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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7일 월요일

생각정리 362 (* The Fed, AI and the Price of Stability, Kevin Warsh)

국채금리가 연일 고점을 높이는 가운데, 케빈 워시와 베센트, 일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물가와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 발언을 곱씹을수록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지금의 금리를 밀어 올리는 구조적 힘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https://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52-week-bill-yield

이번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블로그에 축적해온 자료를 GPT와 함께 다시 살펴보며, 연준의 역사부터 AI 시대의 소득 배분과 정부부채까지 연결해본 리서치 기록이다.


위기 때마다 커진 연준, 그리고 AI 시대에 다시 돌아오는 질문


케빈 워시의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구상을 보면서, 연준이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다시 연결해보고 싶어졌다.

이전 「생각정리 173 — Kevin Warsh」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역할이 어떻게 확대됐는지를 살펴봤다.

그런데 워시가 줄이려는 것은 국채와 MBS의 보유금액만은 아닌 듯하다.

정부와 금융시장이 연준을 전제로 움직이는 방식,
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위험을 받아줄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그 기대 위에서 쌓인 부채와 자산가격까지 함께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라는 새로운 변수가 들어온다.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 전체의 부를 크게 늘릴 수 있다. 동시에 노동을 통해 그 부에 참여하던 통로를 좁히고, 생산성과 소득을 일부 기업·개인·자본에 집중시킬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불안해진 다수의 생활을 정부가 차입으로 지탱하게 된다면, 연준이 시장에서 물러나는 일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

반대로 AI의 생산성 향상이 새로운 소득과 세입으로 충분히 연결된다면, 지금의 부채와 분배 문제를 감당할 여력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경로를 이해하기 위해 시계를 1907년으로 돌려본다.


1. 1907~1913년 — 민간이 감당하지 못한 공황


1907년 미국에는 오늘날과 같은 중앙은행이 없었다.

산업과 금융은 빠르게 커졌지만, 위기 때 사람들이 동시에 예금을 현금으로 바꾸려 하면 필요한 자금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장치가 부족했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 기업과 가계에 대출한다. 그런데 모든 예금자가 동시에 돈을 찾으려 하면,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금융기관도 자산을 급하게 처분해야 한다.

급매로 가격이 떨어지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의심은 더 커지고, 추가 인출과 매도가 이어진다.

당시 공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선 사람이 J. P. 모건이었다. 민간 금융인들이 자금을 모으고 구제 대상을 조정하면서 금융시스템을 지탱했다.

하지만 국가 금융시스템의 생존을 특정 금융인의 자금력과 판단에 맡기는 구조는 지속하기 어려웠다. 연준 역사 — 1907년 공황

그렇다고 강력한 중앙은행의 설립에 모두가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월스트리트가 통화를 지배하는 것에 대한 불신과, 워싱턴 정부가 통화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동시에 존재했다.

이 갈등 속에서 1913년 연방준비법이 제정됐다. 중앙의 이사회와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결합한 구조는 이런 정치적 타협의 결과였다. 연준 역사 — 연준 설립 논의

연준의 출발점은 민간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에 공적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였다.

이전 「생각정리 150 — 연준의 기원」에서 살펴봤듯, 연준은 처음부터 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도록 만들어진 기관은 아니었다.

그러나 위기 때 필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하면서 그 범위는 계속 달라진다.

2. 전쟁과 대공황 — 개입의 비용과 개입하지 않은 비용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정부는 막대한 전쟁자금이 필요해졌다.

연준은 국채 발행과 은행의 전쟁채권 보유를 지원했다. 설립 초기부터 정부의 자금조달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얽힌 셈이다.

전쟁 중 신용 확대와 물가 상승 뒤에는 긴축과 경기침체가 따라왔다. 비상상황에서 필요했던 지원이 이후에도 통화와 물가에 영향을 남긴 것이다. 연준 역사 — 제1차 세계대전

반대로 1929년 이후 대공황에서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비용이 드러났다.

은행 파산과 예금 인출이 이어지자 신용이 줄었고, 기업과 가계는 지출을 축소했다. 물가와 소득이 떨어졌지만 갚아야 할 명목부채는 그대로 남았다.

은행 불안 → 신용 축소 → 지출 감소 → 소득·물가 하락 → 실질 부채 부담 증가 → 추가 부도.

연준은 금본위제 방어, 정책 판단의 오류, 지역 간 협력 실패 등이 겹치면서 이 악순환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했다. 연준 역사 — 대공황

루스벨트 정부는 은행제도와 금제도를 개편했고, 에클스가 이끈 연준 개혁에서는 정책 권한을 조정했다. 1935년 법을 통해 오늘날 FOMC의 기본 구조가 확립됐다. 연준 역사 — 1935년 은행법

하지만 회복 과정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1936~1937년 지급준비율 인상과 재무부의 금 유입 불태화, 재정 긴축 등이 겹치면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졌다. 은행의 많은 준비금은 공황 이후의 불안을 견디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연준 역사 — 1937~1938년 침체

중앙은행이 보기에는 남아도는 유동성이었지만, 은행에는 없으면 불안한 유동성이었던 셈이다.

연준의 역사에는 돈을 너무 많이 공급한 실패와 필요한 돈을 공급하지 못한 실패가 함께 남아 있다.

3. 1942~1951년 — 정부가 원하는 금리를 지켜준다는 것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정부는 낮은 금리로 전쟁비용을 조달하려 했다.

연준은 1942년부터 단기 국채금리를 약 0.375%, 장기 국채금리 상한을 2.5% 수준에서 지원했다.

이 구조에서는 시장이 해당 금리에 국채를 충분히 사주지 않으면 연준이 사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차입금리를 지켜주는 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물가안정에 필요한 규모보다 금리 방어에 필요한 규모에 의해 결정되기 쉬워진다.

전쟁 이후 물가가 오르고 한국전쟁으로 재정 수요가 다시 커지자 갈등이 심해졌다.

재무부는 낮은 차입금리를 원했고, 연준은 통화정책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다. 이 갈등 끝에 성립한 것이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이다. 이후 마틴이 연준 의장을 맡았다. 연준 역사 — Treasury–Fed Accord

핵심은 정부의 자금조달 편의가 통화정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세우는 것이었다.

워시는 2025년 연설에서 이 협정의 정신을 직접 거론했다. 장기간의 QE가 재정과 통화정책의 경계를 흐리고, 정부와 시장의 중앙은행 의존을 높였다는 문제의식이다. Kevin Warsh — Commanding Heights

워시의 구상을 이해하려면 2008년뿐 아니라 1951년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4. 번스에서 볼커까지 — 성장과 안정 사이의 정치


전후 성장과 비교적 안정된 물가는 1960년대 후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트남전과 존슨 정부의 국내 지출이 확대됐고, 정책당국에는 경제를 정교하게 조절하면 낮은 실업률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이후 닉슨은 1971년 달러의 금 태환을 중단하고 임금·가격 통제를 도입했다. 석유파동은 생산비와 생활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인플레이션은 석유파동 이전인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공급 충격만으로 전체 과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연준 역사 — Great Inflation

번스와 밀러 시기의 문제 중 하나는 물가를 잡으려 긴축하다가 고용이 나빠지면,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기 전에 다시 완화하는 패턴이었다.

시장과 노동자가 이 패턴을 학습하면 인플레이션 기대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카터가 1979년 임명한 볼커는 큰 금리 변동과 경기침체를 감수하면서 물가안정을 추진했다. 레이건 정부 아래에서도 긴축은 이어졌지만 정치적 반발은 거셌다. 연준 역사 — 볼커의 반인플레이션 정책

볼커가 회복한 것은 연준이 결국 물가를 안정시킬 것이라는 신뢰였다.

이전 「생각정리 138」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통화정책은 금리 수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 정책이 필요한 만큼 지속될 것이라고 경제주체가 믿는지가 중요하다.

5. 그린스펀 — 낮아지는 금리와 커지는 금융


그린스펀 시대에는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확대가 함께 진행됐다.

여기에는 세계화, 기술 발전, 글로벌 노동공급 확대와 저축 증가가 함께 작용했다.

생산적 투자 기회에 비해 저축이 풍부해지면 균형 실질금리는 낮아질 수 있다. 연준이 단기금리를 올려도 해외 자금이 장기채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장기금리가 같은 폭으로 오르지 않는 현상도 나타났다. 버냉키 — Global Saving Glut

이 배경은 「21세기 통화정책」과 「생각정리 139 — The Age of Turbulence」에서 정리했다.

동시에 위기 때마다 통화정책이 충격을 완화하면서 시장에는 연준이 큰 하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쌓였다.

위기 대응은 경제를 지탱한다. 하지만 손실이 정책으로 완충될 것이라고 믿으면 민간이 더 많은 위험을 선택할 유인도 생긴다.

이때까지의 완화가 주로 단기금리를 통해 이뤄졌다면, 2008년 이후에는 연준이 장기자산을 직접 대규모로 보유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6. 버냉키·옐런·파월 — 위기 대응이 남긴 거대한 B/S


2008년 금융위기에서는 주택 관련 자산의 손실이 금융기관과 단기자금시장을 통해 확산됐다.

담보가치 하락이 추가 담보 요구와 매도를 부르고, 그 매도가 다시 가격을 떨어뜨렸다. 연준은 긴급대출과 달러 스와프로 대응했고, 정책금리가 사실상 0에 도달한 뒤에는 장기채 매입을 확대했다.

버냉키가 두려워한 것은 1930년대처럼 금융 붕괴가 장기 경제수축으로 이어지는 일이었다. 버냉키 —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연준은 민간이 보유하던 장기자산을 인수하면서 시장이 부담하는 금리위험을 줄였다.

이 정책은 금융 붕괴와 실업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자산가격과 위험 추구, 출구전략에 관한 논쟁도 남겼다. 이전 「THE LORDS OF EASY MONEY」에서 다뤘던 문제다.

옐런 시기에는 QE3가 종료됐고, 2015년 금리 인상과 2017년 QT가 시작됐다. 그러나 파월 시기인 2019년 단기자금시장이 불안해지자 다시 유동성 공급이 필요했다. 옐런의 정상화 설명, 뉴욕 연은 — 2019년 자금시장 분석

2020년 팬데믹에서는 자산매입이 재개됐고, 연준 자산은 2022년 초 약 9조 달러까지 확대됐다. 2007년 약 0.87조 달러와 비교하면 대략 열 배 수준이다. 월러 — 연준 대차대조표 설명

이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과 QT가 진행됐지만, 2023년 은행 불안에서는 별도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했다. 파월 시기의 QT는 2025년 12월 1일 종료하기로 결정됐다. 2025년 10월 FOMC 결정

지난 역사는 계속된 QE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위기 대응과 정상화, 금융불안과 재개입이 반복된 과정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 반복 속에서 연준의 역할과 시장의 의존 관계가 함께 커졌다.


7. 워시의 담대한 계획 — 장부와 기대를 함께 줄이는 일


2026년 5월 취임한 워시가 지향하는 방향은 평상시 연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민간이 가격과 위험을 더 직접적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준 취임 발표

8월 잭슨홀 연설에서도 그는 단기금리 중심의 정책, 비전통적 수단의 제한적 사용, 시장의 과도한 연준 신호 의존 문제를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규모 자산매각 일정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워시 — In Our Time

이 구상이 어려운 이유는 연준의 보유채권을 줄여도 경제 전체의 부채와 위험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국채를 덜 보유하고 정부의 차입 필요는 유지된다면, 민간이 더 많이 보유해야 한다.


민간에 새로운 돈이 풀리는 거래가 아니다.

연준이 은행에 채권을 매각하면 은행은 준비금을 지불하고 채권을 받는다. 유동성이 높은 준비금이 금리위험을 가진 자산으로 바뀐다.

따라서 핵심은 채권을 누가, 어느 수익률에서, 어떤 자금으로 인수하는가다.

장기자금을 가진 투자자가 보유하는 경우와 단기 차입으로 큰 포지션을 만드는 경우는 다르다. 후자의 비중이 커지면 충격 때 강제 매도가 발생하고 연준의 재개입을 요구할 수 있다.

워시의 목표는 연준의 장부를 줄이는 동시에, 연준이 다시 필요해지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8. AI — 생산성의 확장과 노동 참여 통로의 축소


이 지점에 AI가 들어온다.

AI는 기업이 성장할 때 추가로 필요로 하는 노동량을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매출과 업무량이 늘어나면 분석·개발·고객응대·지원 인력을 채용해야 했다. 앞으로는 기존 인력과 더 많은 컴퓨트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처음부터 대규모 해고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신입 채용 축소, 퇴사자 미충원, 외주 계약 감소만으로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율은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 연구진의 2026년 8월 분석에서는 AI 노출이 높은 직종의 22~25세 고용이 노출이 낮은 또래 집단의 증가 추세를 따라갔을 경우보다 19% 낮았다. 주된 경로는 해고보다 채용 감소였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인과효과의 확정치로 보지 않으며, 경제 전체의 광범위한 고용 대체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명시한다. Stanford — Canaries in the Coal Mine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기업 성장과 고용 증가의 연결이다.

