몰렸다. (MoneyWeek)

한국이 이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조의 교섭권이 공공서비스와 핵심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정부가 조직노동의 정치적 압력 앞에서 제도적 균형을 잃는다면, 영국의 사례는 더 이상 역사책 속 장면으로만 남지 않는다.

미국 제조업의 해외 이전도 같은 경고를 담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공동화 역시 단순히 자유무역만의 결과가 아니다. 높은 노동비용, 노사갈등, 자동화, 아웃소싱, 글로벌 임금 격차가 결합되면서 기업은 더 유연하고 낮은 비용의 생산지를 찾았다. AP는 미국 노조 조직률 하락의 요인으로 자동화, 아웃소싱, 전통적 노조 강세 산업의 약화를 지목했다. (AP News)

자동차 산업에서도 같은 압력이 작동했다. UAW는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멕시코로 이전된 배경에 낮은 임금과 취약한 노동조건이 있었고, 기업들이 오프쇼어링 위협을 미국 노동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WardsAuto) 이는 한국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 노사 리스크가 높아지고, 성과급 배분 요구가 고정비처럼 굳어지며, 경영 판단까지 쟁의 대상이 된다면 기업은 국내 고용을 늘리기보다 자동화, 외주화, 해외 생산, 신규 채용 축소를 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노란봉투법 통과는 제도적 면역력의 붕괴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시스템의 병증을 드러낸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노동권 보호라는 명분만으로 기업의 투자·고용·경영 판단을 흔들 수 있는 법안은 입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걸러졌어야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은 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밀어붙였고, 재계와 야당의 우려에도 법안은 처리됐다. (프레시안)

프리드먼의 표현을 빌리면, 분노의 대상은 노조원 개개인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움직인다. 문제는 그 사적 이익 추구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인 것처럼 포장되도록 허용한 정치권과 제도에 있다. 특히 집권당 정치권이 조직노동의 요구를 공익의 언어로 감싸고, 그 비용을 비조합원·청년·협력업체·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입법으로 열어줬다면, 거기에는 실망을 넘어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론: 노조 밖 다수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노란봉투법 이후의 한국 노동시장은 프리드먼이 경고한 길목에 서 있다. 조직된 내부자는 더 강한 교섭권을 얻고, 노조 밖 다수는 더 좁은 고용문 앞에 서게 되는 구조다. 삼성전자, HD현대, 카카오, 네이버로 이어지는 성과급 분쟁은 단순한 임금협상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고용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신호다.

과거 영국은 강한 노조와 약한 정부가 결합되며 공공서비스 마비와 정치적 붕괴를 겪었고, 미국은 높은 비용 구조와 노사 리스크 속에서 제조업 일자리의 해외 이전을 경험했다. 한국에서도 전국적 파업이 진정되지 않고 확산된다면, 다음 장면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업의 조직된 노동자가 더 많은 몫을 요구할수록, 그 비용은 결국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다수 노동자의 일자리 감소와 미래 고용기회 축소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노란봉투법 시행은 조직된 선의가 조직되지 못한 다수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0428


레전드 레전드 개레전드..

미친 환율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에너지, 필수소비재 물가상승에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urrency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onsumer-price-index-cpi




월세의 전세화로 주거난에, 집값 폭등에




여기에 추가로 노란봉투법 파업상시화로 인한 청년 일자리감소까지..


20~24세와 25~29세 고용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중(좌)

또한 20대초반은 지난 1년간 '내수서비스'업에서 계속 감소(우)

[출처] 한국은행


20대 중후반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지식기반 서비스'에서 감소세가 매우 확대되는 중(좌)

1년전 대비 '쉬었음' 청년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26.01기준 제일 높은 수치 기록(우)


[출처]
한국은행



이거.. 못막습니다.. 

못막아요..!

2026년 5월 12일 화요일

생각정리 256 (* 노란봉투법, P/F재조정)

어제 퇴근 후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와이프와 함께 식사 후 분리수거 후 산책을 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노란봉투법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생각을 두서없이 글로 정리해본다.

