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수요일

생각정리 398 (* Bound to the Mast, Liquidation Shock 청산)



https://www.youtube.com/shorts/p1FakZER4Pk
영화 오디세이 중 사이렌 유혹을 견디는 오디세우스

최근 시장을 보며 오디세우스와 사이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노래를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성을 잃고 배를 암초로 몰고 간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력을 과신하지 않았다.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의 몸은 돛대에 단단히 묶도록 했다. 노래를 듣고 자신이 풀어달라고 애원하더라도 절대 밧줄을 풀어주지 말라고 미리 명령했다.

오디세우스가 무사히 항해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유혹에 빠진 미래의 자신까지 고려한 준비가 있었다. 오늘날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율리시스 계약’도 이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요즘 AI 시장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자주 한다.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거대한 담론과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수익은 사이렌의 노래처럼 매혹적이다. 산업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남들보다 빨리 큰돈을 벌고 싶어 한다.

그러나 AI가 약속한 미래에 도착하려면 꽤 긴 항해가 필요하다.

그사이 금리와 관세, 전쟁과 유가, 정책 변화와 같은 파도가 계속 찾아온다. 항로를 정확히 알고 있어도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실은 배는 작은 파도 하나에 암초로 밀려날 수 있다.

다시 반복된 Deleveraging


10월 12일과 13일 코스피는 각각 -3.7%, -5.5% 하락했고, 외국인은 이틀 동안 약 7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처음에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 확대 우려가 이유로 붙었다.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는 메모리와 함께 전력기기, 원전, 조선, 로봇까지 별다른 개별 악재 없이 하락했다.

시장 전체를 바라보다 보니 지난 7월의 모습이 다시 겹쳐 보였다.


첨부했던 유안타증권 자료에서도 당시 하락의 속도와 업종 간 동반 매도를 고려할 때 CFD와 TRS의 강제청산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외 PBS가 현물 주식을 처분하면 국내 통계에서는 외국인 매도로 집계된다.


PBS의 개별 Margin Call 내역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여러 산업이 거의 같은 시간에 무너진 모습과 외국인 Basket 매도의 규모를 보면, 레버리지 청산이 하락을 상당 부분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PBS는 종목 하나의 전망보다 계좌 전체의 위험을 관리한다.

AI 반도체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추가 담보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직 수익 중인 전력기기나 원전, 조선주까지 팔아야 한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람은 가장 쉽게 팔 수 있는 주식부터 꺼내게 된다.

Archegos 사태 이후 PBS의 담보관리는 가격 변동성과 포지션 집중도를 반영하는 Dynamic Margin 방식으로 강화됐다. 주가 하락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면 PBS가 요구하는 담보금도 함께 증가한다.

초기 증거금이 20%인 5배 레버리지 TRS에서는 기초자산이 **12% 하락할 경우 자기자본의 약 60%**가 사라진다. Margin Call을 충족하지 못하면 PBS가 포지션을 직접 청산할 수도 있다. 


기업의 실적이 몇 년 뒤 얼마나 좋아질지는 그다음 문제로 밀려난다. 오늘까지 추가 담보금을 낼 수 있는지가 먼저다.

모두가 Cash를 찾는 시장


최근 미국 CPI에서는 휘발유 가격과 주거비가 다시 상승했다. 물가의 끈적함이 이어지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하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장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www.bls.gov

생각정리 385(* Oil Is Flowing Again, Diesel Is Not)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미국과 프랑스의 장기국채 금리가 함께 상승하면서 성장주의 할인율과 금융시장의 조달비용도 높아졌다. www.wsj.com

   생각정리 394 (* The Memory Land Grab)

정부는 늘어난 이자비용과 만기상환을 위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기업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자본을 조달하고, PBS 레버리지 투자자는 Margin Call을 막기 위해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비슷한 시기에 Cash를 찾고 있다.

국채금리 상승은 성장주의 할인율을 높이고, 주가 하락은 담보가치를 낮춘다. 변동성 상승은 다시 Margin을 끌어올리고, 추가 담보금 요청은 또 다른 매도로 이어진다.

현재는 Sector와 Factor를 중심으로 한 Deleveraging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앞으로 Repo와 Treasury Basis, 회사채와 CDS, 금융기관의 Counterparty Risk까지 함께 악화된다면 Systemic Risk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Earnings와 주가 사이의 괴리


이번에 Citadel Securities의 October Update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 눈에 머물렀던 부분은 주가와 실적 전망 사이의 괴리였다.

6월 말부터 10월 12일까지 Memory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EPS 전망은 25% 상향됐고, Forward P/E는 34% 하락했다.

AI Infrastructure 기업 역시 EPS 전망은 25% 상향됐고, P/E는 22% 하락했다. www.citadelsecurities.com


기업이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 것으로 예상되는 동안, 시장이 그 이익에 지불하는 가격은 빠르게 낮아졌다.