AI 선도기업이 비용을 낮추고 시장점유율을 높여도 그 성장에 참여하는 노동자가 과거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경쟁에서 밀린 기업의 고용까지 감소하면 압력은 더 커진다.

생산성과 기업이익이 좋아지는 동안 노동시장 진입 기회는 좁아질 수 있는 것이다.

As Alex Karp warns AI will wipe out jobs, Palantir is betting on neurodivergent talent and high school grads

9. 값싼 지능이 만드는 세 가지 집중화


이전 「생각정리 346 — AI Polarization and Contradiction」에서는 AI의 집중화를 세 층으로 나눴다.

  • 컴퓨트·모델·데이터 등 생산수단의 집중.

  • AI를 깊게 활용하는 개인과 기업으로의 활용 집중.

  • 생산성 이익이 귀속되는 소유권의 집중.

Citadel Securities가 Ramp 자료로 분석한 2026년 7월 직원당 AI 지출은 상위 1% 기업에서 전월 대비 49%, 상위 10%에서 25%, 중앙값에서 9% 증가했다. 개인별 토큰 수가 아닌 기업의 AI 지출 지표지만, 활용 격차가 확대되는 방향을 보여준다.

Citadel Securities — Elastic Expectations

같은 AI에 접근할 수 있어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

한 사람은 기존 업무 일부를 빠르게 처리한다. 다른 사람은 고객 확보부터 분석·실행까지 전체 업무를 연결하고, 이전에 여러 사람이 하던 일을 통제한다.

이 경우 개별 과업의 능력 격차는 줄어들면서도 전체 성과와 소득의 격차는 커질 수 있다.

다만 집중화의 정도는 경쟁과 신규 진입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모든 AI 자본이 영구적인 초과이익을 누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값싸진 지능을 더 큰 사업과 소득으로 연결할 수 있는 주체에게 보상이 집중될 가능성은 중요하게 보고 있다.

Citadel Securities — Elastic Expectations

10. 그린스펀이 본 인간 — 축적하려는 욕망과 지키려는 욕망


이런 변화는 이전 「앨런 그린스펀 Alan Greenspan」에서 정리했던 인간의 본성과 연결된다.

그린스펀의 관점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산권이 인간의 자기이익 추구를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연결한다는 설명이었다.

성과가 자신에게 돌아오고, 축적한 재산이 보호된다고 믿으면 사람은 현재의 소비를 미루고 투자한다. 위험을 부담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더 생산적인 활동을 선택할 유인이 생긴다.

경쟁은 그 과정에서 성과를 검증하고 자원을 재배치한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또 다른 욕구가 있다.

이미 확보한 직업과 소득,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구다.

이것은 단순한 나태함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람은 특정 기술과 경력, 자격과 인간관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기술 변화로 그 가치가 낮아지면 새로운 분야로 옮기는 데 비용과 불확실성이 따른다.

남은 경제활동 기간이 짧거나 부양·주거비 부담이 크다면, 전환보다 기존 소득을 지키려는 선택이 개인에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사회 전체에는 자원의 이동이 유리해도, 개인에게는 자신이 축적한 인적자본을 보호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AI가 그 차이를 빠르게 벌린다면, 생산성 향상과 사회적 불안은 함께 커질 수 있다.

11. 소비의 불안이 정부부채로 이동하는 경로


노동소득의 불안은 실제 실직 이전부터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계는 현재 소득뿐 아니라 앞으로 그 소득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집을 사고, 대출을 받고, 장기적인 지출을 결정한다.

직업 전망이 약해졌다고 판단하면 월급이 그대로여도 소비와 차입을 줄일 수 있다.

기대 생애소득 약화 → 예방적 저축 증가 → 소비·차입 둔화 → 기업 매출과 고용 압박.

반면 자본소득이 늘어난 가계가 감소한 노동소득과 같은 금액을 추가 소비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임금 총액이 증가하더라도 증가분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다수 가계의 소비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 IMF 연구진도 AI에 따른 노동소득 비중 하락과 소득·부의 집중을 중요한 위험으로 다룬다. IMF — Broadening the Gains from Generative AI

이 불안이 정치로 이동하면 소득과 생활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의 구매력은 자산과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민주주의의 투표권은 자산 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 경제적 이익이 집중되고 불안은 넓게 퍼질수록 보상 요구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생활 안정을 유지하라는 요구와 세금 부담을 높이지 말라는 요구, 기업의 투자도 지켜달라는 요구를 동시에 받는다.

이 갈등을 현재에 해결하기 어렵다면 차입은 비용을 미래로 분산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소득 집중 → 생활 안정 요구 확대 → 재원 부담에 대한 합의 부족 → 차입을 통한 갈등의 유예.

이전지출은 GDP의 정부소비·투자 항목인 G에 직접 포함되는 지출은 아니지만,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통해 C를 지지한다.

그 결과 소비를 유지하는 기반이 노동소득에서 재정 지원으로 일부 이동할 수 있다.

정부부채의 비용이 미래 세대에 그대로 일대일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세대는 공공자산과 채권도 함께 물려받는다. 다만 생산능력이나 세입을 충분히 늘리지 못한 채 차입 의무가 누적되면, 미래의 세금·지출 조정과 이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12. 이 경로에서는 워시가 물러날 공간이 좁아진다


초기에는 AI CAPEX가 소비의 약화를 가릴 수 있다.

데이터센터·전력·반도체·건설 투자가 늘고, 기업이익과 자산가격이 이를 뒷받침하면 GDP는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생각정리 359 (* AI Is the Exit, G20)

그러나 투자 증가세가 둔화된 이후에는 최종수요가 더 중요해진다. 노동소득과 가계 구매력이 충분히 늘지 않았다면 투자수익성도 압박받을 수 있다.

정부가 그 부족한 구매력을 차입으로 보완하는 동안 연준이 B/S까지 축소한다면, 민간은 더 많은 국채와 금리위험을 인수해야 한다.

물가가 안정돼도 장기금리가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이 관계는 「생각정리 360 — Rate Divergence」에서 다뤘다.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정부의 차환 비용이 늘고,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도 영향을 받는다.

민간이 단기 차입으로 국채를 소화했다면 시장 충격이 강제 매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채는 정부의 부채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담보이기 때문에, 불안은 달러 자금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때 연준에 대한 개입 요구는 정부의 이자비용 문제를 넘어 금융시스템의 기능 문제로 들어온다.

정부가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 부채를 늘리고, 민간이 그 부채를 불안정하게 소화한다면, 위험은 다시 연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물론 대응이 반드시 QE일 필요는 없다. QT 중단, 담보대출, 레포, 달러 스와프 등으로 한시적인 유동성을 공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반복되면 ‘작고 덜 개입하는 연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목표는 어려워진다. 연준 연구진도 작은 B/S, 안정적인 단기금리, 적은 개입 사이의 긴장을 지적한다. 연준 — Balance-Sheet Trilemma

워시는 연준의 장부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어도 경제 전체의 위험을 없앨 수는 없다.

13. 반대 경로 — 생산성의 과실이 축적과 새로운 소득으로 연결된다면


그렇다고 AI가 반드시 정부부채와 중앙은행 의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 경로도 가능하다.

사회가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업과 개인이 새로운 생산방식에 투자하며, 그 성과를 보유할 수 있다는 신뢰가 유지되는 경우다.

기존 사업의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확대되며, 새로운 기업과 직무가 성장한다.

이 경우 생산성 향상은 기업이익뿐 아니라 실질소득과 투자 기회, 세입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AI 도입 → 생산성 향상 → 새로운 수요·사업 확대 → 소득과 부의 축적 → 지속 가능한 사회적 배분 여력 확대.

여기서 성장의 성과가 확인되기 전에 예상 부를 이미 확보한 것처럼 영구적인 지출을 약속하는 것과, 실제로 형성된 소득·세입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다르다.

생각정리 255 (* Korea’s Political Risk)

후자의 경우 사회안전망은 차입으로 기존 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장치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과 사업으로 이동하고,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지원을 성장 이후까지 미룬다는 의미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약속의 규모가 실제 생산성과 재정 능력에 의해 뒷받침되는가다.

그린스펀 관련 글에서 생각했던 선순환도 이와 연결된다.

재산권과 보상이 위험 부담을 유도하고, 위험 부담이 생산성과 부를 늘린다. 그 부의 일부가 생활의 기본적인 안정과 재도전을 뒷받침하면, 사회는 다시 더 많은 생산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축적과 안전이 서로를 지탱하는 경로다.

14. 같은 AI, 다른 재정과 다른 연준


두 경로의 차이는 AI의 성능 하나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만들어진 이익이 얼마나 새로운 수요로 연결되는지, 노동과 자본이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는지, 사회적 배분에 대한 합의가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좋은 경로에서도 장기금리가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많아지면 자본 수요와 균형 실질금리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그때의 높은 금리는 약한 소득과 불안한 재정이 감당하는 금리와 다르다. 기업과 가계, 정부의 현금흐름이 함께 개선된다면 높은 자본비용을 견딜 능력도 커진다.

워시에게 중요한 것은 낮은 금리 자체보다, 연준이 위험을 지속적으로 인수하지 않아도 민간이 자금을 조달하고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일 것이다.

그 경우 명목 B/S를 일부 줄이거나, GDP 대비 비중을 낮추고, 보유자산의 구성을 바꾸는 정상화가 더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


글을 마치며 — 연준의 크기는 사회가 남겨놓은 위험과 연결돼 있다


1907년에는 민간이 감당하지 못한 공황이 중앙은행을 필요로 했다.

1930년대에는 충분히 개입하지 못한 실패가 공적 역할의 확대를 가져왔다. 전쟁기에는 정부의 자금조달이 통화정책을 제약했고, 1951년에는 그 경계를 다시 세웠다.

2008년 이후에는 금융시스템의 복잡성과 위기의 전염이 연준의 역할을 더 넓혔다.

그리고 지금은 AI가 생산과 소득 배분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워시의 계획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변수는 그의 의지 밖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AI의 생산성 이익은 집중되고, 다수의 생활을 유지하는 비용은 정부 차입으로 쌓이며, 그 부채를 민간 금융이 불안정한 방식으로 인수한다면 연준이 물러날 공간은 좁아질 것이다.

반대로 AI를 통해 생산성과 부를 충분히 키우고, 그 성과가 새로운 수요와 소득, 세입과 재도전의 여력으로 연결된다면 연준의 개입을 줄일 기반도 강해질 수 있다.

워시의 작은 연준은 연준 내부의 결심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정부가 시장의 자금조달 조건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민간이 위험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하며, 가계가 연준의 자산가격 지원에만 기대지 않고 소득과 소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에 봐야 할 것은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만은 아닌 듯하다.

그 생산성이 누구의 소득이 됐는가.
전환의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가.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누구의 부채가 늘어났는가.

이 질문의 답이 앞으로의 정부부채와 장기금리, 그리고 연준이 차지할 자리를 함께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이익을 늘리더라도,
그 성공이 다수의 소득과 생활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생산성의 과실은 일부에 집중되고,
전환의 비용은 정부부채로 쌓인다면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사회와 금융의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


그 부담을 민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위험은 다시 연준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한다. 

=끝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생각정리 360 (* Rate Divergence)

주말동안 있었던 여러 매크로 관련 이슈들을 묶어서 기록 정리해본다.

정부가 낮추려는 금리와 시장이 요구하는 금리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재무장관, 그리고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본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는 물가와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듯하다.

트럼프는 9월 4일 연준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면서 무역적자 상대국들과의 교역 중단까지 언급했다. 베센트는 이란과의 충돌이 끝나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나아가 4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고, 이에 따라 물가와 채권금리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발언, 베센트 인터뷰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물가 둔화가 이어진다면 정책금리 동결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제시한 근원 PCE의 최근 3개월 연율 상승률은 **2월 4.76%에서 7월 3.05%**로 낮아졌다. 향후 물가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조건부 입장이다. 연준, 월러 연설

미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유가와 생활비를 낮추고, 가계의 금융비용을 줄이며, 정부도 조금 더 낮은 금리로 부채를 차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경로가 과거처럼 작동할 수 있을까.

유가가 내려가고 Fed Funds Rate이 낮아지면, 장기 시장금리도 함께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이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1. 정책금리가 내려가도 장기금리는 오를 수 있다


먼저 금리를 결정하는 시간축부터 다르다.

연준은 현재의 단기자금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준다. 반면 10년, 30년 동안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는 그 기간의 성장과 물가, 향후 정책금리, 그리고 장기간 위험을 감수하는 데 필요한 보상을 함께 평가한다.