생각정리 170(* 대한민국 레짐 전환)

노란봉투법 이후 한국 경제와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한 생각


원하청 교섭권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2차 효과


서문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노동권을 강화할 것인가, 기업 부담을 줄일 것인가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이 법은 노동자의 교섭권, 기업의 비용 구조, 산업 경쟁력, 국내 투자 유인, 자본 유출입, 환율, 물가, 나아가 포트폴리오 전략까지 연결될 수 있는 제도적 변화다.

먼저 전제해야 할 점이 있다. 나는 투자자이며, 금융투자업에 종사하고 있고, 특히 주식운용업이 주된 생계이자 직업이다. 따라서 자본시장, 기업의 이익, 산업 경쟁력, 주주가치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본가와 기업경영자의 입장에 더 우호적인 편향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현장에서 일하는 일반 노동자에게 임금, 고용 안정, 작업환경, 교섭권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기업의 비용 증가로 보이는 사안이 노동자에게는 정당한 권리 회복일 수 있고, 투자자에게 수익성 훼손으로 보이는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수 있다. 이 지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글을 다시 정리하는 이유는 노란봉투법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더 넓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단순히 노조의 손해배상 부담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설명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경우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해 하청 노동자의 대화 요구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이는 법문상 자동적인 동일임금 보장을 의미한다기보다, 현실적으로는 원하청 임금격차 문제와 동일임금 요구가 제도권 교섭 의제로 올라올 수 있는 통로를 여는 변화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

따라서 이 문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교섭력 강화에만 머무르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는 하청, 사내하청, 간접고용, 플랫폼 유사 고용 영역까지 원청을 상대로 한 임금 인상 요구와 교섭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현재의 평균 수치보다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고, 노사갈등의 범위 역시 대기업 내부에서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이 사안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 변화가 어떤 현실적 경로를 거쳐 기업의 비용 구조, 노동시장 교섭력, 산업 경쟁력, 자본 배분에 영향을 미칠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1.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원하청 관계의 재편이다


노란봉투법을 단순히 “노조 보호법”으로만 이해하면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사용자 범위 확대와 원하청 교섭 구조의 변화다.

기존의 원하청 구조에서는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원청이 실질적 영향을 미치더라도, 법적 책임과 교섭 책임은 하청업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원청은 단가, 물량, 납기, 작업 방식, 안전 기준을 통해 하청업체의 경영 여건을 좌우하면서도, 직접적인 사용자 책임에서는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었다.

개정 노조법은 이 구조를 바꾸려는 방향을 담고 있다. 정부 설명 역시 “원청이 하청의 근로조건을 결정했더라도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를 문제로 보고, “실제 근로조건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자에게 사용자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대화하려 해도 불법화되던 구조를 개선하고,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해 하청 노동자의 대화 요구를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를 제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노동권 보호라는 관점에서는 이 변화의 명분이 분명하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한다면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투자자와 기업 관점에서는 이 변화가 원가 구조의 불확실성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하청 노동자들이 앞으로 원청을 상대로 원하청 임금격차 해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청 수준의 복지·수당·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법률상 자동으로 동일임금을 보장받는 구조라기보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좌우한다고 판단되는 영역에서 하청 노동자의 요구가 교섭 의제로 올라올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변화가 현실화되면 기업의 노동비용은 정규직 인건비만으로 계산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는 협력업체 인건비, 외주 단가,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 납기 차질 리스크까지 모두 원청의 비용 구조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2. 노조 조직률은 평균보다 확산 경로가 중요하다


기존에는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영국 1970년대처럼 높지 않다는 점이 반론으로 제기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은 아직 10%대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3.0%였고, 공공부문은 71.7%, 300인 이상 사업장은 35.1%였다. 즉 전체 평균은 낮지만,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서는 이미 상당히 높은 조직률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그러나 이번 노란봉투법의 핵심 리스크는 현재의 평균 조직률이 아니라 향후 조직률이 어디로 확산될 수 있느냐에 있다.