다만 이익과 Position의 집중도는 함께 살펴봐야 한다.

두 개의 AI·Memory 기업이 S&P500 예상 이익 증가분의 약 36%, 상위 10개 기업이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소수 기업의 압도적인 실적 성장은 강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많은 투자자가 같은 기업을 보유하면서 Position도 한쪽으로 몰리게 된다.

Earnings Concentration이 강해질수록 Position Concentration에 따른 청산 위험도 함께 커진다.

상위 기업들의 이익, 시가총액 집중도는 강화되는 중


상위 기업들의 이익, 시가총액 집중도는 강화되는 중


과거 시장이 흔들렸던 순간들


돌이켜보면 2022년에도 비슷했다.

파월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올렸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당시에는 주가가 하락할수록 기업의 이익보다 전쟁과 금리를 더 오래 바라봤던 것 같다.

https://tradingeconomics.com/us100:ind

macro shock 무시하고 걍 존버했을시의 SEC, SKH수익률

2025년 4월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선포했을 때도 AI 반도체가 가장 먼저 하락했다.

4월 2일 이후 저점까지 반도체 지수는 약 21.7%, 일부 Memory 기업은 약 30.5% 하락했다. 관세 유예가 발표된 4월 9일에는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약 18.8%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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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ro shock 무시하고 걍 존버했을시의SEC, SKH 수익률

기업의 장기 경쟁력은 며칠 사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Macro Shock로 강제 축소됐던 Position이 정책 변화와 함께 빠르게 복원됐다.

https://tradingeconomics.com/us100:ind

아직 Deleveraging, Liquidation shock 진행중인가..?

지난 7월에는 AI 산업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했던 투자자가 높은 레버리지와 집중된 Position으로 인해 공개주식 Portfolio 대부분을 넘겨야 했다.

당시 생각정리 326 (* Right Thesis, Wrong Leverage)를 작성하면서 분석의 정확성과 Portfolio의 생존능력이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봤다.

AI 산업의 장기 방향을 정확히 내다봤어도 그 방향이 현실화될 때까지 Portfolio가 버티지 못하면 투자자는 결실을 함께 누리기 어렵다.

(*아무리 목적지가 선명해도 배가 먼저 침몰하면 그곳까지 도착할 수 없다.)

비슷한 Macro Shock가 발생했을 때 남겼던 기록들도 다시 찾아봤다.

시장을 흔든 사건의 이름은 계속 바뀌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전쟁과 유가, 관세와 경기침체, 국채금리 상승과 레버리지 청산까지 매번 새로운 공포가 등장했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결국 주가의 긴 방향을 결정했던 것은 기업의 Earnings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확인할 것


물론 수급 충격이 길어지면 실제 Fundamental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부채를 활용해 GPU와 데이터센터를 확장한 Neocloud와 Project Finance 영역은 금리 상승에 민감하다. 높은 조달비용이 이어지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고, GPU와 Memory 주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는 몇 가지 흐름을 계속 확인해보려 한다.

Hyperscaler의 AI CAPEX가 유지되는지, GPU와 HBM 주문이 취소되지 않는지, Memory 가격과 Lead Time이 꺾이지 않는지, 데이터센터의 투자 결정이 미뤄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EPS 전망이 계속 상향되는지가 중요하다.

주가 하락이 CAPEX 축소와 주문 취소, Memory 가격 하락, EPS 하향으로 이어지면 Funding Risk가 Fundamental로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로 AI 투자와 수주, Memory 가격과 Earnings가 유지된다면 최근의 하락은 기업가치 훼손보다 과도한 부채와 Position이 정리되는 과정에 가까워진다.

(*아직까지는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

다시 돛대에 몸을 묶으며


AI Agent가 확산될수록 더 많은 연산과 Memory, Storage, Network, Power가 필요하다는 산업의 방향은 여전히 선명해 보인다.

다만 거대한 산업의 방향을 먼저 발견했다는 기쁨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 때가 있다. 당장 큰 수익을 얻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이 정도로 확신이 강하다면 조금 더 많은 레버리지를 사용해도 괜찮을 것처럼 느껴질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오디세우스가 자신을 돛대에 묶었던 이유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는 바다를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의지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혹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 행동을 제한했다.

투자자에게 돛대와 밧줄은 충분한 현금과 낮은 레버리지, 감당할 수 있는 Position Size일지도 모르겠다. 

(*더 중요한것은 Position Size에 걸맞는 이해도와 확신)

멀리 내다보는 통찰만큼이나, 그 미래가 현실이 될 때까지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투자구조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도 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기업의 실적과 산업의 방향을 조금 더 확인해보려 한다. Margin Call과 강제청산이 잦아들고, Macro Shock가 기업의 Earnings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쌓인다면 최근의 하락은 다시 한번 비중 확대를 고민해볼 만한 시점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긴 항해를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배보다, 여러 차례의 폭풍을 견딜 수 있는 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개버리지는 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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