장기 국채금리 ≈ 향후 단기금리의 평균 예상치 + Term Premium

여기서 Term Premium은 미래 금리와 물가의 불확실성 등을 감수하고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다. 현재 정책금리가 낮아져도 미래 금리 전망이나 기간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장기금리는 충분히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뉴욕연준, Treasury Term Premia

실제로 이런 모습은 이미 나타났다.


자료: 연준 통화정책보고서 — 정책금리, 금융시장. 두 지표의 관측기간에는 차이가 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내리는 동안 시장은 향후 추가 인하 기대를 줄였고, 장기 실질금리는 상승했다.

정책금리 인하와 장기 차입비용 하락이 항상 함께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에도 9월 2일 장중 미국 10년물은 4.81%, 30년물은 5.292%까지 거래됐다. 이번 상승에는 유가와 추가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함께 반영돼 있다. Barron’s, 9월 2일 채권시장

그렇다면 다음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이것이다.

유가와 단기 물가 충격이 진정된 이후에도, 장기금리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힘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2. 정부의 차입이 줄지 않는데 민간의 자본 수요까지 늘어난다


고령화와 재정지출의 경직성은 이전 글에서 정리했다.

생각정리 350 — Debt, Centralization

국가부채와 글로벌 장기자금 경쟁의 관계도 아래 글로 갈음한다.

생각정리 347 — AI Fiscal Race, Public Debt

이번 글에 필요한 결론은, 주요국 정부의 차입 필요가 경기회복만으로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IMF의 2026년 4월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정부부채는 2025년 GDP의 **약 94%에서 2029년 100%**로 상승한다. IMF, Fiscal Monitor

이 상황에서 AI가 새로운 민간 자본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료: OECD, Global Debt Report 2026. 조달액은 차환을 포함하며, CAPEX와 회사채 발행 전망은 서로 다른 지표이므로 합산하지 않는다.

정부는 기존 부채를 차환하고 새로운 재정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동시에 기술기업은 데이터센터와 AI 생산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외부자금을 조달한다.

반면 OECD는 중앙은행의 국채 보유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에게 더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OECD 보고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주체는 늘어나는데, 그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는 더 높은 보상을 따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국채의 한계 매수자가 요구하는 수익률도 달라질 수 있다.

3. AI의 생산성은 나중에 오지만 CAPEX는 먼저 발생한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단위비용을 낮출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그 생산성을 얻으려면 먼저 AI Physical Infrastructure를 건설해야 한다.

반도체와 서버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냉각설비와 변압기, 건설인력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5월 27일 연설에서 기업들이 발표한 데이터센터 계획이 1.5조 달러 이상이며, 그중 실제로 실현된 부분은 작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첨단 장비, 전문 건설인력의 가격 압력도 함께 언급했다. 연준, 쿡 연설

이 금액은 발표된 계획이다. 앞으로 얼마나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고금리에도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이전 글에서 다뤘다.

생각정리 357 — Beyond the Cycle, k-EPC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시간차다.

AI CAPEX → 자금·설비·전력 수요 증가 → 생산능력 확보 → AI 도입 확산 → 생산성 개선

자본과 실물자원에 대한 수요는 앞에서 발생한다. 경제 전체가 생산성 개선의 혜택을 얻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유가가 하락해 단기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장기자금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유가 안정과 장기 자본비용 안정 사이에 시간차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4. 금리인하가 오히려 AI 투자를 더 자극한다면


여기에 한 가지 역설이 생긴다.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책금리가 낮아졌는데, AI 투자의 기대수익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기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자는 추가 수익을 얻을 기회를 찾는다. 차입비용 하락은 일부 프로젝트의 금융조달을 쉽게 만들고, 투자 가능한 사업의 범위도 넓힌다.

AI 분야에서 위험을 감안한 기대수익성이 충분한 프로젝트가 많다면, 이러한 자본이 AI 관련 지분투자와 대출, 인프라 금융으로 배분될 유인도 커진다.

BIS는 낮은 금리가 금융기관의 수익률 추구와 위험 인수를 강화하는 경로를 연구했다. 미국과 유럽의 상장은행 약 600개를 분석한 2009년 연구는 저금리의 지속이 금융기관의 위험 인수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BIS, Monetary Policy and the Risk-Taking Channel

이 연구가 AI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실증은 아니다. 다만 단기 수익률이 낮아질 때 자본배분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Fed Funds Rate 하락
→ 단기 안전자산 수익률·일부 조달비용 하락
→ AI 관련 위험자본 공급 확대
→ 신규 CAPEX와 차입 증가
→ 장기자금 수요 확대
→ 장기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압력

중요한 연결고리는 신규 투자다.

기존 주식의 가격만 상승하는 경우보다, 새롭게 조달된 지분자본이 대출과 회사채 발행을 동반하고 실제 데이터센터·전력설비 건설로 이어질 때 이 경로는 강해진다.

프로젝트의 위험을 감안한 수익성이 유지된다면, 금리인하가 투자를 앞당기고 그 투자가 다시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금융공급이 늘면서 AI 관련 신용스프레드가 좁아질 수도 있다. 이후 추가 투자와 차입이 확대되면 장기 기준금리에는 다시 상방압력이 생길 수 있다.

단기 금융여건의 완화가 장기 자본 수요를 더 크게 만드는 역설이다.

5. 장기금리는 어느 힘이 더 강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정책금리 인하는 장기채 매수를 늘리는 힘도 갖고 있다.

투자자는 단기금리가 더 내려가기 전에 장기 국채의 수익률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 미래 단기금리 전망이 낮아지는 것 자체도 장기금리를 낮추는 요인이다.

결국 아래의 힘들이 함께 작용한다.

앞으로 AI 투자와 정부의 차입 수요가 충분히 강하다면, 금리인하에 따른 장기금리 하락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하가 이뤄지면, 시장은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재긴축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단기금리는 내려가지만 장기금리는 높은 수준에 남거나, 경우에 따라 오르는 모습도 가능해진다.

6. 결국 과거의 중립금리 Anchor를 다시 봐야 한다


AI의 영향은 현재의 CAPEX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늘어나면,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본의 규모 자체가 커질 수 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2월 17일 연설에서 AI가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경우 기업의 투자와 자본 수요가 늘어나 금리에 상방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도 미래소득 증가를 기대해 저축을 줄일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더 높은 균형금리인 r-star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 바 연설

AI는 생산비용을 낮추면서 동시에 자본의 수익성과 투자 수요를 높일 수 있다.

Productivity 상승
→ 투자 기회 확대
→ Capital Demand 증가
→ 균형 실질금리 상승 가능

여기에 국채 공급과 기간프리미엄 부담이 겹치면,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장기 명목금리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금리의 Anchor 이동은 이 변화에 가깝다.

과거의 낮은 중립금리와 낮은 기간프리미엄을 앞으로의 장기 자본비용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경제가 필요로 하는 균형금리는 높아졌는데 정책금리만 낮춘다면, 그 금리는 투자와 수요를 더 자극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은 그 결과까지 장기금리에 반영한다.

7. 미국의 자본 수요는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연결된다


미국의 AI 투자가 미국 안에서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보험사와 연기금, 국부펀드와 자산운용사는 미국채·유럽채·일본채뿐 아니라 회사채와 인프라 대출, 부동산 금융을 함께 비교한다.

이들이 미국 AI 인프라에 배분할 자금을 늘린다면 다른 자산에 대한 배분도 영향을 받는다.

국채 공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민간 장기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 정부도 신규 매수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할 수 있다.

최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국부펀드의 채권 벤치마크에서 정부채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고, 기관보증 MBS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권고했다. Norges Bank, 채권 투자전략 검토

아직 권고 단계이지만, 대형 장기투자자가 국채와 다른 채권의 위험프리미엄을 다시 비교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국가별 영향의 크기는 다를 것이다. 환헤지 비용과 자국의 경기·물가, 국내 투자자의 국채 수요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달러 환헤지 비용이 낮아지면 해외 투자자의 미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방향은 중요하다.

미국의 AI CAPEX가 확대될수록 글로벌 자본배분의 기준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다른 국가의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정리한 ‘r은 세계화되고, g는 AI 인프라를 따라간다’는 생각도 이와 연결된다.

8. 이제는 금리인하 여부와 자본비용을 따로 봐야 한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다음 FOMC에서 금리를 내리는지에만 있지 않다.

인하 이후에도 장기 실질금리와 기간프리미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AI 투자계획이 실제 금융조달과 CAPEX로 전환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AI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가 취소되거나, 경기침체로 민간 차입이 줄고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면 장기금리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재정조정이 실제로 진행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정책금리 인하만으로 모든 자산의 할인율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다.

AI 인프라 기업 역시 매출과 수주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금융비용과 유지·교체 CAPEX, 가동률을 반영한 현금수익률이 자본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성장이 강한 산업일수록 자본도 많이 필요하다. 그 자본의 가격까지 함께 봐야 한다.

#글을 마치며


미국 정부는 물가와 금리를 낮추려 할 것이다.

동시에 AI 투자를 늘려 생산성과 성장률을 높이려는 정책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생각정리 359 — AI Is the Exit, G20」에서 정리했다.

그런데 그 두 목표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수 있다.

단기금리를 낮추면 일부 금융비용은 줄어든다. 하지만 높은 기대수익성을 가진 AI 투자에 자본이 더 공급되고, 그 투자가 추가 차입과 설비 수요로 이어지면 장기 자본비용에는 다시 상방압력이 발생한다.

여기에 주요국의 Public Debt와 차환 수요는 계속 남아 있다.

정부는 낮은 금리를 원하지만, 시장은 늘어나는 자본 수요를 감당할 수익률을 요구한다.

앞으로는 Fed Funds Rate이 내려가는 시기에도 장기자본은 여전히 비쌀 수 있다.

정책금리의 방향만으로 채권시장과 자산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끝 


2026년 2월 1일 일요일

생각정리 173 (* Kevin Warsh)

지난 주말 잠시 대전에 내려가는 길에 케빈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https://namu.wiki/w/%EC%BC%80%EB%B9%88%20%EC%9B%8C%EC%8B%9C


나는 케빈 워시를 **“연준을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모습, 즉 더 작고 덜 개입적인 중앙은행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2008년 이전의 연준은 어떤 통화정책 체계였으며,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이후의 극복 과정에서 연준은 어떻게 변형·팽창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의 자서전 『21세기 통화정책』을 다시 펼쳐보았다. 금융위기 대응 과정은 주로 2부 5장부터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행적을 따라가면서, 오늘의 연준, 그리고 케빈 워시 체제의 방향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서브프라임 위기와 시스템 리스크의 전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한다. 주택가격 하락은 단순한 부동산 조정을 넘어, 이를 기초로 한 MBS·CDO 등 파생상품 시장을 거쳐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 더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번져 나간다.


주택·파생상품 가격 급락 → 금융기관 손실 확대 → 담보가치 하락 → 추가 매도 압력이라는 메커니즘이 겹치면서, **패닉 셀(panic sell)**이 글로벌 자산가격을 끌어내리고, 다시 가격 하락이 추가적인 패닉 셀을 부르는 자기강화적 악순환이 형성되었다.


이 시점에서 연준은 전통적 의미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개입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위기의 속도와 범위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넘어서는 것이었다.


2. 대출창구의 낙인 효과와 ‘비전통적’ 최종대부자


연준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출창구(Discount Window)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은행들의 증언에 따르면

  • 연준 대출창구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 “재정상 문제가 있는 은행”이라는 **낙인(stigma)**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여

  • 자금이 절박한 은행조차 창구 이용을 꺼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전통적인 최종대부자 수단은 심리적·평판적 제약에 막혀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

한편 신용경색은 금융부문에서 민간 실물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은행의 은행”에 머무는 수준을 넘어, 비금융 부문에까지 직접 개입하는 최종대부자 역할을 떠맡게 된다.

  • 민간 상업어음(Commercial Paper) 시장 지원

  • ABS(자산유동화증권) 매입 및 유동성 공급


을 통해 연준은 사실상 민간 신용시장을 직접 떠받치는 플레이어로 전환되었다. 이는 2008년 이전 연준의 역할과 비교하면 범위와 강도 면에서 질적으로 다른 단계이다.


2008 금융위기를 전후로 급증한 FED BS



3. 글로벌 달러 부족과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


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 금융회사뿐 아니라 해외 은행들 역시 달러 자금 확보에 몰리기 시작한다. 이른바 **국제 달러 부족(dollar shortage)**가 발생하자 해외 은행들은 미국 단기자금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염 조짐이 커지자 연준은 해외 중앙은행들과 대규모 통화스와프(swap line) 협정을 체결한다. 연준이 달러를 공급하고 각국 중앙은행이 이를 자국 은행에 재공급하는 구조를 통해, 연준은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최종대부자로서 기능하기 시작한다.