기존에는 노조의 힘이 주로 대기업 정규직, 공공부문, 일부 기간산업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노사갈등의 충격도 대체로 대기업 사업장, 공기업, 항만·철도·자동차·조선·철강 등 특정 영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원하청 교섭 구조가 제도적으로 열리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임금이 낮은 하청업체만을 상대로 교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단가와 작업 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을 상대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할 유인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의 노조 가입 유인이 높아지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협력업체와 간접고용 영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대기업 노조의 교섭력 강화”가 핵심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대기업 생태계 전체의 노조화가 핵심 쟁점으로 바뀔 수 있다. 원청 정규직, 사내하청, 외주업체, 물류·운송·설비·청소·보안·정비 인력까지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원청을 향해 교섭 요구를 제기할 경우, 노사갈등은 기업 내부의 임금 협상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분배 갈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3. 사회적 혼란은 파업 횟수보다 교섭 대상의 확산에서 온다


노란봉투법의 파급효과를 판단할 때 단순히 파업 횟수만 보면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교섭 대상과 이해관계자의 수가 얼마나 늘어나는가다.

대기업 한 곳은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협력업체와 연결되어 있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배터리, 철강, 화학, 건설, 물류 산업은 모두 원청과 하청, 재하청, 외주업체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이 구조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동일임금 또는 임금격차 축소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원청은 기존보다 훨씬 복잡한 교섭 환경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이 요구가 한 사업장에만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다. 한 산업에서 원청 교섭이 인정되면,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다른 산업과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시작된 요구가 조선 기자재, 배터리 소재, 물류, 공항, 병원, 대학, 공공위탁 서비스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원청 교섭 요구가 택배, 공항,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데일리뉴스럴 (DAILY NEUSRAL))

이 경우 사회적 비용은 임금 상승분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섭 지연, 파업 가능성, 납기 불확실성, 원청과 협력업체 간 책임 공방, 공공서비스 차질, 지역경제 불안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필수 서비스나 기간산업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사회 전체가 체감하는 혼란은 단순한 기업 비용을 넘어 생활 비용과 공공 기능의 문제로 전환된다.

따라서 이번 법의 핵심 리스크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비용 증가”보다 더 넓게 봐야 한다. 하청 노동자의 조직화 확대와 원청 대상 교섭 요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는 더 높은 노동시장 갈등 비용을 구조적으로 부담하게 될 수 있다.


4. 산업별 영향은 원청 중심 제조업에서 생태계 전체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Capex가 큰 대기업 제조업 중심으로 봤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철강, 화학, 정유 같은 산업은 설비가 멈추는 순간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납기 차질이 고객사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원하청 교섭권 확대를 반영하면 영향 범위는 더 넓어진다. 대기업 원청의 생산라인이 멈추는 직접 파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부품, 물류, 정비, 설비, 보안, 청소, 운송, 항만, 건설 현장 등 보조 기능에서의 교섭 갈등도 전체 생산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

현대 제조업은 단일 기업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가 하나의 생산 시스템처럼 움직인다. 핵심 부품 하나가 지연되거나, 물류가 멈추거나, 정비 인력이 파업에 들어가면 최종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원청은 “하청업체의 문제”라고만 보기 어렵다. 원청이 실질적 근로조건 결정권을 가진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커질수록, 협력업체 노동문제도 원청의 리스크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기업 밸류에이션에서 고려해야 할 항목도 달라진다. 앞으로는 매출 성장률, 영업이익률, Capex, 환율만 볼 수 없다. 국내 생산 비중, 협력업체 의존도, 외주화 비중, 하청 인력 규모, 원청 사용자성 노출도, 과거 파업 이력, 노조 조직화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노동비용 상승이 가격에 전가되는 산업은 방어력이 있을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글로벌 과점 구조와 공급 병목이 존재하는 산업은 일정 부분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여지가 있다. 반면 완성차, 배터리, 건설, 조선 기자재, 일부 소재·부품 산업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납기 신뢰가 중요한 산업은 비용 전가가 쉽지 않다.