시스템 리스크의 전파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스와프 라인과 비상 유동성 공급은 최소한 더 큰 붕괴를 막는 방화벽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4. 베어스턴스, 리먼, 머니마켓 뱅크런, 지급준비금의 팽창


베어스턴스 파산에 이어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발생하면서 시장의 공포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 와중에 대표적인 머니마켓 펀드였던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Reserve Primary Fund)**가 리먼 채권을 상각하면서 기준가 1달러를 지키지 못하고 1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이른바 ‘브레이크 더 벅(break the buck)’ 사태가 실제로 발생한다.


이 사건은 머니마켓 펀드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고, 며칠 사이에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하는 사실상의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머니마켓 펀드에 대한 임시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기존 예금보험 범위를 넘어서는 공적 안전망으로 추가적인 뱅크런을 차단하고자 했다.


이러한 조치가 이어지는 동안 은행 지급준비금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이는 이후 통화정책 운용에서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남게 된다. 이때부터 연준의 대차대조표( Fed BS)는 기존 평시 수준과는 다른 새로운 레짐으로 진입한다.


5. 장기증권·MBS·국채 매입: 양적완화(QE)의 출발


각종 대출 프로그램과 통화스와프 협정 등으로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시장이 진정되지 않자, 연준은 더 나아가 대규모 장기증권 매입, 즉 **양적완화(QE)**를 도입한다.

이른바 QE1은 2008년 말 발표되어 2010년 봄까지 집행되었고, 대략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 기관채(Agency Debt)·MBS(주택저당증권) 대규모 매입

  • 장기국채 추가 매입


특히 연준은

  • 모기지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을 사실상 공적 관리체제로 편입시키고,

  • 이들이 발행한 MBS를 직접 대규모 매입함으로써


미국 주택금융 시스템 전체를 연준의 자산·부채 구조 안으로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정부·연준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하며 MBS를 매도하기 시작했고, 이 물량 상당 부분을 연준이 사실상 받아내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동시에 연준은 장기국채 매입을 통해 국채시장에도 직접 개입했다.


이때부터 미국 통화정책은 단기금리 조정 중심의 전통적 틀을 넘어, ‘대규모 자산매입(Large-Scale Asset Purchases)’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한다.


QE1



6. 제로금리·포워드 가이던스·점도표의 등장


증권 매입에 이어 연준이 취한 또 다른 축은 다음 두 가지이다.

  1. 정책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인하(ZIRP)

  2.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사전 안내) 도입


이 시기에 도입된 **점도표(dot plot)**는 FOMC 위원들이 예상하는 향후 정책금리 경로를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수단으로, 이후 연준 커뮤니케이션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연준은 민간채·국채 매입을 위해 막대한 기준통화(지급준비금)를 공급했고, 그 결과 연준 내부에서도

  • 물가상승(인플레이션)

  • 자산 인플레이션(자산버블)


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버냉키는 통화공급이 늘어나더라도 ‘시중에 돈이 실제로 돌지 않으면’ 당장의 물가·자산가격 급등은 제한적이라고 보았고,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 경험을 근거로 이러한 우려에 반론을 제기한다.

동시에 그는 장기국채·MBS 매입을 통해 장기금리를 낮추면,

  • 대출시장 활성화

  • 기업 투자 확대

  • 주택·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확대

를 유도하여 단기 경기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정책의 이점을 강조했다.


7. QE1의 종료와 ‘광의의 QT’ 구상, 그리고 레포 시장


QE1은 2010년 봄을 전후해 매입이 종료되며 일단락된다. 위기의 가장 급박한 국면이 지나가자, 2009~2010년에는 곧바로 QE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버냉키 역시 QE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었고, 어느 시점에는 비대해진 연준 보유자산을 축소하고, 필요하다면 매각까지 검토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다. 자산 축소 과정에서 필요한 유동성은 **은행 외 기관투자가(머니마켓 펀드 등)**로부터 단기자금을 조달해 충당하는 방안이 논의되었고, 이는 이후 레포(Repo) 시장 구조를 적극 활용·확대하는 계기와 맞물리게 된다.


다만 이 시점에서 연준이 실제로 나아간 방향은 “대규모 적극적 자산매각”이 아니라,

  • 추가적인 BS 확대는 자제하고,

  • 만기 도래 자산의 재투자 여부를 조정하면서,

  • 시간에 걸쳐 서서히 정상화를 도모하는


정도의, 일종의 ‘광의의 QT’ 구상에 가까웠다. 방향은 “줄인다”였지만, 실질 행동은 “더 이상 크게 늘리지 않는다”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8. 유럽발 위기와 QE2, 그리고 EM 자산 버블


그러나 곧 유럽발 재정·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미국 경제는 다시 하방 압력을 받기 시작한다.


이에 2010년 말 연준은 '광의의 QT' 실행을 접고 **2차 자산매입(QE2)**를 재결정한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일정 기간 동안

  • 장기 국채를 매달 상당 규모(약 750억 달러 수준)의 속도로 매입


하는 프로그램으로, 연준의 BS는 다시 한 번 확대된다.


QE2는

  • 향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키우고,

  • 인위적인 자산 버블 형성 위험을 높이며,

  •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글로벌 자본이 신흥국(EM)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 결과 EM에서는

  • 통화 강세

  • 자산가격 상승

  • 은행대출 확대


가 겹치면서 EM 자산 버블 성격의 호황이 전개되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QE2



9.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와 만기 구조 왜곡


유럽위기는 장기화되었고, 미국 내에서는

  • 부채한도 문제를 둘러싼 입법부–행정부 갈등,

  • 금융위기 후유증을 반영한 대출기관·감독당국의 엄격한 자본규제


등이 겹치며 경기가 다시 약세를 보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연준은 2011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만기연장 프로그램)**를 발표한다.

  • 장기 국채를 추가로 매입하는 대신

  • 단기 국채를 매각하여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 대차대조표 총량은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 보유 포트폴리오의 평균 만기를 장기로 늘리는 방식이다.


이 조치는 장기금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동시에 연준이 보유한 채권의 평균 만기를 길게 만들었다. 이는 훗날 대차대조표를 줄이고자 할 때 자산을 되팔거나 상각하는 과정이 더 어려워지는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위기 전염을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가 우세했다.


10. QE3, 무제한 매입 약속, 긴축발작, 그리고 완만한 SOFT LANDING 시도


2012년 중반까지 유럽 경제는 여전히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 여파가 미국으로 전염되자 연준은 다시 한 번 공격적으로 나선다.


2012년 9월 연준은 **3차 QE(QE3)**를 발표한다.

  • 우선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MBS를 기한 없이(open-ended) 매입하겠다고 선언하고,

  • 이후 매월 45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 매입을 추가해,

  • 결과적으로 **매월 850억 달러(400억 MBS + 450억 국채)**를 순매입하는 구조를 만든다.


공식 문구상 “특정 연도까지”라는 달력식 기한을 직접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 고용·인플레이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매입을 지속하겠다는 조건부 약속과

  • 당시 제시된 금리 포워드 가이던스를 감안하면


시장은 이를 장기간 지속되는 초완화 국면으로 받아들였다.

이때 QE3의 핵심 특징은 그것이 사실상 “무제한적(open-ended)” 성격을 띠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비판은 명확했다.

  • 이런 방식은 연준 대차대조표만 비대하게 만들 뿐이며,

  • 고용·성장에 대한 실질 기여는 제한적일 수 있고,

  • 무엇보다 출구전략(Exit)을 극도로 어렵게 만드는 유산을 후대에 남긴다는 것이다.


연준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 프로그램의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 비용이 지나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 있다는 면책조항
을 포함시킨다.


이후 고용시장이 실제로 개선되기 시작하자, 버냉키는 자산매입 축소(taper)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다. 2013년 이 발언이 나오자 **미국 장기금리가 급등하고, EM 자산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발생한다.

연준은 이 긴축발작을 직접 목도한 뒤, 급격한 축소·매각 시나리오에서 한발 물러서게 된다.

  • 대규모 적극적 자산매각이 아니라

  • 매입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고(taper)

  • 만기 도래·재투자 정책을 조정해

  • 시간을 두고 BS를 정점에서 천천히 내려놓는


방식의 완만한 SOFT LANDING 시도로 전략을 수정한다.


버냉키는 2013년 12월부터 월간 매입 규모를 감소시키기 시작해, 결국 2014년 10월 QE3를 종료한다. 이 과정에서 QE는 **“무제한 매입–급격한 출구”가 아니라, “긴축발작을 계기로 속도를 조절한 완만한 축소”**라는 형태로 일단락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QE3



11. 팬데믹 시기의 QE 재가동과 연준 BS 재팽창


그러나 한 번 끝난 QE가 영원히 봉인된 것은 아니었다. 2020년 팬데믹 사태가 닥치자,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을 사실상 정식 매뉴얼처럼 다시 꺼내 든다.

  • 제로금리 재도입

  • 대규모 자산매입 재개

  • 각종 대출 프로그램 재가동 및 확대


을 통해 연준은 다시 한 번 대규모 유동성을 시스템에 주입한다. 그 결과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비대해졌고,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이 비대함을 어떻게, 어느 속도로 줄여 나갈 것인지가 통화정책의 핵심 난제로 부상했다.


버냉키가 참고했던 역사적 교훈은 명확하다. 대공황 시기 연준은 뱅크런 국면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는커녕, 오히려 통화를 축소함으로써 최종대부자 역할에 실패했고, 그 결과 위기의 규모와 피해가 극단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즉, 버냉키 시대 연준은 **“위기 시에는 무엇보다 먼저, 그리고 크게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체질이 바뀌었고, 이 틀은 팬데믹 시기까지 반복 적용되었다.


Covid19 전후


12. 케빈 워와 ‘자산매각을 통한 연준 축소’라는 메시지


이제 시선을 다시 케빈 워시로 돌려보자.

워셔는

  • 위기 당시 연준 이사로서 비상조치에는 동참했지만,

  • 이후 QE2·QE3와 비대해진 연준 BS에 대해 꾸준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인물이다.


그의 문제의식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위기 시 QE는 불가피할 수 있으나, 그 이후 BS 정상화에 실패하면

    • 자산가격 왜곡,

    • 레버리지 확대,

    • 재정규율 약화
      를 초래한다.

  2.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금리만이 아니라 BS 규모 자체를 정책 레버로 활용해야 한다.

  3. 필요하다면 **연준이 직접 자산을 매각(outright sale)**해서 BS를 줄여야 한다.

즉, 워셔를 둘러싼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QT(재투자 중단·만기 방치)”라는 완곡한 표현을 넘어,

**“연준이 들고 있는 국채·MBS를 실제 시장에 ‘매각’함으로써,
비대해진 연준의 몸집과 영향력을 구조적으로 줄이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만기 도래를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 국채와 MBS 등 보유자산을

  • 실제 시장에 내다 파는(outright sale) 방식을 통해


연준의 BS를 줄이겠다는, 보다 공격적이고 명시적인 연준 축소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맺음말: 새로운 파티장, 민간형 QE, 그리고 펀치볼의 자리 이동


전통적으로 연준 의장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비유가 있다.

경기가 과열되기 시작하면
파티가 무르익기 전에 펀치볼(punch bowl)을 치우는 사람이 바로 연준이다.


과거의 파티는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단기 정책금리 하나가 파티의 온도를 결정했다. 금리를 올리면 파티 열기가 식고, 금리를 내리면 다시 달아오르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파티장은 다르다.

  • 거대해진 연준의 대차대조표(BS),

  • 여러 차례 QE로 인위적으로 낮춰놓은 장기금리,

  • 위험자산·부동산을 떠받치는 포트폴리오 채널,

  • 정부의 막대한 적자·부채를 가능하게 만든 준(準)재정 기능


이 모두가 한데 얽혀 있는, 완전히 다른 구조의 파티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케빈 워시는 단순히

“금리가 너무 낮아지면 펀치볼을 치우는 전통적 연준 의장”


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워셔를 이해하는 보다 적절한 비유는 다음에 가깝다.

“QE와 비대해진 연준 BS라는 새로운 파티장 한가운데서,
그 파티를 가능하게 만든 펀치볼 자체를 없애려 하는 인물”


이라는 것이다.

워셔가 상정하는 긴축은 금리만을 올리는 고전적 긴축이 아니다.

  • 연준의 자산매입을 되돌리고,

  • 보유 국채·MBS를 실제로 시장에 매각하며,

  • 그 과정에서 연준의 크기와 시장 개입 범위를 구조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논의에서 등장하는 **“QE의 주체가 연준에서 민간은행으로 이전된다”**는 평가는, 워셔 체제에서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다.


첫째, 연준은 금리 수준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거나 인하하면서도,
둘째, 보유한 국채·MBS를 매각해 BS를 줄이고,
셋째, 그 물량을 미국 은행·보험·자산운용사가 자기 대차대조표(레버리지)를 확장하며 떠안는 그림이다.


형식상으로는 연준 입장에서 QT·자산매각이 진행되지만, 시스템 전체로 보면 **장기금리 안정과 재정소화 기능을 민간이 대신 수행하는 “민간형 QE”**와 비슷한 구조가 된다.

이 경우 글로벌 자산시장에서는 몇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 연준이라는 가격에 둔감한 매수자가 사라지면서,
    장기 듀레이션에 대한 보상인 term premium이 다시 올라갈 소지가 커진다.

  • 은행과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가 국채·MBS 쪽으로 더 많이 배분되면,
    상대적으로 **EM·크레딧·주식 등 위험자산에 할당할 수 있는 위험 수용 능력(capacity)**이 줄어든다.

  • 이 조합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위험자산 밸류에이션에 조정 압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M 환율 측면에서 보더라도, 표면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EM 통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연준 BS 축소와 민간형 QE로 인해

  •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축소되고,

  •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EM에서 자금이 먼저 빠져나가는 구조가 강화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EM 통화 약세·달러 강세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미국채 금리는 또 다른 방향에서 재조정 압력을 받게 된다.

  •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는 워셔–트럼프 조합 하에서 내려갈 수 있지만,

  • 연준이 떠안고 있던 듀레이션을 민간이 대신 가져가는 과정에서
    term premium이 다시 위로 올라갈 여지가 크다.


이 두 힘이 겹치면, 10년·30년 금리가 이론적으로 예상되는 것만큼 잘 내려가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그림도 충분히 상정 가능하다.

정리하면, 케빈 워시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 “그가 매파인가, 비둘기인가”라는 이분법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틀에서

  • 위기 때마다 반복된 QE와 비대해진 연준 BS라는 새로운 파티장이 어떻게 해체될 것인지,

  • 그 과정에서 펀치볼은 어디까지 치워질 것인지,

  • QE의 주체가 연준에서 민간으로 이동할 때 글로벌 자산시장·EM 환율·미국채 금리가 어떤 새로운 균형점을 찾게 될 것인지


를 함께 읽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끝


#글을 마치며


6월 지방선거 이후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코스피 5,000, 코스닥 3,000을 외쳐왔던 정치권이 앞으로 어떤 평가와 메시지를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다만 현재의 지수 수준을 두고, 이를 정치권의 어떠한 “성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증시의 상승은 정치권의 특정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라기보다는,

  • OpenAI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술 발전이 우연히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린 점,

  • 동시에 글로벌 레짐 변화 속에서 한국의 방산·조선·원자력 산업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점


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편이 현실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다시 말해, 한국 증시는 운 좋게도 현재의 글로벌 사이클에서 선택받은(side beneficiary)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케빈 워시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한국 증시의 중장기 흐름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의 행보가 지금까지의 발언과 시그널에서 짐작되듯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그때에도 이를 정치권의 어떤 “노력”의 결과로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다소 회의적이다.


정리하면, 현재와 같은 지수 수준은 국내 정치권의 의지나 정책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글로벌 유동성·기술 패러다임·안보 레짐 변화 속에서 한국 자산이 상대적으로 간택된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그 흐름이 이제 반대 방향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는게 아닐까 한다. 만약 하락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특히 국내 레버리지 투자자를 중심으로 손실의 책임을 묻는 비난의 화살이 정부와 정치권으로 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본다.

=끝

2026년 1월 14일 수요일

생각정리 161 (* 금통위, 원달러환율, AI)

오후 3시 TSMC 실적 발표를 기다리면서 특별한 이슈가 없던 와중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환율·M2 관련 발언을 듣게 되었다.

그 발언을 계기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단순한 경기 사이클인지, 아니면 한국 사회 구조 변화의 징후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글은 이전글에 이어 그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다.


1. 펀더멘털은 정말 좋아졌는가


최근 몇 몇달간 한국의 표면적인 거시지표는 분명 나쁘지 않다.

  • 메모리 반도체를 필두로 방산·조선·미디어·K-뷰티·K-엔터 등 수출 주력 산업의 성장세가 강화되고 있고

  •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도 1% 초반에서 1% 후반 수준까지 상향 조정되고 있으며

  • 공급 우위가 이어지는 저유가 기조 속에서 수입물가와 경상수지 환경도 과거에 비해 나쁘지 않다.


이러한 지표만 놓고 보면, 이창용 총재의 말처럼
“펀더멘털은 개선되고 있는데, 왜 원화는 구조적으로 약세를 보이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환율은 언제나 경상수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경제에서는 일정 시점 이후부터 자본계정이 환율을 지배하는 구간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한국처럼 글로벌 위험선호와 포지션 변화에 민감한 통화에서는 그 경향이 더 강하다.

겉으로는 “성장률·수출·유가”라는 전통적 변수들이 괜찮아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 자본과 인구·세대 구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가 점점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 겉과 속이 다른 한국 경제의 구조


표면적인 수출·성장률과 달리, 내가 보는 한국의 중장기 구조는 오히려 더 녹록치 않다.

우선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청년층의 사회 진입 지연이다.
최근 AI 도입, 채용 축소, 업무 자동화 등이 맞물리며 사회초년생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
이는 과거 IMF 전후 세대가 겪었던 사회 진입 지연과 닮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 IMF 전후에는 고성장·자유무역이라는 외부 환경이 있었다.
    높은 GDP 성장률이 세대 간 자산격차, 노동시장 문제 등 구조적 갈등을 상당 부분 가려주었다.

  • 지금은 저성장·보호무역·공급망 블록화가 글로벌 GDP 성장률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더 이상 “성장이 모든 문제를 덮어주는 시대”가 아니며,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즉, 숫자로는 ‘괜찮아 보이는’ 성장과
내부적으로 누적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 구조에 가깝다.


3. 청년 고용 구조와 AI 시대의 역설


청년 고용 통계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실업률이 몇 %”라는 숫자보다 불편한 현실이 드러난다.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 미취업자 = 실업자 + 비경제활동인구(‘쉬었음’ 포함)

  • 이 중 ‘쉬었음’은 통계상 “일할 의사도, 적극 구직도 없는 상태”로 분류되는 인구이다.


20~29세, 30~39세 모두에서 미취업자 비중이 상당히 높고, 그 안에서 ‘쉬었음’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향후 소득·자산 축적 경로가 끊겨 있는 인구층이 두꺼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층위의 문제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향후 생산성·소비·세수·연금·복지 지출까지 모두를 관통하는 구조적 이슈로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AI 채용 확대라는 새로운 축이 이 구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1. AI 도입은 기업 입장에서 초기·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먼저 적용되기 쉽다.
    이는 곧 엔트리 레벨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 남는 일자리는 더 높은 숙련·복합 역량을 요구하게 되고,
    기업은 ‘소수 정예 채용’에 가까운 방식으로 인력을 뽑게 된다.

  3. 그 결과, **“경력은 없지만 잠재력은 있는 청년층”**이 진입할 수 있는 사다리가 더 가팔라진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대한 정책·교육·노동시장 시스템의 대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며 이러한 추세는 AI 발전의 방향과 노동시장 시스템이 서로 반대방향을 향해 서 있는 상황이라 더욱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 청년 고용 구조는,

  • AI가 만들어내는 신규 기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 AI가 대체하는 일자리는 그대로 줄어드는,


일종의 ‘AI 발전에 대한 대척점’에 서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렇게 되면 청년층의 “쉬었음”과 미취업 상태는 경기 회복만으로 해소되기 어렵고,
단기간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구조적 실업·비참여 문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장기적인 생산성·세수·소비 기반 약화로 이어진다.


4. 고령화·부동산 자산구조·소비력 약화의 연쇄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 은퇴세대의 구조도 함께 봐야 한다.

  • 은퇴세대의 자산은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 자산의 명목 규모가 크더라도, 유동성이 부족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힘은 약하다.


그 다음 세대로 내려가면,

  • IMF 전후 세대는 사회 진입이 늦어지며 자산 축적이 지연되었고,

  • 현재의 2030 세대는 높은 자산가격과 고용 불안 속에서 자산 형성 기회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


결국 세대별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 자산은 비유동적이거나 부족하고,

  • 지속 가능한 소비 여력은 취약하며,

  • 그 결과 국내 수요·서비스 산업의 성장 잠재력도 제약된다는 점이다.

이 연쇄를 거시적으로 보면,

  • 생산성 하락 압력이 누적되고,

  • 사회복지·의료·돌봄 등 재정 지출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며,

  • 중장기적으로는 통화가치 하방(원화 약세)과 재정 부담 확대라는 형태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상대적으로 덜 왜곡된 인구구조와 자산 구조를 가지고 있어
달러의 장기 펀더멘털을 지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5. 미국 일극과 ‘자본 유출형’ 원화 약세


이 지점에서 다시 이창용 총재의 발언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최근 원화 약세를 보며,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얼마나 공급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 구조가 개인·기업·기관의 ‘자산 방어 본능’을
국내 원화자산이 아니라 해외 달러자산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구조는 단순하다.

  1. 수출·실적이 좋아져도,

  2. 개인·기관·기업이 주식·채권·대체투자에서 달러 자산 비중을 구조적으로 늘리면,

  3. 환율은 **경상수지가 아니라 자본계정(해외투자·자본 이동)**에 의해 지배된다.


여기에,

  • 미국의 관세 정책,

  • 공급망 재편,

  • 미국 내 설비투자 러시(IRA, 첨단 제조 인센티브 등)


같은 내러티브가 결합하면, 실제 현금흐름이 발생하기 전부터
“미국 중심 달러 자산에 미리 올라타야 한다”는 포지셔닝이 선행된다.

원화는 구조적으로 리스크 온/오프에 민감한 통화이기 때문에,
포지션이 한쪽으로 기울면 원화 약세가 과장되는 국면이 반복해서 나타나기 쉽다.


6. 달러는 벌리지만, 스팟에 안 나온다: 미시구조의 역설


미시적인 외환시장 구조도 함께 봐야 한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이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로가 작동해야 한다.

  • 수출 증가 → 달러 유입 확대 → 달러를 원화로 환전 → 원화 강세 압력


하지만 실제로는,

  • 수출기업이 달러를 즉시 스팟에서 팔지 않고,

  • 대차·운용·차입 상계 등 다양한 형태로 달러를 보유·관리한다면,

  • 현물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 시장에서는 “달러가 부족하다”는 신호가 강화되어 오히려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

즉,

“수출이 좋아서 원화가 강해져야 하는데,
미시적으로는 달러 스팟이 타이트해져서 오히려 원화가 약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국민연금과 당국 간의 FX 스왑 한도 협의,
수출기업의 달러 보유·매도 유도 등의 정책적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7. AI가 가속하는 Home Bias 약화와 자본 이동


앞서 청년 고용 구조에서 AI가 고용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측면을 봤다면,
이제는 AI가 자본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게 된다.

불과 1~2년 사이에,

  • 해외 기업 공시,

  • 현지 뉴스와 정책 문서,

  • 산업 리포트와 콘퍼런스 콜 요약 등


과거에는 현지 IB·리서치에 크게 의존해야 했던 정보들이
이제는 AI를 통해 직접 탐색·분석 가능한 영역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이 변화는,

  • 해외 주식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 정보의 양과 질에서 국내·해외 간 격차를 줄이며,

  • **국내 자산에 머물러야 할 이유(Home Bias)**를 약하게 만든다.


그린스펀이 이야기했던

“정보격차 축소 → Home Bias 약화 → 자본의 효율적 이동”


이라는 메커니즘이,
이번에는 AI 기술을 매개로 한 차례 더 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내부의 생산·고용·세대 구조는 AI와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
자본 이동 측면에서는 AI가 달러 자산 선호를 더 강하게 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 노동·고용 측면에서는 AI의 충격을 완화할 안전망·전환 장치가 부족하고,

  • 자본·투자 측면에서는 AI 덕분에 해외·달러 자산으로의 이동이 더 쉬워지는,


다소 불균형한 구조가 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8. 소로스의 재귀성이론과 환율의 자기강화 메커니즘


마지막으로, 최근 다시 펼쳐본 조지 소로스의 재귀성이론을 떠올려 본다.

소로스의 핵심은,

  • 금융시장은 완전하지 않으며,

  • 가격 변화가 다시 참여자의 인식·행위를 바꾸고,

  • 그 변화된 인식과 행위가 다시 실물과 가격을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현재 한국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재귀 구조를 그릴 수 있다.

  1. 세대 간 자산·소비력 격차, 고령화, 성장 둔화, AI에 따른 고용 불안 등
    사회 구조적 불안이 존재한다.

  2. 이 불안이 원화 약세 기대를 낳고, 실제 환율이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3. 원화 약세가 체감되면서, 개인과 기관은
    국내 원화 자산을 줄이고, 달러 자산 비중을 늘리며 자산을 방어하려 한다.

  4.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더 늘어나 환율이 추가로 상승하고,
    환율 상승은 다시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

  5. 위축된 실물 심리는 다시 성장 기대를 낮추고,
    성장 둔화는 재차 원화 약세 논리를 강화한다.