이 차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중요하다. 투자자는 기업의 이익 훼손이 실제로 확인되기 전부터 불확실성을 할인한다. 따라서 노란봉투법 이후 시장은 단순한 EPS 하향보다 먼저 멀티플 하락으로 반응할 수 있다.


5. 영국 1970년대와 한국의 차이, 그리고 유사성


영국 1970년대와 현재 한국을 완전히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당시 영국은 높은 노조 조직률, 국유기업 비효율, 재정 부담, 생산성 둔화, 석유파동이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과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전체 노조 조직률이 낮고, 제조업 수출 경쟁력도 유지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국 사례가 주는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핵심은 현재의 조직률 수준이 아니라 노동시장 교섭력이 생산성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확대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다.

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진행되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일 수 있다.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가 개선되며 내수가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임금 상승이 생산성 향상 없이 제도적 교섭력 확대만으로 진행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가격 전가가 가능한 산업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가격 전가가 어려운 산업에서는 마진 축소와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와 식량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원화가치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노동비용 상승, 전력요금 상승, 세금 부담, 규제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기업은 국내 투자보다 해외 생산과 해외 투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흐름은 트럼프식 보호무역과 미국 현지 생산 요구가 강화될수록 더 빨라질 수 있다.

영국 사례를 그대로 한국에 대입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노조 교섭력 확대, 재정 확대, 생산성 둔화, 자본 이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사회적 갈등과 자본 유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6. 확장재정과 노동비용 상승이 만날 때의 문제


최근 정부는 적극 재정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면, GDP라는 분모가 커지면서 국가채무비율도 안정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민간이 움츠러들기 때문에 정부가 일정 부분 수요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재정 지출의 방향과 생산성이다. 재정이 생산적인 산업투자, 인프라, 교육, 기술혁신, 에너지 전환, 국방·안보 역량 강화로 연결된다면 장기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성 지출이나 단기 부양책에 집중된다면 재정적자만 누적되고 성장잠재력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으로 노동비용 상승 압력이 커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정부가 재정으로 내수를 부양하고, 노동계가 제도적 교섭력을 바탕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기업은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려 한다면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가격 전가를 하지 못하면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다. 결국 확장재정과 노동비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분배 강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투자 위축, 물가 부담, 고용 불안, 자본 유출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https://www.newsfreezo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9387



7.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의 구조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리스크는 국내 통화량 증가와 자본 유출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다. 재정 확대와 통화 공급 증가는 단기적으로 내수를 자극할 수 있지만, 그 자금이 국내 생산적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기업은 노동시장 불확실성, 규제 부담, 세금 부담, 정부 개입 가능성을 이유로 해외 투자를 늘릴 수 있다. 개인투자자 역시 국내 금융시장과 원화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 미국 주식, 달러 예금, 글로벌 ETF, 해외 부동산 등으로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다.

여기에 원하청 교섭권 확대에 따른 사회적 갈등 비용이 더해지면 국내 자산의 요구수익률은 높아질 수 있다. 투자자는 같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노동 리스크가 낮고 정책 불확실성이 낮은 국가의 기업에 더 높은 멀티플을 부여한다. 반대로 한국 기업이 더 높은 노동비용, 더 높은 규제 리스크, 더 높은 환율 변동성을 부담해야 한다면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할인 요인은 커질 수 있다.

결국 한국은 국내 통화량은 늘어나지만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원화는 절하 압력을 받는 구조에 직면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에너지·농산물·식료품 등 필수소비재 수입 물가를 자극한다. 이는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거비 부담과 맞물려 가계 소비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urrency