이처럼,

“구조적 불안 → 원화 약세 → 불안 심리 확대 → 추가 자본 유출 → 더 약한 원화”


라는 재귀적 루프가 형성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호조와 실적 개선으로 경기가 좋아 보이더라도,
개인이 체감하는 미래의 불안은 여전히 크고,
그 불안이 다시 환율과 자본 흐름을 통해 실물·심리를 재구성하는 국면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9. 맺음말: ‘펀더 개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원화 약세


정리하면, 최근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 수출과 잠재성장률 등 표면적인 펀더멘털 개선,

  • 고령화·부동산 편중·세대별 소비력 약화 등 내부 구조의 취약성,

  • AI 도입이 청년 고용을 압박하는데도, 이에 대한 정책·제도 대응이 느린 현실,

  • 미국 일극 체제와 달러 자산 쏠림,

  • 수출기업의 달러 보유·환전 지연 같은 미시 구조,

  • AI로 인한 정보격차 축소와 Home Bias 약화로 인한 해외투자 확대,

  • 그리고 소로스식 재귀 메커니즘


이 겹쳐서 나타나는 결과로 보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


이창용 총재의 질문,
“펀더가 좋아지는데 왜 원화는 약한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답은 아마도,

“펀더멘털이 좋아졌냐, 나빠졌냐”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한국이 이미 ‘펀더멘털만으로 환율이 설명되던 시대’를
어느 정도 지나온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에서 더 잘 찾아질 것이다.

#글을 마치며


30대 중반인 내 입장에서 이 문제는 더 이상 거시경제 차트 위의 선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생활의 문제이다.

부모·삼촌 세대의 은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산 축적 격차와 자산 구조이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고, 현금흐름은 충분치 않다. 결국 은퇴 이후의 노후 부담은 일정 부분 자녀 세대, 그러니까 우리 세대의 책임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양가 부모를 어느 정도는 부양해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감당해야 할 현금흐름과 자산 수준에 대한 압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실무 현장에서 체감하는 AI 확산 속도는 이 불안을 더 키운다. 리서치,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 같은 업무의 효율성은 분명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동시에 그 효율성이 언젠가 지금의 나라는 노동자를 덜 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이 따라온다. 당장 내일 자리가 사라질 것 같아서가 아니라, 5년, 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서 쉽게 가시지 않는다.

여기에 앞으로 가족을 꾸리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더해지면, 불안의 층은 더 두꺼워진다. 도심 아파트 가격은 이미 충분히 높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은 압박이 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주거비, 교육비, 생활비는 매년 오를 것만 같고, 그러다 보니 “원화로 벌어 원화 자산만 들고 있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통계로 보는 물가상승률보다, 실제로 체감되는 것은 생활 전반을 서서히 조이는 압박감에 가깝다.

이런 개인 차원의 불안과 압박은 결국 자산 선택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그래도 한국에서 마지막까지 수요가 붙을 것 같은 자산”이라는 인식 아래 도심 내 아파트로,
다른 하나는 한국의 구조적 불안보다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달러 자산·미국 주식으로 향하는 선호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2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98%로 집계돼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현황 | 연합뉴스


https://tradingeconomics.com/south-korea/currency


거시적으로는 인구 구조, 고령화, 성장 둔화가 원화 약세를 설명하겠지만, 미시적으로는 30대 중반 개인이 느끼는 불안·책임·의무가 부동산과 달러 자산 선택으로 이어지고, 그 선택들이 모여 결국 환율과 자본 흐름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아, 예외는 있다. 해외주식 41억 원 정도를 이미 보유하고, 세 자녀 유학비로 20억 원 정도를 쓸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소수의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원화 약세와 달러 선호는 단순히 “한국 펀더멘털이 나빠서 생긴 현상”이 아니다.

각자의 삶에서 체감하는 불안, 책임, 방어적 선택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의 환율은 더 이상 경제 교과서에 등장하는 숫자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집합적인 심리의 가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끝

2025년 12월 30일 화요일

생각정리 150 (* 연준의 기원)



대공황, 연준, 그리고 ‘큰 정부’의 기원


— 밀턴 프리드먼을 다시 읽고


연말 휴가 동안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다시 읽었다.

20대 후반에 처음 읽었을 때는 “자유시장 옹호”라는 큰 틀만 어렴풋하게 남았을 뿐, 구체적인 역사·정책 논쟁은 잘 와 닿지 않았던 기억뿐이었다.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투자 실무에서 체감한 경험도 부족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나 미국의 부채 레버리지 확대 같은 이슈도 아직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연준의 독립성 논쟁, 각국 재정적자의 상시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재부상이라는 현실을 겪은 뒤라서인지, 프리드먼이 이야기하는 통화와 국가의 역할, 그리고 대공황·연준·복지국가의 기원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이 글은 프리드먼의 시각을 따라가며

  • 1929년 대공황의 정치·경제적 의미,

  • 1907년 공황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탄생,

  • 연준의 통화정책 실패와 ‘대수축’(Great Contraction),

  • 그리고 뉴딜·케인즈경제학·큰 정부의 정당화

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 보는 시도이다.


1. 대공황이 남긴 정치·경제적 상처


대공황(Great Depression)
은 1929년 뉴욕 증시 붕괴에서 시작해 193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 세계적 경제위기이다. 산업 생산·국제무역이 급락하고 실업은 두 자릿수로 치솟았으며, 각국에서 대량 실업과 빈곤이 일상 풍경이 되었다.(Encyclopedia Britannica)

그 파장은 경제를 넘어 정치·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 독일에서는 극심한 실업과 불만이 나치당과 히틀러의 부상에 비옥한 토양이 되었고,

  • 일본에서는 해외 시장·자원 확보를 명분으로 한 군부 주도의 팽창정책이 강화되었으며,

  • 중국에서는 세계공황·은본위제 붕괴·전시 재정난 등이 겹치며 통화불안·인플레이션과 정권 불안정이 심화되었다.


경제사 관점에서 대공황은 다음과 같은 믿음을 남겼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방치하면 주기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기를 관리하고,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이 인식 속에서 루즈벨트의 뉴딜(New Deal) 은 구제·공공사업·금융개혁·사회보장제도 등을 통해 연방정부의 역할과 복지국가의 토대를 대폭 확장했다.(Encyclopedia Britannica)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 실업급여·연금·사회보장,

  • 경기침체 시 재정지출 확대,

  • 금융규제와 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


은 상당 부분 이 시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공황은 정말 시장경제의 내재적 실패였는가,
아니면 통화정책에 실패한 중앙은행(연준)의 인재였는가.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먼저 연준이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1907년 공황과 연방준비제도의 탄생


2-1. 1907년 공황: 예금 지급 제한과 시스템 마비


연준의 기원은 1907년 금융공황(Panic of 1907) 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10월, 뉴욕의 신탁회사들을 중심으로 뱅크런이 발생했고 뉴욕증권거래소 주가는 전년 고점 대비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당시 미국에는 중앙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위기 대응은 사실상 민간 금융가와 개별 은행에 맡겨져 있었다.(연방준비제도 역사)

은행·신탁회사들은

  • 예금 지급을 제한하거나 일시 중단하고,

  • J.P. 모건 등이 민간 컨소시엄을 조직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간신히 막았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붕괴를 막았지만, 동시에 결제 시스템과 신용공급을 마비시켜 통화·신용을 급격히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1907~1908년의 경기침체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심각한 실물 불황을 동반했다.(연방준비제도 역사)

이 경험은 금융계와 정치권에 명확한 문제의식을 남겼다.

민간 금융가의 자발적 구조조정만으로는 위기를 막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마지막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가 필요하다.


2-2. 1913년 연방준비법과 연준의 설립


이 문제의식은 여러 차례의 조사·논의를 거쳐 1913년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 제정으로 이어진다.(Investopedia)

이 법에 따라

  • 미국 전역을 12개 구역으로 나눈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s) 이 설립되고,

  • 워싱턴 D.C.에 연방준비제도 이사회(Board of Governors) 가 설치된다.(위키백과)


연준에 부여된 핵심 기능은 다음과 같다.

  • 발권 기능: 연방준비권(Federal Reserve notes)을 발행해 통화량을 조절

  • 최종 대부자 기능: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업은행에 재할인·대출 제공

  • 은행·결제 시스템 감독: 준비금·결제·감독 기능을 통해 시스템 안정 도모


즉, 1907년처럼 예금 지급 제한 → 결제 마비 → 통화 급감 → 실물대공황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막기 위해, 연준은 필요할 때 통화를 공급하고 은행에 유동성을 투입할 법적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연방준비제도 역사)


3. 1차 세계대전과 연준의 위상 변화


3-1. 전비 조달과 인플레이션


연준의 위상이 급격히 달라진 계기는 1차 세계대전이다.
미국은 1917년 참전하면서 막대한 전비를 조달해야 했고, 연준은

  • 전쟁채권 판매 지원,

  • 저금리 유지·통화 공급 확대


를 통해 전쟁 재정을 뒷받침하는 중심 기관이 되었다.(HISTORY)


이 과정에서 1910년대 후반 미국 물가는 빠르게 상승했고, 전쟁이 끝난 이후인 1919~1920년에도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는 점이 기록된다.(Encyclopedia Britannica)

이 경험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1. 연준이 재정·전쟁정책을 뒷받침하는 통화정책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잡았고,

  2. 전쟁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과정에서
    “연준의 결정이 경기·물가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3-2. 벤저민 스트롱과 1920년대의 연준


이 시기의 핵심 인물이 뉴욕 연방준비은행 초대 총재 벤저민 스트롱(Benjamin Strong) 이다.
그는 1914년부터 1928년 사망 때까지 뉴욕 연준을 이끌며, 사실상 연준 시스템 전체의 정책 방향을 주도했다.(위키백과)


프리드먼의 평가에 따르면 스트롱은

  • 경기부양과 긴축의 균형을 맞추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 한 능력 있는 통화관리자였고,

  • 1920년대 연준의 상대적 안정성을 이끌던 핵심 리더였다.


그의 급작스러운 사망(1928년)은

  • 뉴욕 연준과 워싱턴의 이사회,

  • 여러 지역 연준들 사이의 권력 균형 변화를 촉발했다.


이사회는 뉴욕 연준의 영향력을 견제하려 했고, 지역 연준들은 이사회 리더십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결과 1920년대 후반의 연준은 분열되고 우유부단한 의사결정 구조로 이행하게 된다.


4. 1929~1933년: ‘대수축’과 연준의 실패


4-1. 주가 붕괴 이후의 초기 대응


1929년 10월 뉴욕 증시 붕괴 이후, 뉴욕 연준은 스트롱 시절에 익숙했던 방식대로

  • 국채 매입 등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공급하며

  • 금융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려 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와 다른 지역 연준들은

  • 과도한 완화가 투기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 뉴욕 연준의 영향력 견제라는 정치적 동기 속에서


공세적 완화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프리드먼의 표현을 빌리면, 이 시점부터 연준은 점차 “방관적이고 수동적인 통화정책” 으로 후퇴한다.

4-2. 은행 파산과 통화량 1/3 감소 – ‘대수축’


문제의 핵심은 1930~1933년 사이 반복된 은행 파산과 뱅크런이었다.

  • 수천 개 은행이 문을 닫으며 예금이 동결·소멸되었고,

  • 연준은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


프리드먼·슈워츠의 계산에 따르면, 1929년 경기 정점에서 1933년 저점까지 미국의 통화량(M2)은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이 기간의 급격한 통화수축은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가격·임금·산출이 동시에 하락하는 대규모 디플레이션 충격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Encyclopedia Britannica)


프리드먼은 이 시기를 **“대수축(The Great Contraction)”**이라고 부르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대공황은 시장경제의 자생적 붕괴가 아니라,
연준이 은행위기를 방치하고 통화수축을 용인한 결과이다.


4-3. 금본위제의 족쇄와 긴축


여기에 국제 금본위제 체제가 추가적인 족쇄로 작용했다.

  • 1931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하자,

  • 투자자들은 달러의 금 태환 가능성을 의심하며 금으로 이동했다.(Encyclopedia Britannica)

  • 미국은 금본위제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통화긴축을 선택했다.


금본위제 아래에서 통화당국은

  •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금 유출을 막기 위해

  •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을 줄이는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프리드먼의 시각에서 보자면,

연준은 금본위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경제를 희생하는 결정을 반복했고,
그 결과 디플레이션과 실업이 한층 심화되었다.

 


5. 뉴딜, 케인즈경제학, 그리고 ‘큰 정부’의 정당화


5-1. 루즈벨트의 뉴딜과 복지국가의 토대


대공황의 정치적 책임을 떠안은 후버 대통령은 1932년 선거에서 루즈벨트에게 패했고,
1933년 출범한 루즈벨트 정부는 뉴딜(New Deal) 을 내세워 대규모 정책 전환에 나선다.


뉴딜은

  • 공공사업 및 고용 프로그램(CCC, WPA, PWA 등),

  • 금융개혁(FDIC 설립, 은행 휴업, 증권규제),

  • 농업·주택 지원,

  • 1935년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 등을 통해(Encyclopedia Britannica)


미국 연방정부의 역할을 “야간경찰국가(minimal state)”에서 복지국가(welfare state)의 방향으로 크게 확장시켰다.

즉, 대공황은

  • 경기관리(거시경제 안정화)와

  •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제공이라는 명분 아래


“큰 정부” 모델
을 정당화한 결정적 계기였다.

5-2. 케인즈경제학과 프리드먼의 반론


사상적으로 이 전환을 뒷받침한 것은 케인즈경제학(Keynesian economics) 이다.

  • 유효수요 부족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 이때는 정부의 재정지출과 통화정책으로 수요를 보완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공황의 경험과 결합하면서 주류 거시경제학 패러다임이 되었다.(Encyclopedia Britannica)


프리드먼은 여기서 두 가지를 문제 삼는다.

  1. 대공황의 원인이 시장·민간경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으로만 해석되었고,

  2. 그 결과 정부·중앙은행 권한 확대가 구조적으로 정당화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공황은 “자유시장 = 위험, 정부개입 = 안전”이라는 이분법을 낳았지만,
실제로는 연준의 통화정책 실패와 제도 설계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한 원인이었다.

 


6. 연준 권력의 제도화와 오늘의 논쟁


대공황·뉴딜·제도개편을 거치며

  •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지역 연준들에 대한 권한을 강화했고,(위키백과)

  • 연준은 독립적인 통화정책 기구이자, 금융안정·위기대응의 중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드먼의 비판적 서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연준은 대공황 시기 최종 대부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해 위기를 대형 참사로 키웠음에도,

  2. 이후 역사에서는

    • 경기확장기에는 자신의 공을 강조하고,

    • 위기 때는 외부 요인 탓을 하는 경향이 강했다.

  3. 그럼에도 연준의 상징·권위, 그리고 정치·경제 체제 내 영향력은 오히려 강화되었다.


물론 오늘날의 연구들은

  • 대공황의 원인을 연준의 실책 하나로 환원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면서도,

  • 연준의 통화 수축과 은행위기 방치가 위기를 극단적으로 심화시켰다는 점에는 상당한 합의를 보인다.(Encyclopedia Britannica)

이 지점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 연준의 독립성 논쟁,

  •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가능성


이라는 오늘의 쟁점은, 결국 **“국가·중앙은행·시장 사이의 역할 분담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대공황 이후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질문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맺음말: 다시 프리드먼으로, 그리고 지금의 연준으로


정리하면,

  • 1907년 공황은 “민간이 감당할 수 없는 금융위기 앞에서 누군가는 최종 대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남겼고,(연방준비제도 역사)

  • 그 결과 탄생한 연준은 1차 세계대전, 1920년대, 대공황을 거치며
    재정·통화·금융을 아우르는 핵심 권력기관으로 변모했다.

  • 대공황과 뉴딜은
    시장의 실패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큰 정부·복지국가·중앙은행 권한 확대를 정당화했다.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이 역사를 거꾸로 읽으면서,
대공황을 시장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통화정책 실패가 키운 인재로 해석하고,
오늘날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 큰 정부,

  • 복지정책,

  • 독립적인 중앙은행


의 정당성을 다시 묻는다.


여기에 한 가지 개인적인 인상을 덧붙이자면, 연준의 기원 자체가 애초부터 정치적 권력투쟁의 산물이었다는 점이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다.

100년 전 연준을 둘러싼 논쟁과 오늘날 연준 인사·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나란히 놓고 보면, 연준이라는 조직이 권력을 둘러싼 정치집단이라는 측면에서는 과거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 1907년 → “중앙은행이 필요하다”

  • 1930년대 → “큰 정부·복지가 필요하다”

  • 2008년 → “무제한 유동성과 비상대출이 필요하다”

  • 2020년 → “팬데믹 재정·통화 쌍둥이 부양이 필요하다”

매번 위기 → 제도·권한 확대 → 새로운 ‘뉴 노멀’ 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독립적”이라고 불리는 기관(연준)은 계속해서 더 깊이 정치와 시장 사이의 경계에 발을 담그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동시에 과거 연준 의장들의 자서전을 반복해서 읽어볼수록, 그리고 최근에는 앨런 그린스펀의 자서전을 곱씹어볼수록, 

21세기 통화정책 (*벤 버냉키)
The Lord of easy money
The Age Of Turbulence, Alan Greenspan

그들이 구사한 통화정책이 실제 거시경제의 결과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또 어느 지점부터는 정치·시장·우연이 섞인 구조적 결과였는지는 누구나 한 번쯤 던져볼 만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진행 중인 연준 독립성 논쟁, 재정 팽창과 부채 문제, 인플레이션 재부상을 생각하면,
연준의 기원과 대공황의 해석을 다시 뜯어보는 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는 권력투쟁의 구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2026년을 앞두고 연준의 위상 변화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부각되는 만큼, 과거 아서 번스 시기처럼 정치적 압력에 정책이 휘둘리거나 1931~1933년 연준 내부의 권력투쟁처럼 의사결정이 마비되면서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할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참고 자료(링크)


=끝

2025년 12월 25일 목요일

생각정리 148 (* 생각정리 147 (* 2026년 미국 시나리오-2 금리)

휴가기간동안 꽤나 굵직한 이슈들이 많이 나온것 같다.

여행기간 동안 머릿속에 둥둥떠다녔던 금리전망에 관한 생각을 하나로 엮어서 글로 기록해본다.


2026년 미국 금리 시나리오


– 한 번 내리고, 더 높은 바닥에서 멈추는 금리


0. 문제의식: 왜 지금 금리 구조를 다시 봐야 하는가


1편에서 2026년 미국경제를
**“C·I·G는 강하고, NX는 약한 고성장–고불안정 구조”**로 정리했다.

이 글(2편)은 같은 시나리오를 금리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초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중립 실질금리 r 상향*:
    왜 “다시 제로금리로 돌아가는 세계”가 아니라
    “3% 안팎에서 새 바닥을 형성하는 세계”인지를 정리한다.

  2. 한 번 내리고, 다시 올릴 수 있는 2차 타이트닝:
    디스인플레이션 이후에도 AI·재정·유동성 결합이 금융여건을 과열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본다.

  3. 정책금리 vs 시장금리(금융여건) 디커플링과 TERM PREMIUM 쇼크:
    특히 2H26~2027·2028년으로 갈수록
    TERM PREMIUM(장기금리 위험 프리미엄) 쇼크를 안고 가는 구조적 리스크가
    어떻게 누적되는지 시간축으로 정리한다.


1. 전제: 금리에만 필요한 최소한의 거시 설정


세부 거시 스토리는 1편에 있으므로,
금리 분석에 필요한 부분만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1. 정책·제도 환경

  • 트럼프 2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 연준 의장 인사에 대한 정치적 압력,
    점도표 폐지·2% 인플레 타깃 재검토 논의.

  • 형식적 독립성은 유지되지만,
    정치적 압력이 매우 강한 연준이라는 전제이다.

  1. 정책 믹스

  • OBBBA 감세 + 2026년 1분기 대규모 세금 환급 → 소비(C) 1회성 부스트.

  • AI·에너지 인프라 CAPEX → 투자(I) 구조적 상방.

  • 2026년 상반기, 선거를 앞둔 확장 재정(G).

  • QT 종료 + T-bill 매입 → 연준 대차대조표 완만한 재팽창(미니 QE).

  1. 실물·물가 구조

  • AI·CAPEX로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보다 높은 레벨로 이동.

  • 유가·에너지 공급, 서비스 효율화, 주거비 디스인플레이션 →
    공급발 디스인플레이션, 즉 “성장은 나오는데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인 환경이다.

이 전제 위에서 금리를 본다면,
우리가 다루는 세계는 한 줄로 요약해 다음과 같다.

**“성장·투자·유동성은 강하고, 물가는 공급 측 덕에 버티는 세계에서
금리는 어디까지, 어떻게 내려갈 수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다.

 


2. 금리의 기준틀: 단기 인플레이션 vs 장기 r*·TERM PREMIUM


금리 경로를 볼 때 가장 먼저 분리해야 하는 축은 두 가지이다.

  1. 단기·중기: 인플레이션·고용과 정책금리

  2. 장기: 중립 실질금리 r*와 그 위에 얹히는 term premium

2-1. 단기·중기: 디스인플레이션이 만들어 주는 ‘1차 인하 여지’


연준이 단기적으로 보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 실제 인플레이션(π) vs 목표(π* = 2%)의 차이,

  • 실업률·성장률 vs 잠재 수준의 괴리.

우리가 상정하는 2025년 말~2026년 초의 환경은 다음과 같다.

  • 헤드라인 물가: 3% 안팎, 핵심 물가는 점진적인 하향.

  • 실업률: 완전고용을 약간 상회.

  • QT 종료, T-bill 매입 개시 → 대차대조표는 더 이상 줄지 않고 느리게 확대


즉,

**“인플레 피크(7~9%) 시기 대비 상당히 식었고,
실물지표는 침체라 부를 정도는 아닌 상태”**이다.


이 조합에서는

  • 2022~23년의 5%+ 기준금리는 과잉긴축 영역이었고,

  •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된 2025~26년에는
    →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 근처까지 내릴 정당성이 생긴다.

따라서 1차 금리 인하 사이클은

**“완화로의 본격 전환”이라기보다는
“고강도 긴축을 중립으로 되돌리는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2-2. 장기: r*는 왜 2010년대보다 높은 레벨에서 형성될 수 있는가


중립 실질금리 r*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경제가 잠재성장률로 성장하고, 인플레가 목표 수준에 안정돼 있을 때의 실질금리”


이를 결정하는 것은 단기 물가가 아니라 구조 요인이다.

  • AI·디지털 전환에 따른 총요소생산성(TFP) 개선

  • 인구·노동공급

  • 재정·부채 구조

  • 글로벌 저축·투자 균형

이 시나리오에서 r*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크게 두 갈래이다.

  1. AI·CAPEX에 의한 잠재성장률 상향

  • 데이터센터·클라우드·HPC·전력망·에너지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CAPEX는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생산능력·생산성 자체를 끌어올리는 투자이다.

  • 이 경우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2% 내외)보다
    한 단계 높은 2% 중후반~3% 근방에서 형성될 수 있다.

  1. 재정·대외 불균형 확대 → TERM PREMIUM 상방 압력

  • 감세·지출 확대 → 구조적 재정적자 확대.

  • 강한 내수·투자 + 관세·대외마찰 → 경상수지·대외 불균형 확대.

  • 이는 r*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위에 얹히는 **term premium(장기금리 위험프리미엄)**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종합하면,

  • 실질 r*는 AI·생산성·잠재성장률 상승 때문에
    0% 내외(2010년대) → 1% 안팎으로 상향될 수 있고,

  • **시장 기준 장기 금리(10년물)*는
    r
    + 인플레(2~3%) + term premium을 반영해
    **명목 3~4%대가 “새로운 중립 레벨”**에 가까운 그림이 된다.

이 세계는

**“다시 제로금리로 돌아가는 세계”가 아니라,
“한 번 내리고, 3% 안팎에서 바닥을 새로 정하는 세계”**이다.

 


3. 금리 경로 3단계: 0단계 → 1단계 → 2단계


시간축 기준으로 금리 경로를 구조화하면 다음과 같다.

  1. (0단계) 인플레 피크와 고강도 긴축기 – 2022~23년, 이미 경과

  2. (1단계) 디스인플레이션 + 1차 인하 – 2024~1H26

  3. (2단계) AI CAPEX와 r* 정착 – 2H26 이후 구조 구간

3-1. (0단계) 인플레 피크와 고강도 긴축기 – 이미 지난 구간

  • 시기: 2022~23년.

  • 특징:

    • 인플레이션 7~9%.

    • 기준금리 0%대 → 5%+로 급격한 인상.

    • QT 본격화, 대차대조표 축소.

이 구간에서 금리는

  • 인플레 대비 실질로 크게 플러스,

  • 잠재성장률·r* 모두를 상회하는 강한 긴축 구간이다.

정책 목표는 단 하나였다.

“인플레이션을 꺾는다.”


3-2. (1단계) 디스인플레이션 + 1차 인하 – 2024~1H26


우리 시나리오에서 현재 위치는 여기에 가깝다.

조건:

  • 인플레는 명확히 피크아웃,
    목표(2%)보다는 높지만 3% 안팎으로 내려온 상태.

  • 실업률은 완전고용에서 약간 위.

  • QT 종료, T-bill 매입 → 준비금 확장, 유동성 환경은 긴축에서 중립 쪽으로 이동.

연준의 판단은 대략 다음과 같다.

  • 5%+ 금리는 더 이상 필요 없다.

  • 디스인플레이션·고용을 감안하면 3%대 중립 수준까지는 내릴 수 있다.

  • 그러나 제로금리로 돌아갈 명분은 없다.