8. 포트폴리오 관점에서의 판단


이러한 변화는 포트폴리오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 내 노동시장 불확실성, 원하청 교섭권 확대, 확장재정, 세수 결손, 국채 발행 증가, 자본 유출 가능성이 동시에 커진다면 국내 자산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점점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앞으로 한국 기업을 볼 때는 단순히 대기업인지, 수출기업인지, 밸류에이션이 싼지만 봐서는 부족하다. 다음과 같은 기준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산업별로는 비용 상승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독점·과점 산업과 그렇지 못한 경쟁 산업을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 메모리처럼 글로벌 공급 병목과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산업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있다. 반면 완성차, 배터리, 건설, 조선 기자재, 일부 전통 제조업은 노동비용 상승과 납기 리스크, 해외 경쟁 심화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또한 원화 약세와 자본 유출 가능성을 감안하면 달러화 자산의 전략적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식, AI 인프라, 에너지, 방산, 글로벌 금융주 등은 한국 내 정책 리스크와 통화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한국 내수 소비재, 규제 민감 산업, 정부 정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확장재정이 단기적으로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지속 가능하려면 가계의 실질소득 개선과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 소비 부양 이후 재정 부담과 물가 부담만 남을 수 있다.


9.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 원하청 격차 완화, 내수 활성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모두 중요한 정책 목표다. 특히 한국의 원하청 구조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원청과 하청의 임금, 복지, 고용 안정성이 크게 다른 현실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불만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 방식이 교섭권의 급격한 확장과 임금 요구의 동시다발적 확산으로만 나타난다면, 그 비용은 기업과 주주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협력업체의 일감 축소, 신규채용 감소, 해외 생산 이전, 납기 차질, 물가 상승, 공공서비스 불안,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권을 부정하는 것도, 기업의 비용 부담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생산성 연동 임금체계, 원하청 공정거래 개선, 협력업체 단가 정상화, 재정건전성 관리, 기업의 국내 재투자 유인, 노동시장 갈등 조정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역시 노동권 보호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산업 경쟁력과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파업권과 교섭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생산 차질과 납기 불이행, 협력업체 피해, 국가 경쟁력 훼손까지 모두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으로 전가되어서는 곤란하다.


결론


노란봉투법은 한국 경제를 즉시 위기로 몰고 가는 단일 변수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촉매에 가깝다. 고령화, 재정 부담, 낮은 내수 기대수익률, 대기업·중소기업 생산성 격차, 원화 약세 압력, 보호무역에 따른 해외 생산 확대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하청 교섭권 확대와 노동조합 조직화 가능성이 추가된 것이다.

특히 이번 법의 핵심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교섭력 강화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면, 노조 조직률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을 넘어 협력업체와 간접고용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원하청 동일임금 요구, 임금격차 축소 요구, 원청 교섭 요구가 사회 전반으로 퍼질 경우 한국 경제가 부담해야 할 갈등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누가 더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앞으로도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부가 창출되지 않는 경제에서는 분배도 지속될 수 없다.

앞으로는 노란봉투법 이후 실제 파업 경로, 원청 교섭 인정 범위, 하청 노동자의 조직화 속도, 산업별 임금 상승률, 국내외 Capex 배분, 원화 흐름을 계속 추적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는 한국 자산을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원하청 노동 리스크가 낮고 가격 전가력이 높으며 해외 매출과 달러 현금흐름이 큰 기업을 선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동시에 달러 자산, 미국 AI 인프라, 에너지, 방산, 글로벌 금융주 같은 축은 한국 내 정책 리스크와 원화 리스크를 헤지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핵심은 한국 경제의 제도 변화가 기업 이익과 자본 배분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를 관찰하면서, 국내외 투자 비중을 유연하게 재조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끝

2025년 11월 3일 월요일

생각정리 108 (* 2026년 예산안)


1. 상황 인식: 연설 직후의 시장 신호와 정책 톤

2026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과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상방으로 튀고 코스피가 밀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urrency



2026년에도 확장적 재정기조가 유지
된다는 신호가 시장에 해석되었고, 이는 곧 풍부한 총수요·유동성 기대로 연결되었다.

현 정부 출범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지만 이미 M2의 빠른 팽창이 관찰되는 가운데, 내년 이후 수년간 완만한 “유동성 파티”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초기의 정책 톤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초반기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다.