그래서 1단계의 금리 경로는

  • 5%+ → 3%대 중반 근처까지의 1차 인하,

  • 고강도 긴축을 중립으로 되돌리는 정상화 과정이다.

3-3. (2단계) AI CAPEX + r* 정착 – 2H26 이후 구조적 구간


2H26 이후에는 1편에서 설정한 C·I·G 구조가 본격적으로 실물에 반영되는 구간이다.

  1. 총수요는 여전히 강하다

  • OBBBA 환급, 세후소득 개선, 에너지 가격 완화 → 소비(C) 견조.

  • AI·에너지 CAPEX → 투자(I) 상방.

  • 상반기 확장 재정 → 정부지출(G) 플러스.

  1. 총공급도 개선된다

  • AI 서비스 생산성·에너지 공급·주거비 디스인플레이션 →
    물가 상단을 눌러 주는 힘.

따라서,

“실질 성장률은 높고, 인플레는 생각보다 안정적인 구간”


이 나올 수 있다.

이때 자연스러운 정책금리 레벨은,

  • 실질 r* ≒ 1% 내외,

  • 인플레 ≒ 2~3%,

→ 명목 3~4%대가 중립 구간이다.

1단계에서 5%+ → 3%대로 내려온 후,

  • 정책금리는 3%대에서 동결,

  • 혹은 r* 근처에서 플랫하게 유지,


되는 그림이 베이스 시나리오이다.

즉, 2단계의 금리는

**“다시 제로로 회귀하지 않고, 3% 안팎의 더 높은 바닥에서 고착되는 구조”**이다.

 


4. 2차 타이트닝: 왜 “한 번 내리고 끝”이라고 보기 어렵나


지금까지는 금리가

“한 번 크게 내리고, 3%대에서 멈춘다”


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1편에서 설정한 정책·성장·유동성 조합은
2차 타이트닝(두 번째 인상 라운드) 리스크를 내포한다.

4-1. 1차 인하 이후 나타나는 금융여건의 과도한 완화


정책금리를 5%+에서 3%대로 낮추고,
QT를 끝내고, T-bill 매입까지 시작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

  • 연준 예치금·머니마켓·단기 국채에 있던 자금이
    대출·회사채·사모·주식으로 이동한다.

  • 신용스프레드는 축소되고,

  •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은 리레이팅될 수 있다.

  • 특히 우량 차입자의 조달금리는
    정책금리 인하폭 이상으로 떨어질 여지도 존재한다.

즉,

표면적인 정책금리는 “중립 수준”인데,
실제 금융여건은 훨씬 느슨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 AI·에너지 CAPEX 확대,

  •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 레버리지 확대,

가 결합되면 총수요 과열 구간으로 넘어갈 수 있다.

4-2. 연준 반응함수에 금융여건 항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순간


연준의 반응함수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정책금리 ≒ r* + 목표 인플레
 + (실제 인플레 − 목표 인플레)
 + (실제 성장·실업 − 잠재 수준)
 + (금융여건 과열·불균형)


0단계에서는 마지막 항(금융여건)이 거의 무시되고
인플레만 보고 올리는 구간이었다.

1단계에서는

인플레가 충분히 꺾였으니
과도한 긴축을 중립 수준으로 되돌리는 인하


가 정당화되는 국면이다.

2단계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 헤드라인 인플레: 목표 근처 또는 약간 상회,

  • 실업률: 잠재 수준 근처,

  • 금융여건·자산가격·레버리지: 과열 신호,

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연준은

“인플레만 보면 지금 금리는 중립이지만,
금융여건이 너무 느슨하다면 한 번 더 조일 필요가 있다”


고 판단할 수 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2차 타이트닝이다.

  • 정책금리를 추정 r*보다 조금 위로 다시 올려

  • 두 번째 타이트닝 라운드로 시장 과열을 식히는 것이다.


숫자로 예시를 들면,

  • 0단계: 5%+

  • 1단계: 3%대 초반~중반까지 인하

  • 2단계: 과열·r* 상향을 반영해 3%대 후반~4% 근방까지 재인상

같은 경로가 될 수 있다.


핵심은,

**“이번 사이클은 그냥 ‘한 번 내리고 끝나는’ 그림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2차 타이트닝이 뒤따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5. 정책금리 vs 시장금리 디커플링과 TERM PREMIUM 리스크


이제 1편에서 논의한 재정·대외 리스크를 합치면,
정책금리 숫자만으로는 실제 긴축·완화 정도를 설명할 수 없는 구간이 생긴다.
크게 두 가지 디커플링 시나리오로 정리할 수 있다.

5-1. 시나리오 A: 연준은 내리는데, 시장금리는 안 내려가는 경우


재정·대외 설정은 다음과 같다.

  • OBBBA 감세 + 확장 재정 → 구조적 재정적자 확대.

  • 강한 내수·투자 + 관세·대외마찰 →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

  • 연준 정치화·타깃 재검토 논란 → 정책 신뢰 약화.

이 조합이 일정 임계치를 넘으면,

  • 국채 공급 증가,

  • 외국인 수요 둔화,

  • 신용등급·전망 논쟁,

이 겹치며 TERM PREMIUM(장기금리 위험 프리미엄) 점프가 나올 수 있다.


그 경우,

  • 기준금리: 3%대(1차 인하 이후),

  • 10년·30년 금리: TERM PREMIUM 때문에 4~5%대에서 고착,

  • 회사채·크레딧 스프레드: 정책금리 대비 높은 수준 유지,

라는 그림이 가능하다.

여기서 실물과 자산을 조이는 것은

**“연준이 설정한 숫자로서의 정책금리”가 아니라,
“채권·크레딧 시장이 요구하는 TERM PREMIUM”**이다.

 

즉,

정책금리는 인하 사이클인데,
실제 금융여건은 여전히 타이트한 디커플링 시나리오
이다.

 

5-2. 시나리오 B: 시장이 먼저 완화로 달리고, 연준이 2차 타이트닝으로 따라가는 경우


반대로 2단계 초기에,

  • 디스인플레이션과 추가 인하 기대,

  • AI·생산성·이익에 대한 낙관,

  • 연준·재정이 동시에 경기 상방을 자극,

이 만나면,

  • 주식·크레딧·레버리지가 정책금리보다 앞서서 완화 사이클에 진입하고,

  • 장기금리도 잠시 r* 수준 또는 그 아래까지 눌릴 수 있다.


연준 입장에서는

“정책금리는 중립인데,
시장은 이미 지나치게 완화 모드로 가 있다”


는 상황이다.

이때 등장하는 대응이 바로 앞서 언급한 2차 타이트닝이다.

즉,

  • 시나리오 A: 정책금리는 내렸는데, TERM PREMIUM 때문에 시장금리는 높게 남는 경우.

  • 시나리오 B: 시장금리·자산이 먼저 완화로 달리고, 연준이 2차 인상으로 뒤늦게 따라가는 경우.

공통점은,

**“정책금리 수준만 봐서는 진짜 긴축·완화 정도를 알 수 없는 국면”**이 온다는 점이다.
이 국면에서는 시장금리·스프레드·자산가격이 실물·자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6. 시간축별 리스크 프로파일: 1H26 vs 2H26 vs 2027·2028년


이제 같은 내용을 시간축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6-1. 1H26: 숫자는 가장 좋아 보이는 시기


1H26은 정책 조합상 “숫자가 가장 예쁘게 나오는” 구간이다.

  • 1Q: OBBBA 세금 환급 → 소비·소매·서비스 지표 상향.

  • 상반기: 선거를 염두에 둔 확장 재정 집행 → 고용·투자 지표 상향.

  • AI·에너지 CAPEX 모멘텀 유지.

  • 디스인플레이션 진행, 기준금리는 1차 인하에 들어간 상태.

이때 시장 내러티브는

“성장도 괜찮고, 물가도 잡히고, 금리는 내려간다”


는 식의 **“골디락스/소프트랜딩 스토리”**로 수렴하기 쉽다.

TERM PREMIUM 리스크는 이 시기에

  • **“이미 폭발한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쌓이고 있는 백그라운드 리스크”**에 가깝다.

1H26 하나의 연도·구간만 놓고 보면,

  • TERM PREMIUM 쇼크가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터져 있는 상태일 확률은
    대략 20% 안팎의 테일 리스크 정도로 보는 것이 균형적이다.

6-2. 2H26: 숫자는 여전히 좋지만, 재정·정책 신뢰 리스크가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


2H26로 넘어가면, 상반기 정책의 효과가 통계·자산시장에 반영된 상태가 된다.

  • 성장률·이익·고용은 여전히 좋게 찍힌다.

  • 인플레이션은 헤드라인 기준으로 2~3%대에서 안착해 가는 모습일 수 있다.

  • 정책금리는 이미 1차 인하 후 3%대 근처,
    연준은 “중립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구간에 들어간다.

그러나 동시에,

  • 재정적자 확대, 국채 발행 증가,

  • 연준 정치화·점도표 폐지·타깃 재검토 논란,

  • 대외 불균형(경상수지·달러, 관세 마찰),


등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2H26은:

  • 헤드라인 숫자(성장·고용·이익)는 아직 매우 좋아 보이지만,

  • 뒤에서는 TERM PREMIUM 리프라이싱을 위한 재료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도

  • TERM PREMIUM 쇼크가 “완전히 폭발해 버린 상태”일 확률은
    여전히 20~30%대 테일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 대신, 이후 27·28년에 터질 사건의 씨앗이 이 구간에서 심어지는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6-3. 2027·2028년: TERM PREMIUM 쇼크가 수면 위로 드러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


같은 정책·성장 조합이 몇 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2027·2028년으로 갈수록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 재정적자·부채비율이 숫자로 더 명확하게 안 보이는 구간에서
    등급·전망 논의, 국채 수급 불안이 반복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

  • 연준은 한 번 금리를 내린 뒤 3%대에서 동결하고 싶어하지만,
    물가·성장·자산가격·금융여건 지표가 **“겉으로는 좋아 보이는 상태”**에서
    둘 중 하나의 압력을 받게 된다.

    • (1) 시장이 재정·정책 신뢰를 의심해 TERM PREMIUM을 스스로 올리거나,

    • (2) 시장이 과열되면 연준이 2차 타이트닝으로 뒤늦게 따라간다.

  • 어느 경우든, 장기금리·크레딧 스프레드가 정책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착되기 쉽다.


따라서 2024~2028년 같은 중기 horizon 전체를 놓고 보면,

  • 이 기간 어딘가에서 TERM PREMIUM 쇼크(장기금리·스프레드 급등 이벤트)가 한 번쯤 발생할 확률은
    40~50%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 시기만 놓고 보면,
    1H26보다는 2H26, 2H26보다는 2027·2028년에 그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구조이다.

즉, 이 시나리오에서

**“26년 상반기는 매우 좋아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특히 27·28년 이후 TERM PREMIUM 쇼크를 안고 가는 구조적 리스크가 커지는 그림”**이다.

 


7. 결론: 금리 구조를 한 줄로 요약하면


1편에서 2026년 미국경제를

“C·I·G는 강하고, NX는 약한 고성장–고불안정 구조”

 

로 정의했다면,
이를 금리에 옮긴 2편의 결론은 다음 네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중립금리(r)는 2010년대보다 위로 옮겨간다.*
    AI·CAPEX·잠재성장률 상승 때문에 실질 r*와 명목 중립금리는
    명목 3% 안팎의 더 높은 레벨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제로금리 복귀는 베이스가 아니라 테일이다.

  2. 이번 사이클은 “한 번 내리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1차 인하는 고강도 긴축을 중립 수준으로 되돌리는 정상화 과정에 가깝고,
    이후 금융여건·자산·레버리지가 과열되면
    *정책금리를 r 위로 다시 올리는 2차 타이트닝**이 등장할 수 있다.

  3. 정책금리와 시장금리는 서로 디커플링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대외·신뢰 리스크가 누적되면
    정책금리는 내려가도 장기금리·스프레드는 높은 상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시장이 먼저 완화로 달려 연준이 뒤늦게 2차 인상으로 따라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 구간에서는 정책금리 레벨보다 시장금리·금융여건이 실물·자산을 더 강하게 지배한다.

  4. TERM PREMIUM 쇼크는 26년보다는 27·28년 이후에 더 크게 위협이 된다.
    26년 상반기는 지표가 가장 좋아 보이는 구간이지만,
    같은 조합이 유지될수록 27·28년 이후 TERM PREMIUM 쇼크가 수면 위로 드러날 확률이
    유의미하게(40~50% 수준까지) 높아지는 구조이다.

이를 완전히 압축하면 다음 한 줄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 금리는
단기적으로는 “내리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전보다 높은 바닥(명목 3% 안팎)에서 멈추고,
2차 타이트닝과 TERM PREMIUM 쇼크 리스크를 안고 가는 금리” 구조이다.

 

(3편은 이어서 원달러 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