2. 2026년 예산안 핵심(본예산안 기준)

  • 총지출: 728.0조원(전년 대비 +54.7조원, +8.1%)

  • 총수입: 674.2조원(+22.6조원, +3.5%)

  • 관리재정수지: –4.0%/GDP

  • 정부부채비율: 51.6%/GDP(정부채무 1,415.2조원 전망)


분야별 증감(단위: 조원, %, 2025 본예산 대비)


  • 주: 교육(교부금 제외) 26.2→28.2(+2.0, +7.5), 일반·지방행정(교부세 제외) 43.6→51.7(+8.1, +18.6).


해석
: **절대 증액 1위는 보건·복지·고용(+20.4조원)**이며, **일반·지방행정(+10.4조원)**이 뒤를 잇는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R&D(+19.3%)**가 가장 크다. 이 조합은 내수 안정·사회안전망 강화·기술투자 가속을 동시에 지향하는 배치를 시사한다.


3. 왜 보건·복지·고용과 일반·지방행정이 많이 늘었나

보건·복지·고용

  • 기준중위소득 +6.51% 인상에 따른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기계적 증액

  • 기초연금 단계적 상향(’26년 저소득층 40만원 시작)과 고령화에 따른 자연증가

  • 건강보험·장기요양 국고지원 확대와 필수의료 투자

  • **고용노동부 총예산 +2.27조(+6.4%)**로 직업훈련·고용안정·안전 분야 순증

일반·지방행정

  • 자율편성 ‘포괄보조’ 3.8→10.6조로 지방이전성 재원 확대

  • 행안부 테마형 증액: 재난·안전, 지역균형·소멸대응(지역사랑상품권·소멸대응기금), 디지털정부·AI 등 정책 패키지 강화

정치경제적으로 보면, 복지·안전망과 지방분권·디지털 행정 역량을 동시에 키우는 내수 안정 우선 순위가 예산구조에 반영되었다.


4. 성장률과 부채비율: 2026년 매크로 앵커

  • 실질 성장률(2026): 1.8%(기준), 범위 1.6~2.2%

  • 정부부채비율: 49.1%(’25) → 51.6%(’26), +2.5%p

    • 이 중 예산확대 직접효과 ≈ +1.2%p, 나머지 ≈ +1.3%p는 기저적자·이자·명목성장 등 기타 요인에 기인



요약하면, 성장은 완만, 부채비율은 단년도에 눈에 띄게 상향되는 조합이다.


5. 2026년 M2 증가율(개정)과 기여도

가정 업데이트(사용자 지정): 코스피 5,400(+28.6%), 서울 도심 주택 +6%.

중앙값: 약 7.5%(범위 6.8~8.4)

기여도 분해(증가율 p)

  • 기저 소득·신용: +5.4

  • 확대 재정(–4%/GDP): +1.7

  • 주택 +6%: +0.7

  • 코스피 +28.6%: +0.3

  • 한은 중화(OMO·MSB): –0.7
    → 합계 ≈ +7.5

정책 변수가 바뀌면 한은의 중화 강도가 곧바로 상단/하단을 좌우한다.


6. 누적 M2와 주택가격 경로(시각화 포함)

  • 누적 M2(2025→2030, 기준 end-2024=100): +39.47%


  • 주택가격 추정(서울 도심, 2025말=100 기준): M2–가격 전이 탄력성 ε=0.40/0.50/0.60를 적용

  • – 2025→2030 누적 M2(2025말 기준)는 +39.47%
    – 가격 누적 상승률

    • Low(ε=0.40): +14.23%

    • Central(ε=0.50): +18.10%

    • High(ε=0.60): +22.09%



    • – 시각화: Seoul Core Apartments: Cumulative Price Change (Base=2025=100)



7. 투자·정책 시사점

  1. 재정–유동성 루프: 확대 재정 → 예금화(유입) → M2 상방 → 자산가격 경로가 2026년에 가장 강하게 작동하고, 2027년 이후에는 재정 정상화 속도와 한은 중화가 민감도 핵심이다.

  2. 하우징 경로의 비선형성: DSR/LTV 규제가 느슨해질수록 ε가 커지고, 반대면 작아진다. 현재 중앙 추정(ε=0.50)은 보수적 중간값이다.

  3. 주식시장 경로는 보조적: 코스피 급등이 예금대체를 유발해 순예금효과가 작거나 상쇄될 수 있다.

  4. 부채비율 관리: 2026년 +2.5%p 상향은 기정사실. 이후 경로는 명목성장–금리–재정수지의 3요소 게임이다.


8. 정리

  • 정책 톤: 2026년 확대 재정이 확인되었고, 시장은 이를 환율 상방·주가 조정으로 1차 반영.

  • 예산구조: 복지·지방·R&D 중심의 확장.

  • 거시 앵커: 성장 1.6~2.2%, 부채비율 ’25→’26 +2.5%p.

  • 유동성: 2026년 M2 7.5%(중앙).

  • 자산가격: 2030년 서울 도심 아파트 +18%(중앙, 2025 대비)가 합리적 베이스라인.


결론적으로, **실질 보전의 기준은 유동성(M2)이 아니라 소비자물가(CPI)**이므로 2030년 말의 연봉·총자산은 2025년 말 대비 반드시

Nominal
2030​
 ≥ 
Nominal2025​×(1+CPI2026–2030​)

을 충족해야 하며, **기준 경로(평균 CPI 2%)**에서는 필요한 명목 상승률이 
 

(1.02)5−1≈10.4%(1.02)^5-1\approx \mathbf{10.4\%} 

각각 최소 1.104배(세후 기준 권장)**가 ‘실질’ 보전의 마지노선이다.

동시에, 앞으로 돈은 계속 풀리지만, 통화 유통속도 상시 하락과 정책 중화가 유지되는 한 CPI는 낮게(≈2%) 억제되고 자산만 오르는 시대가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CPI 가정은 다음과 같다. 수량방정식의 성장률 형태

ΔM2+ΔV≈ΔP (CPI)+ΔY\Delta M2+\Delta V\approx\Delta P\ (\text{CPI})+\Delta Y


를 적용하면, 2026년 기준
 
\Delta M2\approx 7.5\%
, ΔY≈1.8%\Delta Y\approx 1.8\%,  ΔP≈2.0%\Delta P\approx 2.0\%일 때 필요한 ΔV\Delta V는

ΔV≈2.0+1.8−7.5=−3.7% (연율)

이다. 즉 유통속도가 연 -3~4% 감소하면 M2가 7%대더라도 CPI 2% 내외가 성립한다. 고령화와 고금리 국면에 따른 저소비 성향, 정기성 예금 확대, 금융시장으로의 유동성 흡수는 velocity 하락의 상시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2% 물가목표를 중기 기준으로 운용 중이며, KDI·한은 전망도 2025~2026년 CPI를 2% 안팎으로 둔다.

*마지막으로 재밌는점은 근원 CPI는 도심 아파트 가격 상승(=주거비 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지수라는 점이다. 

집값 급등과 근원물가(2~3%)의 괴리
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첫째, 집값(매매가격)은 CPI에 미포함이다. 둘째, CPI에서 **집세 가중치는 약 9.8%**에 불과하여, 설령 집세가 4% 올라도 헤드라인 기여도는 약 0.4%p에 그친다. 

전세→월세 전환의 가중치 효과도 제한적이다. 2020 기준 **전세 54.0‰, 월세 44.3‰**에서 2030년까지 전세→월세 5‰ 이동을 가정해도(예: 54→49, 44.3→49.3), 월세–전세 상승률 격차 약 1%p라면 헤드라인 CPI 추가 기여도는 약 0.01%p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제 상승률 경로가 훨씬 중요하다. 정책·금리 경로 민감도를 보면, 전세는 금리 하향기 둔화되는 반면 월세는 월세화의 구조적 추세로 견조하여, **High 시나리오(금리 완화 지연·월세화 가속)**에서는 0.4%p 내외, **Low 시나리오(금리 하향·공급 증가)**에서는 0.15%p 안팎으로 집세의 물가 기여가 좁혀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